기쁨의 다른 방식은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대중과 더불어 즐거워해야만 단결할 수 있고 마음을 합쳐 협력할 수 있다.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단결은 마음을 합쳐 협력하는 것이다. 공동의 이상, 공동의 임무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다른 개체를 전체에 응집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말한다. “상하 간에 같은 바람이 있는 자는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지면 어찌 승리하지 못할 것인가. 모택동(毛澤東)도 말했다. “군민이 한 사람처럼 단결하면 천하에 누구든지 대적할 수 있다.” 단결한 단체는 부서지지 않는 굳건한 응집력이 있다. 단결한 단체만이 공격해 깨뜨릴 수 없는 전투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기업 중에서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체현하고 있다 : 동심(同心), 즉 한 마음이다. 한 마음으로 한 곳을 향해 나아가, 상하 모두 똑 같이 진심으로 기업을 대하고 발전을 도모한다. 동덕(同德), 일치된 도덕관념이다. 기업 상하 모두 상대적으로 일치된, 적어도 서로 용납하는 도덕 수준과 가치 관념을 갖추고 있다. 기업 이익 목표에 부합하기 위하여 동공으로 준수하는 행위 원칙이 있다. 동향(同向), 공통된 방향이다. 개인이 분투하는 목표와 방향 선택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기업 내부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방향은 기업 조직의 목표와 방향이 통일돼 있고 일치한다. 동리(同利), 공동 이익이다. 물질이익은 회피할 수 없는 문제다. 기업과 직원을 묶어주는 기본 연결고리다. 공동 이익의 요령은 가능한 한 공평하게 하는 원칙을 지킨다. 노동에 따라 분배한다. 동락(同樂), 같이 기쁨을 누린다. 서로 간에 소통하고 조정하면 기업 전체가 서로 이해하게 되고 화합하는 즐거운 분위기가 넘쳐나게 된다. 강기슭에서 밧줄로 배를 끄는 인부, 섬부(纖夫)를 보지 못했는가? 끌어당기는 밧줄, 섬승(纖繩)을 햇볕에 그을린 적동색의 넓고 두툼한 어깨에 묶고 웃통을 벗어던진 사나이 무리를 봤을 것이다. 길고 긴 밧줄을 지고 허리를 굽혀 끈다. 맨발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게 배를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특히 황하의 섬부는 어깨 하나에 의지해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나이들이다. 황하 먹임 소리를 목청껏 불러재낀다. 강인한 기백과 꺾이지 않는 용기로 살아간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한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간난신고를 건너간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고난을 헤쳐 나간다. 그들은 깊고도 무거운 중국 오천 년의 역사를 끌고 왔다. 찬란한 문명을 끌어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 하나로 한 가정의 행복을 부담하였다. 무수한 어깨가 민족의 진흥과 부강을 짊어졌다. 강철 같은 어깨로 도의를 짊어졌나니1), 공과는 후인이 평하지 않겠는가. 현재 하여야 할 일이 있다 : 손에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자신의 근면과 지혜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머리를 나란히 하고 더 높은 곳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다. 외팔로는 돌을 들기 어렵지 않던가. 사람이 많으면 산도 옮길 수 있다. 생화 한 송이로는 아름다운 봄을 치장할 수 없다. 마음을 열라. 활달하라. 그러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 兌卦 ䷹ : 태위택(兌爲澤) 태(兌: ☱)상 태(兌: ☱)하 태(兌)는 형통하니, 곧게 함이 이롭다.(兌,亨,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붙어 있는 못[澤]이 태(兌)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벗들과 강습한다.(象曰,麗澤,兌,君子以,朋友講習.) [傳] 태괘(兌卦☱)는 「서괘전」에 “손괘(巽卦䷸)는 들어감이니, 들어간 뒤에 기뻐하기 때문에 태괘(兌卦☱)로 받았다”라고 했으니, 태(兌)란 기뻐함이다. 물건이 서로 들어가면 서로 기뻐하고, 서로 기뻐하면 서로 들어가니, 태괘(兌卦☱)가 이 때문에 손괘(巽卦☴)의 다음이 되었다. 1) 鐵肩擔道義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검색과 해안 - 살바도르 엘리잘데(Salvador Elizalde) 나는 느리고 둔한 빛의 긴장 속에 남아 있고 세상의 목소리는… 나는 상상한다: 조용한 남자, 움직임의 환상. 모호한 즐거움을 구별하라. 부서진 길을 돌아다니는 활동하지 않는 방랑자. 인간의 변덕을 열망하는 스케치를. 그리고 하나된 웃음, 생명의 결정체 우물과 말에 빠져들고, 그들은 나를 그린다: 앉아서 생각하는 사람, 마음속에 거칠게, 순진한 유머, 피로가 풀렸다. 압도된 조각가 지루한 외관, 사려 깊은 환상 고통의 마법에. 그리하여 빛에 맞서는 유리잔과 일상의 지루함… 광범위한 쪽으로 나를 잠깐 본다: 밝은 지평선 행복한 휴식 중… 하지만 빛이 있고… 목소리가 있다. 문장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추구하는 검색, 계속 검색하게 된다. Search and shore (By Salvador Elizalde) I remain in suspense slow and dull of light, while the voice of a world… I imagine: The quiet man, illusion of movement. Be distinguished for ambiguous pleasures. Inert wanderer of broken roads. Eager sketcher of human whim. And the united laughter, crystals of life slipping into wells and sayings, they draw me: Sedentary thinker, wild in the mind, naive in humor, placid in fatigue. Overwhelmed sculptor of dull facades, of thoughtful fantasies in the magic of pain. Thus, the daily tedium of a glass against the light... towards the extensive glimpses me: bright horizon in happy rest... But there is a light... and a voice in sentence: until the breakdown searching pursued, you will continue searching. ◆ 살바도르 엘리잘데(Salvador Elizalde) = 아르헨티나 엔트레리오스주(Entre Rios) 헤네랄 갈라자(General Galarza)에서 1950년에 태어났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문학 전공 교수이다. 다수의 출판물에 기고하고 있으며 문학회의 및 작가 회의에 참여했다. 그의 저서로는 Textuality and Literature – 1997 – Clé Editions, Literary Paths – 2000 – Clé Editions, The land and the future – Entre Ríos Editorial – 2013, The earth and the future – Sofía Editions – 2014 등이 있으며 다수의 사화집에 참여하였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권리구제 대리인(법원의 국선변호인과 유사한 제도)으로 활동하다 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분쟁에 휘말리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사용자가 나름대로 꼼꼼하게 공부하긴 하지만,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없다. 노동자 역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지, 당장 본인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꽤 유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얼핏 봤을 때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으나,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적지 않고, 적용되는 규정이 현실과 거리가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급하게 필요해서 알음알음 겨우 구하는 과정에 계약서, 임금명세서, 주휴수당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사장님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서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책임은 모두 사용자가 부담한다. 노동자를 위한 구제책과 지원은 찾아보기 쉽지만, 초보 사장님을 위한 법률적인 지원은 쉽게 받기 어렵다. 사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장님은 직원을 정말 가족처럼 대하고, 일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직원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회사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라 믿는다. 언제나 그렇듯 극소수의 나쁜 사람들이 문제다.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사회 경험 없는 순진한 사람을 사실상 가스라이팅하며 노동을 착취하는 사용자,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으려는 생각 없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사장님을 압박하고 괴롭히는 노동자.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이 있어, 나쁜 사장님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잘 이루어진다. 피해를 본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 처리 기간도 고용노동부나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법원의 소송절차보다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무단으로 결근하고, 돌발행동으로 사업장에 손해를 입히는 무책임한 노동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명백하게 우월한 지위에 있어 일부 노동자의 행동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용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규모 사업주다. 많지 않은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악의적인 특정 직원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의 조치는 사용자에게 악몽이 시작될 뿐이다. 실제 현실과 규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참 속상하고 답답하다. 그렇지만 드릴 수 있는 말은 매우 한정적이다. 당연히 법은 지켜야 하고, 다음에는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조력을 구하시라고. 당장 현실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법을 위반하지 않는 가장 적절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겠다고.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 태쾌(兌卦) 태(兌)는 기뻐하다, 즐겁다 뜻이다. 사람이 평생 기쁘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만금을 가진 부자도 고통 받을 때에는 괴로워한다. 빈한하지만 늘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마음을 열고 통이 큰 사람만이 오랫동안 즐거울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있고 공동으로 나아갈 때에야 행복의 맛을 체득할 수 있다. 자질구레한 일, 지나치게 따지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의 일생 중 티격태격, 울퉁불퉁한 삶은 피할 수 없다.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려거든 반드시 마음을 열고 통이 커야 한다. 공동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태(兌)는 형통하니, 곧게 함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마음이 열려 있고 통이 크면 기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막힘이 없고 형통하면 정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유리하다. 사람은 자신이 매일 유쾌하고 순조롭기를 바란다. 그러나 삶은 파란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지나치게 따지면 자신의 나날을 어두침침하고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활달한 마음을 가져야만 하루하루 생활에 빛이 충만하게 된다. 활달하게 되려면 먼저 개의치 않는, 염두에 두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건 심각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연구할 가치가 없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애써 끝까지 매달리지 말자. 너무 체면을 중시하지 말자. 일마다 ‘착실하게’ 하지 말자. ‘좁은 마음’을 갖지 말자.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는 것, 닭털과 마늘 껍질처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을 마음에 두지 말자. 명예와 이익의 득실에 중점을 두지 말자. 걸핏하면 화를 내면서 소리 지르지 말자. 작은 이익으로 인하여 큰 손실을 보게 되면 후회막급이다. 민감하고 공연히 의심하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곡해하게 된다. 사실을 과대포장하게 되어 가상의 적으로 삼게 된다. 임대옥(林黛玉)처럼 그렇게 꽃만 보면 눈물을 흘리지 말자. 음악만 들으면 마음 아파하거나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이지 말자. 자기의 그림자를 보고 스스로 자신을 한탄하지 말자. 인생은 어떤 때에는 정말 그렇게 어리석을 필요가 있다. 개의치 않는 것은 도량이 큰 것이요 너그러움이다. 넓은 마음이나 도량이 없으면 자질구레하게 되고 용속하게 된다. 활달과 너그러움을 실현하면 자연적으로 홀가분하게 되고 유머러스하게 된다. 거기에서 일반을 뛰어넘는 매력 넘치는 성적이 용솟음친다. 개의치 않는 것을 체현하는 것은 수양이다. 고위한 인격이다. 인생의 큰 지혜다. 모든 일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이것저것 갑론을박하며 자잘한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지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작은 이득을 탐하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무위지위(無爲之爲), 즉 하지 않은 함이요 대지약우(大智若愚), 즉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과 같아, 즐거움이 끝이 없다! 개의치 않는 사람은 모두 자아를 초월하는 사람이다. 소탈하게 사는 사람이다. 자질구레한 일에 속박되지 않기에 몸과 마음이 해방된다. 자유자재로 천지간에 마음대로 질주할 수 있다. 개의치 않는 것은, 자신에게 심리 보호선을 설치해 주는 것이다. 주동적으로 번뇌를 만들어 자아를 어지럽히지 않게 된다. 부정적인 정보에 태연자약할 수 있다. “몸은 산악처럼 평온하고 마음은 흐르지 않은 물처럼 고요하다. 바람과 파도는 치게 두고, 낚시 배에 조용히 앉아 고기를 잡는다.” 이것이 자아를 보호하는 묘방이다. 목표를 굳게 지키고 간섭을 배제하는 좋은 책략이다. 우리의 정력은 결국은 한계가 있다. 곳곳이 뒤엉키고 작은 일에 얽매이면 한 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개의치 않는 것은 현실도피와 다르다. 무관심하고도 다르다. 번잡한 세상사를 뚫어보고 소극적으로 속세를 피하여 은둔하는 것과도 다르다. 인생의 큰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도중에 취하는 소탈, 활달, 표일한 생활 책략이다. 모든 일 전체를 다 마음에 둘 필요가 없다. 달관하여야 한다.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멋스러우며 가뿐한 인생이 될 것이다. 인생은 산 넘고 물 건너는 여정과 같다. 평탄한 길도 있고 울퉁불퉁한 길도 있다. 순조로운 경우도 있고 역경도 있다. 활달하면 평안하고 담백하게 인생을 직시할 수 있다. 정원에 피어 있는 꽃을 웃으며 볼 수……. 활달은 인생 태도다. 호쾌함, 정직, 열정, 거리낌 없음, 명랑, 낙관, 태연 등을 포괄한다. 사람의 좋은 소질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 여러 가지를 포괄한다. 활달하면 마음을 열 수 있다.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다. 인생의 발걸음이 침착하고 힘 있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붙어 있는 못[택(澤)]이 태(兌)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벗들과 강습한다.” 무슨 말인가? 못물 두 개는 서로 유통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피차 이익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기쁨, 즐거움을 상징한다. 군자는 마땅히 그런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의기가 투합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은 친구를 좋아한다.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도의를 강습한다. 이것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죽은 자는 빨리 잊혀진다. 자기가 실존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현실 세계와 현재 교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래 살고자 하기 때문에 “남(他者)은 먼저 죽어도 내가 먼저 죽는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사실상 죽음은 당위(當爲)이지만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관심을 쓰기 조차 싫어한다. 일종의 회피다. 요즈음 죽음의 모습은 어떤가. 모든 망자에게 죄송스럽게도 장례는 놀라우리만치 상품 사회가 작동하는대로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다루듯 시간 타임에 따라 빨리 빨리 죽음이 처리된다. 이걸로 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만은 결코 안 죽으리라 생각하여 타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한 사람의 죽음은 큰 일 중에 제일 큰 일이다. 그러나 죽음이 이상하게도 큰 일이면서 큰 일이지 않게 넘어가는 것을 보면 시대적인 간편 코스가 따라주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돈에 미친 세상이지만, 시간이 돈이 되면서 시간을 되도록 적게 잡아야만 서로(의뢰자와 의뢰 받은 자)가 이익인 사회가 되다보니 미래에 자신이 죽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남의 일처럼 가볍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가 뭘까?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길어야 3일 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 앞에서 사라진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곁에 있었던 사람을 잃은,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아침 이슬처럼 순식간에 잊어버리는 것은 공포에 다름아니다. 2. 산담, 사라지는 헤테로토피아 기념물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s)는 일종의 비밀스러운 장소의 바깥에 있는 유토피아다. 무덤 또한 장소 바깥의 공간이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고립되지만 열림과 닫힘이 있다. 무덤은 죽은 자만 기거하고 산담은 그들의 울타리 공간이었다. 거기에서는 금기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종의 산 자들의 반(反)공간이 된다. 무덤은 비장소이기도 하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열려 있지만 의례가 끝나면 다시 닫힌다. 즉, 의례만 치러지고 일상으로 복귀되는 소멸되는 공간이며, 이후 다시 반공간이 되기도 한다. 망자들에게는 유토피아이지만 산 자들에겐 지워지는 공간이었다. 육지의 민묘는 곡장 없이 한 구역의 산등성이를 타서 사성(莎城:흙두둑)을 하고 위계질서에 따라 묻힌다. 가족 공동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오름 등성이나 밭머리에 산담을 하고 묻힌다. 산담은 제주 사람들의 개인이나 부부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혼백의 집으로, 제주 문화의 이녘만썩(개인만의) 문화와 ᄀᆞᆸ가름(분배)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3. 산담, 죽음의 돌문화 제주의 문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돌문화이다. 제주의 돌문화는 제주인의 오랜 역사적 조형물로서 제주사람들의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다. 제주섬 자체가 거대한 돌로 된 타원형의 배처럼 남태평양으로 나아갈 듯한 형세다. 화산 섬의 풍토를 그대로 간직한 제주 섬은 현무암 석상의 보물섬이었다. 또한 제주섬은 사방의 돌로 막혀 있어 과거에는 천연 요새의 역할도 했다. 제주의 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제주의 돌문화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생산성, 생활성, 공공성, 종교성의 돌문화가 그것이다. 1) 기념비적인 산담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불교, 무속, 도교(민간신앙) 등과 관련된 돌문화로서 동자복 미륵, 서자복 미륵, 포제단, 공덕비, 마애명, 갯당, 본향당, 미륵, 돌코냉이, 조천석 등이 있다. 이것들은 신앙행위나 의례행위와 관련이 깊었다. 유교의 돌문화는 단연 산담이 최고였다. 산담은 석물을 세트로 거느리고 있었는데 봉분을 중심으로 문석인(간혹 돌하르방 무석인), 동자석, 망주석, 상석, 비석, 돌잔, 토신단 등 산담 속의 돌문화 무리가 있었다. 지금은 그 세트가 비었고 케이스마져 위태롭다. 가장 먼저 동자석이 사라졌으며, 문석인, 망주석 다음으로 산담 차례가 왔다. 산담은 기념비성이 있어 집안의 자랑으로써 위세로 삼았다. 벌써 아득한 소리가 돼버렸지만, 한때 조상을 숭배하고, 추앙하는 이념이 담겨 있어서 기념적인 가치를 뽐내기도 했었다. 조상을 잘 모시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은덕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손이 조상을 잘 모시면, 조상도 자손에게 잘 되게 해준다는 것이 동기감응이라는 풍수이론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효성어린 기념비도 수명을 다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산업이 바뀌면서 일찍부터 혐오시설이 되더니 장묘제도가 달라지면서 화장을 한 후 평장이나 수목장을 거행하고 있다. 산담은 이제 갈 길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처분을 기다리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 600년 전통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있고, 산담의 가치를 아는 이 또한 없다. 가장 제주다웠던 제주의 뼈대가 잘려나가고 있다. 2) 죽음의 의례도 변해버린 장묘제도와 함께 사라지고 상·장례는 통과의례로서 매우 중요하다. 제주인들은 그것을 ‘큰일’이라고 한다. 장례문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으나 제주에는 조선후기에 유교직 관혼상제가 집중적으로 장려되었고, 무속적 여성문화와 유교적 남성문화가 타협을 하게 되면서 영혼관, 의례에 깊이 습합되었다. 제주 상장제례의 독특한 의례나 형식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❶토롱, 헛묘, 망사비 ❷까마귀 모른 식게, 식게밥 돌리기 ❸문전코시, 조왕코시, 칠성상 ❹귀양풀이 ❺팥죽쒀가기, 물부조 ❻철리와 철리터 방법 ❼토신제 지내기 ❽산테우리(상여매기, 봉분, 산담쌓기 하는 마을의 청년들), 암창개, 죽은 ᄒᆞᆫ서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제는 이런 의례를 하지도 않고,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산업의 변화는 무서운 속도로 지난 시간의 역사와 문화들을 파괴해 버린다. 이제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고, 그 안에서는 자본주의 상품이 나날이 우리들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하겠노라고 드라마 광고가 메아리친다. 4. 무덤과 산담 무덤, ‘주검을 묻은 공간’이다. 산 사람을 그대로 묻는 것을 생장(生葬)이라고 한다. 인류의 출현에서부터 이 무덤의 역사는 시작된다. 무덤의 형태는 지역이나 풍토, 생사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제주에서 무덤은 산이라고 부른다. 이 산은 산처럼 봉긋한데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육지에서는 이 산을 산소, 봉분, 묘소, 분묘 등으로 부른다. 제주에서 부르는 ‘산(山)’은 중국 진제국 때 이미 ‘산’이라고 부른 사례가 있다. 이후 후대의 제왕들이 분묘는 모두 ‘산릉(山陵)’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 산릉의 다른 말이 산이다. 제주에 이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다면 ‘산’이라고 부르는 봉분은 어떤 이유에서 만들었을까? 봉분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가 무덤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둘째가 장식하기 위함이고, 셋째가 기념물로 삼기 위함이다. 제주의 ‘산’인 경우, 육지처럼 흙더미(莎城)로 무덤 뒤쪽을 병풍처럼 두르지 않고 무덤에 돌담을 두른 것이 다르다. 이 돌담을 ‘산담’이라고 하는데, 산담은 과거 제주 지역의 산업이 목축이 주류였다는데서 무덤보호를 위해서 비롯된 것이다. 들에 마소들이 ‘산’을 파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또한, 야화(野火)가 번지거나, 경작지가 침입되는 것을 막는 것 또한 무덤의 보호라는 측면이 강했다. 무덤의 장식은 산담의 형태나 조형적인 요소, 망주석, 동자석, 문석인, 돌잔 등 석물을 설치한데서 알 수 있다. 산담의 규모, 석물의 설치에서 알 수 있듯이 가문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덤의 기념비성은 비석에 묘주(墓主)의 행적, 벼슬이나 품성, 가족의 계보 등의 기록에서 가문의 자랑과 위엄을 나타내거나 그의 위세를 알리고자하는 무덤 치장이라는 장식적인 측면, 즉 사회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다. 물론 옛 이야기지만. 무덤은 인류의 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고리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많은 수의 유물은 무덤에서 출토된 부장품이다. 이런 유물들은 ‘명기(明器)’라고 하는데 죽은 자를 위해 사후 세계에서 그 물건을 쓰도록 한데서 비롯되었다. 고대에는 이 명기 말고도 산사람까지 함께 묻었다. 이런 순장(殉葬)에는 왕의 후궁들이나 그의 종들이 많았다. 후궁들에게 생존 시에 많은 부귀와 특혜를 주는 것은 왕이 죽으면 산사람들이 같이 무덤에 가는 조건에서였다. 5. 산담, 사자(死者)를 위한 산자(生者)들의 상징 온 섬에 뒹구는 제주의 돌은 신의 선물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농부의 일손을 더디게 할 때는 잠시 재앙이 되지만, 돌이 이처럼 흔치 않았다면 사람과 짐승의 집은 물론 죽은 자의 영혼이 쉴 무덤 또한 제대로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돌로 울타리를 세운 집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가 죽으면 다시 돌담이 둘러쳐진 무덤에 누웠다. 그렇게 돌은 제주사람들의 삶과 죽음 모두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돌담 가운데 무덤을 둘러싼 돌담을 ‘산담’이라 부른다. 산담은 여러 용도의 돌담 중 유독 신성시되는 것으로, 무덤 속 혼백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이자 영혼의 집임을 표시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산담은 한 줄로 쌓은 외담과 겹줄로 쌓은 겹담으로 나뉘는데, 외담은 다시 모양에 따라 원형 산담과 도토리 모양의 산담, 사각형 산담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무덤 뒷부분을 좁게 조성한 사다리꼴의 겹담도 있다. 산담에는 영혼이 다니는 신문(神門)인 ‘올레’를 둔다. 올레는 제주에 5개가 있다. 산자들의 골목에 해당하는 집올레, 잠녀들이 바다로 가는 바당올레, 신당으로 가는 당올레, 전설 속에 나오는 해저의 길목 용궁 올레, 그리고 혼백이 사는 집인 산담 올레가 그것이다. 올레는 산담 좌측 혹은 우측에 약 40~50cm 정도의 너비로 사이를 터놓은 영혼의 출입 통로를 말한다. 그리고 그 터진 공간 위에 긴 돌 1~4개를 올려놓아 마소나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다. 필자는 20년 전에 올레 사이를 가로질러 놓은 긴돌을 ‘정돌’이라고 명명했다. 정돌의 의미는 집올레의 정낭을 빗대어 부른 것이다. 예를 들어 집올레의 정낭이 말의 키 크기에 따라 1~5개를 걸쳐 놓은 것이라면 산담의 올레 또한 너비에 따라 1~4개까지 긴 돌을 걸쳐 놓은 것에서 유추한 것이다. 산담의 너비에 따라 정돌의 숫자가 다르게 된다. 올레의 방향이 좌우로 나뉘는 기준은 무덤 주인의 성별이다. 남자의 무덤은 망자의 시점에서 볼 때 좌측에 만들고 여자는 우측에 만들며, 합묘인 경우 남자를 중심으로 좌측에 만든다. 간혹 산담 앞쪽에 올레를 만든 사례도 있으며, 쌍묘에서는 특별히 좌우 양쪽에 올레를 내는 경우도 있다. 산담은 원래 밭머리가 아닌 들판에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들불놓기로 인한 소실, 또는 마소 등 짐승의 침입으로부터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다. 하지만 들판이었던 땅이 점차 경작지로 변하면서 밭머리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친인척에 의한 관리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밭 한쪽에 무덤을 만들고 산담을 조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가(人家) 근처에 있더라도 산담의 돌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터부의 대상이다. 타당한 이유나 정해진 날 외에는 허락 없이 산담을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먼 길을 가는 나그네가 길을 잃었을 때에 한해서는 산담 안에 들어가 잠을 자면 무덤 속 영혼이 보호해 준다고 믿었다. 산담에는 일반 돌담과는 달리 돌을 다루는 제주 사람들의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품격이 다른 조형적 미학이 배어 있다. 그 조형성을 간단히 정의하면 ‘한국적인 선의 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한국의 기와집은 처마의 선이 좌우로 갈수록 부드럽게 하늘을 향해 들려 있어 마치 가볍게 날아오를 것 같은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산담의 선도 이와 유사한 아름다운 리듬감을 보인다. 이는 사람들의 본능처럼 물에 뜨도록 직선보다는 양쪽을 살짝 들어 올려서 부드럽게 파도를 타는 듯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산담 측면에서 보면 높이가 낮은 산담 뒤쪽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올수록 위를 향해 들리듯 올라가면서 앞쪽 좌측 끝에 오면 담장의 각은 하늘을 향해 살아나 유연한 선을 그리며 올라가서 멈춘다. 이 선이 산담 좌측에서부터 중앙으로 이동할수록 서서히 잠기듯 낮아지다가 반대편 우측 끝으로 갈수록 다시 같은 방식으로 살아나서 좌측 끝과 대칭을 이룬 듯 멈춰 선다. 더 나아갈 수 없이 살짝 멈춰 버린 산담의 선은 바라볼수록 유연하여 자연스럽다. 혼백의 심부름꾼 동자석 산담 안에 세우는 동자석은 이름 그대로 어린 남자 또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동자석은 여러 기능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예를 갖춘다. 그중에는 숭배적 기능, 봉양적 기능, 수호적 기능, 장식적 기능, 교훈적 기능, 주술적 기능, 유희적 기능이 있다. 제주의 동자석은 내륙으로부터 온 여러 성씨의 입도 시조나 부임하는 목사(牧使), 제주 출신의 양반 토호나 유배객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하지만 제주 동자석은 불교적 색채가 미처 가시지 않은 채 약간의 지역적 특징만 더해진 내륙의 대다수 동자석들과는 사뭇 다르다. 유교 문화의 중심권인 한양 지역에서 잉태된 무덤 조각인 동자석이 멀리 남쪽 끝 변방인 제주까지 흘러오는 동안 각 지역의 독특한 풍습과 여러 신앙이 결합되고, 여기에 제주의 풍토와 사상이 더해지면서 매우 독특한 동자석으로 재탄생했다. 다시 말해 제주의 동자석은 불교, 무교, 도교 및 토속 민간신앙의 다양한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반영된 점이 특징이다. 제주의 동자석은 매우 친근한 정감을 준다. 특히 18세기 조선 영·정조대에 만들어진 동자석들은 눈이 크고 선이 부드러우며 보다 정교한 특징을 지녔다. 이는 육지 왕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국상(國喪) 때마다 능역(陵役)을 지원하여 육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인조 재위 때인 1629년에 내려진 출륙금지령으로 인해 육지 출입이 쉽지 않았던 탓에 능역 자원 봉사는 제주 사람들이 육지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때 그들이 왕릉 조성 과정에서 보고 기억한 석상을 재현한 것이 지금의 제주 동자석이다. 문석인을 모방해 만든 것인데, 기술이 부족한 아마츄어 제주 장인들의 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석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 결과 제주 동자석은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현무암을 사용해서 매우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는 고유의 단순미에서 우러나는 건강한 생명력으로 인해 제주의 매력적인 얼굴로 널리 사랑받고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도굴되었고 600년 산담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회복할 수 없는 제주 토착성은 역사속으로 잠기고 있는데 석상의 보물섬이 사라져 버리면서 전국 평균적인 획일적인 땅이 되버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최근 채식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식생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서양의 레스토랑에서는 채식 메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따로 준비해 놓는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식품 회사에서는 채식 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동물복지와 환경보존을 위해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가축의 비윤리적인 사육 환경과 도축에 대한 거부감 또는 사육 과정에서 다량 발생하는 온실 가스를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일상에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 vegetarian)를 채소나 과일만 먹는 사람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아래의 표와 같이 베지테리언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우리가 흔히 채식주의자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비건(vegan)은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심지어는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화장품도 사용하지 않고 동물의 털로 만든 옷도 입지 않는다. 비건보다 더 엄격한 것이 프루테리언(fruitarian)인데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부위인 열매 위주로 먹는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비건에서 우유나 유제품을 더 먹을 수 있고, 오보 베지테리언은 달걀은 먹는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유제품)와 달걀을 먹을 수 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생선과 조개류까지 먹을 수 있고, 폴로 베지테리언은 닭고기까지도 먹는다.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서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도 늘고 있다. 완벽하게 채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채식하는 요일이나 날을 정해서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도 있다. [베지테리언의 단계] 비건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식품은 전혀 먹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구입할 때 어떤 원료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신경 쓰게 된다. 그렇지만 콜라겐이나 젤라틴과 같이 원료명이 쓰여 있을 때는 그 원료가 동물성인지 식물로부터 얻은 것인지를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비건을 위한 제품이 많아지고 있고, 비건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비건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에서 유래된 원재료를 이용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에 동물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하며, 생산 시설을 비건이 아닌 제품과 공유할 경우 철저한 세척과 생산 시간 분리로 교차오염이 없어야만 한다. 수출을 할 경우에는 각 나라의 인증 조건을 따라야 하고, 수입식품은 우리나라의 비건 조건을 만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우유, 달걀 또는 생선을 먹는 선택적 채식주의자에게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장기간의 채식으로 인해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영양소 중 필수 아미노산, 필수 지방산, 비타민, 무기질(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필수 아미노산은 주로 동물성 단백질로부터 얻을 수 있지만 식물성인 콩 단백질이 대신할 수 있다. 채식을 하더라도 콩, 견과류와 같은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콩과 식물(대두, 검은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과 견과류(호두, 아몬드 등)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필수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좋다. 최근에는 두부, 된장, 간장 외에도 콩에서 분리한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 밀 글루텐으로 만든 밀고기, 버섯 단백질 등의 대체육이 제조·시판되고 있을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 다양화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필수 지방산과 대부분의 비타민, 무기질은 채식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몇몇 비타민과 무기질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공급원을 찾아서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타민 B12는 부족 시 악성빈혈, 식욕저하, 무력감 등이 올 수 있는데, 주로 육류 및 유제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채식을 통해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콩에는 비타민 B12가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된장이나 청국장 등으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미생물에 의해 비타민 B12의 함량이 증가하므로 콩 발효식품의 적절한 섭취가 필요하다. 또한 비타민 B12는 김, 매생이, 청태 등에도 꽤 들어있기 때문에 해조류를 좀더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효모를 발효시켜 생산한 비타민 B12를 영양제로 섭취하거나, 비타민 B12가 보강된 곡물이나 두유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기질 중에는 철분이 부족할 수 있는데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콩류, 녹색 채소(시금치, 브로콜리 등), 견과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칼슘은 부족 시 골다공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식물성 식품인 두부는 좋은 공급원이다. 두부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뼈와 근육 건강에 도움을 주고, 필수 아미노산도 충분히 들어 있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훌륭한 식품이다. 한편 비건과 할랄(ḥalāl) 식품을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해외 유학생들과 취업자들이 많아 지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을 쉽게 접하게 된다. 같이 식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기가 들어간 것은 전혀 먹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무슬림을 채식주의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슬림은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만 먹을 수 있고, 할랄은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에도 적용된다. 할랄은 ‘허용된 것’을 뜻하는 말로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원료를 사용해서 허용된 방식으로 만들어야 인정받는다. 할랄 식품에는 과일, 야채, 곡류, 어류, 우유 등이 포함되고,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는 이슬람의 도축 방식에 의해 얻어진 것만 허용된다.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돼지고기, 술, 동물의 피는 절대 먹어서는 안되고, 이것을 원료로 한 식품, 화장품, 의약품도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어쩔 수 없이 생선을 먹거나 채식을 하는 것이다. 무슬림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을 먹는다면 그와 반대로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약 2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8.3%를 차지하고, 2023년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은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약 17%를 차지할 정도로 할랄 식품은 무시할 수 없는 매우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식품 회사들도 무슬림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다. 할랄과 유사한 것으로는 유대인들을 위해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합당한 음식으로 결정된 코셔(Kosher)가 있다. 할랄 또는 코셔 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에 의한 인증이 필요하고, 수출을 위해서는 해당 나라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 세계 최대 이슬람 인구를 가진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할랄 상호인정협약을 체결하여 내년 10월부터는 우리나라 인증기관에서 인증한 할랄 식품을 별도의 인증 없이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동물 보호와 환경 보전을 위해서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먹거리를 가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식사 초대를 할 때 못 먹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고, 비건을 위해 콩이나 버섯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 고기를 준비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권하는 것을 예의로 알고 맛 있으니 한번 먹어보라고 또는 도전해보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있다. 건강 상의 이유든 신념 또는 종교적인 이유든 서로 간의 다름과 취향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채식주의를 지향할 경우 채식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채식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의 경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식물성 영양공급원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필요하다면 식물이나 미생물 유래의 영양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좌절 - 제르맹 드로오헨브로트(Germain Droogenbroodt) 인생에는 좌절이 찾아오는 법이다. 심한 좌절이, 내가 더는 알 수 없을 정도의! —César Vallejo 인생의 나날에는 천장도 없고 음울한 그런 날들이 있지 그 자신의 슬픔에 잠기는. 비록 어느 곳에든 어떻든 피난처와 빛이 있겠지만 항상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다. 출처: '존재의길' 서던애리조나프레스, 2023 SETBACKS There are setbacks in life, so fierce, I don't know anymore! —César Vallejo There are days in life so roofless and gray that in their own sadness they threaten to drown. Although somewhere —how or wherever?— there must be shelter and light but not always in sight. Germain Droogenbroodt from “The Road of Being” Southern Arizona Press, 2023 ◆ 제르맹 드로오헨브로트(Germain Droogenbroodt) = 벨기에의 시인, 에세이스트 및 번역가이다. 그는 20여 권의 시집을 출판하였으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드로오헨브로트의 시는 종종 존재의 본질, 의미 탐구 및 인간의 삶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성격과 선명한 상상력과 음악적인 언어 사용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인도 및 아프리카 시인들의 작품을 포함한 많은 시인의 작품을 번역하였다. 국제 시 번역 및 연구를 촉진하는 문화 기관 IPTR (International Poetry Translation and Research)의 창립자이다. 1985년 몽스시에서의 Grand Prix de la Ville de Mons, 2003년 Nosside International Poetry Prize, 그리고 2015년 Nosside Lifetime Achievement Award를 포함한 수많은 상을 받았다. 또한 30년 이상의 기간 POINT 출판사(POesie INTernational)에서 세계 여러 지역의 현대 시인들의 수많은 시집을 출판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최근 형사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후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선고된 형사사건이 있다. 이를 소개한다. A씨는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게 되었다.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B씨에게 경찰에 “내가 운전을 했다”고 허위진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B씨는 경찰서에 자신이 운전을 했다고 허위진술을 한 후 위 피해자와 합의서도 B씨 명의로 작성을 하여 경찰에 제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 A씨와 B씨 사이가 악화되었고, 이에 B씨는 변심을 하여 실제 운전을 한 자는 A씨이고 본인은 A씨의 사주를 받고 허위 진술을 하였다고 지속적으로 자백을 했다. 그런데도 형사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둘 다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형사소송법 제310조에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피고인이 임의로 자백을 한 경우에 법관이 유죄의 심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보강증거가 없다면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에 위 형사 1심 재판부에서는 B씨가 범죄 사실에 대한 자백을 하는 상황에서도 B씨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피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형사감정결과, B씨 명의로 작성된 교통사고 피해자와의 형사 합의서의 필적이 A씨 것인지, B씨 것인지 불분명하게 나와서 B씨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B씨 본인 자백의 진술도 지속적으로 번복되었기 때문에 신빙할 수 없다는 이유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그리고 A씨는 애시 당초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었고, A씨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A씨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결국 A씨와 B씨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상의 자백 보강 법칙에 따라 A씨, B씨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위 형사사건 2심 재판부에서는 다시 위 허위로 작성된 합의서에 대하여 법원 감정을 진행하여 결과를 바로 잡아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A씨도 결국 자백을 하였음)하여 정의로운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렇다면 왜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이 자백을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일까. 이는 과거부터 여러 이유로 피고인이 허위 자백 또는 강압적인 자백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여 잘못된 재판을 바로 잡고, 형사 피고인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오랜 과거부터 피고인에 대한 인권 침해가 다수 이루어져 왔고, 실무상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의 행사에 사실상 제약이 많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타당한 제도인 것으로 생각된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셋째, 기회 앞에서는 모호하게 행동하지 말자. 당당하자. 직업 생애 중에서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상사나 경영자가 일부러 자신을 발탁할 때에는 반드시 용감하게 나서야 한다. 자립, 자신, 자강의 태도와 업무 능력을 통하여 상사에게 희망을 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자기 발전에 지극히 중요한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용감하게 기회를 포착하여야 한다. 주동적으로 그 ‘수놓은 공’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코 과도한 겸손으로 자아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넷째, 적당하게 자신을 선양하자. 업무 중에 적당한 때에 상사에게 자신이 이미 이루어놓은 성적을 펼쳐 보여줘야 한다. 창신적이 방법과 독창적인 업적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성장 잠재주’이니 자신을 육성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금’과 같은 자신을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판매책이 우회로를 피할 수 있게 한다. 재능이 있으면서도 펼 기회를 만나지 못하는 불운을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자기 자신을 잘 홍보할 줄 알아야 한다. 상사와 ‘친밀한’ 접촉을 통하여 자기의 빛나는 점을 끊임없이 상사 앞에서 번쩍이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는 먼저 자신을 우수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끊임없이 스스로 새로이 창조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책략을 강구하여 겸손하자. 겸허는 열등감이 아니다. 그런데 과도한 겸허는 왕왕 열등의식으로 변한다. 열등의식에 빠진 사람은 업무 중에 상사의 인정을 받기 힘들다. 겸허는 적당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에 주의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겸손하면 나약하게 된다. 조금 겸손하지 못하면 시건방지거나 경망스럽게 된다. 겸허는 상대를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 겸손한 상사나 경영자에게 적절하게 겸손하면 상사의 공감을 얻어내 호감을 살 수 있다. 자신감이 넘치고 선양하기를 좋아하는 상사나 경영자에게 당신의 겸손은 무능하다고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여섯째,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적당한 시기에 독특한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 자기의 중요한 가치를 나타내어 자기만의 ‘황금’을 때때로 빛을 발하게 하여야 한다. ‘함축’적으로 ‘지하’에 묻어 놓아서는 안 된다. 겸손도 좋고 자신감도 좋다. 모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우수한 인재는 개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 용감하고 강하다. 겸손은 개인이 성장하는 데에 보조 추진 장치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적당한 자아 발양도 자기 발전의 단계를 높여 준다는 것도 명백하게 알아야 한다. 그렇게 자신이 출류발췌, 같은 무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발휘해나가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 지나치게 겸손하면 위축된 생활을 하게 된다. 매일 “전전긍긍하게 되고 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 살게 된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이상은 물거품이 된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자주 겸손하니 부끄러움’은 뜻이 궁한 것이다.” 무슨 말인가? 변덕스러운 사람은 누구를 따라야 할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 좋을지 모르게 만든다. 뜻을 실현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자기의 뜻을 실현시킬 생각이라면 생활의 자세한 부분에 주의하여야 한다. 일하는 데에 시종일관 하여야 한다. 변덕스러워서는 안 된다. 일할 때는 철저히 끝을 내어야 한다. 물론 훌륭하게 끝을 내는 것은 더 좋다. 한나라 때 유향(劉向)의 저작 『열녀전·모의(母儀)』의 기록이다 : 어릴 적 맹자 이야기이다. 어느 날 어린 맹자는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맹자 어머니는 베를 짜고 있다가 물었다. “공부, 어땠니?” 맹자가 답했다. “어제와 같았어요.” 어머니는 맹자의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칼로 짜던 베를 잘랐다. 맹자가 까닭을 묻자 어머니는 간곡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공부는 베를 짜는 것과 같다. 한 촌 한 촌이 모여 한 척이 되고 한 척 한 척이 쌓여 한 장이 된다. 네가 향상하려 하지 않은 것이 내가 이 짜던 베를 자르는 것과 같다!” 맹자는 문득 모든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공부하였다. 마침내 유명한 사상가, 교육자, 문학가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양한 인생 역정을 가지고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보자. 모든 일을 완전하게 했는가? 후회는 없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 어떤 일을 하는데 우리 능력을 벗어났다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하여도 정상을 참작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 능력이 닿는 범위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면 유감이다. 그것 때문에 중도에서 그만두는, 변덕스러운 습관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가장 염려되는 일이다. ***** 巽卦 ䷸ : 손위풍(巽爲風) 손(巽: ☴)상 손(巽: ☴)하 손(巽)은 조금 형통하니, 가는 것이 이로우며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巽,小亨,利有攸往,利見大人.) 구이는 겸손함이 상(牀) 아래에 있으니, 사관(史官)과 무당을 쓰기를 많이 하면 길하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九二,巽在牀下,用史巫紛若,吉,无咎.) 「상전」에서 말하였다:“자주 겸손하니 부끄러움”은 뜻이 궁한 것이다.(象曰,頻巽之吝,志窮也.) 상구는 겸손함이 상(牀) 아래에 있어서 물자와 도끼를 잃으니, 곧음에 흉하다./ 상구는 겸손함이 상(牀) 아래에 있어서 물자와 도끼를 잃으니, 곧더라도 흉하다.(上九,巽在牀下,喪其資斧,貞,凶.) [傳] 손괘(巽卦)는 「서괘전」에서 “나그네가 되어 받아들일 곳이 없기 때문에 손괘로 받았고 손(巽)이란 들어감이다”라고 했다. 나그네가 되어 친한 사람이 적으니 공손하고 유순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진실로 공손하고 유순할 수 있다면 비록 곤궁한 나그네 일지라도 어디를 간들 들어갈 수 없겠는가? 손괘가 여괘(旅卦) 다음에 오는 까닭이다. 괘는 하나의 음이 두 양의 아래에 있어서 양에게 공손하고 유순하니, 이 때문에 손괘가 됐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당신은 숙녀입니다 - 안젤라 코스타(Angela Kosta) 숙녀 여러분, 연약한 순교자, 속삭임이 없는 잃어버린 길에서 돌아와, 더러운 삶에 필사적으로 울부짖고, 피눈물, 고통받는 영혼을 지닌 손톱 긁힌 몸; 숙녀 여러분, 일어나세요! 당신 안에 있는 "여신"을 부정하는 모든 것을 멀리하십시오. 인내와 폭력의 경계를 넘어 빛바랜 베일을 벗겨내세요. 어둠의 영원한 가면; 당신에게 합당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입술에 촉촉한 미소; 숙녀 여러분, 다시 살아가세요! 머리를 들어보세요 생명의 힘을 쥐고 주먹을 펴세요. 다시 피어 노래를 부르세요… 미소를 지으세요… 증오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려보세요. 숙녀 여러분! 당신은 훌륭해요 당신은 독특합니다 당신은 거룩해요.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요! YOU ARE A LADY... (By Angela Kosta) You ladies, A fragile martyr, Return from the lost path where there is no whisper, Desperate crying of dirty life, tears of blood, nail scratched bodies having distressed soul; You ladies, Rise! Stay away from everything that negates the "goddess" in you; Cross the border of patience and violence Tear off your faded veil. The dark eternal mask; Free yourself from people who don't deserve you, your moist smile on the lips; You ladies, Live again! Raise your heads Open fists holding the power of life; Bloom again to sing…. Smile…. Enjoy your freedom coming out of the prison of hatred. You ladies! You are great You are unique You are holy; Enjoy and live happily! ◆ 안젤라 코스타(Angela Kosta) = 1973년생으로 알바니아의 엘바산(Elbasan)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이탈리아와 모국인 알바니아에서 출판된 다양한 소설, 시집, 동화의 저자이다. 그녀는 1995년부터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번역가, 시인, 작가, 홍보 담당자이자 Albania Press 신문의 부편집장이다. 그녀는 칼라브리아 라이브 신문 (Calabria Live Newspaper)에 기사를 쓰고, – 예술과 문화의 세계 국제 비월 잡지 "Le Muse"를 위해 이탈리아 시인들의시를 알바니아어로 번역하고, 이탈리아 알바니아 신문 "Le Radici-Roots"에서 이탈리아 역사가와 학자 및 알바니아 학자의 다양한 기사를 번역한다. – 국제 문학 잡지 "Saturno Magazine"에 글을 쓰고 있으며 알바니아 신문 "Gazeta Destinacioni", Alb – Spirit, Word, Approach과 잡지 "Orfeu – Pristina" 등에 기사와 시를 쓰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최근에 상담하였던 사건이다. 편의상 내용을 일부 각색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의뢰인은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였는데, 허리를 다치게 되어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치료 이후 사고 부위인 허리는 이제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전신에 견딜 수 없는 정도의 통증이 지속되어 여러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아보았다. 의뢰인은 예전 교통사고의 후유증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의사들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계속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도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전신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일단 통증이 생기면 너무 고통스러워 서있을 수조차 없어 일상생활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의뢰인은 이러한 후유장애를 근거로 가해차량의 보험회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싶은데 사건을 맡을 수 있는지 문의하였다. 나는 사건을 맡지 못하겠다고 하였고, 그 이유는 과거 교통사고와 현재 전신통증의 연관성, 즉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의뢰인은 과거 교통사고도 사실이고,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전신통증도 사실이며, 그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담당의도 인정하고 있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였다. 문제는 소송절차에서 교통사고와 전신통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신체감정을 받는 부분이다. 신체감정을 통하여 인과관계에 대하여 인정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에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맡기 어렵다고 추가적으로 이야기 해 주었다. 의뢰인이 겪고 있는 후유장애인 전신통증을 의학적으로는 ‘신경병증성 통증’이라고 부르며, '통증을 지속시키는 기전이 중추신경계나 말초신경계의 체감각성 과정의 이상으로 기인된 어떤 종류의 급성 또는 만성병적 통증증후군'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 주요 증상은 ‘전신통증, 이로 인한 수면장애 및 정서장애, 우울증, 사회적응력 저하’이며, 그 병인으로는 ‘당뇨병, 영양 불균형, 알코올, 항암화학요법, 감염, 자가 면역, 신경외상 등’ 다양한 원인들이 환자별로 개별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기관이라는 것은 유기적으로 연관된 것이기에 한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부분에도 충분히 이상이 생길수도 있다. 비록 의뢰인의 허리 부상은 완치되었지만 사고 과정에서 손상된 신경계가 치료 이후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전신통증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증거가 되지 않으며, 전문가의 견해를 담은 ‘신체감정서’가 증거로 쓰여 소송의 결과를 좌우한다. 그 중요한 ‘신체감정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확신할 수 없다. 허리 부상이라면, 허리에 통증이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허리를 다쳤는데 전신이 아프다고 하면, 이러한 인과과정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교통사고 이후 통증이 다른 부분으로 옮겨질 수 있고, 현재 그러한 통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많은 교통사고 환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신체감정서’가 필요하다. 실제 후유장애에 관하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상대방인 보험회사는 교통사고와 전신통증과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답변한다. 그러면 소송에서 원고가 된 의뢰인에게 입증책임이 생기며, 교통사고와 전신통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한 입증을 위한 주요한 방법으로서 ‘신체감정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공정성을 위하여 법원에서는 치료한 병원을 감정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치료한 병원에서는 그동안 환자로서 형성된 관계가 있으니, 사실이 아님에도 교통사고와 전신통증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의뢰인이 담당의를 통하여 교통사고와 전신통증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신체감정을 맡아 감정서를 작성하는 의사는 다른 사람이기에 감정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만약 의뢰인이 당뇨병이나 뇌경색 등의 다른 질병을 앓고 있다면 이러한 질병을 기왕증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기왕증이 호르몬이나 혈관 등에 영향을 주어 중추신경계나 말초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의뢰인이 후유장애라 생각하는 전신통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되어 감정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법정에서 대기하다보면 다른 재판을 방청하게 되는데, 유사하게 후유증으로 인한 전신통증이 문제가 되는 재판에서 감정인으로 지정된 의사들이 재차 감정을 거절하여(아무래도 감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피해자 측에서 입증이 어려워져 소송대리인이 재판부에게 입증의 곤란함을 호소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전신통증을 느낀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의 문제도 숨어 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치료를 받다가 별다른 차도가 없다가, 주변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3년의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당사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일지라도, 그 사실이 재판에서 인정되는 것에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들이 있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 손괘(巽卦) 손(巽)은 순종, 비천이다. 겸허는 필요하다. 그러나 과한 겸허는 순종, 비천하게 된다. 순종하는 게 있고 비천하게 되면 노예 성품이 생기게 된다. 창조성이 없어지며 성과를 이룰 수 없다. 포부가 없어지게 된다. 과도한 겸손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겸허는 물론 좋다. 그러나 과도한 겸허는 나약함이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를 선택할 때 어떤 때에 겸허하여야 하고 어떨 때에는 선양하여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축성 있게 대처하여야 한다.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자신이 개인 직업 발전에 최고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겸손함이 상(牀) 아래에 있어서 물자와 도끼를 잃으니, 곧더라도 흉하다.” 무슨 말인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고 고분고분 하는 것이 극에 달하여 침대 아래까지 굽히면 생계를 도모해야 할 자본을 잃게 되고 강인한 본성을 잃게 되기에 결과적으로 흉험하다. 사람은 강한 면도 있고 약한 면도 있다. 강하고 부드러운 두 가지에 조화를 이루어야 인생의 큰길에서 어디에 가서 승리할 수 있다. 사람이 강한 일면을 일단 잃어버리면 나약하고 무능하게 변해 버린다. 과도한 겸손은 강한 성품을 잃게 되어 비굴하게 된다. 열등의식에 빠져버린다. 열등의식이란 자아를 너무 지나치게 부정하면서 생성된, 남보다 못함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정서적 체험이다. 자기의 능력, 학식, 품격 등 자신의 요소를 너무 낮게 평가하면서 나타난다.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연약하면 비교적 강한 자극을 견디어 내지 못한다. 너무 신중한 나머지 소심하게까지 된다.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이어서 자주 의심하는 심리가 생겨난다. 행위가 위축되고 앞뒤를 너무 재어 우유부단하게 된다. 열등의식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고 다양한 신분에서도 나타난다. 재덕(才德)이 평범한 사람도 일생 중 ‘눈부신 성과’와 ‘뛰어난 점’이 도드라져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왕왕 “속세를 달관”하거나 “속세의 덧없음을 깨닫는” 감탄을 쉽게 발하여 “흐르는 물 떨어지는 꽃에 봄이 간다”1)와 같이 어찌할 수 없다는 심리를 표출한다. 심지어 비관적 실망을 인생의 기조로 삼기까지 한다. 전력을 다하여 분투해 사업에 성공하고 빛을 발했지만 이후에 ‘성공’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걱정하여 앞길이 막연하고 ‘세상 모든 현상은 공허하다’는 애탄에 쉬이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겸허는 겁 많고 나약한 것과 같음표가 아니다. 심지어 겸허는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대할 때 하는 행위다. 겸허의 척도는 알맞게 파악하여야 한다. 모태동(毛澤東)이 말한 적이 있다. “지나친 겸허는 교만함과 같다.” 그렇지만 사실적으로 말하면 지나친 겸허는 나약함과 같다. 겸허의 품격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평가 위에 체현 되어야 한다. 자기 앞에 놓인 사람과 일에 대해서 겸허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겸허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공경하면서도 스스로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예절은 있어야 한다. 자기의 재능을 믿고 남을 깔보지도 말고 자신을 멸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겸허다! 어떻게 해야만 겸손이 지나치지도 않고 지극히 적당하게 할 수 있을까? 첫째, 공구를 적당하게 운용하자.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금강찬(金剛鑽)이 없으면 도자기 수리를 맡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일을 착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금강찬’을 구비한 후에야 인생의 길을 걸으면 좋은 상품이 잘 팔리듯 인기를 누릴 수 있다.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 얘기하면 된다. 허풍 떨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도 말자. 이런 관계가 시간의 검증을 가장 잘 견디어 낼 수 있다. 그러한 서로의 관계가 일단 형성되면 당신은 기쁘고 즐겁게 된다. 업무 효율과 업무 생산력도 시간에 따라 변할 것이고 하루하루 발전해 나갈 것이다. 둘째, 겸허한 태도를 보여주자. 상사가 당신을 과장하며 칭찬할 때 자신은 상사에게 배울 점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동료가 당신을 찬양할 때면 성적을 내는 데에는 상대방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어야 한다. 부하가 당신을 봉찬할 때에는 좌우 양쪽 팔이 병립해 호응해야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발전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마음속으로 명확하게 알고 입으로 정확하게 표현하여 상대방에게 당신의 성실함을 알게 하여야 한다. 늘 당신의 겸허한 태도를 표현하라. 그러면 당신은 상사의 찬동, 동료의 감탄, 부하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1) ‘낙화유수(落花流水)’,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란 뜻이다. 가는 봄의 풍경을 묘사한 말이다. 뜻이 확대돼 힘이나 세력이 쇠퇴해가는 것을 비유하는 의미로 쓰인다. 당나라 때 이군옥(李群玉)이 은사 진련사(秦煉師)가 잠공산(岑公山)으로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면서 쓴 시 「봉화장사인송진련사귀잠공산(奉和張舍人送秦煉師歸岑公山)」 마지막 구절 ‘낙화유수원리금(落花流水怨離襟 :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 떠나가는 게 원망스러워)’에서 유래하였다. 오대 때 남당(南唐) 이욱(李煜)의 사(詞) 「낭도사(浪淘沙)」에도 ‘유수낙화춘거야,천상인간(流水落花春去也,天上人間 : 흐르는 물 떨어지는 꽃에 봄이 가니 하늘의 인간 세계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