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 곽자의(郭子儀)는 분양왕(汾陽王)에 봉해졌다. 왕부는 수도 장안의 친인리(親仁里)에 건립하였다. 건양 왕부가 낙성한 후 매일 대문을 열어두고 사람이 자유스럽게 왕래하도록 했다. 곽자의는 부중 사람에게 그 일에 관여하지 말도록 했다. 어느 날, 곽자의 휘하 장수가 임지로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하러 왕부로 갔다. 안채로 건너가니 때마침 곽자의의 부인과 딸이 단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곽자의가 곁에서 시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내와 딸이 곽자의에게 수건을 건네주라면 건네주고 물을 떠오라면 물을 떠다주었다. 왕야(王爺)를 노복 부리듯 했다. 그 휘하 장수는 당시에 감히 곽자의를 조롱하지 못하고 귀가한 후에 참지 못하여 집안사람에게 말했다. 한 입 건너고 두 입 건너, 소문이 날개 돋친 듯 퍼져 나갔다. 그 일은 금방 온 경성에 퍼져나가 경성의 모든 이들이 그 일을 알게 됐다. 곽자의는 그 말을 전해 듣고서도 개의치 않았지만 아들들은 왕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하였다.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들들은 서로 약속해 함께 아버지를 찾아가 다른 왕부와 마찬가지로 대문을 닫고 관계없는 자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요청하였다. 곽자의는 아들들의 요청을 듣고서도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자 몇몇 아들들이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부왕께서는 공이 혁혁합니다. 천하의 사람들이 부왕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왕께서는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계십니다. 상관없는 사람조차 아무렇게나 안채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상나라의 어진 재상 이윤(伊尹), 한나라의 대장 곽광(霍光)도 부왕처럼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곽자의는 아들들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거두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대문을 열어두고 아무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것은 헛된 명성이나 헛된 명예를 좇으려는 게 아니다.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온가족의 목숨을 보전하려고 그런 것이다.” 아들들은 놀랍고 의아해 하면서 급히 그 까닭을 물었다. 곽자의는 탄식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우리 곽가의 혁혁한 명성과 위세만 보고 있다. 이 명성과 위세를 상실할 위험은 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분양왕에 봉해졌으니 앞으로 나아간다 하여도 더 얻을 부귀는 없다. 달도 차면 기운다. 차면 넘치는 법이다. 지나치게 흥성하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필연적인 도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창 전성기일 때 결단성 있게 물러나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조정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물러나게 하겠느냐. 게다가 물러난다고 하여도 우리 곽가 1천여 사람이 은거할 지역을 찾을 수 있겠느냐. 지금은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형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왕래를 끊으면 우리 곽가와 원한은 맺은 사람이 우리가 조정에 이심을 품고 있다고 무함하기 시작하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듯 엎친 놈 위에 덮치게 되는 법이다. 어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을 방해하는 소인이 화를 돋우는 말을 덧붙여 억울한 사건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곽가 9족이 죽어도 묻힐 곳이 없게 된다.” 곽자의가 왕부 대문을 항상 열어두는 것은 관리 사회의 음흉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자의가 뛰어난 정치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덕행을 쌓고 수양하여서 여러 복잡한 정치 환경을 견디어 낼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필요할 때에 이익의 일부분을 희생하더라도 온가족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던 까닭이다. 『주역』은 말한다. “달콤하게 절제하니 길하고, 가면 가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기꺼이 절제하면 길하다. 그런 자세를 견지해 나아가면 상을 얻게 된다. 어떤 일이든 조금 절제하기만 하면 늘 좋게 된다. 홍응명의 말이 맞다.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그 것을 가까이 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 깨끗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1) 사람을 유혹하는 영화부귀와 손을 델만큼 뜨거운 권세, 명리를 대면해서도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품격은 고결하다. 부귀와 권세, 명리에 접근했으면서도 사치스럽게 낭비하는 습성에 감염되지 않는 품격은 더 고결하다. 교묘한 수단으로 기회를 틈타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권모술수를 부리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 고결하다. 그런데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가장 고결하다. 그렇다. 영화부귀가 있으나 그것에 미혹되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사람은 모욕당하지 않는다. 평안무사하게 살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 단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시각각 자신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적당한 정도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절제를 알게 되면 중요한 때에 자신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다. ***** 節卦 ䷻ : 수택절(水澤節) 감(坎: ☵)상 태(兌: ☱)하 절은 형통하니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다.(節,亨,苦節,不可貞.)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음”은 그 도가 다했기 때문이다.(苦節,不可貞,其道窮也.) 「상전」에서 말하였다 :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節)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수와 법도를 제정하고 덕행을 의론한다.(象曰,澤上有水節,君子以,制數度,議德行.) 구오는 달콤하게 절제하니 길하고, 가면 가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九五,甘節,吉,往有尙.) 「상전」에서 말하였다 : “감미롭게 절제한 길함”은 있는 자리가 가운데이기 때문이다.(象曰,甘節之吉,居位中也.) [傳] 절괘(節卦䷻)는 「서괘전」에서 “환(渙)은 흩어지는 것이다. 사물은 끝까지 흩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사물이 흩어지고 나면 절제하여 멈추어야 하니, 절괘가 그래서 환괘 다음에 있다. 괘의 모양은 못 위에 물이 있다. 못의 용량은 한계가 있어 못 위에 물이 가득하면 받아들이지 못하여 절제가 있는 상이기 때문에 절괘이다. 1) 勢利紛華,不近者爲潔.近之而不染者爲尤潔.智械機巧,不知者爲高.知之而不用者爲尤高.(『菜根譚』)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류 역사 상 먹거리와 관련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냉장고라고 답할 것이다. 냉장고의 발명으로 인류는 먹거리를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식중독의 위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인류가 먹을 것을 사냥하고 채집하는 시기를 지나 가축을 사육하고 농사를 짓게 되면서 식량 확보가 잘 되던 때에도 가장 큰 고민거리는 먹거리를 어떻게 하면 오래 저장할 것 인가였다. 먹거리가 풍족한 때 모아두었다가 부족한 시기에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인류에게는 큰 숙제였다.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식품을 오래 저장하기 위해 동굴이나 지하창고를 이용했는데 이 역시 장기간 저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힘들게 얻은 먹거리가 저장 과정에서 부패하여 먹을 수 없게 되는 일이 많았고, 버리기 아까워서 섭취하였다가 식중독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도 발생하였다. 이에 인류는 식품을 안전하게 오래 저장하기 위해 건조, 소금 처리, 발효 등의 방법을 찾아내었다. 식품을 상하게 하는 것이 미생물(세균, 곰팡이)이라는 것을 모르던 때에도 수분이 많으면 식품이 쉽게 부패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하였다. 미생물도 살아남으려면 사람처럼 물이 필요한데 건조를 통해 물을 제거함으로써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놓거나 햇볕에 말리는 방법이 일반적이었고, 연기를 쬐어서 살균하면서 건조시키는 훈연법도 사용되었다. 채소를 말린 것에는 시래기, 우거지, 무말랭이 등이 있고, 고기를 말린 육포, 생선을 말린 굴비와 마른 멸치 등이 먹거리로 애용되어 왔다. 건조한 먹거리는 오래 저장할 수 있으나 신선도가 떨어지고 질감이 딱딱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따라서 수분은 유지하면서 유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용한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 식품이 만들어졌다. 수분이 충분하면 해로운 미생물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발효식품들은 소금을 넣어 발효를 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추에 있는 물이 빠져나가 숨이 죽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소금 농도가 높으면 삼투압 때문에 미생물로부터 물이 빠져나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자반고등어와 같이 소금 함량이 높으면 미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지만 적정량의 염분에서는 삼투압에 잘 견디는 미생물은 살아 남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효 미생물에 비해 유해한 미생물들은 염분에 약하기 때문에 적정량의 소금을 넣어 발효시키면 식품을 오래 저장할 수 있고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용한 물질까지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김치, 된장, 젓갈과 같은 우리 전통의 발효 식품은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금(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단점도 가진다. 부드러운 질감은 유지하면서 소금을 과량 넣지 않는 장기 저장법으로 인류는 통조림을 발명하였다. 통조림은 식품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게 해주어 식량 낭비를 줄임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식품을 손쉽게 운송 및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통조림의 소비기한은 과일 통조림은 2~5년, 참치 통조림은 3~7년으로 매우 길다. 보존료라고 하는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오래 저장할 수 있는데 제조 공정에서 공기를 제거하는 탈기와 밀봉 과정을 거쳐 살균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통조림은 원료를 익혀서 넣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고, 살균으로 미생물을 죽이므로 살균 과정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통조림에 들어가는 화학 식품첨가물과 장기간 보관 시에 유출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조림의 소비기한이 5년이라는 것은 밀봉한 상태일 때를 얘기하는 것이지 개봉한 통조림을 5년간 먹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개봉하면 그 즉시 외부에서 미생물이 유입되고 통조림에는 미생물이 좋아하는 영양성분과 수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빨리 부패할 수 있다. 따라서 개봉한 통조림은 빨리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먹거리 중에 냉장이나 냉동 식품은 바로 냉장고로 들어간다. 채소, 육류, 어류, 달걀과 같은 신선 식품들은 대부분 구입 후에 냉장 보관한다. 이외에 보존료를 첨가한 가공 식품이나 건조 식품들은 실온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수분이 많지만 보존료를 넣지 않고도 실온에 보관 가능한 식품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살균 처리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통조림과 레토르트 식품(특수 포장재로 만든 주머니에 식품을 넣고 밀봉한 후에 고온에서 살균한 식품)이 고압증기로 살균 처리된 것이다. 레토르트 식품은 소비기한이 보통 1년 정도로 길지만 살균 방법에 따라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도 있으니 표시된 보관 방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유의 경우에는 주로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택적 살균 방법이 적용된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일반 우유는 130도 이상에서 2초 이상 살균한 것으로 유해한 미생물을 죽이지만 유산균 등의 일반 미생물은 일부 살아 있기 때문에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저온장시간 살균 우유는 63도에서 30분간 살균한 것으로 유해 세균은 죽지만 유산균이 살아 남기 때문에 냉장 유통 및 보관해야 한다. 이 밖에 균이 유익한지 해로운지에 상관없이 모두 죽이는 것이 목표인 멸균 우유도 있다. 사각 팩에 들어 있는 멸균 우유는 135도 이상(또는 제조사에 따라 132~150도)에서 3초 이상 멸균한 것으로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도 10주 정도로 매우 긴 편이다. 우유의 살균 온도에 따라 영양 성분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선호도에 차이가 있다. 일반 우유 또는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살균 제품은 유해 세균이 없더라도 일반 세균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래 두면 부패할 수 있어 소비기한 또는 유통기한 내에 제품을 먹어야 한다. 또한 완전 살균(멸균) 제품이라 하더라도 살균 과정에서 모든 미생물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제품의 성분이 변하거나 지방 성분이 산패되어 맛과 향 등의 품질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는 소비기한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고가 더욱 편리해지고 기능도 좋아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너무 믿는 경향이 있다.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종류의 유해 미생물들은 냉장고 안에서도 살아 남는다. 이미 식품에 미생물이 묻어 있다면 냉장고 안에 다른 먹거리까지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 너무 오래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냉장고의 냉장 온도는 4도 이하,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하는데, 특히 여름철에 냉장고 안이 음식으로 가득 차있고 자주 열고 닫게 되면 냉장 기능이 떨어져서 유해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생선이나 육류는 냉장에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고, 채소류도 일주일 안에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오염된 식품의 유해 미생물이 다른 식품으로 옮겨가는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냉장고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세척하여 냉장실 하단에, 육류와 어패류는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실 중간에, 자주 꺼내 먹는 반찬류는 잘 밀폐하여 냉장실 상단에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 교차오염의 위험성이 큰 달걀은 다른 먹거리와 분리하여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있다. 냉동실도 육류와 어류는 하단에 보관하고, 오래 보관할 식품은 냉동실 안쪽에 넣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철에도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냉장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미심쩍은 식품은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에 오염된 식품을 냉장이나 냉동했다 하더라도 없앨 수 없다. 따라서 식중독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을 잘 씻고, 오래된 식품은 먹지 않고, 물은 끓여먹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먹는 일반적인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날로 먹는 음식이라면 원료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오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사용하는 도마나 칼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바람의 길 나는 보았네 바람의 뒤편에 서서 우주의 한 점이 마침내 여럿이 돼 흩어지는 것을, 결국 그것은 근원, 모두 네 개의 아톰 우주의 실체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네. 보여주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것 어떤 이들은 그것을 숨기려고 하여 발버둥쳐도 그럴 수가 없었네. 하지만 화가는 엠페도클레스가 되어 물, 불, 에테르, 흙을 캔버스의 대지에 가득채웠네. 우리 사랑과 불화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여 지금은 백 여개 원소의 이름으로, 마침내 황톳빛 세상을 완성했네. 온 누리에 바람이 불어 이제 비로소 인간을 지배했던 어둠의 세력들의 합의된 그 권력은 불안에 떨며 불씨 꺼지듯 서서히 블랙홀로 사라지고 있네 그 하늘에서 저녁이면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들이 나오자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마침내 마음의 길잡이가 되었네. 언제부터인가 모두에게 기쁨이 흘러나오네 중세의 하늘을 감쌌던 공포가 고작 인간이 만든 음모였다니 태초의 말씀을 믿는 자들이 아무리 영험한 기도를 올린들 하늘은 알 리가 없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뭉쳐진 존재의 비밀, 세계의 실체가 이 한 점에서 시작되었네. 살아있을 때 사람들은 부분만을 응시했지만 죽어서는 세상 모두를 바라보는 수 많은 눈이 되었네. 진리는 당연한 것, 불변하는 것도 없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네. 이 우주, 당신의 고향에선 여전히 바람이 불고 사람들은 모두가 거기 바람의 냄새를 그리워하네. 아아 세계는 사랑과 불화의 관계로 이루어진 까닭에 어느 것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데 혼돈과 조화는 하나이면서 둘, 둘은 한 몸이 돼 아름다운 동행 그 회귀의 길을 영원히 가겠네 문득 바람의 뒤편에 화가가 있어 사물과 땅과 바다가 이어진 제주 바람이 불어가는 하늘 너머에서 그의 그림자를 보았네. 화가는 위대한 땅의 기억을 남기며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 서서 바람의 붓으로 영원 회귀의 한 점 우주를 그리고 있었네, 두 개의 시간 모든 예술가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있다. 하나의 시간은 실존의 시간이요. 다른 하나는 이 세상에 없는 시간이다. 실존의 시간은 내 앞에 있는 시간이고, 피안의 세계로 가버린 자의 시간은 부재의 시간이다. 한 예술가에게 두 개의 시간은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실존의 시간에서는 존재자 자신이 관여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떠나버린 자의 시간에서는 이름만 남을 뿐 모든 것이 남은 자들의 몫이 된다. 나의 이름은 하나이지만 두 개의 시간에서는 그 이름도 다르게 쓰이는 것이다. 실존의 예술가에게는 모든 것이 현존재인 내 앞에서 일어나고 내가 관여할 수 있으며,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의 지위를 누리고 가치관의 자부심도 가질 수 있으며, 능력대로 실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의 명예도 스스로 자신의 노력해서 쌓은 것인데 사소한 자존감도, 무거운 주체성도, 일시적인 자격지심도 마음대로 가질 수 있었다. 반면에 떠나버린 자에게는 그 어떤 것도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스스로 쌓은 명예나 작은 욕망도 지닐 수가 없어서 남은 자의 처분에 맡겨버린 신세가 된다. 행여 이름을 드높인 것은 자신이었지만, 결국 이름을 높이거나 혹은 내리깎는 것은 남은 자의 몫이 된다. 자신의 쏟은 시간은 언제나 순간일 것이고 맡겨진 시간은 영원할 수도 아니면 눈깜짝하는 찰나일 수가 있을 것이다. 시간은 영원하지만 시간을 타고 가는 인간은 영원하지가 않다. 그래도 우리 인간은 오롯이 영원을 꿈꾼다. 예술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순간과 영원속에서 이 두 개의 시간에 산다. 무릇 인생이 찰나라면, 죽음은 영원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죽음 자체는 영원하지만, 죽은 후의 기억 자체는 찰나가 된다. 영원을 사는 방법은 그 기억을 지배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기억을 지배하는 것이 역사에 남기는 것이라면, 실망하지 말라. 우리에게 영원한 기억은 없다. 당신은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지난 어느 시간까지 기억할 수 있는가? 네안데르탈인, 아니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중 누구 한 사람의 이름이라도 기억할 수 있었던가? 또, 아니면 시대를 내려서 탐라국 시대의 어느 누구를 기억할 수 있으며, 불과 몇 년 전의 기억도 못하는 우리에게 하나의 소망일 뿐인 것이 바로 영원에 대한 환상이다. 영원의 가장자리 영장류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에게 없는 담론이 있는데 그것은 기념비성을 갖는 것이다. 기념비성은 영혼의 절규일 것이다. 망자의 시간은 빨리가고 쉽게 잊혀진다. 내 앞에 없는 존재는 현실에서 멀어진다. 세익스피어 말대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잊혀지지 않기 위해 기념비성이라는 이념을 찾아냈다. 기념비성은 의례와 함께 존재한다. 기념비성이란 자신을, 또는 누군가를 기억하고자 하는 추앙, 기념, 위안, 표상, 격려, 축하, 감사(感謝), 표창, 찬양, 애도, 예배, 해원(解冤) 등 매우 특별한 형이상학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인가 남기는 행위도 영원의 가장자리로 가려는 인간의 노력이며, 작품을 전시하는 노력도 영원을 향한 한 순간의 의례 행위일 것이다. 죽도록 살고자 하는 것이 원초적 본능이라면 죽음으로부터 끝까지 벗어나고자 하는 것도 생명이 벌이는 영원회귀로의 본능일 것이다. 변시지 바람의 행로 변시지(1926~2013)는 서귀포시 서홍동 출신으로 1931년 여섯살에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하나(花園) 고등학교와 1942년 오사카 미술학교 서양화가를 다녔다. 이때 한국인 학생으로는 백영수, 제주 학생으로는 조천 출신 송영옥, 다호 출신 양인옥이 있었다. 1945년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가 데라우치 만지로(寺內博治郞) 문하에 들어갔다. 데라우치 만지로는 이레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역임한 중견 화가였다. 이 데라우치 만지로의 후광을 얻어 일본 광풍회에서 수상하며 입지를 굳힐 수 있었고, 젊은 나이에 광풍회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후 변시지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57년 11월 15일 돌연 한국으로 영구 귀국을 하게 된다. 그 시기 일본은 한창 태평양전쟁 패망의 재건과 법제 정비를 벌이던 중이었고 곧이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유엔 전쟁물자 특수를 누리는 경제재건의 토대가 마련되던 시기였다. 변시지는 일본의 태평양 전쟁으로 패망을 복구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국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는 자리로 옮겨왔다. 변시지는 격동기 두 나라의 전후 재건 시기를 겪었다. 전후 한국 사회는 도시 재건에 정신이 없던 터라서 서울은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변시지는 귀국 후 1958년 서울 화신백화점 화신화랑에서 제4회 유화 회고전을 열었는데 이 전시가 자연스럽게 귀국 발표전이 되었는데 제주를 떠난 지 24년 만의 일이다. 그후 1960년 서라벌 예대 미술과 학과장으로 초빙되고, 이 해에 이학숙 여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 시점에서 다시 제주도에 내려 오기까지 서울 생활은 딱 20년이 걸렸다. 그 간에 변시지는 덕수궁 비원을 자주 찾아가서 몇몇 동료들과 함께 그곳의 풍경을 그렸는데 이들이 바로 비원에서 같이 그림을 그렸던 손응성, 이의주, 임호, 장리석, 천칠봉 등이다. 변시지는 몸이 불편했던 관계로 도시 속 자연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또 화구들을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없어서 비원에 있는 정자 다락에 화구들을 올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선호했다. 고궁 중에 특히 덕수궁 비원을 찾았던 이들을 가리켜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속칭 비원파라고 칭했는데, 그로부터 그들을 하나의 유파처럼 부르게 된 것이다. 이 때 변시지는 매우 충실한 사실주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세필의 터치가 매우 섬세한 나머지 나뭇잎을 숫자 세듯이 그려나간 듯 했다. 향수를 느끼다가 고국에 돌아온 탓일까. 물빛은 고요하고 그 물에 어리는 애련정의 자태가 매우 곱다. 적막이 흐르고 나무를 처음 본 듯이 어름쓸며 조심조심 숨을 죽인 표현이 눈에 띈다. 이번 변시지 타계 10주기 특별전에 <애련정>이 바로 그런 터치의 유형이었다. 이 <애련정>은 일본 광풍회 출품작이었다. 변시지는 비원의 사계절을 무척 좋아했다. 서울 도심 가운데 가까운 곳이면서 한국 왕실 정원의 자연미가 돋보이면서 한국미의 매력을 한 몸으로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변시지는 비원 풍경과 창경궁 등 사계절 다니면서 다양한 마치 화풍을 개척하듯 실험처럼 그림들을 그렸다. 이를 테면 고궁 시리즈로, 1963년 <창경원>, 1964년 <가을 비원>, 1965년 <가을의 애련정>, <부용정>, <겨울 향온정>, 1966년 <반도지>, 1967년 <경복궁 풍경>, 1969년 <가을 부용정>, 1970년 <경회루>, <설풍경(雪風景)>, <애련정>, <가을의 비원>, 1972년 <창덕궁>, 1974년 <가을 반도지(半島池)>, 1975년 <비원> 등이 있다. 급기야 서울에서도 고향 제주의 바람은 지독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람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겨나고 있었다. 귀국 후 초상화를 그려주었던 인척뻘 되는 변시민이 제주대학 학장으로 취임하면서 상황이 변한 것이다. 1975년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비원 풍경을 그리고 있을 때였다. 이때 작품들은 일본에서의 그림들이 마티에르를 살리면서 굵고 텁텁한 느낌의 화풍이었는데, 이와는 사뭇 다른 맑고 경쾌한 새로운 풍경화였다. 어쩌면 서울의 고궁 풍경은 무리수를 둔 군부의 집권과 함께 덩달아 부상했던 민족주의 붐과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1970년대는 한편으로 서구 추상미술이 한창 기세를 떨쳤고, 또 한편에서는 서서히 외세주의 미학의 폐해에 대항하는 한국미를 탐색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나와 내 인생 - 상카르 고쉬(Sankar Ghosh) 아마도! 인생은 돌아오지 않겠지! 지나간 날들을 돌이킬 순 없겠지 그리고 깊은숨은 도둑처럼 사라졌지 그녀의 긴장된 입술 사이로 새나간 숨결. 우리가 꿈 아래에서 노래하는 방식! 우리가 예전에 노래하던 방식이지. 무한한 먼 미래를 향해: 두 기둥 사이. 가장 깊고 높은음으로 현을 연주하라. 혹은 루비 레드로 몽환적인 이야기를 그리거나, 이제 부드러운 바람에 그들을 떨게 하고 고통의 그림자 속에서 침묵이 그들에게 기대어 서 있었지. 먼 그림자가 발을 디딜 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겠지. 두 눈먼 청년이 입술을 움직였어. 탐색하는 눈 속에서, 빛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그리움 속에서 얻으려고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 아마도! 인생은 되돌릴 수 없을 거야. 지금에든 나중에든. 숲속에서 길을 잃은, 알 수 없는 사랑만이 음악적으로 반응하지 ME AND MY LIFE (By Sankar Ghosh) Perhaps! Life couldn’t make revive the hour of day’s had stolen, and the deep breath ran away like a thief under the nervous fold of her lips. The way we song beneath the dream! The way we song before; to the infinite of distant future: between the two pillars. Stroke the string in the deepest , high notes, or painted a dreamy tale with ruby red, making them quiver now in gentle wind, a hush stood leaning against them in a shadow of pain. Only at every footfall of the distant shadow feel helpless likely; two blind youth moved their lips in the searching eyes, in an unconquerable longing for lights to attain: they knew not what’s. Perhaps! Life couldn’t make revive. Now or never. Only a unknown love responding musically that had lost in the wood ◆ 상카르 고쉬(Sankar Ghosh) = 인도에서 1952년 태어났으며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평론가이기도 하다. 그는 다양한 잡지에 기사, 시, 단편 소설을 쓰고 있으며 '아동보육과 권리를 위한 협회'의 편집장이자 간사였다. 그는 벵골어와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다양한 사회 정치적 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생명과 자연과 신성에 깊은 관심이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최근 12살 소녀에 대한 미성년의제강간 사건을 피해자 국선 사건으로 배당받게 되었다. 그 이후 동일한 피해자의 다른 성범죄 피해 사건에 대해서도 줄줄이 배당받게 되었다. 미성년의제강간이란 19세 이상의 사람이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간음 또는 추행을 했거나, 19세 미만의 사람이 13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 미성년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 준하여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통상 이런 사건이 배정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간을 당하는 사건보다는 미성년자의 의사에 기한 비행으로 인하여 성년과 성관계를 가진 후 이후에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 위 사건도 후자에 속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위 12살 소녀가 성관계를 갖거나 스킨십을 한 남성들이 1 ~ 2명이 아니라 10여 명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적발된 위 10여명의 성인 남성들은 미성년자의제강간 또는 강제추행죄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에 의해 구속 수감되어 양형에 참작받기 위하여 애타게 형사 합의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나는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으로서 피해자와 위 가해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형사 합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형사합의를 진행하기 위하여 피해자인 12세 소녀 측에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이 소녀의 친모(母)에 의하면 이미 피해자인 12세 소녀는 다른 비행 사건으로 인하여 소년원에 수감된 상황이어서 친모인 본인과 형사 합의를 진행해야 된다고 하였다. 이에 나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함께 여러 건의 형사 합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위 합의를 진행하게 되면서 변호사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많은 생각이 든다. 위 피해자인 12세 소녀는 제대로 된 부모의 교육을 받지 못하여 많은 비행과 탈선을 저지르게 되었다. 이에 수많은 성인 남성과 간음 등을 하였고, 이 밖의 다른 범죄를 저질러 정작 본인은 소년원에 수감된 상황이다. 통상 피해 소녀의 부모입장에서는 가해 남성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합의를 논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소녀의 모는 성범죄 가해자들과의 합의 절차에서 돈이 얼마인지, 돈이 얼마나 빨리 지급될 수 있는지만 중요할 뿐, 그 외에 피해 소녀의 사정을 고려하거나, 부모로서의 적개심 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소녀의 어머니는 나에게 “더 합의를 진행할 가해자가 남아 있느냐? 돈을 빨리 받게 해 달라”는 말을 계속하였다. 나로서는 그 어머니가 부모로서 어린 딸을 방임하고도, 결과적으로 본인이 형사 합의금을 챙기는 것 같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분노와 역겨움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피해 소녀와 부모의 관계 등 가정 일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통상의 성범죄 피해자 부모들의 행동의 틀을 이 소녀의 어머니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적어도 12살 밖에 되지 않는 피해 소녀가 많은 비행과 탈선을 저지르고 있다면, 부모로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여린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비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한 아이의 불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 너무도 안쓰럽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절괘(節卦) 절(節)은 절검(節儉), 절제(節制)다. 사람은 어떤 일에도 절제하여야 한다. 절제하지 않고 일하면 미치광이가 된다. 세속(世俗)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야 한다. 세속에 대한 욕망이 없어야만 의연(毅然)한 경지에 오를 수가 있다. 이것을 지켜야 많고 많은 유혹을 견딜 수 있다. 탐욕을 억제하기 어려우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살다보면 많고 많은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유혹을 거절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의지와 탐욕이 겨루는 과정이다. 탐욕이 많아지면 마음의 지혜가 혼란하게 된다. 손바닥에 침을 뱉듯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왕왕 위험한 함정이다. “한 번 발을 잘못 내디디면 천추의 한이 된다.” 한 번 잘못으로 평생을 후회하게 된다. 생각 하나의 잘못으로 천고의 한으로 남게 된다. 현실 생활 중 이러한 사례는 많고도 많다. 『주역』은 말한다. “절은 형통하니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다.” 무슨 말인가? 절제하면 형통할 수 있다. 가혹할 정도의 절제는 불가능하다. 적당하게 그칠 줄 알아야 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청렴을 지켜야 한다. 세속의 탁류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욕심을 줄여야 한다. 적당한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탐욕은, “횃불을 가지고 바람을 거슬러 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손을 태울 우환이 생긴다.”1) 물욕의 교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이상, 신념이 흔들려서 그렇다. 사상이 공허하여 스스로 자제할 수 없기에 그렇다. “신체가 허하면 병을 부르고 마음이 허하면 귀신을 부른다.”2) 중국 속담이다. 자신을 장악하지 못하면 각종 유혹이 틈만 있으면 솟아난다. 가벼이 세속을 따라하면 안 된다. 스스로 자신을 멸시하고 천대해서는 안 된다. 자아수양을 강화하여야 하고 절제를 알아야 한다. 높은 수준을 가지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깨어있고 스스로 주의하여야 한다.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무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돈이 있든 없든 태양은 비춘다.” 자신을 믿으면 마음은 자연스레 평온해진다. 사람은 탐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게 된다. 돈은 물과 같다. 돈이 없는 사람은 주머니가 텅 비어 있지만 여유 있게 계획하고 실제 줄여서 사용하면 오히려 작은 시냇물처럼 길고 오래 흐른다. 탐심은 홍수와 같다. 십중팔구는 치명적인 재난을 불러온다. 돈을 물처럼 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지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돈을 너무 중하게 여기면, 첫째, 자잘한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지게 되어 몸과 마음 모두 쉽게 피로하게 되고 ; 둘째, 득실을 따지는 마음이 과중하게 되어 대바구니로 물을 푸듯 아무런 성과 없이 헛수고하게 된다. 생활 경험과 역사 전고는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지 않던가 : 너무 재물을 탐하는 자는 끝내 좋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여러 유혹에 정신을 차려 인식하여야 하고 이지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 돈과 권력에 낙관적이어야 한다. 이지적이어야 한다. 스스로 번뇌하는 와중으로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 홀가분한 태도로 인생을 대면하여야 한다. 명예 때문에 지치지 말아야 한다. 이익 때문에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 마음의 평형을 잡아야 한다. 자기 생활 방식을 창출하여야 한다. 생활 철학은 많고도 많다. ‘탐하다 탐(貪)’자와 ‘가난하다 빈(貧)’자는 두 획 차이가 날 뿐이다. 이 ‘두 획’이 큰 학문이다.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장소에서 어느 정도 권세와 지위를 얻는 자가, 자신의 정토를 고수하고 일생동안 평안하려면 덕행을 중시하여야 한다. 모든 일은 자연을 따른다. 무리하게 얻을 수 없다. 홍응명(洪應明)은 『채근담(菜根譚)』에서 말했다.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비롯된 것은 숲속의 꽃과 같아서 스스로 무럭무럭 잘 자란다. 공적(功績)에서 비롯된 것은 화분이나 화단 속의 꽃과 같아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흥망이 따른다. 권력으로써 얻은 것이라면 꽃병 속의 꽃과 같이 뿌리가 없으니 그 시드는 모습을 서서 기다릴 수 있다.”3) 무슨 뜻인가? 개인의 영화 부귀는 인의도덕을 시행해서 얻은 것이라면 자연 속에서 성장한 꽃과 같아서 끊임없이 번성하고 퍼져나가 끊기지 않는다. 공을 세우는 데에서 얻어졌다면 화분 속에 심은 꽃과 같아서 이동하거나 환경이 변하면 시들어 버린다. 권력에 의지해 강점하거나 사리사욕을 도모해 얻은 것이라면 화병에 꽂힌 꽃처럼 성장할 토양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시들어 버린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도덕수양 없이 공명이나 기회를 이용하거나 불법 수단으로 얻은 복은 크게 경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아니면 재난을 불러들여 함께 훼멸돼 버린다. 덕을 행하는 고상한 사람이야말로 도리를 깨달아 일평생 평안하게 살 수 있다. 1) 猶如執炬逆風而行,必有燒手之患.(『佛說42章經』「第25章欲火燒身」) 2) 體虛招病,心虛招鬼. 3)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徐繁衍;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若以權力得者,如甁鉢中花,其根不植,其萎可立而待矣.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대의 한 단계 - 사지드 후세인(Sajid Hussain) 시대의 위상을 놀리며 침묵하고, 황량한 생각의 바퀴 자국을 보여주며, 그들의 맥박은 후회의 거친 소용돌이를 일으키네 그들의 불꽃의 시간적 지평선은 공포에 질려 서두르고, 달 주위의 은빛 고요함 속에서의 밤은 우울한 색조로 마음의 프리즘을 반사하네 영혼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의 폭풍우 속에서, 당황한 눈의 하얀 열기는 도피를 조장하고, 영혼의 나이가 들어가는 순환을 통해, 아침의 발소리는 걸음걸이를 잃네. 어두운 시간의 조각들을 질주하는 동안, 공허한 삶의 들판은 회색으로 영광스럽고, 호기심 많은 자극이 햇빛에 물들며 도약하네. 이른 서리와 살살 부는 바람이 배신하고, 꿈의 나라에서 그날의 부드러운 은혜, 파도가 몰아치는 세기의 아치를 지나, 나는 살아가기 위해 기억의 불꽃 속에 몸을 담그네 어둠이 껴안은 밤 아래 등불이 켜진 도시에서. A Phase of Age (By Sajid Hussain from Pakistan) Silent with teasing the phase of an age, Exposes the some desolate grooves of thoughts, Their pulsation throbs wild whirls of regret, The temporal horizon of their flames has panic haste. In a night silvern calmness around the moon, Reflects the prism of heart in sombre hues. Of a tempest of surged emotions from a soul, The white heat of baffled eyes promotes escapism, Through the cycle of passing age on the soul , The tune of morning feet loses its gait, While galloping in shadowy patches of time, Vacant fields of life blankly are glorious in grey, A curious irritation leaps to tint with day light, The early frosts and nipping winds betray, The tender grace of the day in land of dreams, Through an arch of centuries with swelling tides, I settle myself in flames of memory to live, In lamplit city under dark hugged nights. ◆ 사지드 후세인(Sajid Hussain) = 파키스탄 출신으로 1969년 1월 2일 모르가 라왈핀디에서 태어났다. 세계 국가 작가 연합(World Nation Writers' Union, Kazakhistan)의 회원이며 스페인에 본사를 둔 Camara Internacional de Escritores and Artistas(국제 작가 및 예술가 회의소)는 그를 파키스탄 CIESART 본부 회장으로 임명했다. 방글라데시 국가 시인 kazi Nazural Islam 탄생 기념일과 인도 세이셸 정부 문화부 공동 협회와 Motivational Strips의 Rabindranath Tagore 기념 문학 명예를 기념하는 Shahitya Pata상을 수상했다. 그는 "저비용 및 무비용 과학 재료" Homeo Doctor의 마스터 트레이너이자 FDE의 화학 수석 교사이자 Jinnah 공립학교 Morgah Rawalpindi의 교장을 역임하였다. UNICEF, CIDA, USAID, FDE 프로그램 등 여러 과정을 이수했으며 국내 및 국제 수준에서 많은 수료증을 받았다. 인도 구자라트 사히티야 아카데미로부터 2021년 문학 공연 인증서를 받았으며, 황금 펜, Excellenza, 트리니다드 토바고로부터 59년 독립 명예상 및 세계 문화 자유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의 문학 작문 및 시 단체로부터 많은 상을 받았으며 그의 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쇄 및 전자 잡지, 저널, 신문, 웹사이트, 블로그 및 선집에 출판되었다. 그는 Acquits of Life, Parlance, Cloud Nine Fantasia.Oceanic Upwelling, Waves and Rays of life, Shades of pathos의 저자다. 국제 선집의 공동 저자로 사랑의 꽃, 아라비안나이트, 평화를 위한 시인, 희망의 촛불, 시집, 우크라이나를 위한 시, 실크로드 문학, 고대 이집트인 현대 시인 지중해의 파도, 평화와 사랑이 사회를 만든다, 랩소디, 민들레 등이 있다. 삼색의 연회(A Banquet of Triple Colors), 파키스탄 영국 시인 신동의 편집자로서 미국에서 출판되었다. 지금까지 1000편이 넘는 시를 썼고, 그의 시는 150개가 넘는 세계 선집과 잡지에 출판되었으며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아랍어, 방글라데시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등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되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평생 살아가면서 경찰서나 법원 한 번 가보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드문 일이다. 크고 작은 다툼이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언제 어디에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니 내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분쟁이 생겨 상대방이 나를 고소하면, 그 고소 내용이 사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일단 수사기관에서는 나를 피혐의자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취급하며 조사가 시작된다. 만약 나의 결백함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버려 범죄혐의가 있다고 여겨지면, 기소가 되어 피고인 신분으로서 형사재판을 받으며 오랜 기간 고초를 겪게 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법 상의 대원칙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나의 결백함을 증명해야 한다. 형사재판은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길게 이어지는 경우 처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3년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대한민국이 3심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검찰에서는 관례적으로 ‘대부분’ 항소를 한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면 2심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오더라도 검찰에서는 ‘거의’ 상고를 한다. 반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도 억울하게 1심에서 유죄가 나오게 되면 당연히 항소를, 2심에서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다면 대법원으로 상고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이래저래 대법원까지 끌려간다고 보면 된다. 기나긴 시간 동안 피고인이 겪게 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유무형적인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설령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되더라도 그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형사재판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기는 하나, 피고인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하여 구속 재판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만약 구속 재판으로 진행이 되다가, 피고인이 무죄임이 밝혀지는 경우 억울하게 수감되어 고통 받은 시간과 정신적인 고통은 보상 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8조에서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로서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주로 피고인이 구속 수감되어 재판을 받았던 경우이고, 만약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형사소송비용 보상제도’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면, 그동안 공판준비 및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 데 든 교통비 등 여비와 일당, 변호인 선임료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무죄확정판결문과 재판 과정에서 발생된 비용에 대한 지출내역과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면, 접수받은 법원은 대법원 규칙 등에 따라 적정한 일당, 여비, 숙박료를 계산하고, 변호인 선임료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사건 난이도에 따라 차등하여 보상한다. 이렇게 보상받는 금액은 형사재판을 겪으면서 실제 들어간 비용이나 고생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아니, 정말 억울하게 재판을 받게 된 경우라면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 분노, 압박감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죄를 받더라도, 보상을 받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뿐 애초에 재판을 받지 않았던 것보다 좋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 환괘(渙卦) 환(渙)은 풀어지다, 흩어지다 뜻이다. 사람은 침착하고 평온하여야 큰일을 해낼 수 있다. 경박하고 흩어지려는 사상이 있으면 안정할 수 없다. 단결할 수 없다. 성취를 이뤄낼 수 없다. 온 쟁반에 흩어진 모래처럼 산만하여 단결력이 없는 오합지중(烏合之衆)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마음이 분산되면 힘을 집중할 수 없다. 학업과 사업을 그르치게 된다. 청춘을 허비하게 된다. 한 무리의 마음이 분산되면 단결할 수 없다. 분열하게 되고 손해를 입게 되면 갈등이 생긴다. 한 국가의 민심이 흩어지게 되면 국가는 사분오열하게 되고 망국의 위기에 직명하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에 이르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정고함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흩어질 때에 제사를 거행하고 천자가 종묘에 내려온다. 감화력이 지극하면 흩어졌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새로이 단결할 수 있다. 큰 강을 건너기에 알맞다. 정도를 견지하기에 적당하다. 여진족을 통일하고 나서 태종 홍타이지는 기인(旗人)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기 위하여 팔기제의 군사 기능을 강화하였다. 더불어 군사 동력을 확대하고 민심을 구슬리기 위하여 한족 팔기와 몽골 팔기를 세웠다. 청나라 초기 제왕들은 총포 무력 등 실전 영역을 중시하면서 팔기군은 삼번의 난을 평정하고 대만을 복속시켰으며 제정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하는 등 전투 중 빛나는 전공을 쌓았다. 대택향(大澤鄕) 녹림호걸 진승(陳勝)은 소리 높여 외쳤다. “왕후와 장상은 어찌 씨가 있다는 말인가!”1) 경천동지하는 소리였다. 세상을 뒤흔들어 자신과 생사를 같이 할 수천수만의 궁핍한 대중을 끌어들였다. 당신이 경영자가 되었거들랑 아랫사람에게 관심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랫사람을 단결시켜야 한다. 아랫사람의 고통을 이해하여야 한다. 진정으로 당신이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랫사람이 알게 하여야 한다. 그러면 인심을 얻고 아랫사람도 감동받아 기꺼이 회사를 위하여 일할 것이다. 흩어지려는 생각을 없앨 수 있다. 당신의 기업을 위하여 단결할 것이다. 동시에 ‘고인(高人)’을 끌어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기업 성공을 위한 중요한 담보다. 좋은 격려 체제를 창조하고 업체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일류의 인재를 끌어들여만 회사의 종합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바람이 물 위에서 부는 것이 환(渙)이니, 선왕이 이것을 본받아 상제에게 제향하고 사당을 세운다.” 무슨 말인가? 바람은 물 위로 분다. 흩어지다, 헤어지다를 상징한다. 선왕이 민심을 구슬려 국가의 힘을 증강시키려고 천지에 제사지내고 종묘를 건립하였다. 나중에 이러한 형식은 점차 민간에 전파되었다. 동족 간에 의견이 상충하고 인심이 흩어질 때 백성은 단결하고 동족 사이의 응집력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조상에게 제사지내고 연회를 베풀었다. 영웅 사이에는 의기투합한 후 의형제를 맺었다. 충실하고 성실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마찬가지로 신령에게 제사지내고 서로 가까이 했다. 『수호전』 제19회 「양산박 의사(義士)가 조개(晁蓋)를 존중하다」의 내용이다 : 양산박(梁山泊)은 이때부터 “12명의 호한이 자리 잡아 앉았다.” 양산에는 전후로 칠팔백 명이 참배하러 와 양쪽에 분립하였다. 조개가 말했다. “너희 여럿이 여기에 있다. 오늘 임교두(林敎頭)가 나를 산채의 주인으로 세웠다. 오학구(吳學究)를 군사로 하고, 공손(公孫)선생과 함께 병권을 맡는다. 임교두 등과 함께 산채를 관리한다. 너희 여러 사람은 예전 직책에 따라 산 앞과 산 뒤 사무를 관장하여 영채 모래사장을 수비하여 실수 없게 하라. 각자 힘을 다하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대의를 모아야 한다.” 다시 양쪽 방을 수습하게 하고 두 가족을 거주토록 했다. 탈취한 생진강(生辰綱)2) ― 금은보화 ―과 백가장에서 일해서 번 금은 재화를 꺼내어 즉석에서 여러 소두목과 여러 부하에게 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현장에서 소와 말을 잡아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고 새로이 거의(擧義)하는 것을 경축하였다. 이때부터 양산의 상하 영웅 호한은 서로 화목하였다.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였다. 서로 의심하고 능력자를 질투하며 생각조차 서로 달랐던 예전 상태를 일소하였다.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형식이지만 진심, 성의를 표현하는 일이다. 피로 동맹을 맺었다. 맹약을 체결하면서 함께 피를 마시거나 서로 간에 상대의 피를 마셨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옛날의 야만, 반야만적 행위를 상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옛날 신앙에 따르면 피로 동맹을 맺으면 두 사람 혹은 여럿이 친밀하여 조금의 격의(隔意)도 없이 결합된다고 믿었다. 친형제와 마찬가지로 삶의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믿었다. 옛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피차간에 정신적으로 확실한 안위와 승낙을 얻었다. 이렇게 쌓은 단결된 힘은 결코 경시하지 못했다. 오늘 날에는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피로써 동맹을 맺는 경우도 적다. 그러나 진정으로 믿고 단결하여 서로 도왔다는 점은 소중하다 할 것이다. 진정성이 있어야 더 많은 친구를 맞이할 수 있다. 친구가 있어야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재부를 쌓을 수 있다.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행복을 맛보게 해준다. 더 많은 인심을 얻고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면 당신의 사업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 자신의 사상을 흩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사상이 한번 흩어지면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냉담해지고 무정해진다. 진취성을 잃게 된다. 자기 사업에 백해무익하다. 당신의 앞길이 막막하게 변한다. 『주역』은 말한다. “‘그 피를 흩음’은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흩어질 때에 위험은 멀어지고 안정하게 된다. 재앙을 피하는 길이다. 어떤 때에는, 흩어진 사상이 모르는 사이에 은연중에 감화(感化)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면하여야 한다. 맞서서 시정하여야 한다. 사상이 흩어진 사람은 습관적으로 자기와는 관계없다며 무관심하여, 남의 일처럼 여긴다. 일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유주의가 범람한다. 이것은 환경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이때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심도 있게 재성찰해야 한다. 마음을 편하게 하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서 자아의 마음을 연꽃처럼 맑게 하여야 한다. “흙탕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다. 가운데는 통하며 밖은 곧아, 덩굴 뻗지 않고 가지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깨끗하게 우뚝 서 있다.”3) 안정 속에서 부단하게 손질하면서 자시 심령을 씻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흩어질 때, 우리는 구슬리고 끌어당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문제가 생겼을 때 내수(內修) 외치(外治)4)를 이해하여야 한다. 안정을 취하고 태평을 추구하며 재난을 피해야 한다. 마음이 지극히 순하고 사무사(思無邪),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순결을 지키며 청렴결백한 덕성을 닦으면 예전처럼 찬란하게 될 것이다. ***** 渙卦 ䷺ : 풍수환(風水渙) 손(巽: ☴)상 감(坎: ☵)하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을 지극히 두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정고함이 이롭다./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에 이르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정고함이 이롭다.(渙,亨,王假有廟,利涉大川,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바람이 물 위에서 부는 것이 환(渙)이니, 선왕이 이것을 본받아 상제에게 제향하고 사당을 세운다.(象曰,風行水上,渙,先王,以,享于帝,立廟.) 상구는 흩어짐에 그 피가 제거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면 허물이 없으리라./ 상구는 피를 흩어서 제거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남이니, 허물이 없으리라.(上九,渙,其血,去,逖(惕),出,无咎.) 「상전」에서 말하였다 : “흩어짐에 그 피”는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 「상전」에서 말하였다 : “그 피를 흩음”은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象曰,渙,其血,遠害也.) [傳] 환괘(渙卦)는 「서괘전(序卦傳)」에 “태(兌)는 기뻐함이니, 기뻐한 뒤에 흩어지므로 환괘(渙卦)로써 받았다.”라고 했으니, 기뻐하면 펴져서 흩어진다. 사람의 기운은 근심하면 맺혀서 모이고, 기뻐하면 펴져서 흩어진다. 그러므로 기뻐함에 흩어지는 뜻이 있어서 환괘(渙卦)가 태괘(兌卦)를 이은 것이다. 환괘는 손(巽)이 위에 있고 감(坎)이 아래에 있으니, 바람이 물 위에 행해서 물이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기 때문에 환(渙)이라 한 것이다. 1) 王侯將相寧有種乎! 2) 생진강(生辰綱)은 대량으로 운송하는 생일 선물의 뜻이다. 여기서 ‘강(綱)’은 대량으로 운송하는 조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차강, 소금강 , 화석강 등이 있다. 당나라, 송나라 때에는 대오를 편성해 운반한 생일선물을 ‘생진강’이라 불렀다. 3) 出淤泥而不染,濯清涟而不妖.中通外直不蔓不枝,香遠益淸,亭亭淨植.(宋·주돈이(周敦頤)『애련설(愛蓮說)』) 4) 『대학』에서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은 ‘내수(內修)’고 ;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는 ‘외치(外治)’다. 그 중간에 ‘수신(修身)’이 있는데 ‘내수’와 ‘외치’ 양쪽을 연결하는 중추다. ‘수신’ 이전의 ‘내수’ 항목과 연결시켜 ‘독선기신(獨善其身)’하고 ; 나중의 ‘외치’ 항목과 연결한 것이 ‘겸제천하(兼濟天下)’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건(vegan)에 대해 다룬 지난 글에서 환경보전도 채식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얘기했었다. 육식을 하게 되면 가축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여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의 표면에서 우주로 발산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는 기체를 말하는데,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지구는 낮에 햇빛을 받아 뜨거워 졌다가 밤이 되면 지표에 머금고 있던 열 에너지를 우주로 발산한다. 그런데 온실가스는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 에너지를 흡수, 저장한 후 다시 지구로 방출하기 때문에 밤에도 충분히 식을 수 없어 지구 전체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일으킨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뭐가 문제지? 제주도에서도 망고, 바나나, 코코넛, 파파야 등의 열대 과일을 재배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 천혜향은 거제도에서도 재배하고 있고, 사과 생산지는 점점 북상하고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만으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 지구온난화는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여 수심이 낮은 나라는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지구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에너지가 축적되면 태풍도 강해지고, 사막화가 가속화되며,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기상이변과 재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또한 기후에 민감한 많은 동식물 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 즉 지구가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와 국제연합환경계획에서는 온실가스 중 방출량이 월등히 많은 이산화탄소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공식 선언하였다. 이산화탄소는 교통수단 운행, 전기 생산, 공장 가동, 가축 사육 등의 인간 활동에 의해 다량 발생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유, 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신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으로 대체하고 있고, 운송 수단도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또는 물건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나타내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먹거리 분야에서는 지구온난화의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착한 소비의 일환으로 로컬푸드(local food)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로컬푸드란 생산지와 소비되는 곳이 가까워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식품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는데 소요된 거리인 푸드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장거리 운송을 한 것이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컬푸드를 사용하는 것은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환경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생산자가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당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와 시간이 짧아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다. 또한 누가 언제 어디서 생산했는지를 연락처와 함께 표시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로컬푸드의 구입에 지불된 돈은 농민에게 돌아가 그 지역에서 쓰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농산물 장거리 운송 시 발생하는 운송 비용, 수많은 중간 도소매업체, 수출입업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감소하면서 농가에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로컬푸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광역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가 일상에서 완전히 뿌리내리기 어려운 점도 존재한다. 한 지역에서 모든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 특산물인 귤은 다른 지역에서는 로컬푸드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다른 지역에서도 귤을 재배하여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제주와는 일조량이 달라서 귤의 당도가 떨어지므로 소비자들은 최상 품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외면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각 지역의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번의 장을 보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농산물을 모두 구입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대형 마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로컬푸드의 원칙을 해치지 않으면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인근 지역과 협의하여 푸드 마일리지를 최소화하면서 농산물을 교차 판매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이 많은 대도시에는 농지가 없어 로컬푸드 공급이 어렵고, 농촌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인구가 적어 구매할 사람이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인근의 대도시에서 판매하도록 한 광역형 로컬푸드 직매장이 설치×운영되고 있는데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수입 농산물은 국산화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오렌지는 제주에서 재배하는 귤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귤을 먹음으로써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해외 과일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바나나는 우리 국민들도 즐겨 먹는 열대 과일인데 대체할 국산 과일이 마땅히 없다. 수입 바나나는 동남아시아에서부터 장거리 이동했기 때문에 푸드 마일리지가 커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그럼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바나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해야 하는가? 바나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려면 노지에서는 어렵고 온실에서 재배해야 하는데 온도 유지를 위해 많은 난방비가 들어간다. 국산 바나나는 푸드 마일리지는 짧지만 난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거리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푸드 마일리지)는 식품 탄소발자국 중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식품이 어떻게 재배 및 생산되었는지와 같은 식품별 탄소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수입 농산물을 소비한다면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로컬푸드는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당일 소비자들에게 팔기 때문에 탄소 마일리지를 줄이는 확실한 친환경 소비 방법이다. 또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착한 소비다. 로컬푸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실생활에서도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도 해봄직하다. 쓰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둔다거나 불필요한 전등을 꺼놓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되 자가용 이용 시에는 공회전, 과속, 급정지를 하지 않는 것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냉방과 난방 온도를 과하지 않게 설정하고 평소에 일회 용품의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전에 도움을 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미사일(飛彈) - 양기죽(楊淇竹) 농담처럼? 미사일이 아시아에 나타날 것인가? 평화는 환상에 불과하지 한 번 사라졌던 전쟁 사실 20세기 마지막 냉전이었지. 하지만…. 인간의 마음 아직도 미치광이인가? 북한, 예고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지 동아시아인들은 긴장했다. 또 다른 무서운 발사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미국인이 대답했다. 일본도 견해를 밝혔다. 조밀하게 쓰인 민족주의가 국제적으로 발표되었다. 누구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감히 내 야망을 가로막겠는가? 미사일이 농담처럼 평화의 한계에 도전하네 잊지 마세요, 동아시아인 여러분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마음을! 飛彈 笑話似 飛彈會在東亞出現? 和平只是假象 消聲匿跡的戰爭 那,最後一場20世紀冷戰 其實啊…… 人心 依舊熱血 北韓突然無預警射飛彈 繃緊神經的東亞人 等待,下一次發威 美國喊了話 日本表了態 密密麻麻國家主義 向外宣稱 誰,到底是誰 敢抵擋我雄心壯志 飛彈像笑話 挑釁和平的限度 東亞人別忘了 人心,充滿慾望呢! Missiles(飛彈) (By Yang, Chi-chu) A joke? Missiles will appear in Asia? Peace is nothing but an illusion That once-disappearing war Was actually the last cold war in the 20th century But . . . Human hearts Are still maniac North Korea launched missiles with no advance warning East Asians tensed Knowing another terrifying launch would come American spoke up in response Japan voiced its stance The densely written nationalism Announced internationally Who? Who on earth are you? Who dares to stand in the way of my ambition Missiles are a joke That challenges the peace limit Do not forget, East Asians Human hearts, full of desire! ◆ 양치추(Yang Chi chu, 楊淇竹) = 비평가이며 편집자이다. 그녀는 비교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녀는 Tamsui(2018), Farewell for Reunion(2019) Winter, Strolled on the Haiku(2020) 등 7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그녀는 2014년에 칠레에서 열린 국제 시 회의 “Tras las Huellas del Poeta”에 참가하였으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대만 탐수이(Tamsui)에서 개최된 포모사국제시축제(Formosa International Poetry Festival)에 참여하였으며 페루에서 개최된 2017 Capulí Vallejo y Su Tierra에도 참가하였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상대방에게 찾아가거나, 연락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처음 제정 당시에는 반의사불벌죄로 구성됐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쉽게 말하면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처벌받지 않는 죄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으니 가해자들의 무리한 합의 종용을 조장하여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2년 9월 14일 신당역에서 우려하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350여 차례에 걸쳐 직장 동료에게 연락하여,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성이 ‘내 인생 망칠 것이냐’며 피해자에게 찾아가 합의를 종용했으나 합의를 해주지 않자 살해한 것이다. 이른바 신당역 살인 사건이다. 위 사건 발생 이후 스토킹처벌법 상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2023년 7월 11일자로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현재는 피해자와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받는다. 그 외에도 일부 조항을 구체화하였는데, 기존 스토킹행위로 정의하던 규정 중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 상대방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로 개정되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피해자의 전화기에 표시되는 ‘부재중 전화’ 표시도, ‘가해자가 보낸 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볼 것이냐는 점을 두고 하급심에서 잇따라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스토킹 행위가 반복돼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된다'고 판시하여 판례의 취지에 맞게 새롭게 개정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면 처벌받는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전화가 울리거나, 초인종이 울리는 일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스토킹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고, 신당역 사건과 같이 스토킹 범죄가 중범죄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다시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토킹처벌법 개정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