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旣視感 ; Deja-vu)! 언제 어디선가 봤다는 소리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일상 생활 중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신비한 현상이다. 과학적인 증거야 없겠지만 사람들은 윤회의 증거로 삼기도 한다. 그럴듯하다. 뭔가 반복이 된다는 느낌. 문제는 개인의 경험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도 이런 느낌이 간혹 든다는 것이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것인가? 혹시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비좁은 국토. 지하자원 부재. 높은 인구밀도. 처참한 내전의 혼란을 극복하고 강력한 리더십 아래 고속의 경제성장을 일구어낸 나라. 한국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한국의 이야기인데 아프리카에서는 르완다의 이야기다. 1994년 내전의 참상과 그 폐허를 기억하는 한 지금의 발전상은 기적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1997년 기타라마(Gitarama)라는 마을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2010년 르완다로 돌아와서 가족을 데리고 내가 예전에 일하던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분명히 이 도로가 맞는데 하면서 달렸지만 기억 속의 마을도, 사무실로 빌려 쓰던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한시간 반을 달렸다. 도로변에 서 있던 경찰에게 ‘Gitarama, i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라는 분이 독일의 시민사회를 경험하신 내용을 다산포럼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 포스팅하신 글의 일부를 여기 옮깁니다. ‘작년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여러 곳을 방문했고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 인상 깊었던 일 중의 하나는 퀠른의 ‘아시아재단 (Asienstiftung)’ 연례 발표회에 참석한 일이었다. 학계, 언론계, 사회운동 관계자들이 모여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 관련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방글라데시 분과에서는 봉제공장 노동자들 1000여 명이 건물이 무너져 사망한 사건이 주제였는데, 모 기업이 독일회사였기 때문에 독일 연방정부나 의회에 압력을 넣어 피해자 보상 및 노동조건 개선을 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주관한 아시아 재단, 그리고 이 재단과 연례 발표회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독일의 코리아협의회 (Korea Verband)가 모두 1970,80년대 독일에서의 한국 민주화 운동을 크게 지원했던 프로이덴 버그(Prof. Dr. Günter Freudenberg) 교수가 전 재산을 기탁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저는 현재 르완다의에서 PIASS 라는 대학에서 르완다, 부룬디, 콩고, 일본 학생들과 함께 개발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배우는 것이 더 많죠. ▲ 수업듣는 학생들과 함께, 정 가운데 있는 사람이 필자. 저를 이 곳에 불러주신 분은 Dr. Kazuyuki Sasaki 라고 하는 일본사람입니다. 오랫동안 같은 NGO에서 일했고, 원래는 농업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에이티디오피아에서 8년간 일하다가 평화학(Peace study)을를 전공하고 다시 아프리카에 르완다에 돌아와서 봉사하시는 온 분입니다. 르완다에서 다시 만나 교제하는 중 개발에 대해 비슷한 생각들을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도 또래여서 가족이 모두 가까이 지냅니다. 무엇보다 그는 양심적인 일본인입니다. 자녀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독립기념관과 제암리교회 유적지를 방문하여 일본의 잔인했던 식민통치를 철저하게 가르쳤을 뿐 아니라 르완다 한인교회에 와서 가족 모두가 한국 사람들 앞에 서서 일본이 과거 한국인들에게 가한 고통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또한, 일본 국내에서도 재일 교포들에게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현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했
▲ 이상훈/ 제이누리 논설위원 우간다에서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바로 옆 나라 르완다(Rwanda)에 와 있습니다. 무엇을 이 나라에서 시작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무엇인가 이 나라 사람들에게서 희망의 싹이 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막연한 가운데서도 잊을 수 없는 우간다 한 청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우간다 동부 케냐와의 경계에는 엘곤 산(Mt. Elgon)이라고 하는, 해발고도 4,321m로 정상에 백두산 천지와 같은 칼데라 호수를 가진 높은 산이 있습니다. 3천m 이상 되는 높은 곳에 고위평탄면이 존재하는 아주 특이한 산입니다. 워낙 산이 높고 경사가 급해 접근하기 힘들고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오지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Kapchorwa District 에 해당합니다. 산 속 이 곳 저 곳 흩어져 있는 마을들은 그 곳에 사는 주민들 외에는 찾아가기도 힘든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의 가장 잦은 자연재해는 우기마다 벌어지는 산사태입니다. 인명 피해는 물론 길이 매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낸 결과입니다. Piswa 라는 마을도 바로 그런 마을 중
▲ 이상훈 논설위원/ 한국해외원조협의회 연구위원 이 세상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편견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 다른 모든 분야도 함께 윤택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GDP 60불도 안 되던 세계최빈국에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까지 반세기만에 이룬 것을 보면 그런 편견을 상식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에서 살다보면 이 편견과 상식이 도대체 자기 자리를 지켜주지 않는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에게 편견인 것이 이들에게는 상식이고, 이들에게 상식인 것이 우리에겐 편견이 된다. 실로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일어난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준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다. 아프리카의 정치 지도자들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과 닮아도 참 많이도 닮았다. 우간다의 무세비니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사를 따로 공부했는지 모르지만 장갑차를 시내 한가운데 배치하고 3선(選)개헌을 하더니만 얼마 전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번 개헌을 해 대통령선거를 무제한 녹다운제로 바꾸었다. 으레 그렇듯이 오래 롱런하시는 분들의 한결 같은 사명감으
▲ 이상훈/ 한국해외원조협의회 연구위원 대학에 갓 들어와 지성인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제대로 이해도 가지 않는 철학책 한 두권을 들고다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합니다. 저만 그렇습니까?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능력이 학자들의 능력인가 싶은 글들을 읽다가….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 이마에는 이미 굵은 줄이 아로 새겨져 있고 책은 흘린 침으로 흥건히 젖어 있곤 했었습니다. 그 책 속에는 저를 당혹스럽게 했던 단어들이 가득했습니다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가 ‘대자적 존재’ 라는 말입니다. 그저 돌이나 물처럼 존재할 뿐이기만 하는 ‘즉자적 존재’에 비해 주변의 사물, 즉 타자를 바라보면서 그들과 구분된 자아를 인식할 수 있는 인식능력을 갖춘 존재를 ‘대자적 존재’ 라고 합니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지금도 알 수 없으나 당시에 제가 깨달은대로 기억하는대로 쓰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해 본다면 자기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추어 볼 거울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타자들이 바로 이 거울과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 이상훈 한국해외원조협의회연구위원 1995년 12월쯤으로 기억이 됩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희 부부는 케냐의 몸바사(Mombasa) 라고 하는 항구도시에 들러 지저스 요새 (Fort Jesus)라는 포르투갈이 건설했던 성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의 오랜 식민통치와 자원수탈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 곳에서 발굴된 생경한 중국의 도자기 파편들이었습니다. 도자기에 대해 이렇다 할 식견이 없는 저에게도 희고 푸른 색의 도자기 파편 위에 새겨진 동·식물의 문양들을 보니 분명 그건 지구 반대편에서 온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 때는 오래 전부터 중계무역으로 아프리카를 드나들었던 아랍상인들에 의해 그 곳까지 도자기가 전해졌겠거니 어림짐작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15세기 초 정화(鄭和)가 이끌었던 중국 명나라 함대가 아프리카 동부의 그 해안까지 다녀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계사 교과서에 실려 있던 <기린도>라는 그림이 기억이 났습니다.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 이 동물이 중국 북경에 나타났
▲ 이상훈 한국해외원조협의회연구위원 아프리카의 언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가장 많이 알려진 아프리카 말을 꼽으라면 아마 ‘하쿠나 마타타’일 겁니다. 이 말은 동부 아프리카 200개 현지부족들 간에 오랫동안 통용어로 사용되어 온 스와힐리 어에서 온 말입니다. 스와힐리 어는 자체 문자가 없어 영어 알파벳을 차용해서 ‘Hakuna Matata’로 표기합니다. Hakuna의 ‘ha’는 부정어미의 접두어이고 ‘kuna’ 는 ‘있다, 존재하다’ 즉, 영어의 ‘there is…’에 해당하는 의미이고 ‘matata’ 는 ‘문제, 골칫거리’ 정도의 뜻입니다. 영어로 굳이 옮긴다면 ‘There is no problem’ 이 되겠지요. 우리에게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준의 단어와 다름없는 이 말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월트디즈니사의 영화 ‘라이언 킹’ (Lion King) 덕분인 것 같습니다
▲ 이상훈 한국해외원조협의회연구위원 제가 살고 있는 동부 아프리카는 어림짐작이지만 200개 이상의 다양한 부족들이 광활한 대지위에 어울려 사는 곳입니다. 장거리 달리기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케냐를 비롯해 희대의 독재자 이디아민이 통치했던 우간다,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탄자니아, 인종학살의 참혹함을 경험한 르완다, 탕가니카 호수 주변의 조용한 은둔과 고립의 나라 브룬디 등 5개국이 자리잡은 곳입니다. ‘동물의 왕국’을 보고 싶어 이 곳을 찾아 사파리 공원에 들어가 보면 오히려 동물이 우리를 구경한다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현지 주민들 특히 꼬마들이 여러분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외치는 단어를 듣게 되실 겁니다. ‘무중구!’ 아무런 편견이나 악의 없이 그냥 외국인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 이 곳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봉사단원으로 파견한 한 청년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한동안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이 곳 사람들이 우리를 무중구라고 부르는데 시골에서 현지 주민에게 무중구가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까 ‘차를 타고 오는 사람&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