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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16)...'양심'으로 위장한 '이익'을 경계한다

   지난 3일 대전·세종·충남지역 목사 여러 명이 대선에 나온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러 천안시청 브리핑룸을 찾았다.

 

   그들은 목회자 133인을 대신해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번 선거는 권위주의 시대로 역주행할 것인가,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매우 중차대한 선택”이라며 “우리 기독교인들은 000후보 당선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그들은 또 “000후보는 대통령 기본 덕목인 청렴과 도덕성을 겸비했다”며 “충청도는 대선 때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린 곳으로 이번 충청의 선택은 000후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활동할 거냐”는 기자 질문에 “이번 일요일 설교 때부터 신도들에게 000후보 지지를 당부할 것”이란 ‘위험천만한’ 발언도 했다.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갖 단체들이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그런 행동의 목적은 뭘까? 자신의 정치적 선언이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길 원할 것이다. 혹은 지지 후보가 당선돼야 자신들에게 이로울 거란 판단도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 아내에게 물었다. “목사님이 당신이 마음을 두지 않은 후보를 설교 석상에서 지지하면 어떻게 할 거야?”“우리 목사님이 그러실 리 없지만 그런 일이 있으면 교회를 옮겨야지.”

 

 특정후보 지지 표명은 불교계서도 문제다. 법보신문은 최근 칼럼에선 “공신력 있는 종단 모임도 아닌 이들이 마치 불교를 대표하는 것 마냥 지지회견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부처님은 분별과 차별을 버리라고 했는데 한쪽을 지향한다니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서산대사의‘선가구감’에 ‘박쥐 중’이라는 말이 있다. 스님도 아니고 재가자도 아닌 스님이란 뜻이다…수행은 뒷전인 채 세상의 시시비비에 참여해 이익을 탐하고 편을 가르는 일을 책하는 말”이라며 “깨달음을 얻겠다고 출가한 수행자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건 스스로 박쥐 중을 자처하는 일로 부처님이 탄식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목사님이나 스님에겐 그의 말을 경청하는 신도들이 있다. 물론 신도들의 정치적 소신은 제각각이다. 그런데 ‘우리 목사님’‘우리 스님’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선다면 다른 생각을 가진 신도는 어떡해야 하나? 수년 혹은 수십년 다닌 교회를 떠나야 하나? 불자들은 절을 떠나야 하나? 다른 신도 눈치를 보며 고민할 것이다. 갈등을 풀어야 할 종교계 지도자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엔 천안ㆍ아산시 13개 대학의 교수 107명이 특정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했다. 2006년 모 정당의 천안시장 후보로 나섰던 교수가 대표였다. 이들은 “변화와 쇄신, 균형과 통합의 갈망이 이 시대의 정신으로 OOO후보가 가장 적합한 후보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대학교수 107명이 OOO후보를 지지하게 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자평하고 “이는 000후보가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의 행동이 영향력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얘기다. 교수들이 강의 시간에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무분별하게 펼치는 건 아닐까? 곧 종강하는 게 다행이다.

 

 이익단체들이 단체의 이익을 위해 특정후보 지지를 표방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 표 행사로 만족해야 할 인사들이 영향력을 의식해 ‘오버’해선 안 된다.

 

   신도·학생들도 자신의 직분에 맞게 처신하길 바란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용감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던 이들과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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