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여객선으로 실어 나르며 내가 누리지 못하는 행복한 시간을 그들은 가족들과 누릴 수 있게 하는데 위안을 얻는다."
여느 여객선 선장의 발언이 아니다. 바로 진도 해상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의 10년 전 발언이다.
승객들을 두고 홀로 탈출해 국민적 분노를 산 이 선장의 10년 전 인터뷰가 확인,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제주의 인터넷신문 <제주투데이>가 2004년1월1일자 사회면에서 '서해 노을 위해 시(詩)를 쓰다'란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갑신년 새해 벽두를 맞아 게재한 인터뷰에서 이 선장은 50대 후반의 나이까지 선장으로 살아온 30년의 이야기와 처음 배를 운항하게 된 계기 등을 풀어놨다.
이 선장은 20대 중반에 우연찮게 배를 타게 된 후 20년 동안은 외항선을 탔고, 2004년까지 최근 10년은 여객선 선장으로 바다와 함께 했다며 말을 풀었다. 여객선 선장이 돼 처음엔 제주~부산 노선을, 이후 제주~인천 노선을 운항한 사연이다.
당시 제주~인천노선 왕복여객선 청해진 고속훼리 1호 선장이었던 이 선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배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면서 "배에서 내릴 때면 섭섭한 마음에 다시 한번 배를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탄 배가 원목선이었는데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배가 뒤집혀 일본 자위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출해 줬다"며 "그때 만일 구출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바다에서 태풍을 만났을 땐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란 간사해서 그 위기를 넘기고 나니 그 생각이 없어져 지금까지 배를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사와 더불어 그가 배로 실어나르는 여객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설날이나 추석 등 특별한 날을 가족과 보낸 적이 드물다"며 “이제는 가족들도 그런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않고 이해해준다"고 말한 이 선장은 “대신에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여객선으로 실어나르며 내가 누리지 못하는 행복한 시간을 그들은 가족들과 누릴 수 있게 하는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도, 내일도 나는 배와 함께 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18일 오전 2시30분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준석(69) 선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선장은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해역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조타실을 비우고 운항 지휘를 3등 항해사 박모씨에게 맡기는 등 운항관리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