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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5) ··· 인구만 늘 뿐 엎친데 덮친격

인구구조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인구구조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 일면을 알 수 있고 미래가 보인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가, 기업, 개인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저축과 투자는 물론 각종 사회보장 정책 등이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장기 저성장 궤도에 진입하였으며, 최근 우리나라가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에 직면한 것도 젊은 세대의 감소가 부동산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미국의 미래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인 것도 생산성이 높은 젊은 세대가 꾸준히 이민 형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윌리엄슨 교수는 1960∼1990년대 동아시아 고속 성장에는 전례없는 젊은 생산인구의 증가가 원동력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핵심생산인구 감소

 

글로벌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우리나라의 핵심생산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젊은 노동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핵심생산인구는 통계가 작성된 1960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다 2006년(42.78%)에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들어 1994년(39.53%)이래 가장 낮은 수치인 39.39%를 기록했다.

 

핵심생산인구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25~49세 인구계층을 뜻한다. 생산·소비 활동이 왕성해 나라 경제의 원천이 되는 집단으로 이 연령층 인구의 감소는 경제활력의 저하는 물론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한다. 2017년부터는 핵심생산인구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인구는 2013년 3671만명에서 2016년 3703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계속 하락해 2060년에는 2187만명으로 전체의 49.7%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총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든 것은 저출산 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핵심생산층에 새로 편입되는 인구보다 빠져나가는 인구수가 많기 때문이다. 핵심생산인구 감소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1949년 2016만 7000명에서 2013년 5104만 8000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반면 합계출산율 (15~49세의 가임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평균 자녀수)은 통계가 작성된 1970년 4.53명 이래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2년에는 1.30명으로 전년(1.24명)보다 0.06명 늘었다.

 

경제 성장에 걸림돌, 젊은 세대엔 노인 부양부담 가중

 

핵심생산인구는 높은 노동생산성과 왕성한 소비지출로 경제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핵심생산인구가 줄면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고 성장잠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소득과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둔화를 꼽았다. 따라서 이 같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동생산성 둔화추세가 지속될 경우 GDP 성장률은 지금보다 더욱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 생산가능인구 증가율 하락으로 2011~2020년 중 GDP 성장률은 평균 3.6%, 2021~2030년에는 2.4%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한 노년부양비는 2013년 16.8%에서 2020년 22.1%, 2030년에는 38.6%로 치솟는다. 2040년에는 57.2%로 일본(63.3%)에 육박하고 2050년에는 일본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생산인구로 계산한 실제 노년부양비를 보면 이미 젊은이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20년 후에는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년부양비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노년(65세 이상) 인구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올해 노년부양비 16.8%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16.8명을, 즉 젊은이 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핵심생산 젊은 층의 부양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노년부양비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20대 초반까지는 대학진학 등으로 부양능력이 없으며,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에는 은퇴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총부양비에는 노년부양비 외에 15세 미만의 유소년부양비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노인 부양부담은 더 커진다.

 

 

이처럼 핵심생산인구의 감소는 나라 살림, 가계와 개인, 제도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세대 간 갈등의 확산과 세금부담의 급증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은 1981년에 핵심생산인구, 1996년에 생산가능인구, 2008년부터는 전체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해 소비가 줄어들고 사회 활력도 떨어져 노쇠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여타 선진국과 같이 외국인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었으나 단일 민족 특성의 폐쇄성으로 이민 확대 정책의 실행에 실패했다. 일본은 그래도 시차를 두고 핵심생산인구, 생산가능인구, 전체 인구 감소를 맞았는데 우리나라는 시차가 아주 좁아 그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추세대로 가면 2017년에 생산가능인구가, 2019년부터 전체 인구가 각각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살기 힘든 제주 청년세대에겐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올해로 7개의 성상을 보내고 있다. 우리 미래상을 우리 스스로 그려내고 이를 완성시켜야 할 나이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창 성장 에너지를 분출하며 번영의 틀을 만들고 꿈을 일궈나가야 할 나이인데도, 어쩌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자체로 추락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1990년대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우리였기에, 그 충격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이러한 사실은 제주경제의 성장세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지역 실질경제성장률은 2002~10년 동안 8개년에 전국평균을 밑돌았는데, 특히 2005년(전국 4.1%, 제주 0.5%), 2006년(전국 5.1%, 제주 2.1%), 2008년(전국 2.7%, 제주 -3.7%), 2010년(전국 6.6%, 제주 2.1%)에는 전국평균을 크게 밑돌아,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평균의 89%대(1995년)로 좁혀졌던 제주도민 1인당소득도 2008년에는 76.5%까지 하락하였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1인당소득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전국평균을 밑돌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제주사회가 빈곤화 성장의 문제에 더해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ce to the bottom)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들은 제주 젊은세대에 좌절, 절망과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20대는 치솟는 등록금에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청년실업은 늘어만 간다. 어렵사리 구한 직장도 절반이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다. 30대는 생계비 증가와 치솟는 월세·전셋값으로 늘 불안하다. 게다가 자녀 보육비용은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어 출산을 망설일 정도다.

 

2012년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에서 제주도는 47.8%에 불과했다.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의 초라한 성적표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0%로 전국 평균인 2.2%보다 훨씬 높았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그 격차가 확대되는데 심각성이 있다. 신규구직자 중 취업건수를 나타내는 취업성공률도 전국 최하위다. 2011년 제주지역 취업성공률은 26.0%로 전국 평균(29.1%)보다 3.1%포인트 낮았다. 말 그대로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취업하기 힘든 지역이 제주라는 말이다. 여기에 지방대 졸업생의 연봉은 수도권 대학 졸업생에 비해 현저히 낮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또한 제주지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연체비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대학생 열 명 중 한 명은 학자금을 제 때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주지역의 7등급이하 저신용등급 금융소외자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다. 특히 이들 중 청년층의 비중이 57.0%를 차지함으로써 향후 청년 실업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어두운 상황에 제주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젊은 노동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기 시작했다. 제주의 핵심생산인구는 통계가 작성된 1970년 (27.2%)이래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전국보다 2년 빠른 2006년 (40.4%)에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핵심생산인구는 20만5천명으로 총인구의 36.5%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32.5%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핵심생산인구의 감소는 제주 생산가능층의 허리를 휘게 하며 젊은 세대의 미래를 암울하기까지 하고 있다. 고령세대에 대한 부양부담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후 연금과 복지체계 등이 모두 현재의 기득권 세대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데 있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까닭이다.

 

제주의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는 심각할 정도로 빠른 수준이다.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한 제주 노년부양비는 전국 평균보다 3∼4%p를 상회하는 가운데 2012년 19.5%에서 2020년 25.2%, 2030년에는 42.9%로 치솟는다. 2040년에는 66.4%로 일본(63.3%)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신용 불량자 신세로 전락해 어깨가 축 처진 채 사회 한 구석으로 내팽겨지는 제주 젊은이들의 모습은 보릿고개 마루의 살기 팍팍하고 고단했던 그 시절의 아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대로라면 젊은 세대와 기득권 세대 간의 ‘세대전쟁’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제주사회, 지혜롭게 난관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에 대비해야

 

제주지역은 전국(2018년)보다 빨리 2015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초고령사회는 전국(2026년)과 비슷한 2025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지역의 잠재성장률은 고령인구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16년부터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이 제주경제에는 앞으로 5년 이내에 고령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에 미치는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건강·여행·자산관리·보안·가사대행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제주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핵심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해 노동 생산성 및 출산율 제고, 외국인 노동력 활용 등 종합적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생산가능인구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기인한 잠재성장력 저하에 대응하여 고령인구의 노동생산성 증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령인구의 생활안정화 정책과 실질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직업훈련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1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고령인구가 안정적인 급여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간근로 형태와 소일거리 제공 등의 정책을 보다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별로 차별화하는 정책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여성 고령인구가 남성 고령인구보다 많아 향후 제주지역의 잠재성장력은 여성 고령인구의 노동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 고령자의 노동생산성 향상 정책을 차별화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 등 경제활동 참가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30∼40대 후반 여성 인구의 경력단절을 막고 경제활동 참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맞춤형 교육 및 다양한 일자리 마련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더불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급여 면에 있어 성차별, 연령차별 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여성과 남성의 소득평등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공공의 책임이 강조되는 문화적, 사회적 대변화가 필요하다.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육아에 대한 부담을 남성이, 기업이,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저출산과 여성의 경제활동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개방화의 지형을 뚫어보는 통찰력과 인재확보에 대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제주지역의 인적자본지수는 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 평균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타 지역과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처럼 인적자본지수가 낮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제주 지역의 성장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2018년 이후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장려 이외에 생산가능인구의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도외에 거주하는 출향(出鄕) 인력은 물론, 도외 지역의 우수인력이 제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인력부족의 해결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의 고학력 숙련 근로자를 유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제주의 제도적·문화적 폐쇄성과 교육·의료 등 사회시스템의 미비는 이들의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와 같이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로는 외부의 청·장년층을 유입하는 유인(誘因)이 크지 않다. 따라서 수출산업육성, 향토제품의 개발, 주력산업의 질적 고도화,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 등 기술혁신 산업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중소기업 생산현장, 식당 종업원 등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오는 단순 노동인력이 90%를 넘는다. 이같은 저임금 단순근로자 위주의 이민정책은 국가경쟁력 보완에 한계가 있다. 단순노동 인력을 수입한 독일은 심각한 인종 갈등을 겪는 반면, 전문직을 적극 받아들인 캐나다는 산업 생산력이 향상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넷째, 젊은 층의 직업안정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교육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단기 계약직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이 취업을 통해 경력을 쌓고 자립기반을 마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잠깐 쓰고 내보낼 임시직 직원까지 공들여 교육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맞춤형 직업 훈련을 받고 그것이 장기 고용으로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기업이 대학생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면, 대학은 해당 학생들이 정규직이 되는 데 필요한 기능을 교육하고, 여기 필요한 인건비와 교육비는 지자체가 보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대학 주변에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여 대학생들이 졸업후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있다.

 

다섯째, 2011년 제주지역의 합계출산율는 1.49명으로, 전국 평균 1.24명에 비해 높았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출산율은 미래 인적자원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출산 장려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교육정책, 사회정책 등과 관련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가족정책이 회원국 가운데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저출산 국가가 된 가장 큰 요인은 여성이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이 걸림돌이다. 여기에 ‘워킹 맘’들에 대한 편견도 문제다.

 

따라서 여성들이 일과 육아, 직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로시간을 줄여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과 균형돼야 한다. 재택 근무나 시차 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워킹 맘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확충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과 가정 생활에서의 여성의 선택권이 존중된다면 직장에서 여성의 생산성이 높아짐은 물론 가정에서 자녀를 더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베이비부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제주의 고령사회 대비 정책형성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또한 이들은 은퇴 후 삶의 패턴에 따라 새로운 산업의 역동적 소비주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향후 우리사회 내 새로운 성장기반의 요소로 작용하거나 노인복지의 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데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에게 경력과 전문성을 감안해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즉, 효율적인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시스템 확립, 맞춤형의 다양한 일자리 개발, 전생애주기에 걸친 자원봉사활동 활성화, 여가 프로그램의 내용과 수준 다양화, 노후설계 서비스 제공 및 맞춤형 정보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

 

핵심생산 인구 감소로 제주경제 역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로인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젊은층의 분노는 기성세대와의 세대전쟁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에게는 경기 침체 탈출과 제주 사회를 갈라놓는 단층을 메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근시안적 단기성과 주의의 만연과 프로젝트형 개발사업에 함몰돼있는 현 도정엔 사회와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중장기적 거시정책에 대한 혜안과 대책이 안 보인다. 하루 속히 저출산‧고령화의 심화, 한‧중 FTA 체결, 복지제도의 확충 등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위대한 지도자의 첫 번째 자질에 대해 “매일 벌어지는 오늘의 일과 문제들을 뛰어넘어 내일 이후를 바라보며 가능성과 잠재력을 분별해내는 비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개방화의 지형을 뚫어보는 통찰력과 인재확보에 대한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면서 부여된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만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보수적이고 내부 지향적 국가 경영과 배타적 태도를 취하면서 스스로 고립되고 있는 일본의 지난 20년과는 다른 길로 나아가고, 선진사회로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개방과 경쟁, 그리고 자기혁신을 지속하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지금의 현실에 안이하게 대처하며 일본이 걸어온 실패의 그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을 것인가? 우리 제주사회 구성원들이 선택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열면 흥하고, 닫으면 망한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균형 잡힌 정책으로 사회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도정과 제주 사회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

 

최근 제주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토착·이주민 상생공동체 협동조합 출범은 도외에 거주하는 출향(出鄕) 인력은 물론, 제 2의 인생을 제주에서 설계하고 싶어 하는 전문직 은퇴자 등 도외 지역의 우수인력을 제주로 대거 유인하여 제주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인적 개방을 통해 토착민, 귀향민, 이주자가 함께 국가를 개화하고 번영을 누리며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영국 등은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는 계곡을 굽이치며 흐르는 격랑(激浪)처럼 우리 제주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격랑의 물결을 잘 타면 무사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난파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제주 도민들이 겪었던 과거 역사의 교훈들을 한 번 반추(反芻)해볼 필요가 있다. 신속하고 지혜롭게 난관을 극복하고 위기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질서에 대비한다면 제주는 변방의 시대를 끝내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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