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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8) ...지도자의 일탈, 추락하는 제주(하)

믿음이 실리지 않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유럽 위기가 그 많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신뢰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역량과 정책 추진목표의 성취 가능성에 믿음이 더해질 때 생기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저성장은 경제 위기와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맞물려 사회경제적 고통을 더욱 깊게 하고, 소득계층 간 갈등의 심화와 중산층의 약화를 초래한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저성장 시대에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저성장 극복,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확충 필요

 

1960년대 초기 성장이론은 토지ㆍ자본ㆍ노동의 전통적 생산 3요소의 축적을, 1990년대에 등장한 신성장이론은 생산 3요소 외에 지식의 축적을 지속적인 성장의 관건으로 제시했다. 물적 자본에 대한 수확은 체감하나 새로운 기술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에서 창출되는 지식의 수확은 체증하며 이것이 새로운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근 자본과 지식의 축적을 통한 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사회기반구조(social infrastructure)' 에서 찾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대학 INSEAD의 교수인 안토니오 파타스(Antonio Fatas)와 일리안 미호프(Illian Mihov) 등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수준, 경제의 개방성, 부정부패의 수준 등으로 측정한 사회기반구조의 질적 수준이 국민소득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한다.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적 증가가 과거처럼 수월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호간의 신뢰를 핵심요소로 하는 사회적 자본은 경제 전반의 고비용구조를 완화하고 갈등을 낮춰 성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의 가치를 특별히 중시해서 "한 국가의 경쟁력은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신뢰 자본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뢰의 출발점은 구성원들이 법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우 지사가 반드시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지도자가 앞장서 사회적 자본을 훼손하는 제주 정치

 

생선과 정치인의 약속은 사흘 지나면 으레 썩는 냄새가 난다.

 

우 도정은 정책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없이 편법, 은폐, 꼼수 등을 자행하면서 불신의 굴레를 쓰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지도자의 위선과 일탈이 제주 사회의 신뢰 실종의 중심에 자리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사회적 갈등을 통합하고 조율해야 할 이들이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도민을 상대로 불법과 협잡질하는 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하루 속히 대오각성해 갈등 유발자가 아닌 갈등 해결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결국 정치의 실패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오각성을 해 수습하려 하더라도 한번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후유증은 제주사회에 엄청난 저신뢰 비용을 안기고 있다. 제주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패도 불신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뢰 저하의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원으로 추산된다. 갈등지수를 10%만 낮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만 머물러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제주사회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기반구조의 확충과 질적 향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무너진 도정의 신뢰를 바로 세우기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제주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지속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제주가 가장 못사는 땅의 문턱에 주저앉아 있는 만년 유급생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느냐도 정직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장만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편법과 불공정을 타파하고 거짓말 정치를 신뢰의 정치로 바꾸지 못하면 제주 사회의 개혁도, 선진 사회 진입도, 정의사회 구현도 다 공염불일 따름이다.

 

기계가 잘 돌아가려면 기름칠을 해야 하듯 사회가 잘 굴러가려면 신뢰라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간, 특히 지도자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구성원의 신뢰라는 자산 없이는 결코 존립할 수 없는 것이다. 하루 속히 제주사회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법치주의의 강화와 함께 각종 부정과 부패를 차단하고 양극화의 해소를 통해 세대‧계층간 사회적 신뢰를 높여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도자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새로운 도약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현재에 안주하느냐 하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도자 트라우마’의 극복은 도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며, 이의 극복만이 정의와 원칙이 서는 바른 제주사회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 도정 4년을 끝으로 요령과 편법이 넘쳐나는 일탈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이유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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