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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세계 물의 날', 제주의 물을 생각한다

유엔(UN)은 1965년부터 국제수문 10개년 사업을 벌여 세계 수(水)자원의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조사했다. 많은 국가에서 물 부족 현상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1967년 세계물평화회의, 1972년 국제연합 인간환경회의, 1977년 국제연합 수자원회의 등을 연 이유다. 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1981년에는 '국제 식수공급과 위생에 대한 10년 계획(International Drinking Water Supply and Sanitation Decade)'을 수립하는 등 물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민은 깊었다.

 

결국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 환경 개발회의(UNCED :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국제사회는 지구의 환경 보전을 위한 ‘리우선언’과 그 실천계획인 ‘아젠다(Agenda) 21’을 채택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제 47차 UN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회의·전시회, 홍보물 제작 등 여러 가지 수자원 관련 행사에 세계 각국의 동참을 요청했고, 1994년 ‘세계 물의 날’ 행사에서 수자원의 지속적인 개발과 관리를 위해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와 시민들이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물의 날’ 제정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면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수자원 고갈로 인한 생명의 위기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이날의 취지와 동 떨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물 부족’이라는 ‘구실’은 댐 건설과 하천 개발의 정당화로 변질되고, 물의 ‘사유화’와 ‘상품화’가 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2006년 ‘세계 물 포럼’의 화두가 바로 이 ‘민영화’와 ‘사유화’였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공의 한정된 자원이란 인식 보단 ‘물 부족’에 각인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논리의 접근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열린 ‘세계 물 포럼’에 참여한 전 세계의 NGO와 시민단체들이 물 민영화에 맞서 ‘물을 방어해야 한다’고 외친 배경이다.

 

그 폐해를 드러내주는 사례가 있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중남미의 국가들에서는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상수도를 공급하면서 수돗물 가격이 폭등했다. 예를 든다. 필리핀에서는 1997년 1월 도시상수도와 하수설비시스템(MWSI)에 대해서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의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민간 기업은 마닐라시 거주자에게 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통해 수익을 얻기로 하고 물 값 인하, 지속적인 물 공급, 2000년까지 WHO의 물과 폐수표준 맞추기, 2006년까지 전 지역 물 공급 확대, 그리고 첫 10년 동안 물 손실(즉 비용이 정산되지 않는 물)을 56%에서 32%로 감소시키는 것 등 다양한 수행목표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그 기업은 2년이 되기도 전에 첫 번째 요율인상을 단행했고, 민영화 이후 7년 동안 여러 차례의 요율인상을 통해 5배 이상 요금을 올렸다. 물론 마닐라시 서부의 700만 주민이 특별한 서비스를 받은 것도 없다.

 

 

인도네시아에선 다국적 물 기업인 수에즈와 영국의 물기업인 탬즈가 25년간 물 사업권 계약을 따내 1998년 물공급 사업이 민영화됐다. 그러나 각종 요금과 비용은 그 이전보다 더 올라갔고, 주민들은 지역의 판매업자로부터 더 비싼 가격의 물을 사야 했다. 오히려 물에 대한 ‘접근권’이 봉쇄된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생명까지 위협 당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이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물 전쟁’이라는 책을 통해 그는 “지구의 물이 말라가는 원인은 잘못된 ‘물 정책’에 있으며, 지역·종교·민족 대립으로 보이는 숱한 대립들이 실은 ‘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설파했다. 지역사회의 수리권(水利權)이 댐 건설, 광산 개발, 양식 사업 등의 명목으로 어떻게 거대기업이 개입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자원고갈의 현장은 어떤지를 고발한 게 그의 책이다. 시바는 “생태계의 선물인 물을 강탈해 재분배하는 것은 ‘테러’이며, 아프가니스탄 동굴의 운둔자만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바로 ‘물 민주주의’다. 그는 그 책에서 “20세기 전쟁이 석유 쟁탈 전쟁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를 ‘하늘이 내린 섬’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풍부한 천혜의 자연환경도 그렇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풍부한 ‘물자원’이 있기에 더 그렇다. 120만년 전부터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제주도는 특유의 화산회토 지층과 다공질 현무암층이 주종인 지형·지질을 갖추고 있다. 중심부에 우뚝 솟은 한라산을 정점으로 368개의 오름군락을 거느려 광대한 ‘한라산맥’을 구축하고 있다. 그 덕택에 방대한 시간에 걸쳐 적도의 에너지를 북반부로 몰고 오는 태풍이 스쳐갈 때 선물(?)을 얻는다.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가 그 한라산맥과 부딪히며 쏟아내린 비로 생긴 수자원은 엄청났다. 그것도 천혜의 화산회토 지층 덕에 그 물은 지하로 쑥쑥 스며들었고, 그렇게 지하에 저장된 물은 ‘세계 최고’라고 불릴 정도의 풍부한 미네랄 성분을 갖춘 고품질이다. 세계시장에선 ‘에비앙’이나 ‘볼빅’이 더 잘 팔리지만 빙산이 녹아내리며 나온 지표수인 그것보다 제주의 지하수가 더 나은 품질일 것은 여과되고 저장되는 과정만 이해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지하수는 바로 제주의 공공자원이다. 공수(公水)정책이 제주의 근간이어야 하는 이유다. 계산기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어림 잡아 생각하면 이미 제주의 물은 석유값과 맞먹는다. 외국의 사례나, 고가 브랜드 생수제품의 사례를 보면 이미 물값은 석유값을 앞질렀다. 시간이 흐르면 국내에서도 물 값이 석유 값을 압도할 날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석유는 풍력과 수력, 조력,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자원 발굴의 추세 속에 빠르게 의존도가 떨어지고 있는 품목이다. 그 반면 물을 대체할 자원은 지구상에 없다. 희소성은 물론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1998년 제주의 선거판에선 황당한 주장이 나왔다. 그 물을 상품화한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후보가 있었다. 그 후보는 당선됐지만 그런 계획은 도민의 공분을 사고 실현되지 못했다. 공사는 민영화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민간기업은 움직인다.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은 자사제품인 ‘제주퓨어워터’의 증산이 초미 관심사다. 그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어떤 이가 지사 자리에 앉으면 ‘물 만난’ 모양새다. 최근 1~2년 새 도의회란 문턱에 가로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건 집행부인 제주도의 관문은 잘 통과한다. 게다가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가 만드는 제주삼다수는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도내 유통용 상당수 물량이 도외로 반출되는 일이 벌어졌고, 그 파문은 컸다. 최근 마무리 된 도의회 임시회는 ‘먹는 염지하수’가 또 논란이다. 특별자치도 제도개선 과제 중 하나로 제주도 집행부가 들이댄 건 ‘먹는 염지하수’ 개발사업에 민간기업의 참여통로를 터주는 것이다.

 

하느님 덕에, 조상 잘 둔 덕에, 지도자를 잘 선택한 덕에 지금 우린 꿀맛 보다 더 나은 ‘물맛’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걸 공공의 자산으로 제대로 유지·관리하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은 천혜(天惠)는 커녕 천형(天刑)의 늪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대는 선대의 일들을 기록한 역사에서 지도자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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