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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7)...웃음코드의 경쟁력

미국에는 자동차가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3억대 가량으로 추산하는데 미국 인구가 3억2500만 정도니까 갓난아기까지 거의 차 한 대씩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뉴욕같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는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수단이 일찍 발달했지만 이 곳 캘리포니아처럼 비교적 넓은 지역에 사람들이 흩어져 사는 곳에는 차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을 겪어야하기 때문에 다들 운전을 일찍 배우고 자동차 문화에 최적화된 다양한 생활양식이 발달해 있다.

 

캘리포니아의 차량 숫자가 약 2천400만대라고 하니까 미국 전체 자동차중에서 약 10% 가량이 여기에 몰려있다. 구 소련과의 냉전을 겪으면서 국토방위의 개념으로 미국의 동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닦았는데 소련이 본토를 침공했을 때 군수물자를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도 '주간(州間) 고속도로 (Interstate Freeway)' 의 심벌로 방패모양을 쓴다.

 

하기야 흐루시쵸프가 미국을 방문하고 나서 미국의 사통팔달한 도로망을 제일 부러워 했다는 말도 있는데 어쩌면 이 막강한 도로들 때문에 미-소 냉전시대에 불필요한 전쟁이 억제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가지 자랑스러운 점은 이 미국의 광활한 대륙을 누비고 다니는 차 중에 한국차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3억대의 차가 있다지만 미국차를 제외하고는 유럽의 몇 나라와 한국, 일본말고는 미국에다 차를 팔 수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다른 주에서는 보통 6자리까지를 차 번호판으로 쓰는데 비해 차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숫자와 알파벳이 조합된 7자리를 쓴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 차량등록비에 돈을 더 내면 각종 기호 - 왼손, 오른손 모양, 하트, 십자가 모양 등 - 개인이 자기취향대로 번호판을 만들어 쓰도록 허락하는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번호판을 많이 보게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는 경우도 흔하고, 종교적인 내용, 자기 직업 표시 등등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살려 주는 내용도 있고 언뜻 보기에 암호같이 전혀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단지 7 자리의 제약으로 인해 최대한 압축, 단순화된 문구를 만들어야 하기에 창의성과 기발함이 요구된다.
여기 사는 한국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어와 한글이 섞인 'I 9 JOTA ( 아이구 좋다 )' 라든지 'DALGUJI ( 택시회사)' 같이 센스있는 번호판도 본 적이 있다.

 

이 제도는 주(州)정부로서는 세수입이 늘어서 좋고 차주인의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독특한 번호판을 달고 다닐 수 있어서 좋은 셈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인지 심각한 걸 싫어하고 유머감각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기질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차 번호판으로라도 고정 관념을 깨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신선하다.

 

한국 대선과 엇비슷한 시기에 맛물려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양당이 예외없이 목을 거는 것이 TV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대선 후보들끼리의 정책 토론 ( Debate )이다. 그런데 이 역시 논리 정연한 언변 못지않게 심각한 주제와 문제를 유머스럽게 풀어나가는 사람이 늘 더 많은 점수를 받는다.

 

대법관 인준을 위한 의회 청문회 같은 심각한 자리에서도 어떤 후보는 질문자와 좌중을 함께 웃게 만드는 재치로 능청스럽게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월드 스타를 자처했던 '비'도 넘지 못했던 미국의 벽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로 초토화 시킬 수 있었던 건 탁월한 음악성외에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는 이 웃음코드다.

 

많은 미국인들이 평범하게 생긴 한국의 젊은 가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어떤 미국인이 이렇게 표현했다.

 

"싸이 이 친구는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을 재밌게 할 수 있다."

 

단군이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게 바로 단숨에 정면으로 부딪혀 오는 장난끼였다.

 

우리는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민족이었는데 어느새 마음이 닫혀가고 얼굴이 굳어져 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의 삶이 힘들지만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보여준 우리 전래의 '마당놀이' 와 '탈춤' 의 재해석은 우리의 유머 감각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고 무한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이 가을에는 다들 웃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싸이가 고맙고 그와 내가 우리가 한국인인게 못내 자랑스럽다. 싸이 만만세다!!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7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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