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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기상천외-제주'(3)...제주도 바람神은 바람둥이?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전 1:6) “남방 밀실에서는 광풍이 이르고 북방에서는 찬 기운이 이르며”(욥 37:9)라고 기록된 것처럼 성경에서는 바람은 지역에 따라 세기와 흐름의 방향과 높이가 변하는 공기의 흐름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마라. 바람은 흙이 내뿜는 메마른 한숨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기가 움직여 바람이 분다는 성경의 생각을 어리석다고 했다. 그러나 바람이란 바로 공기의 움직임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존의 철학자요, 과학자라고는 하지만 이런 비과학적인 주장을 한 것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무려 2천여 년 동안이나 자연과학계를 지배해왔다.

 

기상학적으로 볼 때 바람은 자연계의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상요소 중 하나다. 비를 운반하고 기온을 변화시키며, 대기를 정화하고 식물의 씨앗을 옮겨 퍼뜨리는 일을 한다. “비가 전혀 내리지 않거나 드물게 내리는 나라는 있으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나라는 없다”고 한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바람은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는 날씨와 관련된 신화가 유난히 많다.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부는 것이 한라산 신들의 사랑싸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화에 의하면 한라산은 구름의 신인 운신(雲神)과 안개의 신인 무신(霧神)이 서로 싸우는 장소다. 바람의 신인 ‘바람우니’가 구름의 신인 고산국을 만나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바람신이 처가댁에 와서 보니 지산국이라는 처제가 훨씬 더 예뻐 보였다. 지산국은 안개의 신이었다. 타고난 ‘바람기’를 주체할 수 없던 바람신은 처제인 지산국을 유혹하여 한라산을 돌며 사랑을 나누었다. 이들의 불륜을 눈치 챈 언니 구름의 신 고산국은 치마를 걷어붙이고 남편과 동생을 추적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한라산 뒷자락으로 도망을 치면 언니인 구름의 신이 길을 가로막았다. 그러면 바람신은 살짝 방향을 틀어 내빼고 만다. 제주도의 바람과 구름의 심한 변화는 한라산에서 벌어지는 신들의 사랑과 질투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제주도에 바람이 많이 불고 또 바람의 방향 변화가 심한것은... 지금도 나이든 제주도 사람들은 한라산을 빙빙 도는 구름과 안개의 흐름을 보면서 맞아도 그만, 틀려도 그만의 민간 날씨 예보를 한다고 한다.

 

신화를 읽다보면 우리네 선조들이 그리스 사람들보다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상현상 중에서 바람이 능동적이라면 구름이나 안개는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인을 유혹하는 능동적인 신이 남성 신인 바람의 신이며, 못이기는 척 따라오는 안개의 신이 수동적인 여성 신으로 설정된 것은 바람이 불어야 안개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다.

 

언니와 동생을 구름과 안개로 설정한 것 또한 기상학적이다. 즉 안개와 구름은 동일한 원리로 만들어지는 기상현상으로 자매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구름과 안개를 구분하는 기준은 수증기 입자가 땅에 붙어 있느냐, 공중에 떠있느냐의 차이다. 공중에 떠 있으면 구름이요, 땅에 붙어 있으면 안개가 된다. 안개는 땅에서 볼 때 지척이 구분되지 않지만 구름은 명료하게 윤곽이 드러나 보인다. 불륜에 빠진 동생을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 안개의 신으로 설정한 것도 재미있다. 아름다운 정서를 아우르는 과학적인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 사람들의 뛰어난 신화적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고 만다. 

 

반기성은?=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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