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1차 도민 공론조사가 결국 잠정연기됐다. 다만 설문 문항은 변경되지 않은 채 오는 15일부터 다시 공론조사가 이뤄진다. 

제주도는 14일부터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차 공론조사가 시작된다고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도민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유･무선 전화 혼용 방식의 여론조사였다. 

도에 따르면 제1차 공론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공론조사 의견 비율에 맞춰 도민참여단 200명을 구성, 약 3주 간의 숙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9월 중순 쯤에는 최종 권고안이 도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도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13일 오후 긴급성명을 내고 “이번 여론조사는 공론의 장을 외면한 채 날치기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회 공론조사위원회 내애서 최종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도내 몇몇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공론조사위 회의에서 여론조사 문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가 전자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위원들의 의견을 취합, 이후 의견 수합 결과를 위원들에게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메일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는 위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공지가 여론조사 실시 하루 전인 13일 오후 늦게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에 대해 “원희룡 도정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일정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합의되지도 않은 편파적인 여론조사를 강행한다”며 “심각하게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제주도는 14일 오후부터 시작하기로 한 공론조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허용진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1차 공론조사를 잠정연기한다”며 "도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관련 언론보도가 있어 이에 대한 잡음을 없애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5일부터 문항 수정없이 바로 공론조사를 시작할 것임을 밝혔다.

또  녹지국제병원 문제와 관련해 "이는 전국적으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이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절충점들은 만들어지고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견지해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계속 조율해 나가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론조사 추진과 관련해 일부 오해의 소지도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공론조사과정에서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