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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아!이어도(7) ... 제노사이드 범주서 빠진 4.3?

 

제주 4·3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대량의 민간인 피해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미군정 시기에 사건이 발생하여 제1공화국 시기 6·25전쟁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가 생겼다. 폭동이나 반란으로 규정되었던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년이 지난 2000년 1월 12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관련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있다.

일부 제주 4·3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활동가들은 미국의 책임에 대하여 거론하고 있다. 사건발생 초기에는 미군정이 남한을 통치하였으므로 어느 정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제주 4·3을 '제노사이드'로 칭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제주 4·3은 제노사이드 범죄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제노사이드 범죄가 아니다.

‘제노사이드 범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은 1948년 12월 9일 UN 총회 결의안으로 채택되어 1951년부터 효력이 발효되고 있다. 제노사이드 범죄의 처벌과 예방에 관한 협약은 전세계 모든 곳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를 금지하고 있으며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협약 제2조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와 처벌을 위해 제노사이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제 2조
본 협약에서 규정하는 인종 학살은 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혹은 종교적 집단을 파괴할 목적으로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자행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다음과 같다.
(a) 한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는 행위
(b) 한 집단의 구성원에게 심각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행위
(c) 한 집단의 전체적 혹은 부분적인 파괴를 목적으로 집단의 생활 조건에 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
(d) 한 집단의 출산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를 강요하는 행위
(e) 한 집단의 어린이들을 다른 집단으로 강제로 이주시키는 행위.

 

 

여기에서 주목하여야 하는 것이 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집단에 대하여 위해를 가하는 것을 칭하고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은 국내에서의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일어난 학살 사건을 제외하게 되며 보통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살상사건을 제노사이드로 한정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스탈린이 통치하던 소련의 대표는 제노사이드 협약과정에서 정치적 집단과 사회 경제적 집단을 제외하도록 하기 위하여 애를 썼다. 소련 대표와 동조하는 각국의 주요 대표단들은 정치적인 집단과 사회경제적인 집단은 법률적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제노사이드의 범주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스탈린은 1928년 모든 소작농들을 집단농장에 몰아넣는 농업정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500만명의 쿨락(Kulaks)들이 기아와 학살 등으로 비참하게 희생되었다. 스탈린의 통치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시베리아와 북부 러시아에 설치된 강제노동수용소인 ‘굴락(Gulags)’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1953년 73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천만 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스탈린은 제노사이드 범죄의 범주를 좁히려고 한 것이다.

 

스탈린과 모택동 같이 자국민을 학살한 정치지도자들에 대하여 제노사이드 범죄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범주 제한성 때문이다. ‘제노사이드 범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은 국제정치의 결과물이다. 일부에게는 불만족스럽지만 ‘제노사이드 범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은 세계 인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4·3은 기존의 법을 통한 갈등의 해결을 넘어선 ‘정치적 해결’을 지향하여야 할 것이다. 정치가 실종되면 법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갈등하는 양자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파국을 피하기 위하여 대화와 타협을 하여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택하는 정치적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가 차선을 택하지 않고 완전한 정의를 부르짖었다면 오늘날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강병철은?
= 제주대에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상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 - ‘헬싱키 프로세스’의 함의와 ‘제주 프로세스’에의 적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발간하였고 “이어도 쟁점 및 해양주권 강화 방안 : 다층적 차원에서의 해법 모색”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국제펜투옥작가위원회 위원으로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등 투옥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해왔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자 국제펜 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3년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 돼 국제펜 투옥작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강사와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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