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6월 17일 제주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에서 열린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 메뉴 시연회 장면이다. [제주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303751691_74ff15.jpg?iqs=0.45043588206349283)
제주 외식업계의 브랜드 리뉴얼 실험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참여했던 점포부터, 올해 상반기 새롭게 지원 대상에 포함된 매장까지, 로컬브랜딩의 현장은 성과와 한계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단순한 매출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 경험 확대와 지역사회 기여, 상권 이미지 전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제주의 외식업계는 관광 의존도가 높고 창업 생존율이 낮아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점포들은 단순한 영업 지속을 넘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협력해 점포의 메뉴, 공간, 위생, 홍보를 통합적으로 개선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메뉴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각 매장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내고 ‘제주다움’을 담아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끼 식사가 아닌 경험과 이야기를 구매하는 셈이고, 점포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브랜드로서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된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오리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291635007_7ed816.jpg?iqs=0.8337467615908606)
지난해 지원을 받은 제주시 노형동 오리정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며 생존 위기에 직면했던 매장이었다.
홍정호 오리정 대표는 "코로나 지나면서 조금 회복되는가 싶더니 다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평일에는 두세 테이블밖에 앉지 않는 날도 많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리뉴얼을 통해 오리정은 메뉴를 단순화하면서 운영 효율을 높였다. CJ프레시웨이와 함께 개발한 메밀전·메밀순두부·메밀볶음밥 세 가지 신메뉴 중 가장 운영에 적합하고 고객 반응이 좋은 순두부 메뉴를 남기고 집중했다.
홍 대표는 "손님이 많아지니 주방 동선이 꼬이고 재료가 빨리 소진됐다. 결국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메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메뉴에는 오리 순두부찌개만 남아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298701384_ce7c6f.jpg?iqs=0.42936987366416624)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지난해 2월부터 매출이 매달 30%씩 증가했고, 여름철에는 브레이크타임 없이 영업하거나 재료가 일찍 떨어져 저녁 7~8시에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홍 대표는 "방송 노출 뒤에는 예전 단골 손님이 다시 찾아왔고, 전화 예약이 몰려 운영이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만 성과는 단기간에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홍보 효과가 6개월쯤 지나자 줄어드는 게 체감됐다"며 "브랜드 인지도는 분명히 높아졌지만 장기적으로 이어갈 마케팅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리정 사례는 로컬브랜딩이 위기에 빠진 매장을 단기간에 회복시키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시에 성과를 지속시키기 위한 장기적 지원 체계의 필요성도 드러냈다.
![서귀포시 표선면 메밀밭에 가시리 본점의 외부 전경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293220661_5c2a34.jpg?iqs=0.3159830092162019)
올해 상반기 지원을 받은 서귀포 표선면 '메밀밭에 가시리'는 막국수 전문점이다. 사업 참여 계기부터 독특했다.
박진아 메밀밭에 가시리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확장을 고민했는데 CJ 측에서도 흥미로운 과제로 받아들여 적극 협력해줬다"며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물은 전문가로부터 "2000만~3000만원대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박 대표는 "즉각적인 매출 상승이나 가맹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3호점 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실제 매장 운영에도 일부 결과물을 응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진출을 염두에 둔 만큼 단기 매출보다 장기적 확장성을 뒷받침할 브랜드 자산이 쌓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메밀밭에 가시리 납작소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293217312_27f840.jpg?iqs=0.8528426958368318)
박 대표는 "아직 가맹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사업은 당장의 손익보다는 브랜드 체질 개선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소비자 반응이다. SNS와 리뷰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한 이용객은 "메밀 100%라 건강하고 맛있기까지! 두 번이나 방문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또 다른 방문객은 "제주 메밀로 만든 들기름막국수를 꼭 먹어보고 싶어 찾았다. 향과 맛이 뛰어나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면이 쫄깃하고 향이 진하다", "부추메밀전은 메밀가루 특유의 거친 맛이 매력적이다"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러한 호평은 단순히 메뉴 맛을 넘어 브랜드 리뉴얼이 소비자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매장을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젊은 고객층의 발걸음이 늘어나며 메밀밭에 가시리는 전통적 이미지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새로운 막국수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브랜딩 지원사업을 경험하면서 아쉬움도 있었다.
박 대표는 "선정된 업체 수가 너무 적어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더 많은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며 "정책 홍보도 부족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보만 제대로 돼도 훨씬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밀밭에 가시리 본점의 메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310235821_477baa.jpg?iqs=0.7968492067661754)
이번 로컬브랜딩은 단순히 '간판을 새로 단다'거나 '메뉴를 늘린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서 느끼는 공간의 분위기, 메뉴판의 가독성, 서비스 흐름까지 전반이 달라졌다.
도민 강모씨(32·노형동)는 "예전에는 그냥 밥 먹으러 가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스토리와 공간이 함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특히 메밀밭에 가시리는 예전보다 훨씬 세련돼서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정은 동네 밥집이나 어르신들 중심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젊은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리뉴얼은 소비자 경험의 질을 높이고, 가게를 방문하는 이유 자체를 바꿔놓았다.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제주다움'을 체험하는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고객층도 확대되고 있다.
리뉴얼 효과는 수치와 소비자 반응에서 드러난다. 오리정은 매출 상승과 관광객 비중 확대라는 성과를 거뒀고, 메밀밭에 가시리는 SNS 언급량 증가와 젊은 층 유입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비자 목소리 역시 달라졌다. 오리정은 "제주다운 오리 메뉴가 인상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가족 단위 고객층이 늘었고, 메밀밭에 가시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지역 주민과 젊은 고객층의 호응을 끌어냈다.
![로컬브랜드 일러스트다. [제이누리 그래픽]](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6/art_17570310660061_1e5b73.jpg?iqs=0.495336835265633)
두 대표 역시 로컬브랜딩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홍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홍보 효과가 짧게 끝나는 점이 아쉬웠다"며 지속적인 마케팅 지원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준비 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참여 기회가 적고 정책 홍보가 부족했다"며 참여 확대와 홍보 강화를 요청했다.
결국 제주 로컬브랜딩의 현장은 성과와 한계가 교차한다. 위기에 빠진 매장이 새 활로를 찾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확장이라는 장기 전략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간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로컬브랜딩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점포의 정체성을 찾아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자산으로 키워내는 과정"이라며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곳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매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점주와 소비자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지속성"이라고 말했다.
이제 과제는 뚜렷하다. 매장별 특성과 소비자 흐름에 맞는 맞춤형 전략, 그리고 단기 홍보 효과를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로 이어갈 수 있는 체계적 지원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회에서는 청년 창업가들이 지역 특산품과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상품과 서비스에 녹여내고, 또 관광산업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