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향토색으로 승부한다 ... 왜 지금 제주인가

  • 등록 2025.09.01 1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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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브랜딩, 길을 묻다①] 창업지원 넘어 브랜드 경쟁력 … 제주 상권의 새 활로 될까

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 외식업계에 '로컬브랜딩'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가게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점포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소비자는 음식을 넘어 '제주다움'을 경험하고, 점포는 브랜드로 다시 자리매김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가 운영을 맡고, 외식업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와 협업해 진행된다. 전통시장·상점가·특화거리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브랜드 리뉴얼, 메뉴 개발, 위생 및 시설 개선, 간판·로고 제작, SNS 홍보까지 통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 외식업 매출은 관광객 의존도가 65% 이상으로 지역 주민 소비보다 관광객 지출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도내 음식점업의 3년 생존율은 30%대에 머물러 전국 평균보다 낮다.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개별 점포가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MZ세대의 가치소비·건강지향 트렌드까지 더해져 기존 창업지원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지역 특산품과 문화 스토리를 반영한 브랜드 구축, 온라인 기반 홍보, 디자인 혁신이 병행되는 새로운 방식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에서는 두 곳의 대표 외식업체가 참여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오리정은 제주 전통 오리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객층을 넓혔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5% 증가했다. 매출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무료급식 봉사까지 이어지며 상생 효과도 거뒀다.

 

제주시 건입동 서부두명품횟집거리 대진횟집은 제주 해산물의 특성을 살린 메뉴 개발에 나섰다. 컨설팅을 통해 '게우젓갈'과 '황돔장' 등 점심 메뉴를 선보였으나 횟집 특유의 고단가 한상차림 중심 구조와는 맞지 않는 한계도 드러났다.

 

곽동영 대진횟집 업주는 "가게 이미지는 개선됐지만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물회나 단품 전문점처럼 특정 메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업종이라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업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 필요성을 보여준다.

 

강원도는 '로컬푸드-관광 연계 모델'을 구축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평창·강릉 일대에서는 감자, 메밀, 한우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형 음식 관광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 유입을 늘렸다. 실제로 평창군은 로컬푸드 기반 식도락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농가와 식당의 매출이 동반 성장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전남은 전통시장과 원도심 점포 리뉴얼을 통해 청년 창업 유입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목포·여수·순천 등에서는 낡은 점포를 리모델링해 카페·베이커리·로컬다이닝으로 탈바꿈시켰고, SNS를 통한 홍보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며 '핫플레이스화'에 성공했다. 전통시장 안에 청년 점포가 늘면서 지역 상권 전반이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구조도 나타났다.

 

부산 역시 '글로벌 푸드 명소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일대를 대상으로 해산물 특화 메뉴와 푸드투어를 결합해 외국인 관광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지 식재료와 글로벌 요리 기법을 결합한 브랜드 매장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의 연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은 특산품, 전통시장, 원도심, 글로벌 관광 자원을 로컬브랜딩과 접목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 역시 감귤·흑돼지·해산물 등 풍부한 특산품과 해녀 문화, 원도심의 역사적 스토리를 결합해 외식업을 지역 문화와 관광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청년 창업가들은 로컬브랜딩을 단순한 창업 지원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9기 청년참여기구 문화2분과 토론에서 이은정 분과장은 "지원금으로 가게 문을 여는 것보다 내가 만든 메뉴와 공간이 브랜드로 인정받는 게 더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청년 창업가들은 홍보·마케팅 역량에서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브랜딩과 홍보 역량을 키워줄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제주 로컬브랜딩의 방향에 대해 "제주는 로컬의 강점과 특색이 분명한 곳이다. 이를 상품화하고 체험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져야 한다. 특히 지역을 잘 아는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다움을 살린 메뉴와 공간을 운영한다면 로컬브랜딩은 단순한 매장 리뉴얼이 아니라 제주 관광과 상권 회복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참여기구 문화2분과도 청년 창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올해 '커리어브랜딩데이' 행사를 기획·제안했다.

 

분과는 "제주 청년들의 일자리 인식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편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창업도 단순히 지원금을 받아 유행하는 업종에 뛰어드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밝혔다.

 

실제로 청년 창업가보다 40대 창업가의 성공 비율이 높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문화2분과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들이 어떤 사업을 선택하고 어떻게 지역 자원과 연결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하도록 돕고, 창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전환하는 것이 커리어브랜딩데이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업 효과는 일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 성과에 머물지 않고, 사업 종료 이후에도 매출과 고객층이 유지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업종별 적합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원도심 재생 효과 등은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제주 로컬브랜딩은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와 관광·문화 자원을 아우르는 새로운 전략의 실험이다. 이 실험이 일회성 지원에 머물지 않고 중장기적 로드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다음 회에선 올해 상반기 선정된 매장의 변화와 성과를 현장에서 확인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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