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일경 논설위원/ 일본 추쿄대 교수 영토 문제를 둘러싼 한·일 및 한·중 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 답답한 분쟁을 지켜보다 문득 한권의 책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2003년에 출간된 『위로(치유)하는 내셔널리즘-풀뿌리 보수주의 운동의 실증연구』라는 책이다. 이유가 있다. 2001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의해 대표되는 일본의 풀뿌리 내셔널리즘 운동이 일본 정치의 최근의 우경화 경향과 더불어 다시 부각되어 확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의 한 명인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는 말한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지부활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관해 불안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공허함과 소외감을 일본인으로서의 프라이드로 메꾸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의 공동체인 ‘국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주요
▲ 라일경/ 일본 추쿄대 종합정책학부 교수 3년 전인 2009년. 일본에서의 정권 교체는 시민이 주역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청신호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민이 주역이라는 일본 민주당의 창당 이념은 그때 이후 빛이 바랬다. 정권 교체 이후, 3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선거도 없이 수상(총리)은 두 번 이나 교체되었고, 세 번째로 등장한 수상과 일반 시민 간의 소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돌연 공약으로 내걸지도 않았던 소비세 증세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현 수상의 주장이 국민은 커녕 민주당 의원들에게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다. 국민들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멘붕’(멘탈붕괴) 상태이다. 더욱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터진지 1년이 지나도 책임을 지는 자는 찾아볼 수 없고,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사회에서 조차도 책임을 추구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도쿄전력은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시키지 않는 한 전기세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협박성 주장을 당당히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정부의 주장이 뻔뻔스럽게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은 다시 당혹스럽다. 그야말로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