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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버티자. 사표를 내라면 내면 되지'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0)] 충성경쟁 삐돌이.삐순이들의 시비
조시중  |  joe-micha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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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8  1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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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개심으로 가득하던 그들의 얼굴은 목적을 달성하였다는 만족감으로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비웃음을 뒤로하고 옮겨 간 곳은 말석(末席) 과(課) 말석(末席) 계(係)다.

이 자리에서 1년을 머무르면 2년 퇴보되고 2년을 머무르면 4년 퇴보된다. 근무평정에서 제일 아래 순위로 매겨지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역전을 당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김철수는 끝을 모르게 추락하는 중이다.

이 자리는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잠시 대기를 하거나 임시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하여 이용되기도 한다. 전임자가 떠나는 이유를 물어 보지도 못하였다. 축 늘어진 어깨와 푹 숙인 고개, 어두운 표정으로 책상을 주섬주섬 정리하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도 없이 정든 직장을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서무 직원이 “떠나는 사람에게 회식이라도 대접해야 될 거 아닌가 마씸?(아닌가요?)”하고 과장에게 조심스럽게 여쭈었더니 반대파라는 이유로 “필요 없어‼”라고 야박하게 거절해버렸다. 과장은 실세라는 우유부(嚘狃蚥)가 승진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단지 반대파라는 이유로 떠나는 전임자에게 김철수는 “제가 식사를 모시겠습니다”고 청하였지만 “나하고 식사를 했다가는 자네가 곤란해지니 아는 척 하지 마라” 라고 사양하면서 “간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오랜 기간 정든 직장을 떠나가는 사람에게 식사 대접도 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다음은 내 차례인가?”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조만간 사표를 내라는 압박이 들어오면 편한 마음으로 따를 생각이었다.

천사의 손길

책상 위에는 예쁜 카드 한 장과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카드에는 정성스러운 손 편지로 '품격 있는 사람에게는 시련도 선물입니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마세요. 잘 이겨 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철수의 소식을 전해들은 가까운 학교 선생님이 보낸 것이다. 학교 후배다.

조배죽들로부터 무지막지한 린치를 당하여 몸이 다 망가진 상태에서 한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질 벼랑 끝에 있을 때다. 긴 가뭄에 단비와 같은 큰 위안을 얻었다. 넓고 깊은 독서량과 지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계(人間界)의 표현이 아니라 신선계(神仙界)에서 쓰는 천사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국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받고 겨우 눈을 뜨려 할 때 “Farther in the heaven(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라는 나이 든 할머니의 목소리로 기도문이 들려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열어 보니 80여세 정도 되는 금발의 할머니가 “peace with you(당신에게 평화를)”라고 성호와 기도를 마치면서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라).”이라고 속삭여 줬다.

말을 하려 하였으나 입을 열수가 없었다. “take it easy(편안히 하라)”라며 일어서는 할머니와 눈인사 밖에 할 수 없었다. 단정한 옷맵시와 굵게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유럽 왕실의 귀족 같은 품위가 돋보였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중환자들을 찾아 자원봉사로 기도를 해 주시는 분이었다. 천사의 손길로 따뜻한 위안을 받고 다시 포근하게 깊은 잠이 들었다가 일어섰다.

삐돌이와 삐순이들

우유부가 정해진 출장 목적도 없이 “아무데라도 가자‼”고 지시를 했다. 김철수가 차를 몰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모셔갔다. 우유부는 식사를 하던 중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듯 거만한 자세로 큰 은혜를 베풀려 했다.

“살고 싶으면 뭘 해야 하는 줄 알지?”

“.........”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줄 짐작이 갔다.

“총독을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빌어라‼”

“.........” 밥이 넘어갈 리가 없다. 꾸역꾸역 식사를 하다가 수저를 내려 놔 버렸다.

돌아오는 차에서 침을 흘리고 코를 골며 졸던 우유부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냥 가면 안되는 것 알지?” 총독에게 찾아가서 노예같이 엎드려 빌고 뇌물이라도 바치라는 뜻이다.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나는 죽을 죄를 지은 적이 없습니다‼ 살려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어야 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라고 밀어 버렸다. “선거기간 중에는 지구 반대편 해외에 있었는데 총독을 반대하는 운동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총독을 비판이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이어서 “나는 시키는 일이나 하는 하급 공무원이라는 말입니다‼” 더 세게 밀어 버렸다.

대놓고 따졌다. “솔직히 말해주세요‼ 총독이 일개 하급 공무원을 알기나 합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흥분해서 목청이 높아지고 말았다. “남들보다 잘난 것도 없고, 남들을 모함해서 내 욕심을 채운 적도 없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더 세차게 말해 버렸다. 침 몇방울이 우유부의 얼굴에 튀어 버렸다.

우유부의 능력은 한계가 있어서 한 구석에서 여북하게 지내왔었다. 그러다가 조배죽 전성시대가 되었으니 실세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김철수를 노예로 삼아 부리려는 의도일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반대파 하나를 처리하였다고 충성 실적을 올리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다. 우유부가 “말귀를 못 알아 먹엄저게(먹는다.)”라며 투덜댔으나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실세에게 거칠게 도발을 해버렸으니 스스로 함정을 파 버린 격이 되었지만 후회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갈만큼 멀리 가버린 것이다.

이후 말 한마디도 섞어본 적이 없다. 눈도 마주치질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가짜) 출장여비 (과장에게) 해 줍서게(해 주세요)‼” “점심때 (과장을) 모셩 갑서게(모시고 가세요)‼” “(과장용) 자료 냅서게‼”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요구를 일일이 따라주지 못하는 김철수에게 삐졌는지 삐돌이들과 삐순이들이 시비를 걸 듯 덤벼왔다. 실세라고 알려진 과장에게 충성경쟁을 하는 듯하다. 아니면 만신창이가 된 김철수의 몰골을 보고 깔아뭉개 버려도 되는 상대로 취급하는 듯하다.

 

 

 
▲ 조시중

김철수는 '그냥 버티자. 오늘이나 내일이나 사표를 내라면 내면 되지'라고 마음을 다잡아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한결 마음이 편했다. 책상은 깨끗하게 먼지를 털고 정리하여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외부 단체에 근무하던 직원이 찾아왔다. 외국어를 하는 사람이 필요해서 같이 근무하자는 제안이다.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 잠시 피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지옥문이 열려 있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21세기를 몇 개월 앞두고 있었으나 조선시대 시골 관아(官衙)의 사또처럼 봉건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조배죽들에게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섬축제였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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