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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신들의 고향 제주도 ... 한라산, 368개의 오름 등 설치예술품의 전시장

 

제주 도처는 설문대할망이 심혈을 기울인 설치예술품의 전시장이다. 신들의 고향인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고, 우도에는 쇠머리오름과 알오름이 이웃하고 있다.

 

신화는 소원이 실린 바람이다. 바람이 극진하면 이루어지듯 제주 선인들은 신화에 바람을 실었다. 1만8000 신들을 모셔와 바람을 실어 소원을 이루어왔던 것이다.

 

제주선인들은 설문대할망이 제주 본섬을 창조하고 나서 우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지왕(옥황상제)의 딸인 설문대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천상세계에서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측은지심이 생긴 설문대는 옥황상제인 아버지를 졸라 거친 섬을 아름다운 섬으로 만들겠다며 제주섬에 내려왔다.

 

거인이 밟은 제주섬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기우뚱 거리곤 했다. 설문대가 거보를 옮길 때마다 섬은 흔들려 사람들과 동식물들은 정신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를 가엾게 여긴 설문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흔들리지 않은 섬을 만드는 것이었다. 섬을 균형 있게 해줄 중심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하수를 끌어들일 만 큼 높은 한라산(漢拏山)을 쌓아야 했다.

 

거친 바람도 막아주고 수 많은 동식물도 어울려 살수 있도록 높은 산을 만들었으나, 그녀에겐 여전히 허전함과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한라산을 쌓고 나서야 섬의 완성미가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할망이 입은 터진 옷자락 사이로 흘러내린 흙으로도 미세한 흔들림을 맞출 수 있음을 안 설문대는, 이번에는 도처에 오름을 쌓았다. 한라산이 남쪽에 치우쳐 있어 오름들을 북쪽에 알맞게 배치하니 그제야 균형감각에 온전함이 느껴졌다. 이제 사람들과 동식물은 바람에 맞닥뜨려도 흔들림 없이 제 갈 길도 가고 제 할 일도 찾을 것 이다.

 

아버지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자, 설문대는 자신이 한 일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하학적 균형미가 이루어졌음을 느끼며 한라산과 오름을 만드는 일에 지친 설문대는 그제야 휴식의 소중함을 알았다.

 

설문대가 휴식을 즐긴 곳은 가장 나중에 만든 성산도(城山島)에 있는 일출봉 근처였다. 하지만 성산도는 곧 본도와 연결되어 반도가 될 것이다. ‘그래, 섬을 닮은 자그마한 섬 하나를 더 만들자. 일출봉과 마주보는 또 다른 오름을 만들자.’ 오른발을 성산일출봉에 왼발을 오조리 식산봉에 딛고 앉아 볼일도 보고, 또 하나의 오름을 어떻게 만들까 생각도 해 보았다.

 

산이 높으면 물도 깊어야 하는 법. 일출봉과 우두봉 사이 바다에 V 형태의 깊은 바다협곡을 만든 설문대가, 바다의 협곡동산을 솟아오르게 하니 우두봉이 생겼다. 또한, 설문대의 오줌발에 식산봉 앞 오조리 땅이 꺼져 내려가서는 마소가 노니는 평야지대가 만들 어지고 도처에 비경이 스며들게 했다.

 

제주섬과 성산도처럼 소섬과 비양도도 만들고, 고운 바다에 어울리는 홍조단괴 같은 백사장도 만들었다. 한라산과 오름들과 일출봉에 이어 만들어진 우도는, 설문대할망의 설치예술 화룡점정 그 자체라 전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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