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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46)] 몇가지만 기억해도 되는 띄어쓰기(4)

 

그동안 띄어쓰기를 세 차례 다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붙여 써야 하거나 붙여 써도 되는 말’들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띄어쓰기가 이렇게 몇 번으로 끝낼 만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세히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짚어보면서 줄이려 합니다.

 

(1) 지난번에도 잠깐 다뤘지만, 의존명사는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러나 의존명사 중에는 앞말과 붙어 한 단어가 된 것이 많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붙여 써야 합니다. 많이들 헷갈리는 것이 ‘그때’(‘때’는 의존명사가 아닙니다만)와 ‘그분’인데, ‘그 때’나 ‘그 분’처럼 띄어 쓰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처럼 한 낱말로 굳은 것으로 보아 앞말에 붙여 쓰는 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굳이 외우려 들지 마시고 한번 주욱 훑어만 보세요.

 

∙이것, 저것, 그것, 아무것, 날것, 들것, 별것, 생것, 탈것
∙동쪽, 서쪽, 남쪽, 북쪽, 위쪽, 아래쪽, 앞쪽, 뒤쪽, 양쪽, 한쪽(‘一方’의 뜻. 사과 ‘한 쪽’은 띄어 씁니다), 반대쪽, 오른쪽, 왼쪽, 맞은쪽, 바깥쪽, 안쪽, 옆쪽
∙이번, 저번, 요번
∙이편, 저편
∙이이, 저이, 그이, 이분, 저분, 그분

 

(2)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도 당연히 띄어 써야 하지만 붙여쓰기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순서를 나타내거나 아라비아 숫자와 어울릴 때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스무 살, 두 개, 여섯 마리, 세 자루, 벼 석 섬
∙세시 이십분 십오초, 제삼과, 이학년, 칠층
∙1446년 10월 9일, 1대대, 104동 1203호, 680원, 11개, 25미터

 

(3) 숫자 다음에 ‘개년, 개월, 년간, 시간, 분간, 주간, 초간, 일간’ 등이 올 경우에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합니다.

 

∙ 1 개월/1개월, 1 시간/1시간, 1 일간/1일간(대체로 붙여 쓰지만 두 가지 다 가능함)

 

(참고 1) 그러나 접미사 ‘여(餘)’가 붙으면 ‘10여 분 간’, ‘20여 일 간’, ‘30여 년 간’처럼 ‘여’의 뒤와 ‘간’의 앞에서 띄어 써야 합니다.

 

(4) 한 음절짜리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이는 너무 자주 띄어 쓸 경우 쓰거나 보기에 부담스러운 것을 피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좀 더 큰 이 새 집’, 이렇게 쓰면 띄어쓰기는 나무랄 데 없겠지만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 들지요. 이럴 때는 ‘좀더 큰 이 새집’처럼 붙여 쓰면 됩니다. 물론 의미 연결이 자연스러운 범위 안에서 붙여 써야 하기 때문에 ‘좀 더큰 이새 집’처럼 쓸 수는 없습니다. 보기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 좀더 큰것, 이말 저말, 한잎 두잎, 내것 네것, 이집 저집

 

(5) 명사에 ‘없다’나 ‘있다’를 붙여 한 단어로 다루는 말들도 많습니다. 대개 순 우리말이지만 한자어도 몇 개 있습니다. 보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거침없다, 그지없다, 꾸밈없다, 끊임없다, 다름없다, 덧없다, 두말없다, 물샐틈없다, 버릇없다, 부질없다, 빠짐없다, 사정(事情)없다, 속절없다, 스스럼없다, 시름없다, 쓸데없다, 아낌없다, 아랑곳없다, 어김없다, 어림없다, 어이없다, 어처구니없다, 엉터리없다, 여지(餘地)없다, 영락(零落)없다, 온데간데없다, 일없다, 지각(知覺)없다, 터무니없다, 틀림없다, 하릴없다, 하염없다, 하잘것없다, 한(限)없다, 힘없다
∙가만있다, 값있다, 뜻있다, 맛있다, 멋있다, 재미있다

 

(참고 2) 그러나 앞에 꾸미는 말이 오면 ‘아무 쓸데 없는’ ‘별 꾸밈 없이’처럼 띄어 써야 합니다.

 

(6) 정확한 횟수를 나타내는 ‘한 번’, ‘한 잔’은 띄어 쓰고, 횟수와 관계없이 쓴 ‘한번’, ‘한잔’은 붙여 씁니다.

 

∙노래를 한 번밖에 못 불렀다. ↔ 노래 한번 불러 봐라.
∙딱 한 잔 마셨는데 음주단속에 걸렸다. ↔ 어디 가서 한잔 더 하세.

 

(7) 접두사는 뒷말에 붙여 씁니다. 그러나 붙여 써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관형사로 인정되는 것은 띄어 써야 합니다. 보기에서 앞엣것은 복합어로 보아 붙여 쓰는 경우, 뒤엣것은 띄어 쓰는 경우입니다. 설명하자니 오히려 더 복잡해질 것 같아 생략합니다만, 그 의미와 형태를 곰곰 따져 가면서 비교해 보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내주일(來週日) ↔ 내 15일
∙대만원(大滿員) ↔ 대 체육 대회
∙매시간(每時間) ↔ 매 회계 연도
∙맨몸(‘空’의 뜻) ↔ 맨 처음(‘가장’의 뜻)
∙별걱정 ↔ 별 이상스러운 소리
∙새봄 ↔ 새 학교
∙신학문(新學問) ↔ 신 교육 과정
∙총공격(總攻擊) ↔ 총 작업 시간

 

(8) 접미사도 앞말에 붙여 씁니다. 이때 또한 붙여 쓰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의존명사로 인정되는 것은 띄어 써야 합니다.

 

∙가부간(可否間) ↔ 문명인 간(文明人間;문명인 사이), 어떻든지 간에
∙세기말(世紀末) ↔ 19세기 말

 

(9) 형용사의 어미 ‘~아/어(와/워/해)’ 뒤에 보조 동사 ‘하다’가 붙어 동사로 전성될 때, ‘하다’를 윗말에 붙여 씁니다. 아울러 명사 또는 부사 등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 한 단어가 된 말도 붙여 씁니다. 거의 모든 명사와 몇몇 부사가 이렇게 용언으로 전성할 수 있습니다.

 

∙기뻐하다, 힘들어하다, 고마워하다, 무서워하다, 미안해하다, 억울해하다
∙결정하다, 출렁출렁하다, 착하다, 반듯하다

 

(10) 명사 아래 붙어 피동사나 사동사를 만들어 주는 ‘되다’, ‘시키다’, ‘받다’, ‘당하다’도 접미사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결정되다, 방출되다, 오염시키다, 감동시키다, 거절당하다, 이용당하다, 오해받다, 사랑받다

 

(참고 3) 그러나 (9)~(10)의 경우에도 앞에 꾸미는 말이 오면 띄어 써야 합니다. 이때는 한 단어가 아니라 ‘조사가 생략된 목적어와 서술어’가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세요, 힘든 운동 시키지 마라, 정말 큰 봉변 당할 뻔했구나.

 

(11)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붙여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음으로 이름이나 성 뒤에 붙는 ‘공(公)’ ‘군(君)’ ‘씨(氏)’ ‘양(孃)’ ‘옹(翁)’ 등 호칭어와 관직명 등은 띄어 써야 합니다.

 

∙최순실, 이퇴계, 선우 용녀, 김 찬, 황보 지봉
∙정 공, 박 씨, 태환 씨, 김연아 양, 함석헌 옹, 조 선생, 유 장관

 

(참고 4) 다만 우리말 성 뒤에 ‘가(哥)’나 ‘씨’를 써서 성씨 전체를 나타낼 때에는 붙여 씁니다.

 

∙우리 이씨 집안에 너 같은 놈은 일찍이 없었다.

 

(12) 기관명, 학교명, 단체명 등 고유명사들은 단어마다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습니다.

 

∙대한 고등학교(원칙) → 대한고등학교(허용)
∙제일 대학교 사범 대학 부속 중학교 → 제일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통령 직속 국가 안전 보장 회의 →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

 

(13) 전문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경우가 많지만, 신문, 잡지나 일반 서적에서는 거의 붙여 쓰지요. 이는(12)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음 조화(원칙) → 모음조화(허용)
∙만성 골수성 백혈병 → 만성골수성백혈병
∙대륙간 탄도 유도탄 → 대륙간탄도유도탄
∙여름 채소 가꾸기 → 여름채소가꾸기
∙두 팔 들어 가슴 벌리기 → 두팔들어가슴벌리기

 

(참고 5) 다만, 관형사형으로 된 관형어의 수식을 받거나, 두 개 이상의 체언이 접속조사로 연결되는 구조일 때는 붙여 쓰지 않습니다. 또, 두 개 이상의 전문용어가 접속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문용어 단위로 붙여 쓸 수 있습니다.

 

∙간단한 도면 그리기, 쓸모 있는 주머니 만들기,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바닷말과 물고기 기르기
∙감자찌기와 달걀삶기, 기구만들기와 기구다루기, 도면그리기와 도면읽기

 

(14) 동식물의 분류 단위나 우리말 품종 이름, 그리고 한 음절짜리 말과 어울려 굳은 말은 붙여 씁니다. 이들은 하나의 단어로 보는 경우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합니다.

 

∙사과나무, 푸른누룩곰팡이, 이른봄애호랑나비, 가는뿔꼬마새우, 원생동물
∙서울무, 조선호박, 진주교배, 긴알락콩
∙열역학, 원운동, 핵무기, 성교육

 

띄어쓰기는 이 정도로 마치려고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를 한다면서 띄어쓰기를 다루지 않을 수 없기에 애써 정리해 보긴 했으나,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가 적어 저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몇 년 전 써 놓은 원고를 다시 손보아 올리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부분이기에 좀 더 정확히 하려고 한 단어 한 단어 샅샅이 확인하다가 결국 처음부터 새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동안에 띄어 써야 할 말과 붙여 써야 할 말이 적잖게 바뀌었기에 묵은 원고를 고치는 것이 오히려 더 헷갈렸기 때문이지요. 명색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제가 이렇게 우왕좌왕했으니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할까요.

 

그러다 보니 미처 다루지 못한 것도 많은데,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면 하나의 단어로 볼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없이 국어사전을 뒤적이는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http://stdweb2.korean.go.kr/main.jsp)’을 컴퓨터나 휴대폰의 즐겨찾기에 올려놓고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세요.

 

사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립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에 들어가 여러 가지 규정이나 용례들을 살펴보고,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국립국어원 누리집 ‘묻고 답하기’에서 검색해 보세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거의 다 올라와 있으니 참고할 만합니다. 저도 글 한번 쓰려면 수십 수백 번씩 사전과 규정, 문답 등을 뒤적이며 확인하고 또 확인한답니다.

 

다만 국립국어원에서조차 이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정리해 놓은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맞춤법과 표준어도 그러하지만 띄어쓰기는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렇게 깊이까지 알아야 할 까닭은 없을 듯합니다.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 그동안 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필자의 사정으로 '우리말 톺아보기' 연재를 한동안 쉽니다. 더 가다듬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독자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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