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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48) ... 무리수 인물설정 그리고 가상인물의 활약

 

 

최근 시작한 두 TV사극의 인기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 원인이 뭘까 생각해 봤다.

 

SBS ‘대박’(월·화)은 시청률이 8%대지만, MBC ‘옥중화’(토·일)는 처음부터 줄곧 10% 후반대를 달리더니 20%를 넘기도 했다. 대박은 16회, 옥중화는 6회를 마쳤다.

 

이렇게 큰 시청률 차이에는 배우의 연기력 등 많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이번 경우는 스토리 전개상 차이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대박은 숙종, 경종, 영조, 이인좌 등 실존인물이 극을 이끌어 간다. 옥중화는 옥(獄)에서 태어난 옥녀와 상단 장사꾼 윤태원 등의 가공인물이 주인공이다. 문정왕후, 윤형원, 정난정 등 실제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극을 리드하는 건 가상의 인물들이다.

 

대박은 실존인물의 역사적 실체를 마음대로 바꿔가며 극을 전개하고 있다. 숙종과의 사이에서 영조를 낳은 숙빈 최씨의 출처도 허구 투성이다. 투전판에서 굴러먹던 몰락 양반의 부인이었다가 남편이 노름판에서 지는 바람에 숙종에게 넘겨진 여인이다. 왕이 도박판에 나선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다.

 

또 반란을 일으키는 이인좌를 10여 년 이상 일찍 등장시켜 숙종·영조(연잉군)와 신경전을 벌이는 인물로 내세웠다. 아무리 조선시대 왕의 권한이 신권(臣權)에 의해 제약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렇듯 일개 재야인사에 의해 왕이 휘둘리진 않았다.

 

숙종은 노론·소론 틈바구니에서 능수능란하게 왕권을 구사했던 왕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국면을 바꿨다고 해서 환국(換局)정치로 불리는 시절이다. 결국 숙종은 노론이 옹호하던 연잉군에게 왕위를 넘기려다가 그대로 경종이 왕위를 잇게 했다.

 

‘물 먹은’ 노론들은 이후 무리하게 연잉군을 경종의 후계자로 세우려다가 철퇴를 맞았다. 이른바 신임사화다. 김창집, 이이명, 이건명, 조태채 등 노론 4대신이 죽음을 맞는다. 역사에선 이런 노론·소론 경합정국에 이인좌(남인)는 등장하지 않는다. 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단지 반란을 일으킬 때 역사에 등장한 인물이다.

 

대박은 초반부터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위해 역사 인물을 무리하게 스토리 속에 구겨 넣었다. 이것이 시청자를 질리게 했다. 이인좌와 연관된 검객 홍진기를 등장시키는 것까진 좋았다. 그렇지만 그와 맞서는 인물로 김체건을 불러들인 게 무리수였다. 조선 최고의 검객으로 불린 김체건은 홍진기보다 훨씬 앞서 살았던 사람이다.

 

반면 옥중화는 가상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실존인물은 그들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윤원형이 누나인 문정왕후 후광을 믿고 으스대는 꼴은 시대적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한 적절한 포석이다. 옥에서 풀려난 무예 고수 박태수의 존재는 가상인물이지만 극의 박진감을 더해준다. 배우 전광렬이 대박에선 이인좌, 옥중화에선 박태수로 모두 출연해 헷갈리는 게 흠이지만.

 

사극에 픽션이 가미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 눈길을 잡아 시청률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실존인물 특히 300년 전,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왕들을 아무렇게 연결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왕을 멋대로 요리하려면 ‘해를 품은 달’처럼 가상의 왕을 등장시키면 된다. 그래도 2012년 방송 당시 이 드라마가 40%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았던가.

 

누군가 드라마의 성공 조건을 재미·공감·교훈이라고 했다. 대박은 재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감은 좀 부족할 듯싶다. 세 명의 왕을 갖고 대박을 좇다가 쪽박 날까 염려된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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