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구름많음동두천 15.3℃
  • 구름많음강릉 20.2℃
  • 흐림서울 15.7℃
  • 맑음대전 12.9℃
  • 맑음대구 13.0℃
  • 맑음울산 16.3℃
  • 맑음광주 16.5℃
  • 구름조금부산 16.5℃
  • 맑음고창 14.8℃
  • 구름조금제주 15.6℃
  • 구름많음강화 16.0℃
  • 맑음보은 9.6℃
  • 맑음금산 11.4℃
  • 맑음강진군 12.2℃
  • 맑음경주시 10.9℃
  • 맑음거제 17.4℃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조한필의 세상훑기(46) ... 암행순찰차 확대가 기다려지는 이유

 

며칠 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제한속도가 넘은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다. 지난 1일부터 운행 중인 암행순찰차가 혹 주위에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하! 바로 이게 암행단속 효과로구나”라고 생각했다.

 

암행(暗行)의 원조는 조선시대 암행어사다. 임금이 파견하는 관리란 뜻의 어사(御史)는 오래전부터 중국에도 있었으나 암행어사는 우리에게만 있었던 독특한 지방관리 감찰제도다. 암행어사 규찰 대상은 관리지만, 암행순찰차는 일반시민이다.

 

세조는 암행의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암행감찰관을 내려 보내면서 이렇게 훈시했다.

 

“지금 그대들을 보내는 것은 남의 허물만 들춰 내려는 것이 아니다. 옛 사람 말에 ‘고양이 기르는 집에는 쥐가 함부로 다니지 못한다’고 했다. 암행어사가 한 번 나간다면 탐관오리가 저절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고양이론’이다. 고속도로에서 과속, 난폭, 보복 운전을 일삼는 ‘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면 ‘고양이’(암행순찰차)가 효과적일 수 있다.

 

옛날 암행어사 파견은 비밀이었다. 누가, 어느 지역 암행어사로 간다는 사실은 왕을 포함한 몇 사람만 알았다. 왕에게 불려가 충청도, 경상도 등 대체적인 행선지만 듣고 행장을 꾸려 숭례문, 흥인지문을 나선 후 봉서(封書, 임명장)을 뜯는다. 그 속엔 주요 임무와 감찰지역 20~30곳(군·현)이 적혀 있다.

 

복장은 중앙 관리임을 모르게, 가능한 한 초라하게 입었다.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선 누구도 못 알아보는 암행이 돼야 했다. ‘명행(明行)’이 돼선 안 됐다. 암행순찰차가 일반 승용차인데다 근무자가 경찰복을 입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암행어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함께 가는 일행과 숙식이었다. 최소 인원을 대동했지만 이 때문에 탄로 나기 일쑤다. 가난한 양반이 하인을 거느린 것 자체가 의심받을 일이거니와 일행이 나눠질 경우 업무 연락을 취하다 들키기도 한다. 초라한 몰골에 말을 타고 다니는 것도 백성 눈엔 예사롭지 않았다.

 

암행어사가 쓴 일기를 보면 신분 발각 헤프닝이 종종 일어났다. 어떤 어사는 행색이 수상한 자신을 좇던 포졸과 우연히 맞닥뜨린다. 포졸이 ‘오랏줄’을 내보이며 검문을 하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마패를 내보였다. “이 물건이 뭔지 아느냐.” 포졸은 사색이 돼 뒤로 나자빠졌다.

 

암행순찰자 근무자는 예전 암행어사 같은 고충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고속도로 일반 이용자처럼 휴게소에 들러 식사하고 휴대전화로 업무 연락을 하면 되니까. 그런데 차량 뒤쪽에 단속된 운전자에게 ‘정차하세요’ 등 지시사항을 보내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니 신분 노출 가능성이 없진 않다.

 

암행어사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어사 출도!’. 사전 탐문 조사 후 관아를 불시에 덮친다. 범죄 입증 서류를 확보하기 위한 ‘봉고(封庫)’ 조치를 취한다. 현재의 압수·수색 조치다.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용으로 마패나 봉서를 내보이게 된다. 피단속자가 암행순찰을 경찰 신분증, 마그네틱 경찰마크, 사이렌 스피커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암행순찰차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호주 등에선 오래전부터 운영했다고 한다. ‘원조 암행어사의 나라’ 한국에선 늦게 시행한 셈이다. 외국에선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광객, 공사장 인부 차림으로 위장까지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네 도로 위에 위협, 보복 운전이 판을 치고 있다. 오는 11월 암행순찰차 전국 확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