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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44) ... 지워지지 않는 역사가 있다

 

지난주 난데없이 ‘이승만 국부론’이 튀어나왔다. 국부(國父)는 말 그대로 나라의 아버지를 말한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중국의 쑨원, 베트남의 호치민 등을 그들 나라에서 국부로 부른다.

한상진 국민의당 청당준비위원장이 서울 4·19 묘지를 참배하면서 그곳에 묻힌 희생자와 연관된 이승만 전 대통령(1875~1965)을 국부로 평가해야 한다는 ‘용감한’ 말을 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공인으로 자신의 심중을 밝힌 것이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저명한 사회학자인 그가 이 전 대통령을 국부로 평가하는 데는 분명한 학자적 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급했다. 국부는 전국민적 존경을 받는 인물에 대한 영예로운 호칭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 ‘초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국부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에 많은 공로를 세웠지만 또 큰 과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국대통령’이란 칭호도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가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식민지 나라를 해방시켰거나 스스로 나라를 세워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국부·건국대통령이란 칭호를 우리 초대 대통령에게 붙일 수 없는 건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누굴 탓하랴.

해방은 원자폭탄 투하로 갑자기 찾아왔다. 광복군이 미국의 부탁으로 한반도 침공을 준비할 때 일본이 무조건 항복했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피를 뿌려 해방을 쟁취할 기회를 잃었다.
 
미 군정 치하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탄생했다. 그는 6·25 이후 장기 집권을 위한 무리한 개헌을 잇따라 했다. 제왕국가(帝國)가 아닌,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세운 민국(民國), 그 건국사가 초반부터 얼룩졌다. 이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독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한민국의 엉클어진 역사는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까. 민주주의는 요동쳤다.

이승만 국부론은 성급하다. 초대 대통령과 달리 국부는 가치적 판단이 개입된 단어다. 그렇게 불리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존경심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국부로 평가받으려면 우선 많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일부 학계와 언론에서 오래전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해왔다. 첫 단계는 성공했다. 한말·일제강점기의 애국계몽가·독립운동가로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더이상 나가지 못했다.

독립협회 활동, 6년간 투옥(1898~1904), 미국 유학, 프린스턴대 박사(1910), 임시정부 초대 수반(1919). 그는 20대 초반부터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과거제가 없어지자 그는 21살 늦은 나이에 배재학당에 입학했다(1895). 거기서 미국에서 의사가 돼 돌아온 서재필을 만났다. 인생의 멘토였다. 민주주의와 세계 역사를 배웠다. 영어 공부에 빠졌다. 교내 토론회(협성회)의 리더로 성장했다. 졸업식 때(1897) 영어로 연설해 독립신문에 날 정도였다. 3·1운동 직후 세 군데서 동시에 임시정부 수립을 추진했는데 모두 45세 이승만을 최고 지도자로 뽑았다. 그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놀라운 일이다.

70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그가 귀국하자 국민은 환호했다. 그러나 말년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말았다. 헌법을 멋대로 뜯어고쳐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그를 국부로 추앙할 수 없는 이유다. 지워지지 않는 역사를 어쩌란 말이냐.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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