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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42) ... 무덤괴담과 무령왕릉의 교훈

 

이집트의 투탕카멘 무덤이 유명한 이유는 거기서 나온 황금마스크보다 ‘투탕카멘의 저주’ 때문일 것이다. 영생을 믿었던 이집트 왕들은 다시 태어날 걸 생각해 무덤을 또 다른 삶의 공간처럼 화려하게 꾸몄다. 그런 영적 공간을 침범한 사람에게 무덤 주인이 재앙으로 복수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집트 정부는 투탕카멘왕 묘실 뒤에 또다른 묘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3개월 전 한 고고학자가 기원전 14세기의 미녀 왕비 네페르티티의 묘실이라고 주장한 곳이다. 그녀는 투탕카멘 아버지의 부인이었지만 친모는 아니었다.

이집트 측은 레이더 탐사 등의 간접적 방법으로 그녀의 묘실 존재를 확인했다. 그렇지만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투탕카멘 묘실의 벽을 허물고 발굴을 해야만 한다.

고고학자들도 투탕카멘의 저주를 우스개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오싹하지 않을 수 없다.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을 발굴하고 몇 달 후 발굴을 후원한 카나본경(卿)이 면도 중에 생긴 상처를 모기에 물려 폐혈증으로 사망했다. 투탕카멘 미라 얼굴에 난 상처와 똑같은 부위였다고 한다. 어떻든 10년간 발굴 관련자 20여 명이 사고 등으로 죽음을 맞았다고 전해진다.

무덤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고고학자는 신경쇠약을 앓다가 목을 매 자살했다. 카나본경을 돌보던 간호사와 조카, 그리고 부인도 사망했다. 미국 철도계 한 거부는 거액을 지불하고 투탕카멘 관을 직접 만진 뒤 폐렴으로 죽었다. 그러나 정작 하워드 카터는 17년을 더 살아 66세 때 병으로 죽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미라 곰팡이에서 폐렴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독물질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감염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서도 1971년 백제 무령왕릉 발굴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도굴이 손쉬운 돌방무덤이었으나 다행히 남의 손을 타지 않는 처녀분(墳, 고고학계 용어)이었다. 그러나 발굴 이후 관련 인물들이 횡액을 당했다.

 

당시 김원룡 발굴단장은 빚에 몰려 집을 처분했고 남의 차를 빌려 타고 무령왕릉에 가다가 아이를 친 일도 있었다.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령왕릉 발굴이 졸속으로 진행돼, 일부 유물이 훼손되고 많은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무덤 주인공의 저주는 묘실이 돌이나 벽돌로 조성돼 죽은 자의 공간이 온전할 때만 해당한다. 고대 신라 무덤처럼 목곽이 썩어 묘실이 붕괴했을 때는 해당하지 않는다.

무덤 괴담은 호사가들이 우연히 벌어진 일들을 과대포장해 만들어낸 얘기가 아닌가 싶다. 일제강점기 우리 옛 무덤을 파헤치고 다닌 사람들이 횡액을 당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어 봤기 때문이다.

가루베 지온(1897~1970)은 공주에서 교사로 있으면서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고분군(群)을 손댔다. 특히 무령왕릉과 붙어 있는 6호분을 발굴해 유물을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방 후 한참 동안 잘 살다가 죽었다.

 

‘오구라 컬렉션’으로 유명한 오구라 타케노스케(1896~1964)도 대구의 전기회사 사장으로 엄청난 양의 한국 유물을 끌어 모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무덤이 파헤쳐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51년 전 69세로 죽었으니 당시로선 천명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투탕카멘 옆에서 또 다른 무덤의 존재가 확인됐으니 발굴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 아무쪼록 발굴을 하더라도 온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돼 죽은 자의 저주 얘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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