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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6) ...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5)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제주 관료사회의 적폐를 어떻게 극복하나

 

제주 사회에 만연돼 있는 관료주의의 적폐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첫째, 다양성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갈수록 빨리 변하고, 예측은 어려워지고 있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제주는 건전한 생태계의 구축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해야 한다. 특히 제주사회가 도서지역의 폐쇄적 특성에서 형성된 특유의 강한 배타적 자주문화를 지니고 있어 더욱 더 그렇다.

 

최근 한 조사에서 동아시아 한·중·일은 서구 국가에 비해 혁신은 잘해도 창조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가 지금까지 이룬 경제 발전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창조성을 높이는 일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토론토 대학의 연구진은 창조성을 결정하는 세 요소로 기술·재능·다양성을 꼽았다. 여기서 다양성은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포용해 주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아시아 국가는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기술과 재능 수준은 서구 국가에 비해 높았지만, 다양성 수준은 매우 낮았다. 사회적 다양성이 낮으면 그 사회의 창조적 효율이 떨어진다. 아이디어의 양은 적더라도 전혀 다른 아이디어들이 나와줘야 사회 전체적 아이디어의 크기도 늘어난다. 사회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개인과 집단의 창조성을 높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쉽고 효율적일 수 있다. 다양성은 수입이 가능하다. 집단 내에서 다양성을 높이기 어렵다면 해외의 인재를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모두 창조성 향상을 주요 국가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창조성이 쉽게 높아지지 않는 것은 권위·서열과 집단 중시의 관료문화가 다양성 구축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인재란 성적이 높거나 고시를 통과한 사람이 아니라 바깥으로 눈을 돌려 세계와 소통하고, 끊임없이 도전·실험하면서 열정과 진정성으로 몰입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창조성은 창의적 인재와 이를 인정하는 다양성이 만났을 때 분출됐다. 5000년 인류 역사 가운데 창조성이 가장 활발했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기가 대표적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엔 개방성과 다양성을 갖추고 세계 무역을 이끌던 베네치아란 도시가 있었다. 또 천재들의 창조성을 인정한 메디치 가문이란 후원자도 있었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도 다른 유럽 국가보다 일찍 봉건제도가 붕괴되면서 자유로운 시민·농민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 세계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 100년째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도 이민을 통한 인재 확보와 다양성 측면에서 미국이 유럽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이 글로벌 경제의 리더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인재를 받아들여 기술적 혁신을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문화적 생태계가 살아 있어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미시간대 경영학 교수인 스콧 페이지의 ‘다름(The Difference)’이라는 연구에 의하면 그룹의 다양성은 인지능력의 다양성을 가져와 문제 해결에 중요한 도구가 되며 특히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때는 개개인의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도 "창의적 조직이 되려면 생태계와의 건전한 소통 속에 다양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와 삼성의 운명도 다양성이 갈랐다고 본다. 대우그룹은 특정 학교 출신이 많았던 반면, 삼성은 구성원이 훨씬 다양했다.

 

올해 포천(Fortune) 선정 미국 500대 기업 중 63%가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CDO)를 두고 있을 정도로 조직경영에 다양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제 다양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직된 문화를 풀어주는 것이야 말로 제주 관료집단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이다. 집단성․동질성을 강조해온 제주 괜당·관료사회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절실하면서도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우선 제주 관료사회의 부족한 다양성을 민간부문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 도정을 중심으로 수직관계의 민·관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으나 혁신성․다양성을 요구하는 산적한 현안사항의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 현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위해 관을 대표하는 지자체와 민을 대표하는 여러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 수평적․ 집단적 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정책의 수립에서부터 민간부문의 창의성․역동성․다양성․효율성을 관료조직에 접목시킴으로써 정책추진의 능률을 높이고 지역내 갈등의 발생을 소통과 포용으로 사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사회와의 관계성을 넓혀, 대중의 지식이 공유되고 융합돼 혁신 가능성을 높혀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제주 사회개혁이 전제되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주의의 불공평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불공평이 경쟁 심리를 유발하여 개인과 사회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피아 적폐처럼 결과의 불공평이 힘의 유무에 따른 불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문제인 것이다.

 

전관예우라는 형식을 빌려 일반 서민은 상상도 못할 거액을 보상받는 고위 공직자, 병역이나 납세 등의 의무는 미꾸라지처럼 잘 피해가면서 이익은 철저히 챙기는 파렴치한 사회 지도층들이 활개를 치는 한 제주발전은 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다. 관료사회 혁신을 실현하려면 이런 왜곡된 사회적 보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 함께 사는 사회, 실패를 용인하고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노력과 근면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공정한 시스템 아래에서 성공을 해야 비로소 진정한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이 많은 민족이다. 더 이상 억울한 일로 가슴에 한이 맺혀서는 안 된다.

 

셋째, 관료사회를 창조적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창조사회의 핵심은 융합화와 개방화다. 이는 기존의 벽을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를 필요로 한다.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 필요성을 깨달아야 하고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창조사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법이 바뀌고, 다양성이 수용되어야 하고, 창조적 인재가 양성되어야 한다. 창조사회는 창조적 조직이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의 관료집단은 창조적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규정에 얽매여서 변화하는 도민의 요구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시에 따라 일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창조사회의 핵심이 창의적 인재의 확보에 있는데도 이들은 지나치게 폐쇄적이여서 능력있는 인재를 제주의 자산으로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창조사회를 만들기 위한 관료집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관료스스로가 창조적이어야 한다. 관료사회는 일하는 방법과 법과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또한 학교, 기업, 연구기관 등 관련 생태계와 공유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만들어 융합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관료조직이 혼자서 모든 것을 창조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 로마제국이 대제국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① 도정-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도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특히 행정 시스템과 권력을 사유화하며 사익 편취하는 퇴행적 관료 지배구조의 개선은 가장 핵심적 과제다. 제주사회에 전방위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여러 부정적 현상들의 밑바닥에는 이들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관료집단은 한 번도 개혁다운 개혁을 한 적없이 무풍지대에서 살아왔다. 개발지상주의 시대에는 이들이 제주 발전을 이끄는 조타수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식산업 시대에 접어들면서 규범과 능력에서 민간이 도정을 앞설 뿐 아니라, 민간부문 영역의 확장과 공공 서비스 내용의 다양화로 관료 중심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선 세계화 시대에도 개발연대의 관료제도와 행정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제주 관료집단 운영시스템을 이제는 창조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 낡은 체제에 대한 전면적 혁신으로 관료사회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제주사회는 퇴행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관료집단의 정치화를 막고 도민을 위한 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민간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공공성의 담지자가 되어, 민간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관계로 바꾸어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태계와의 치열한 소통과 수많은 토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이 존중되는 문화가 만나야 새로운 시각이 나오고 가치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사회는 관료집단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관청 업무는 관료조직이 맡아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 제주사회 경쟁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관료 영역을 축소시키고 민간 영역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관료집단은 수익 사업에 취약할 뿐아니라 이들이 민간사업 분야에 뛰어들면 민간업체들의 존망을 위협하게 된다. 자유시장체제보다 국가주도체제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던 공산체제가 왜 20년 전에 붕괴했는지 곱씹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료집단 운영을 중앙집권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령과 복종, 감시와 통제의 권위적인 시스템은 거둬야 한다.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도청에서 시청으로, 탁상에서 현장으로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더불어 관료의 도민을 대하는 자세에 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도민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준엄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관료가 돼야 한다. 관료들의 사고를 지배해 온 생존 법칙을 확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② 인재를 중용해 전진 배치해야 한다.
원 도정이 최고의 도정가치로 ‘협치’를 내세웠다.
성장은 둔화되며 전국 최하위로 추락하고 있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는 제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재의 확보와 등용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선진 21개국 중 4위에 오를 정도로 심한 데는 폐쇄적인 공무원 임용제도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선진 21개국의 반부패지수와 공직 폐쇄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공무원 임용제도의 폐쇄성이 높을수록 공직자들의 부패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규 공직자 임용시험이 있고 정년과 법적 지위가 잘 보장되는 나라일수록 공무원 임용제도의 폐쇄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직자의 부패 정도는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에 이어 4위를 기록했고 공무원 임용제도의 폐쇄성은 스페인·프랑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공무원 임용의 개방성이 가장 높은 뉴질랜드는 공직자의 청렴도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과 싱가포르 공무원 수준은 세계적이다. 국제투명성기구 등에서 각 국을 대상으로 매년 조사하는 관료사회의 경쟁력, 효율성, 청렴도 순위에서 이 두 나라는 항상 선두를 다툰다. 이 두 도시국가 공무원들이 우수한 평가를 받는 요인은 다른데 있지 않다. 개방을 통해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을 채용‧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해 개방형 공직을 늘리고 민간 전문가 채용을 대폭 확대해 임용제도의 폐쇄성에 의한 부패 고리를 절단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제주 관료집단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면서 창조적 사회를 구현하려면 젊고 유능하며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인재들을 과감히 중용해 활용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폐쇄적인 개방직을 대폭 개방하여 우수 전문인력의 지속적 외부수혈, 구성원의 인적 다양화, 인재 풀의 저변 확대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혈연‧지연‧학연 등 전통사회의 특징적 가치였던 연고주의를 공직사회에서 몰아내고 ‘끼리끼리 인사’의 틀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개방은 연고주의의 서식을 어렵게 한다.

 

스티브 잡스가 제주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개방형 공직임용제가 있지만 대부분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잡스가 공무원이 됐다고 해도 그들끼리 똘똘 뭉치는 관료사회의 배타적인 문화에서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관피아 적폐의 해소 첩경은 낡은 기수 문화와 파벌 의식을 뿌리 뽑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민간전문가를 중용하는 것이다. 고위관료가 낙하산을 타고 부당하게 재취업하는 실태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피아 적폐 논란의 진원지인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와 행정규제 생태계를 혁파할 수 있도록 제주 사회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관피아들은 도정에 로비와 청탁 그리고 방패막이를 통해 관치를 재생산하고 부패를 확산시키며 도정을 무력화해 정책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단순히 관피아의 먹이사슬과 비리 관행을 도려내는 차원을 넘어, 민간의 경영방식이 모든 공공부문에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 공공기관에 민간의 경영원리를 받아들여, 조직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민간전문가 중용은 바로 공공 개혁의 출발점이다.

 

제주사회가 오랜기간 창조적 사회를 외치는 데도 잘 안 되고 있는 것은 모두에게 기회가 공정하게 열려있는 진정한 경쟁사회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관료사회의 ‘우리가 남이가’ 그룹의 고질적인 유착과 담합구조에 따른 집단사고의 틀을 과감히 깨지 못하면 창조사회로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소아적 기회독점 관행이 고착화되면 우리 젊은세대들의 좌절감과 이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제주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 등용을 통해 창조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다. 치열한 고민과 수많은 토론의 산물이 창조다.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가 만나야 새로운 시각이 나온다. 그러려면 열린 사고, 열린 조직이 돼야 한다. 다른 의견과 다른 시각을 가진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이들이 맘껏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③ 오픈 이노베이션을 관료시스템에 접목시키자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며, 내부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혁신의 분업화 전략이다.

 

구글은 전 세계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 누구든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낸 아이디어에도 참여해 토론하면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구글은 제안자와 관련 전문가들을 연결시켜 주고, 필요한 경우 자금도 지원한다.

 

중국 휴대폰 업체 샤오미는 2010년 '짝퉁 아이폰'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 내에서 진짜 아이폰과 삼성전자 판매를 눌렀다. 톱 경영진 대부분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샤오미 제품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일주일 내내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의견과 불만을 접수해 운영체제에 즉각 반영하면서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기업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얻어 그것으로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은 "우리가 전부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똑똑한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는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는 오픈 비즈니스 모델의 상징과도 같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더 강력해지는 앱 생태계이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아이디어, 지식, 인재, 자본 등이 최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 개방된 시장 플랫폼을 말한다. 스마트 시대에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개방된 시장 플랫폼의 운영 능력이 좌우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제주의 관료개혁에 필요한 이유다.

 

 

④ 관료들과 도민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해 민관이 함께 호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관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도민이 많다면, 어떠한 정책도 도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없다. 특히 행정 서비스 수요자들의 다양한 정책 의견이 관료들에 의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정책추진을 통한 제주사회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실례로 예전에 “제주도청에 이메일로 투자의향서를 보냈는데 몇 개월 동안 열어보지도 않았다”는 교육계의 원로 한 분의 관료사회에 대한 볼멘소리가 더 이상 제주사회에 들려와서는 안된다.

 

⑤ 눈앞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관료사회에 근시안적 단기성과주의가 만연된 게 사실이다. 이 모습으론 미래 경쟁력에 필요한 창조적 혁신과 지역발전 에너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치밀한 계획하에 장기적 시각의 업무추진이야말로 창조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⑥ 큰 비전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적절한 중간목표를 설정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하나하나 실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고 의사결정자에서부터 실무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탁상공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현장 확인을 게을리 해서도 안된다.

⑦ 수시로 조직진단을 실시해 구성원의 직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조직의 구조적인 불합리와 비효율, 관료들의 근무행태, 각종 회의체의 운영 등 일처리 방식과 업무흐름을 개선하는 것도 뒤로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수직적·수평적으로 업무정보를 공유하는 정보공유시스템과 외부의 지식과 인재를 활용하는 휴먼네트워크의 구축도 시급하다. 관료 개인적으로도 부단한 노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적극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관료집단이 효율적이며 합리적으로 운영되면 민간부문에도 그 영향이 파급돼 제주사회의 전반적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게 된다.

 

⑧ 현재 성과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각한 위기 징조도 없었고 경영진도 성과에 만족하고 있던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이 갑자기 몰락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성과 착시현상 때문이다. 미래 위기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현재 성과가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비전과 전략, 역량과 자원, 시스템 등이 미래 경쟁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아무리 초일류 기업이라도 현재 성과를 자축하며 축배를 들 시간은 1천분의 1초밖에 없다(NANO Second Celebration)”는 델 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 회장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⑨ 관료집단의 의사결정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관료사회의 혁신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를 뜯어 고쳐야 한다. 한 사회의 성숙도와 선진화를 결정하는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그 사회의 집단적 의사결정 능력이다. 어렵고 괴로운 일이라도 사회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결정하고 단결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융성했던 국가들은 모두 성숙한 의사결정 능력을 가졌으며, 쇠퇴한 국가들은 내부 분열과 갈등에 빠져들어 지리멸렬하다 역사의 흐름에서 낙오되었다.

 

넷째, 도민 스스로 관료적폐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박한 각오가 필요하다. 지식인과 언론이 입과 귀를 열고 마음을 열지 않으면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관료집단에 대해 떳떳하게 공정성과 도덕성을 요구해야 한다. 도민들이 슈퍼갑 관료집단의 지배에서 벗어나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괜당 문화와 노예 근성을 깨부스어 ‘예속적 하도급 동물원’에서 탈출하기 위한 사즉생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특히 제주의 지식인들은 관료들과의 유착 의혹에서 벗어나 지성인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사르트르는 “지식인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용감하게 진실을 설파하는 자”라고 규정했다. 관료집단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지조와 기개는 제주 지식인의 삶을 명예롭게 하는 근원이 됨을 깨달아야 한다.

 

다섯째, 개방화의 지형을 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 중심의 폐쇄적 순혈주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다른 종족과 문화를 포용하고 개방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창조적 개혁과 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사회의 제도적·문화적 폐쇄성과 사회시스템의 낙후성이 고급인력과 선진문화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는 혁신창출 측면에서도 상당히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금의 저성장 상황을 극복하고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선 제주사회의 체질과 사고방식의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개방과 경쟁, 그리고 자기혁신을 지속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외부와의 소통과 협업이 없이는 결코 홀로 혁신을 창출하기가 어렵다.

 

개방이 국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로마제국이다. 늪지 언덕 위에 건설되어 제국이 되기에 불리한 입지 여건임에도 불구, 대제국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타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섯째, 부패를 치밀하게 통제하는 투명한 사회로 나가야 한다.
예전에 비해 우리 사회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이 정도나마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만큼 개선되면 매년 경제성장률을 0.6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으며 4% 내외의 잠재성장률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우리를 절망케 하는 뉴스가 여전히 너무 많다. 정치권력과 재벌권력, 관료사회의 부정과 부패에 관한 뉴스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한다.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란 말이 과장된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 부문은 쓰라린 구조조정을 거친 덕분에 투명성과 건전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글로벌 기업과 대형은행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정치와 관료부문은 우리사회 특권층으로 자리 잡으며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철옹성이 된지 오래다.

 

지난해 말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3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OECD 34개국 중 27위로 부패후진국으로 낙인 찍혔다. 우리나라 관료집단과 정치인의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세계 177개국 중 46위를 기록해 2010년 39위를 차지한 이후 3년째 하락했다. 한국 경제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지만 부패 수준은 세월의 변화에도 요지부동이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48개국 가운데 25위였지만 공금 유용 부문은 56위, 비정상적인 비용과 뇌물 부문은 51위였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관료 부문의 부패부터 막아야 하는 이유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모든 부처, 모든 직급에 부패 곰팡이가 무한 증식되고 있고 비리의 유형도 뇌물수수, 정책왜곡, 업체유착, 정책정보 유출, 예산 유용과 남용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공직자의 비리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 2011년에는 4년 전의 5.7배 수준에 이른다. 이러한 공직사회 부패의 증가추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더욱 현저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2011년 7월 비리사범 건수; 중앙부처 공무원 929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646건).

제주도의 청렴도 수준이 전국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2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제주도는 전국 시․도 중에서는 유일하게 청렴도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했다.

 

제주 관직사회의 부패를 철저하게 혁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우리 삼춘’으로 상징되는 연고주의, 괸당문화와 관료주의가 제주 관료사회에 부패친화적 환경을 쉽게 조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끼리끼리’의 폐쇄적 문화와 인간관계는 부정부패와 비리척결의 최대 걸림돌이다. 이 같은 장애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제도적·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화이트칼라층에 대한 창조적 혁신이 시급하다. 블루칼라층의 생산성은 끊임없이 상승해왔던 반면, 화이트칼라층의 생산성은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는 분석이다. 제주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서려면 관료사회를 중심으로 한 화이트칼라들의 살신성인의 자세가 없으면 안 된다.

 

관료사회의 부패는 관료집단에 대한 신뢰저하와 함께 서민들의 일할 의욕을 박탈하여 지역사회의 쇠락을 초래하는 암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리와 반칙이 판치는 불공정 게임에 승복할 패자는 없다. 도민 대다수가 인정할 정도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현재 제주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라는 시한폭탄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 선진사회로의 도약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는 제주발전의 기본을 바로 세울 수가 없다. 부정부패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부패 비전을 제주 지도자와 관료들에게 요구하는 이유다.

 

 

부패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척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① 부패척결의 관건은 부패행위의 적발에 있다.
조직 내 부패·비리를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내부자의 고발을 적극 유도하는 게 구조적 비리를 찾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부패와 효과적으로 싸우는 나라가 미국이다. 정부에 사기를 치는 행위에 대해 미국은 민간인이 직접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퀴탐(Qui Tam) 소송이 그것이다. 민간 내부자 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제기된 소송은 물론 정부에 통보돼 정부가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고발한 민간인이 받는 이득은 정부 참여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손해배상액의 15~30%다. 이 제도 때문에 내부자들의 소송 제기가 매우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부패방지법 등에 내부 신고자의 보호 및 보상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보상 제도는 숨겨진 부패의 폭로를 유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약하다. 신고에 의한 공익 증대가 아무리 커도 포상금은 1억원을 넘을 수 없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② 정부는 공무원 또는 민간인이 지방공무원·지방공기업 임직원의 비리를 익명으로 신고 또는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공무원과 지방공기업만을 대상으로 시작한 익명 신고제를 모든 중앙부처와 공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③ 고질적인 비리나 부패 척결의 관건은 투명성이다.
제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투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사회가 투명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조직은 불법과 비리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불투명하고 부패한 사회가 경제발전에서도 뒤처진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투명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 행복도와 함께 국가 경쟁력도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 경쟁력이 투명성과 거의 비례하는 셈이다. 국가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민간이 보유한 각종 정보를 국민 앞에 철저하게 공개하는 게 첫걸음이다.

 

생선은 꼬리보다 머리가 먼저 썩는 법이다. 제주사회에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제주사회 상층권이 부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러 가지 힘이 이들에게 집중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정인에게 재량권이 지나치게 집중되지 않도록 의사결정 시스템을 협의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공무원이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④ 관료집단은 정직해야 한다.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대로 된 공시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도민이 시장 원리 및 공동체적 관점에 따라 관료집단 전반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시·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 사회는 정도(正道)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 지상파방송 프로인 ‘나가수’의 인기는 특유의 정공법에서 나왔다. 공인된 프로 가수들이 노래 실력 하나로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면서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은 투명하고 담백하다.

 

제왕적 권력을 즐기면서도 그 파장에 대해선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료집단의 태도와는 극명히 대비가 된다. 궤변으로 현안 사태에 대한 도민의 비판과 감시를 가리려는 이들의 오만한 모습은 제주 사회를 왜곡시킨다. 이제 관료집단은 신기루를 좆는 달콤한 장밋빛 청사진만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정직해져야 한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환상을 부풀리며 평지에 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도민들의 마지막 ‘쪽박’마저 깨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것이 도민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역 현안에 대해 도민들에게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만 회피하면 된다는 생각에 미봉책을 좋아하면 종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⑤ 싱가포르의 정부 관료나 정치 지도자들의 근본적인 부패척결과 일벌백계 의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자. 구태의연한 수사적 선언이나 솜방망이 처벌로는 관료비리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도자가 먼저 깨끗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투명하게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지도자를 둘러싼 각종 설(說)이 난무해서는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없다.

 

⑥ 정치인과 관료가 야합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무용지물이 돼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지방공항이 단적인 사례이다. 이런 야합에 의해 탄생한 포퓰리즘의 덫에 갇힌 도민들의 허리는 휠 수 밖에 없다.

 

제주 관료집단은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진정한 도민봉사 집단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관료들은 사익편취를 추구하는 정치인에 앞서 도민들과 이마를 맞대 제주사회 발전의 백년대계를 그려 나가야 한다.

 

⑦ 도의 곳간을 튼실하게 지키는 관건은 투명성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고 예산집행실명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중은 공짜 점심을 원하고 정치인들은 표를 위해 공짜 점심을 제공하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파괴된다”고 말한다.

 

제주도 재정은 국가 지원이 없으면 독자생존이 안될 정도로 너무 취약하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무분별한 대형 투자사업 추진으로 가용재원마저 크게 감소하는 데다 지방세 체납이 꾸준히 늘면서 제주도 곳간의 빈구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제주 지자체는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

 

분수를 모르고 벌이는 포퓰리즘 향연의 종착점은 필연코 재정 파탄이다. 문제는 이 모든 문제를 주도적으로 돌파해야 할 정치인과 관료들이 포퓰리즘에 빠진 점이다. 경제대국 일본의 국가 재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잃어버린 20년’이란 오명 속에 빠뜨린 것도 대책없는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인과 관료들이었다. 관료들이 정신을 못 차리면 도민들이 나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일곱째, 공직사회를 달래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제주도의회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불공정한 코드 인사가 공무원의 사기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사의 권력 독점과 퇴행적 인사 관행은 관료집단과 집권 세력간에 공개 충돌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분열 상태나 마찬가지인 국면을 만들었다. 두 집단 간 분화는 정책 추진의 힘을 떨어뜨려 제대로 된 정책 생산과 집행이 될 수 없는 구조로 빠져들게 한다. 집권 세력의 일탈이 관료 집단의 고질적인 문제를 발현시키고 있는 셈이다.

 

지사는 4년짜리 비정규직이고 관료들은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다. 지금의 제왕인 지사도 4년 후면 떠나는 기간제 신분이라는 사실을 관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툭하면 복지부동하는 철밥통 관료들을 달래 일으켜 세우지 않고서는 성공한 도지사가 될 수 없다.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중하게 함을 도정운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관료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하고 성과에 합당하게 대우도 더 잘해 주어야 한다. 소신을 갖고 추진한 정책에 대해서는 책임 추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와 개혁의 주체가 되도록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

 

제주 근간 지키기 위한 관료개혁에 도민 주인의식 중요

 

창조라는 것은 원래 혼돈 속에서 나온다.

 

빌 게이츠는 “하늘 아래 정말 새로운 것은 없다. 단지 새로운 조합만이 있을 뿐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라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조합하면 우리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다.

 

그간 창조는 주로 ‘낮게 매달린 열매’를 따먹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과정이였다. 하지만 낮게 매달린 열매가 소진된 요즘의 창조는 주로 다른 분야들 간 융합의 경계점에서 생긴다. 전화기와 컴퓨터의 경계부분에서 스마트폰이 생겨났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와 새로운 인터넷 기술이 결합되어 SNS가 나타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과학기술을 적절히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듯이 지금의 창조사회는 이처럼 분야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정신과 다양한 문화 속에 꽃핀다.

 

그런데 영역을 가르며 지키기가 가장 심한 관료사회에선 이런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찾기가 어렵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Max Weber)는 과학과 관료제가 갖는 양면성에 주목했다. 그가 지적했듯이 ‘정확한 영역 정의’와 ‘정해진 규칙에 의한 집행’으로 규정되는 관료적 합리성이 근대국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그러나 분야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경계점을 아울러야 하는 현대 창의사회에서 이러한 관료적 경직성은 사회와 경제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관료주의의 극복이 절실한 이유다.

 

세계적인 경영 혁신 컨설턴트인 해멀 교수는 "21세기에는 경쟁의 룰을 바꾸는 혁명과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창의력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 개개인이 창의성과 열정을 가지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관료사회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관료들에게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부여하고 창의성과 열정을 이끌어내 관료들이 스스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 톱다운(Top down)식 리더십은 지식산업 시대에서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제주가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석구석에 서식하고 있는 관료적 오류에서 탈피하여 창의성이 숨쉬는 창조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창조사회의 핵심은 창조, 융합화, 개방화 그리고 다양화다. 이는 기존의 틀을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를 필요로 한다. 창조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된 조직과 사회에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료적 집단사고의 오류 차단과 창의성 촉진을 위한 다양성은 제주사회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건전한 생태계의 구축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해야할 때다.

 

하지만 요즘 주변에서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선거공신들의 귀환과 함께 ‘3김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탄식도 들린다. 원 지사는 개인적으로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지만 그의 도정과 정치는 아직까지 제주사회를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과 용기와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하다.

 

도정 출범과 동시에 터진 원 지사의 인사와 나홀로 정치는 도정을 경화증의 길로 가게 할 수도 있다. 탕평인사 약속은 절반밖에 지켜지지 않아 갈등과 분열의 골도 여전한 듯하다. 앞으로 3년 반을 이대로 갔다가는 정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제주의 공기는 그다지 자유롭지도 여유롭지도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문화가 융성하고, 새시대의 창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치인 원희룡의 궁극적 꿈은 협치시대를 여는 것이다. 그 꿈은 지사가 도민을 다스리는 세상이 아니라, 제주 공동체의 주인인 도민이 지사와 함께 가는 세상에서만 실현 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 제주 사회에도 중대한 분기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 사회를 지탱해 온 기존 질서를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고 있다. 하지만 흔들리는 기존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정치학 교수였던 제임스 윌슨은 그의 ‘깨진 창문(broken windows)’ 이론에서 ‘빌딩의 깨진 창문을 바로 수리하지 않고 놔두면 파괴자들이 나머지 창문들도 곧 깨뜨리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깨진 창문을 수리하기 위한 대책은 아직 안 보인다. 조속히 수리되지 않으면 원 도정에 대한 심각한 불신감을 조성할 수 있다. 어렵더라도 새로운 가치와 조직, 이상적 인간상 구현을 위해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의 사회로 바꾸기 위한 혁신 대책이 나와야 한다. 도민의 신뢰 없이는 효과적인 도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원 지사의 제주 혁신에 도민 모두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깨진 창문이 수리된 새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역대 도정마다 집권 초기엔 관료개혁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개혁 의지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흐지부지됐다. 그래서 관료개혁은 임기 초기만 잘 피하면 된다는 의식이 관료사회에 만연해 있다. 제주의 창조적 에너지를 가둬놓는 관료규제의 장벽, 관성의 유혹과 퇴행적 행정을 과감하게 부술 주인공은 바로 지사다. 원 지사가 관료개혁의 중심에 서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개혁의 돌직구를 던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원 지사의 배수진치는 자기희생과 함께 자신이 제주인의 삶 속에 먼저 녹아들어야 한다.

 

대개 지도자들은 귀를 열어 들으려 하기보다는 말을 많이 하려 한다. 그만큼 가득 차 있다는 얘기다. 지도자가 비어 있어야 사람들을 흡수하고 시대를 끌어갈 수 있다. 원 지사는 혼자 모든 것을 하려 하지 말고 널리 길을 묻고 귀를 열어야 한다. 해군기지 등 다양한 정책 현안으로 헝클어진 제주사회를 마음을 비우고 찬찬히 바라보면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리스트가 보다 명확하게 정리돼 떠오를 것이다.

 

그러다보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혜안이 떠오를 수 있다. 지사가 홀로 정치를 계속한다면 도민의 협주는 없다. 빈약한 내치로 가는 지름길일 수 밖에 없다. 원 지사가 큰 정치에 매진해야만 하는 이유다. 싱가포르를 오늘날의 선진국으로 이끈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미국 같은 강대국은 정치 지도자가 10번을 비틀거려도 나라는 끄떡이 없지만 우리처럼 작은 나라들은 단 한 번 실수로 나라가 바다에 거꾸로 처박히고 만다"고 말했다. 제주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어느 코미디언은 "당신네 당(黨) 말이 옳아도 우리는 반대, 당신네가 그 말을 바꿔도 우리는 반대"라는 노래로 우리나라의 정치행태를 신랄하게 비꼬았다. 사실 대한민국은 나라 밖 협력보다 나라 안 협력이 몇 배 힘든 퇴행적 정치의 덫에 빠져있다. 원 도정의 반대 세력도 관료개혁만큼은 대립과 투쟁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타협과 양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간절하고 순수한 정치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발휘한다. 불순물이 섞인 정치가 비집고 들어올수록 세상을 바꾸는 창조의 힘은 약화된다. 모든게 당파적 계산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양식 있는 도민들도 제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관료개혁의 성공을 위해 상식과 합리에 따라 나무랄 것은 나무라며 때릴 것은 때리는 주인 의식을 보여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제주사회의 주체들이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는 지혜와 중지를 모아, 도정이 바뀌더라도 이어갈 수 있는 범 도민적 차원의 대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여기서 무너지거나 퇴행하면 우리는 또다시 땅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는 다시 설 만큼 복원력이 큰 사회가 아니다. 도마뱀은 목숨이 위태로우면 꼬리를 자르고 몸통을 살려낸다. 몸통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꼬리라도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

 

갑오년 올 한 해, 우리가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진정성이다. 방한한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 우리가 왜 그토록 열광했는지 짚이는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지도자들의 파렴치 행태 앞에서 국민은 처참한 결핍을 가슴에 안고 애간장을 태워 왔던 것이다. 진정성의 정치를 기다리다 지치고 분노한 이 나라 국민이 교황에게 열광한 건 당연한 일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정성이야말로 소통과 공감의 열쇠라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많이 들었던 또 다른 단어는 도덕성이다.
겸손과 청빈, 소통의 자세는 오히려 교황의 권위를 높여주고 있다. 교황청의 적폐를 혁파하고 마피아를 비롯한 탐욕적인 집단의 타파에 나설 수 있는 힘도 이런 도덕적 권위에서 나온다. 교황의 방한이 사회 혁신, 성장동력 발굴, 사회 양극화, 내분과 갈등의 일상화 등 총체적 난제로 가득 찬 제주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들 스스로가 진정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생각과 행동을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제주 관료사회의 병폐들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가 불신받는 소통 부재의 시대, 열쇠는 결국 진정성과 도덕성이다. 이제 관료집단의 수장인 원 지사는 지사의 웅지(雄志)가 이뤄지도록 진정성과 도덕성을 가지고 도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도민 여러분, 나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지만, 여러분도 나와 관료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달라"고 말이다.(끝)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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