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봉숭아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 우선 나를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직선거리로 서울에서 400km로 떨어진 제주도 제주공항에서도 30여 km 남쪽으로 한라산 동쪽언덕 오름들을 지나 물영아리오름 근처에 있는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카페 이름 같지 않은, 카페 이름으론 좀 긴 듯한 자그마한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올해 21살의 휴학생이 바로 나다. 정식 휴학계를 내놓고 쉬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입대를 앞두고 공부를 쉬고 있으니 휴학생이다. 대학에 적을 둔 대학생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학원엘 다니는 재수생도 아니다. 정체성 상실의 그냥 쉬는 학생이다. 좋게 말하면 발전성숙 과도기적 청년이랄까. 라이브 카페라고 하지만, 서울 한강변 미사리나 경춘가도, 또는 부산 달맞이고개, 또는 제주시 탑동이나 용두암 도로변의 그런 라이브 카페와는 수준이 전혀 다르다. 노래 잘 부르는 과거의 70·80 유명 가수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마이크도 갖춰놓지 않고 홀 한 모퉁이에 단지 기타와 드럼만 휑하니 놓여 있는 평범한 시골다방 같은 곳이다. 이래서 미사리의 카페처럼 문밖에 가수이름을 자기 얼굴보다도 더 크
‘기획 연재물 콘텐츠의 강자’ 제이누리가 이제 웹픽션(Web Fiction)으로 여러분에게 다가섭니다. 오동명 작가가 집필하는 신개념 수필 소설 <라이브 카페-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입니다. 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제주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상상과 즐거움을 풀어냅니다. 일상의 여유 속에 돌연 다가온 재발견의 세상, 노래에 얽힌 사연이 이야기로 풀립니다. 창간 7개월을 맞는 6월4일부터 매주 한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애독바랍니다. / 편집자 주 <작가소개> ▲ 오동명 작가 ☞오동명은?=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등을 냈다. 3년여 전 제
“생각하면, 희망이란 본래 존재한다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희망은 대지 위에 난 길과 같다. 애초부터 땅 위에 길이란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히 그 곳이 길이 되기 때문이다.”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에 버젓이 있던 길을 새로 난 길인 양 이름을 붙여 또 길을 낸 듯이 설쳐대질 않나, 고작 한다는 일이란 허여멀건 시멘트와 거무튀튀한 타르를 덮어 길만 넓혀 놓고 개통식 연답시고 늘 다니던 이 길 주인 동네사람 제쳐놓고 고위직 사람 모아놓고 테이프를 끊습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지금도 공사 한창인 새 도로가 그렇습니다. 제주도와서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일은 도로 닦는 공사현장입니다. 지금도 이만하면 길은 넉넉하지 않나 싶어 오래 살아온 제주도민에게 물어봅니다. 공히 하는 말. “도나 시에서 토목공사 외에 할 게 없잖아. 육지도 마찬가지 아닌가? 연말 다가오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다 들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한다며? 똑같지 뭐!” 간선도로는 주민생활에서나 경제적으로나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통행량이 적은 시골길까지도 확장하느라 제주도 땅과 흙이 온통 들쑤셔지고 있습니다. 분명 다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