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헌 변호사 매일 제주교도소를 가다시피 한다.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제각각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구속될만한 사연을 가진 사람도 있고, 교도소에 안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시간을 같이 하다보면 처음 만났을 때 느껴졌던 절박함이 옅어지면서 어느 순간 평온(적어도 그래 보이는)해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암담함에 절절 매던 사람이 극한의 터널을 빠져나와 마주 앉은 사람에게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느껴질 때 변호사는 안도하는 마음이 된다. '이제 합리적인 조언이 받아들여지겠구나'라고 느껴지고, 그러면 무리한 선택은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속도가 한계를 넘으면 드라이버도 동승자도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단 구속이 되면 그 환경에 맞는 패턴을 따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패턴을 벗어나는 요구(대개 구속이 되자마자 석방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는)는 열 중 여덟 아홉은 실패로 돌아간다. '세상이 그런 것 같다.' 실수와 과욕으로 제법 큰 돈을 날렸을 때, 신속히 만회할 욕심에 합리적 판단을 못하고 다시 고위험을 무릅쓰는 우를 범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위로 하면서... 나는 그 때 과욕과 실수를 받아들이고 나를 최대한 낮추고 돌아봤어야 한다.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로 인해 유력 정치인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초임검사 시절, 누군가로부터 '잘 처리해달라'는 전화를 받곤 했다. 소위 '까칠'한 초임 시절에 그런 전화를 받으면 우선 화가 났다. 속으로 '청탁이나 하고 말이야..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군' 하면서 소위 칼을 갈기도 하고 청탁 대상자를 소환해 '청탁'에 대해 나무라기도 했다. 2년 후 나름 특수수사의 대가를 부장으로 모시면서 '청탁'에 대한 그 분의 대처법을 배웠다. 그 분은 꼬장꼬장한 특수수사통으로 소위 굵직굵직한 대형사건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청탁의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청탁에 대한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는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청탁은 대부분은 친구를 통해, 검찰 선배로 부터 등 인간적 관계를 등에 업고 찾아온다. 청탁은 들어줘서도 안되지만 매정하게 내칠 수도 없다. 청탁에 흔들려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해서도 안되고 인간적 관계에 지나치게 '팍팍해서도' 안된다.(때로 지나치게 엄격해 청탁에 매우 냉정한 사람들도 많다) 실제 수사에 임하여, 피의자를 소환해서는 수사는 수사대로 엄격하게 진행을 한다. 때론 더 엄격하게... 조사를 마치면 차
▲ 구자헌 변호사 영화 '도가니'는 '도가니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많은 분노와 역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필자는 영화 ‘도가니’를 보지 않았다. 아니 애써 외면했다고 해야겠다. 영화 내용이 장애아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한 때 검찰에 몸담았던 필자에게 던지는 ‘독한 눈총’을 감내하기 힘들 것이란 본능이기도 했다. 전 국민의 분노 속에 몇가지 의미있는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됐다.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향과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 두가지 틀에서 논의되거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필자는 그 중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안을 들여다 보았다. 우선, 이미 사실상 항거 자체가 불가능한 아동이나 청소년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과 관련해‘항거불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마련했다. 장애 자체가 항거불능 상태인데도 저항불능을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성적 고려에서 입법화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도 아동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