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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을 둥지로 더 나은 제주의 비상을 꿈꾼다[인사이드제주] 제주소통협력센터장 민복기, 이음 황현철, 보행안전 바람 고정은
이주영 기자  |  anewel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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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02  09: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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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변화의 시작은 항상 평범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길가의 깨진 유리조각처럼 관심없이 지나칠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 그 작은 유리조각을 자루에 넣기 시작했다. 이웃이 다치지 않길 바라면서, 우리가 다니는 길이 깨끗해지길 바라면서.

‘변화’는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을 ‘불편하다’,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인식하는 것. 소소한 변화의 물결로 제주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민복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

민복기(40)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은 제주 지역사회의 ‘사랑방’을 열고 변화의 씨앗을 심는 중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모여 지역내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시민들이 모여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을 토로하고 그 해법을 함께 찾아나간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제주’가 되지 않을까.

민복기 센터장은 “제주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인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가치를 발견하는 작은 성공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문제해결 여부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노력 자체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공익광고와 정책홍보 컨설팅 등의 일을 했던 그는 2015년 제주에 터를 잡은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제주의 지역운동 등을 하는 사람들이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행복나눔 제주공동체’에서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민 센터장은 “제주도는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한 변화 속에서 놀라운 성장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정부·지자체의 제도적 개입 등은 한계가 있다”면서 “지역민이 지역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방식의 변화에 집중해 주민이 문제해결 활동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주민 중심의 사회혁신 활동이 제주사회에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민들이 스치듯 마주쳤던 일상 속 문제에 관해 스스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 재정의하는 경험의 장을 마련하고, 생활 속에서 한 번쯤 느꼈던 불편이나 문제를 공론화해 더 나은 제주를 위한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 황현철씨.

16년째 특수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황현철(42)씨는 ‘사랑방’(소통협력센터)의 문을 두드려 제주지역의 새로운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인 ‘이음’을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일명 ‘장애아 부모의 쉼 프로젝트’로, 제주의 특수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을 뒤흔들었던 지난해 4월, 개학이 연기된 제주에서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생이 어머니와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황씨와 동료 교사들은 코로나 시대에 장애아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정도는 어떠한지, 장애아 부모가 원하는 쉼은 무엇인지, 부모가 원하는 쉼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를 직접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있지만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발달장애아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나 사람과 함께할 경우 상당히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독립과 자립을 기대할 수 없어 기약없는 돌봄을 해야하는 부모들의 부담감과 긴장도 심각했다.

그렇게 황씨와 뜻을 함께하는 제주도내 특수교사 18명과 50여명의 후원자가 모여 ‘이음’이 탄생했다. 아이들과 얼굴을 익힌 특수교사들이 함께 공공서비스를 이용해 아이들이 좀 더 편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부모들에게 ‘쉼’을 제공해 아이를 또다시 힘껏 돌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에서 발달장애아를 양육하는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마주할 때 같이 이겨낼 수 있는 사회적자본이 만들어진 것이다.

   
▲ 고정은씨.

고정은(44)씨는 제주에 '보행안전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이용하는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반짝 떠올랐다. 

평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던 고씨에게 시내버스 정류장은 소소한 고민거리가 생기는 장소였다. 도로 사정상 시내버스는 늘 이용자 앞에 멈추지는 않는다. 앞에서 다른 버스가 먼저 손님을 태우고 있으면 뒤늦게 온 버스는 정류장 조금 뒤에서 멈추기도 한다. 정류장에 잠깐 정차한 다른 차들 때문에 이용객과 버스 사이 한 차선 정도의 간격이 생기기도 한다.

인도도 그렇다. 제주시내 모 호텔 인근의 경우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복잡한 시내인데도 보도블럭이 없어 차와 사람이 나란히 이동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됐다. 이런 곳이 제주시내에 한 두군데가 아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나마 '덜' 위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약자들은? 제주지역의 수많은 교통약자들은?

'이건 안전하지 않다'... 누군가는 그저 '불편'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씨에게는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인 ‘보행권’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제주지역의 안전보행 캠페인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연 고씨는 갓길 주차, 규정속도 미준수로 인한 보행자 위험 등의 사례를 빼곡히 들을 수 있었다.

고씨가 제주지역에 알리려고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기에 모두가 잊고 있는 사실이다. 차량 운행의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는 것,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 

제주도민의, 제주도민에 의한, 제주도민을 위한 지역사회 변화의 바람이 '사랑방'을 중심으로 제주 곳곳에서 불어오고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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