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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시켜야 가계부채 급증세도 잡힌다[양재찬의 프리즘] 대출 조이기에 현실화한 대출난민
기계부채 위기, 정책 실패의 귀결 ... 실수요자 위한 정교한 대책 필요
양재찬 대기자  |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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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20  10: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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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대출을 규제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대출난민으로 내몰려선 안 된다. 어느 때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보통 국민으로 살아가기는 여간 버겁지 않다. 7년 전인 2014년,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빚내 집 사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걷어내고 한국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재건축 규제를 풀고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도 없앴다. 대놓고 부동산 경기를 띄웠다. 하지만 의도했던 전반적 경기는 활성화시키지 못한 채 부동산 시장만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 투기를 차단하겠다며 부동산 정책 전반에 걸쳐 규제를 강화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다시 조였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높였다. 민간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적용했다. 재건축ㆍ재개발도 옥죄었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값 잡는 데에만 집착한 채 주택 공급에는 소홀해 서울 집값은 더 뛰고, 수도권과 전국으로 오름세가 번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치솟는 집값은 전셋값을 밀어올렸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임대차법을 개정해 2020년 7월말 시행했는데 전세 물건이 귀해지며 전셋값은 더 올랐다. 스무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더 치솟자 2030세대 젊은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사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아파트 착공 후 분양하는 본청약보다 2~3년 앞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사전청약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주택정책 실패는 비단 집값 앙등을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생산 부문으로 흘러 기업투자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을 이뤄야 할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며 거품을 키웠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저인 제로(0) 금리로 낮춘 상태다.

때마침 불어닥친 동학개미운동과 주식투자, 가상화폐 투자 움직임과 맞물리며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올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2년여 만에 13.2%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외에서 가계부채 경고음이 울려댔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지난 8월부터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은행들에 연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5~6%)를 지키라고 압박했다. 적잖은 은행이 이미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의 목까지 차오른 터.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한도를 줄였다. 전세자금 대출도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영업점별로 대출한도를 정해놓고 관리하거나 아예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그러자 돈줄이 마른 주택자금 실수요자들이 아우성이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을 못하거나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새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전세계약이 어그러져 월세로 돌린 세입자도 적지 않다. 은행 대출이 안 되자 보험ㆍ저축은행ㆍ카드사ㆍ대부업체 문을 두드린다. ‘대출 난민’이 현실화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에게 대출규제 토론회를 제안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집값 폭등 탓에 벼락거지가 됐는데, 전세대출까지 막혀 월세로 나앉게 생겼다는 주거 취약계층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규모,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신흥국 금융불안, 국내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을 감안해 대출총량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집값ㆍ전셋값 급등으로 피해를 본 서민과 실수요자들까지 대출규제 영향권에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 

사실 가계부채 위기는 정부정책 실패의 귀결이다. 규제와 징벌적 과세 중심 부동산 정책, 반시장적 임대차법이 초래한 부작용이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은 현 정부 출범 이후 96조원 늘었다. 이중 59조원은 2030세대 빚이다. 2030세대 전세대출은 임대차3법 시행 이후 1년 새 21% 급증했다.

   

집값ㆍ전셋값 급등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최근 가계부채 대책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처럼 투박하게 진행돼왔다. 대통령이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금융회사들로선 문책을 피하려면 가계대출 억제 목표를 지켜야 한다.

과잉대출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대출난민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땀 흘리며 한푼 두푼 모아 전세 들어가고, 내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을 좌절시키지 않아야 한다. 대선주자들도 그럴싸한 구호나 엄포 말고 세심한 전월세 대책 등 주거안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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