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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글로벌 공급망 붕괴, 올 ‘겨울 쇼크’
최고치 갈아 치우는 에너지 가격 ... 배경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물류대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에너지 가격 급등, 성장 둔화 등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값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탄 가격은 13년 만의 최고치다.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른바 ‘E플레이션(Energy+Inflation)’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했던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전력난을 겪는 중국이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재기하면서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反中 포위 전략에 가담하자 중국은 국내 발전용 석탄의 절반을 차지하는 호주산 석탄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당장 국내 석탄 생산을 늘리기 힘들자 인도네시아, 러시아, 몽골 등에서 수입을 늘렸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석탄을 주로 공급받아 발전소를 돌리던 세계 2위 석탄 수입국 인도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이 다가오는 유럽에서도 에너지 공급이 줄면서 높은 가스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미중 갈등의 파장이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현장이다. 

 

지구촌 에너지 공급 체계도 상호 연계돼 있다.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 공산품 생산과 식량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석탄 수급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쓰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소매상품 가격도 오를 것이다. 

 

에너지 수급 대란은 구조적 문제다. 에너지 수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했던 세계경제가 회복하면서 산업생산이 늘었다. 한파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냉난방 수요도 커졌다. 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된 에너지 생산·공급망이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 결과다. 

 

탄소중립(실질 탄소배출량 제로로 줄임)을 내세운 유럽 주요국들이 석탄발전소를 닫고 풍력발전을 늘렸지만, 갈수록 커지는 전력소비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른바 녹색 바람이 초래하는 인플레이션,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역설’이다. 

 

 

2050년 글로벌 전력소비는 현재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멀리하고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제조, 난방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자립은 산업발전 및 국민생활 안정의 필수조건이다. 

 

이참에 탈원전정책을 너무 서두르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마땅하다. 원전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던 유럽연합도 지난해 말 결의안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원전의 역할을 인정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중단 등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산업생산을 저해하면 경기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나타난다. 에너지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가계에도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했다. 소비자물가는 4~9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르지 않은 것은 월급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판에 전기요금에 이어 LPG 가격까지 오르면 체감물가를 더욱 자극해 다른 생활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다.

 

지난 9월 말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험요인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하며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 잘 보이지만 날렵하고 날카로운 뿔을 갖고 있어 빠른 속도로 달려오면 사람들이 무서워하며 움직이지 못하고 서투르게 대처하다 화를 당한다.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직면한 회색 코뿔소로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한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는 가계부채에 그치지 않는다. 원유와 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E플레이션, 에너지발 스태그플레이션도 경계해야 할 코뿔소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가 현장에 나가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경제수장들은 ‘회색 코뿔소’나 위험요인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을 경고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정치권이 대선 소용돌이에 빠져 있어도 정부, 경제팀은 중심을 잡고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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