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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몰락이란 ‘사회적 타살’ 외면해선 안 된다[양재찬의 프리즘] 한계 상황 내몰리는 자영업
자영업 몰락, 개인의 몰락 아냐 ... 소득 양극화 · 사회불안 야기
양재찬 대기자  |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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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29  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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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의 몰락은 개인의 몰락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 양극화는 물론 사회불안도 야기한다. 얼마 전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를 추모하는 조화가 그의 맥줏집 앞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그 대부분이 식당과 치킨집, 노래방, 맥주집 등 생계형 업종 종사자들이다. 서울, 평택, 원주, 충주, 여수 등 전국 곳곳에서 희망의 끈을 놓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23년째 가게를 운영해온 서울 마포 맥줏집 주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남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자신이 생활하던 원룸을 빼고 모자란 돈을 지인에게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빈소에는 생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한계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계속 연장되면서 2년째 극심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방역 조치의 최대 피해자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핵심 피해 계층에게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은 고용동향으로 입증된다. 8월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1만8000명 늘었다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6만1000명 줄었다. 직원을 한명이라도 두고 영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2018년 12월부터 3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8월 현재 고용원 있는 전국 자영업자는 130만1000명. 8월 기준으로 1990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외환위기 때보다 자영업자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5만6000명 늘었다.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이 제한돼 장사가 어려워지자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 무인 판매가 증가한 결과다. 코로나 대유행 여파가 도소매업, 숙박ㆍ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되며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타격이 장기화ㆍ고착화하는 모습이다. 도소매, 숙박 ㆍ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 업종에서만 8월 취업자가 15만1000명 줄었다. 

전국 자영업자 5000여명이 충분한 손실 보상과 방역지침 전환을 요구하며 동시다발 1인 차량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추가 대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9월 말에서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정도다. 

5차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자 대상인 소득 하위 88%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의신청이 쇄도했다. 정부는 “판단이 애매모호하면 가능한 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항의하면 지급하는 고무줄 국민지원금은 나쁜 선례로 기록될 수 있다. 지급 대상이 하위 70%에서 80%로, 다시 88%로 넓어졌는데, 왜 88%인가에 대한 합리적 근거는 없다. 

   

코로나 사태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텐데 국민 위로금 성격이 돼버렸다. 긴급 재난지원금은 ‘국민 위로금’이 아니라 ‘자영업자 생존자금’으로 쓰이는 것이 옳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14조원과 지금 뿌려지는 5차 재난지원금 10조원을 합치면 자영업자 100만명에게 2400만원씩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이제부터라도 재난지원금은 취지에 맞게 실제 피해가 큰 계층 위주로 더 많이 지원돼야 마땅하다.  

확진자 증가와의 연관성을 면밀히 분석한 기초자료도 없이 강제해온 거리두기 조치에도 보완이 필요하다.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음식점 등 업소 내 테이블과 좌석 간 거리를 얼마 이상 떼도록 하거나 고객 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영업장 내 인구밀도를 관리하면 어떨까.

자영업 몰락은 개인의 몰락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사회불안을 야기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도움을 요청하는 단계를 넘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싸고 만인의 만인에 의한 싸움을 벌이며 자영업 몰락이란 ‘사회적 타살’을 외면할 때가 아니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4차 팬데믹에도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다수 국민이 인내하고 협조하는 덕분이다. 특히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다. 5차 재난지원금을 편의점에서 파는 고가 전자제품이나 명품 가방을 사는 데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동네가게나 전통시장에 관심을 가질 때다.  

   

세상이 하 수상해도 명절은 명절이다. ‘추석맞이가 즐겁다’는 응답이 53.0%로 ‘즐겁지 않다(35.0%)’보다 많다(한국갤럽 조사).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긴 해도 백신접종률이 높아진 덕분인지 추석 연휴에 1박 이상 고향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19.0%로 지난해(16.0%)보다 많아졌다.

추석맞이가 즐겁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코로나19 상황이어서’가 거의 과반을 차지했다. 5년 전 추석 직전 조사에선 ‘경제적 부담(47.0%)’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여파가 큰 시름이다. 코로나 방역과 경제 활성화, 정치권과 정부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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