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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숲길 산책 (12)] 뽕나무가 부러워 '굳이 뽕'이라 우겨 '구찌뽕'

 

숲 속 한구석에 자리를 잡아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연못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농사지을 땅이 아쉬운 농민들이 무심코 메워버리지 않아서 원형대로 보존되었다.

 

이 연못은 여러 종류의 새들을 위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청둥오리를 비롯한 물새들이 힘찬 날개 짓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얀 몸통에 기다란 다리와 목을 가진 새 한마리가 날아올랐다. 허공을 가르며 한 바퀴 돌아 높은 소나무 꼭대기에 내려앉아 귀족같은 모습이 돋보였지만 짝을 기다리는지 외롭게 혼자 멍하니 북쪽 하늘을 쳐다보는 중이다.

 

대여섯 마리 꿩 새끼(꿩 병아리)들은 어미 꿩의 뒤를 따라 줄을 지어 밭 가운데로 뒤뚱뒤뚱거리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아직은 날개에 힘이 없어 날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연못이 없었다면 보지 못할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 연못은 가뭄이 오래 갈 때에는 식수와 가축 급수용으로 사용되었단다. 가뭄이 이어지면 대지가 바싹 말라 타들어 가면서 흙먼지가 날릴 때에는 하늘이 온통 부옇다. 농작물들이 고사(枯死)하고 가축들은 목이 말라 헉헉대면서 못견뎌했었다. 농민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애를 태웠었다.

 

먹을 물도 귀한 시절에 마을에서 당번을 정하여 소들을 몰고 물을 먹이러 멀리서 걸어 왔었단다. 지금은 도로가 포장되었지만 옛날에는 산길이나 다름없었단다. 가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였지만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물을 찾아서 먼 길을 걸어와야 했던 소년시절이 있었단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참 고마웠지!”

 

나이 지긋한 농민들은 상수도는 물론이고 농업용수도 공급이 되지 않았던 시절에 가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먹고살기를 걱정해야 했던 시기를 여러차례 넘겨왔단다. 이 땅의 농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재난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땅을 가꾸어 왔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구찌뽕 나무가 가지를 벌리며 뻗어나가고 무성한 나무 잎 사이로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커가고 있다. 이 나무는 구찌뽕이라 하지만 농민들은 변함없이 '국가시낭'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날카로운 창(槍)같은 굵은 가시가 달려있어 그렇게 불렀을 듯하다.

 

“이걸 무사 국가시랜 해시코 마씸?”

 

“가시가 쿡 쿡 찔러부난 그런거 아니카?”

 

아니나 다를까 나뭇가지 속으로 손을 뻗으려니 가시에 손 등이 찔려 긁혀진다. 제법이나 매섭고 날카로운 가시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하다.

 

그래도 '투정부리고/심술부려도/너의 모든 것이 좋다.〈용해인, 너의 모든 것이 좋다〉' 국가시낭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연못 가장자리를 둘러싸서 새들의 안식처를 지키기도 하고, 토실토실하여 복스럽게 열매를 맺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중이다.

 

이 열매들은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어가고 새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바쁜 농민들은 이 열매를 쳐다 볼 시간이 없지만 새들에게 풍부한 만찬거리이다. 날카로운 가시는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필요한 때에만 되면 어디에 좋다더라면서 열매를 따가는 인간들을 거부하려는 자연의 조화인 듯하다.

 

다른 지방에서는 이 나무가 자신은 뽕나무가 아니면서도 누애를 키워 대접받는 뽕나무가 부러워서 '굳이' 뽕나무라고 고집스럽게 우겨 '굳이 뽕'이라 부르다가 구찌뽕이 되었다 한다.

 

지금은 구찌뽕 나무 열매는 약재로 쓰여 지기도하여 개량종으로 재배를 하여 정품으로 대접을 받는 열매가 되었다한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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