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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39)] 시잡살이노래

 

매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연휴가 지나면 이혼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올해는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킨 탓에 설 이후 이혼신청 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절이란 사실만으로 그동안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며 이혼을 감행(?)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대부분의 명절 준비를 여자들이 도맡아 하는 차별적 관행 탓이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속 편하게 들어 누워 놀고먹기만 하진 않는다. 이래저래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제주여성들이 하는 일은 집일, 밭일, 물질에 이르기까지 두루 걸쳐 있다. 여성들의 삶은 늘 노동의 연속이고 일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일노래가 불려졌다. 여성들은 노래를 통해 노동의 고통을 잊을 뿐 아니라 현실의 괴로움과 고통을 극복해내는 지혜를 스스로 얻어냈다. 특히 여성요(謠)에는 여성의 애환을 노래하는 사설이 많다. 사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겪는 생활고, 서러움, 시댁과의 갈등, 좌절 등의 신세한탄과 저항의지, 기대, 소망들이다.

 

시집살이 노래는 시집간 여자의 생활주변을 읊고 있다. 현실을 한탄하거나 타협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반발한다. 부당한 속박을 고발하고 항거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여성생활을 솔직담백하게 토로해낸다. 양적으로 풍부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빼어난 여성요의 대표이다. 노동요뿐만 아니라 간혹 놀며 부르는 타령류(類)에도 나타난다(양영자, 1992).

 

낭(나무)도 지는 지게여마는 돌도 지는 지게여마는
우리 어멍 날 지운 지겐 놈이 ᄇᆞ린(버린) 지게로구나
강남서도 놀아(날아) 온 새야 일본서도 놀아 온 새야
오ᄂᆞᆯ(오늘)가져 늴(내일) 가져 ᄒᆞᆫ게
청대 입희(잎에) ᄎᆞᆫ(찬) 이실(이슬) ᄂᆞ련(내려)
ᄂᆞᆯ개(날개) 젖언(젖어) 못 놀암서라(날고 있더라)

 

그 새 저 새 날 닮은 새야 날 닮아근(닮아서) 우념새라라(울음새더라)
성님 성님 ᄉᆞ춘(사촌)성님 씨집살이 어떱디가
아이고 얘야 말도 말라 고치(고추)가 맵댕(맵다) ᄒᆞᆫ덜(한들)
씨집살이 보단 나 얼골(얼굴)보단 더 검으랴
강남서랑 들어온 내비(나비) 내빈(나빈) 보난 늬(네) ᄂᆞᆯ개(날개) 내비
청대 입회(잎에) ᄎᆞᆫ 이실 ᄂᆞ련 ᄂᆞᆯ개 젖언 못 ᄂᆞᆯ암서라
눙살능살 다운(땋은) 나 머리 씨집살이 좋은디 궂은디(나쁜지)
곱이 곱이 다 미여(무여) 부렸져(버렸네)

 

당산ᄀᆞ찌(같이) 잉어(얹어)온 머리 석은(썩은) 밋단(밑동) 모지라(무지러)진다
ᄃᆞᆨ(닭)은 울엉 날이나 샌다 내사(내가) 울엉 어느 날 새리
어느 날은 좋은 날 시멍(있으면) 나도 갈 날 시리야(있으랴) ᄒᆞᆫ다
말찻(말을) 살렴(살림) 도들은(되들은) 살렴 다운(땋은) 머리가 곱이로(굽이로) 민다
무인다)

 

* 말찻살림=부부가 살림하다 헤어지게 될 처지인데, 다시 되돌아든 살림

 

시집살이 노래는 시집식구와의 가족관계, 힘에 겨운 노동의 고통, 가난, 즉 경제적인 설움, 신세한탄이다. “성님 성님 ᄉᆞ춘 성님 씨집살이 어떱디가” 사촌성님요는 전형적인 시집살이노래이다. 이 비유적 소재들을 반복구조의 틀 속에서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시누이야 거드름 말라/너도 언젠가는 시집간다/시누이야 잘난척 말아 너도 시집간다/나도 가면 친정에 간다 끓던 밥도 놔두고 간다/나도 가면 잔에 비운 참기름처럼 미련 없이 이 집 떠날 수 있다.” 시누이야 잘난 척 말아. 너도 언젠가는 시집을 간다. 나도 참다 참다 못하면 이미 잔에 비운 참기름처럼 당장에 시집살이 때려치우고 친정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 나에게 그렇게 대책 없이 함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무사(어째) 오란 또 무사 완고 울멍 갈 질(길) 또 무사 완고
ᄒᆞᆫ번 미영(미어) 돌아간 지둥(기둥) 무사 다시 ᄎᆞᆺ아나(찾아나) 완디(왔나)
씨녁살이(시집살이) 좋은디(좋은지) 궂인디(궂은지) 꼬리(꾸리) 감음만(감기만) 못 ᄒᆞ고나
요놈은 씨집 못살민(못살면) 말쥬(말지) 냄병(냄벵)으로 ᄀᆞ레ᄎᆞ록(맷돌자루) 박아도(박아도) 숭(흉)
합체로 불담아도 숭 씨아방(시아버지) 밥상 들어나 노멍(놓으며) 똥뀌여도(방귀꿔도) 숭이곡 남죽(죽젓광이)에서 늬(이) 죽여도 숭
이것도 숭 저것도 숭 요놈으 씨집 어떵 살리
시아방 상퉁이(상투)에 체 걸어도 숭
시어멍 독머리(무릎)에서 ᄂᆞ물(나물) 썰어도 숭
시아방 콧등에 똥고망(구멍) 씰어도(쓸어도) 숭
냄벵으로 ᄀᆞ레초록 박아도 숭 a은(굵은)체로 불 담아도 숭
앞 치메(치마)로 코 썰어도 숭
이것도 숭보곡 저것도 숭보난 술 담배 ᄎᆞᆷ앙(참아) 어떵(어찌) 살리

 

* 냄벵=술이나 감주(甘酒)를 따르는 배가 볼록하고 목이 기다란 하얀 병.
합체=액체를 받아 내거나 가루를 치는 마소의 총으로 만든 가는 체.

 

“요놈의 시집살이 못살면 말지 냄벵으로 맷돌손 박아도 흉/ 합체로 불 담아도 흉/시아버지 밥상 들어놓으며 방귀 뀌어도 흉/죽젓광이에서 이 죽여도 흉/이것도 흉 저것도 흉 요놈의 시집살이 어찌 살리/시아버지 상투에 체 걸어도 흉/시어머니 무릎에서 나물 썰어도 흉/시아버지 콧등에 구멍 쓸어도 흉/이것도 흉보고 저것도 흉을 보니 술 담배 참으며 어떻게 살아갈까.” 시부모는 며느리가 그냥 미운가 보다. 이래도 저래도 다 흉만 본다. 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술이나 담배도 다 끊으며 시집살이 견디는데, 어쩌라고? 할 수 없지, 하다하다 못 견디면 시집살이 사표 내면 되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원래 담배는 여자들을 위해 생겨난 기호품이다. 해비스모커였던 외할머니 말씀이다. 성할머니는 오메기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드셨다. 두 분 다 고우셨다.

 

상덕은 밋디로(밑으로) 가곡 ᄉᆞ랑(사랑)은 첩으로 간다
삼데독제(삼대독자) 웨아들(외아들) 메누리(며느리)
유기 제물날 아니 준덜 ᄀᆞ레(맺돌) 방에 날 아니 주랴
우염(위세) 좋덴 우염당(세가) 가난 나 우염은 무루엣(씨아) 소리네
소린 나도 살을메(살 도리) 읏다(없다)
씨집이옌(시집이라) 오라랜 ᄒᆞ난 구젱이(소라) ᄒᆞ나 읫어랜(없다) ᄒᆞᆫ다
좀좀아 모안 지세집(기와집) ᄒᆞ난 첵(세상) 사름(사람) 다 칭찬ᄒᆞ여라

 

우품(위풍)나고 우염(위세)나고 강좌시(좌수) 칩(집)의 씨집을 가난
홍합조개론 놋 소리 나곡 조반밥은 징심(점심)이라라
징심밭는 ᄌᆞ냑(저녁)이 ᄌᆞ냑밭은 중석(밤참)이리라
어느제민(언제면) 강도령 오민(오면) 나 설룬(서러운)말 다 일러두곡(두고) 얼금ᄀᆞ찌(얼음같이) 더 녹아가리
족은(작은) 오름 이참봉 칩(집)의 상아덜(아들)로 메누리 들언
밤의 중석 먹은 배(바) 읏다 낫(낮)의 징심 먹은 날 읏다

 

정동화리(청동화로) 아옵(아홉) 진 놈아
세간 족댕(적다고) 우기지 말라 울엉 가곡 울엉 온 질에
셍각(생각) 다시 읏어랭(없더라) ᄒᆞᆫ다
씨집이예 오라랜 보난 벨(별) 봐지는(보이는) 집에
벌작(악쓰는) 놀레(노래)에 올림치기(막 부러진) 족숟가락에
귀 막은 씨아방(시아버지)에 눈 먼 씨어멍(시어머니)에

 

* 족숟가락=자루가 부러진 숟가락

 

“시집 와보니 별 보이는 집에/ 악쓰는 노래에 자루 부러진 숟가락에/ 귀 막은 시아버지에 눈 먼 시어머니에/ 소라껍데기 하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푼 두 푼 차근차근 모아 기와집 하나 장만하니 세상 사람들이 다 칭찬하더라.” 다들 이 맛에 사는 거다. 제주에서는 다들 그랬다. 특히 ᄌᆞᆷ녀분들

 

삼년 만읜(만에) 씨집의 가난 ᄒᆞᆫ찬 타진(터진) 남 젭시(접시) 주언
ᄋᆞ전(가져) 오란 밥상의 올련 아침 ᄌᆞ냑(저녁) 공추새(공치사)라라
질ᄀᆞᆺ(길가) 집의 도실낭(복숭아나무) 싱건(심어) 씨냐(쓰냐) ᄃᆞ냐(다냐)
맛볼인 하도(많아도) 요 씨집 살인 나 ᄒᆞ나(하나)이여

 

열 놈 가근(가서) 몬(못) 살은 집의 낸덜(내가) 가근 살리야 ᄒᆞᆫ다
사념(살림) 살앙 놈 궤울(괴울) 나에(나이에)
무낀(무딘) 칼에 손이랑 베영(베여) 놈을 웃정(웃겨) 말아라 ᄒᆞᆫ다
말민 말앙(말면 말아) 가더라마는 하늘 우읜(위엔) 벨(별)이 송송
땅 아레(아래)는 궁기가(구멍이) 송송
놈도 가근(가서) 못 살앙 온 질(길) 낸들 가믄(가면) 말웃이(말없이) 살랴

 

촌대ᄀᆞ찌(같이) 늘어진 머리에 죽절 빈네(비녀) 꼽아 놓곡
첫쳇(첫째) 원순(원수) 중진에비(중매쟁이)여 둘쳇(둘째) 원순 씨아방 허럭
零(셋째) 원순 나 부뮈(부모) 허럭 쳇(넷째)원순 씨어멍 허럭
다섯쳇 원순 내 씨집살이 ᄒᆞᆫ(한) 갓세(두갓, 부부)가 궂어지난
요ᄉᆞᆺ(여섯)갓세가 다 궂어졈져

 

감제(고구마) 유제(유자) 메눌아기 시낭 웃이낭 폐렝이(패랭이) ᄒᆞ날 사 노난에 아침의랑(에는) 씨어멍 씨곡(쓰고) 낮이라근(에는) 씨누이 씨곡 ᄌᆞ냑이랑 나 씨랜 ᄒᆞ여라(쓰라고한다)

 

건감(곶감) 먹을 샌 메눌아기 시낭 웃이낭 보리 방애 천 ᄀᆞ득(가득) 놓으난
메눌애기 비 줄이셔러 메물애기 그 중 아난 이희(댓돌)알로(아래로)
보린 나안 솔거렴서라(잎 벌리고 있더라)
나 어멍은 그리는 애기 개발(개잇발) 다 체여(째어져) 간다
나 어멍은 그리는 애기 놈은 주난 종으로 민다
놈의 종에 난 일도 서껀(서뤄) 일름(이름)이랑 볼르도(부르지도) 말라

 

시집 삼년 살안 보난 신착ᄀᆞ뜬(같은) 절박(결박)머리 곱이곱이 다 미여진다
가건 가랭 보네여 두영 올 만 ᄒᆞ난(하니) 지드리더라(기다리더라)
지드리는 덱(댁)이랑 두엉 어디 오란 어수에라나(어정거리나)
어둑거든 밤이엥 말라 그게 누게 ᄌᆞ식(자식)이라니
어룬 ᄌᆞ식 아니엥(아니라고) ᄒᆞ겅(하건) 호적방에 강 안 문세(문서)보라
어룬 ᄌᆞ식 아니냐 ᄒᆞᆫ다(한다)

 

가지(가기) 실픈(싫은) 질(길)일러라 어느제민(언제면) 돌아오코
유ᄌᆞ냥(유자나무) 瞞틂 새야 감낭긔(감나무에) 瞞磯永(앉았더가도)
유ᄌᆞ낭긔(나무) 돌아노오라 가지(가기) 실픈(싫은) 질이(길이라) ᄒᆞ건
어욱 밧듸(참억새 밭에) 질이나 나라 밭 비여근(베어서) 돌아나 오게

 

놈도 가는 질이여 마는 설룬 어멍 나가는 질은 가시 돋고 뛰(띠) 짓어서러(깃었더라
)
살지 실픈 시집의 가겅 생새왓듸(생띠밭에) 퀴여(뛰어) 들엉
뒤나(꽁무니)나 찔렁(찔려) 돌아나 오라
가젠(가려고) ᄒᆞ난(하니) 가진(가긴) 실퍼도 아니 가진 몬ᄒᆞᆯ로(못하겠구나)
데추낭게(대추나무) 연 걸리듯이 어린 아기 ᄉᆞ정(사정)이로구나

 

씨녁데레(시집으로) 감이엥ᄒᆞ민(감이라하면) 베실민이(벼슬만큼) 네기지 말라(여기지 말라)
낭도 물도 엇어란(없다는) 섬의 지녁(징역) 살레(살러) 감이여 ᄒᆞᆫ다
올 샌(땐) 보난 설룹게도(서럽게도) 청 너울광 흑 너울 새에(사이에) 흘르는 건 눈물이라라
시집데레 날 가랭(가라) 홈은(함은) 물도 낭도 읏인(없는) 가다귀섬의 귀양 정베(정배) 마련이라라

 

* 가다귀섬= 사방으로 가둬진 섬. 정배(定配)=지방이나 섬으로 보내 일정한 기간 동안 그 지역 내에서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게 하다.

 

“시집가는 걸 벼슬로 여기지 말라/ 나무도 물도 없는 섬에 징역 살러 감이여 한다/ 올 땐 보니 서럽게도 청 너울과 흑 너울 사이 흐르는 건 눈물이라/ 시집으로 날 가라 함은 물도 나무도 없는 가다귀섬에 귀양 정배 보내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시집살이는 산도 물도 없이 사방으로 가둬진 섬으로 자신을 귀양 보냄과 진배없다.

 

성님(형님) 성님 ᄉᆞ춘(사촌) 성님 시집살이 어떱디가
아이고 얘야 말도 말라 후추 생강이 멥뎅(맵다) ᄒᆞᆫ덜(한들)
나 씨녁(시집)보던 더 메우라 반물치메(치마)가 검댕헤도(검다해도)
나 얼골보단(얼굴보다) 더 검으랴 더디어 온다 더디어 온다
칠팔월이 더디어 온다 암ᄐᆞᄀᆞ뜬(암닭같은) 씨어멍에
정ᄃᆞᆨᄀᆞ뜬(장닭같은) 씨아방에 빙얘기(병아리)ᄀᆞ뜬 씨아기덜에
벵신(병신)ᄀᆞ뜬 냄펜네(남편)에 베록(벼룩)ᄀᆞ뜬 씨누이에
눈물흘리는 나 몸이여 부모 훈시 받은 후의
철모른 날 이 집의 보네연 이날저날 살ᄌᆞ(살자) ᄒᆞ난
ᄄᆞᆯ(딸)은 나민 열녀가 뒈카(될까) 밤낫(낮)으로 기복ᄒᆞ여
살단 보난 나 신세여 성수박씨(생수박씨) ᄀᆞ뜬 늬(이)가
엉덕늬(삭은이)가 무신 말고 청새ᄀᆞ뜬 ᄇᆞᆰ은(밝은)눈이
뜬 봉ᄉᆞ(봉사)가 무신 말고 새까망ᄒᆞᆫ(새까만) 나 머리가
마농(마늘) 불히(뿌리)가 무신 말고 시집살이 메움(매움)도 ᄒᆞ다
씨아망은 개놈의 ᄌᆞ식(자식) 씨어멍은 잡년의 ᄄᆞᆯ년
울안에 든 내 낭군은 ᄎᆞᆫ 이실(찬 이슬)만 맞암구나

 

저 산으랑 난 지젠 ᄒᆞ난 질빵 ᄌᆞᆯ란(짧아) 난 못 지난
시어멍광 시누이년은 예점말로(예삿말로) 나 그르댕(그르다)ᄒᆞ여라
시집이옌 오라젠 ᄒᆞ난
시아방은 구제기ᄀᆞ찌 늬(이)만 성삭성삭(성깃성깃)ᄒᆞ고
시어멍은 점복ᄀᆞ찌 ᄌᆞ그극(찌무륵)ᄒᆞ연 미워만 베고(보이고)
시누인 고셍이ᄀᆞ찌 이레호록(이리 호로록) 저레호록(저리 호로록)

 

오벡(오백)장군 절 귀경(구경) 말앙(말고) 굶고 벗인(벗은) 날 구제ᄒᆞ라
귀양이사(이야) 풀령(풀리면) 오건만 씨집이옌 오라랜ᄒᆞ난
물도 웃인 가다귀섬의 귀양 정베(정배) 마련이라라

 

* 상젯밋=대청과 구들방 사이에 있는 중심 되는 상기둥의 아래쪽.

 

“암 닭 같은 시어머니 장 닭 같은 시아버지 병아리 같은 시아기들/ 시아버지는 개놈의 자식 시어머니는 잡년의 딸년/ 시아버지는 소라같이 이만 성깃성깃 시어머니는 점복같이 찌무륵, 시누인 고셍이같이 이리 호로록 저리 호로록” 이래서 시집식구들은 하나같이 밉다. 이런 시집식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변호하고 보호해주어야 하는데도 바보같이 그 구실을 제대로 못해내는 무능력한 존재, 한마디로 ‘병신 같은 내 남편’이다. 그런 남편은 아내가 힘든 노동을 하고 돌아왔는데도 껴안으려 하며 자신의 성적 충동만 채우려 한다. 그래서 문어(물꾸럭, 뭉개, 문개)에 비유하고 있다.

 

어느젤랑 싸아방 죽엉 고치장(고추장) 단지도 내 ᄎᆞ지(차지)
행장궤도 내 ᄎᆞ지 상제밋(상석)도 내 ᄎᆞ지
싸아방 죽언 춤추단 보단 콩씨 삐여(뿌려) 노난(놓은) 셍각이 남져
어느젤랑(어느때랑) 씨어멍 죽겅 줄방석도 내 ᄎᆞ지
밥우굼(밥주걱)도 내 ᄎᆞ지 궷문 욜쒜(열쇠)도 내 ᄎᆞ지
씨어멍 죽언 춤추단 노난 보리 방에 물 서거(섞어) 노난 씨어멍 셍각(생각) 또시(다시) 남져(난다)

 

씨아방아 거꾸러지라 진(긴) 진 담벳대(담뱃대) 내 ᄎᆞ지여
씨어멍아 거꾸러지라 궤방 구석도 내 ᄎᆞ지여
씨누이년아 거꾸러지라 살레 구석도 내 ᄎᆞ지여
서방님아 거꾸러지라 동네 부량제(불량자) 내 ᄎᆞ지여

 

* 상제밋=싱깃밋=대청과 구들방 사이에 있는 으뜸이 되는 기둥의 아래 쪽.줄방석= 짚 줄로 둥그렇게 만든 방석. 살레=식기를 넣어두기 위하여 찬장(饌欌) 모양으로 간략히 짜서 부엌 곁이나 부엌간 구석에 두는 가구

 

“시아버지가 죽으면 긴 담뱃대도 내 차지 시어머니가 죽으면 궤방 구석도 내 차지 시누이가 죽으면 살레구석도 내 차지/서방님이 죽으면 동네 부량제 내 차지/어느 때랑 시아버지 죽어 고추장 단지도 내 차지 행장궤도 내 차지 상석도 내 차지.”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으면 시부모가 죽어버렸으면 했을까. 만일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며느리 차지가 된다. 심지어 남편이 죽으면 동네남자들도 모두 다 내 차지가 된다. 그래서 시부모가 죽자 너무 기뻐 춤을 춘다. 그런데, “시아버지 죽어 춤추다 보니 콩 씨 뿌려 놓은 생각이 난다. 시어머니 죽어 춤추며 놀다 보리방아 물 섞어 노니 시어머니 생각 이 다시 난다.” 이런 경우를 인지상정이라고 하나. 그렇게 밉고, 그분들이 죽으면 세상 모두가 내 차지가 되어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잠시, 매 순간 그분들 생전모습이 떠올라 울컥한다. 그래서 미운 정 고운 정이라 하나보다. 아마 이 며느린 시부모님들이 돌아가셨을 때도 제일 많이 우셨을 거다. 따로 통곡비(痛哭婢)를 모셔올 필요도 없이.

 

우리 씨아방 가시는 질이랑 펀께(번개) 충천이나 뒈라
우리 서방님 가시는 질이랑 베락(벼락) 충천이나 뒈라
우리 씨어멍 가시는 질이랑 씬(쓴) 갯ᄂᆞᄆᆞᆯ(갯갓냉이)나 뒈라
우리 씨누이 가시는 질이랑 가맷(가맛) 꼭지(곡조)나 뒈라
우리 오라방 가시는 질이랑 일산곡지(꼭지)나 뒈라
우리 아지망 가시는 질이랑 돔박고장(동백꽃)이나 뒈라

 

장ᄃᆞᆨ(장닭) 닮은 씨아바님 황식(황삵)이나 물어 가라
암핏(암천복) 닮은 씨어머님 족제비나 물어 가라
고셍이 닮은 씨누이야 중이(쥐)나 물어 가라

 

메누린 거린(갈린) 삼 줘도 좋은 벨(베를) 짜 놓곡
남펜네 옷ᄒᆞ연 입전(입혀) 관문 불르레(관청 나들이) 가더라
ᄄᆞᆯ은 좋은 삼 줘도 베 짜지 못ᄒᆞ연(못하여)
아지망이(아주머니) 제여기(보풀라기) 남앗건(남거든) ᄒᆞᄊᆞᆯ(좀)줍서 ᄒᆞ여라

 

* 줴기떡=밀기울로 주먹같이 둥글게 만든 떡. 건삼=굵고 좋은 삼의 한 종류

 

“우리 시아버지 가시는 길에 번개, 우리 서방님 가시는 길에 벼락, 우리 시어미는 가시는 길 쓴 갯갓냉이, 우리 시누이 가시는 길에 가맛 곡조” 그러나 “우리 오라버니 가시는 길에 일산 곡조, 우리 올케 가시는 길에는 동백꽃.” 제주도 시집사이노래는 여성의 안정된 생활을 훼방 놓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심지어 서방 등 시집식구들에 대한 적대적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시집간 여자와 새로 이루어진 가족과의 관계나 갈등이 노래로 나타난다. 그런데, 친정오빠야 그렇다 치고, 동백꽃 길을 축원 받은 친정 아주망 입장에서 보면 이 며느리도 원래 ‘코생이’ 같이 얄미운 시누이 아니었나?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시집오기 전 친정에서는 그렇게 행동했지만 막상 시집와 살아보니 그게 아니라 반성하는 마음이 들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밥 먹어도 베 아니 불곡 죽 먹어도 베 아니 불곡
놈의 말에 베불어 서라 놈의 말은 죽이멍 밥가 들으난에 베불러서라
시녁(시집)병 사귀도 말라 앞의 서는 좋은말 ᄒᆞ당 돌아사민 잡을말 ᄒᆞᆫ다

 

지에집(기와집)도 열 다섯 거리 초집도 열다섯 거리
집을 귀경(구경) 나오라 서냐 느 오래비 전치(까닭)아니면
느 집 올렐 어딘 중 알리 씨집 살지(살기) 존디 궂은디
대홍(다홍) 대단 홋치메(홑치마)가 눈물 씨난(쓰니) 웃어(없어) 졈고나
지에집이 열 다ᄉᆞ(다섯)이난 집 구경을 나오라서냐
보리 눌이 열 다ᄉᆞᆺ이난 눌 구경을 나 오라서냐
솟단지가 열 다ᄉᆞᆺ이난 솟 구경을 나 오라서냐
느 오래비 전치(까닭)가 아니민 요 집 올렐(올레) 어디오리
씨누이야 씨거둥(거드름) 말라 늬도 가민 씨녁(시집)일러라

 

메눌아기 비칠(빗질)ᄒᆞ는 상은 새벡(새벽) 도독놈(도둑놈) 비질ᄒᆞ는 상이여
나 ᄄᆞᆯ아가 비질ᄒᆞ는 상은 서월(서울)선비 글씨는(쓰는) 상이여
매눌아기 오좀(오줌) 녹는 상은 시커줌삭삭 듣지도 싫다
나 ᄄᆞᆯ아기 오좀 녹는 상은 은기 조랑 놋기 조랑 듣지도 좋다

 

* 시커좀삭삭=거칠게 오줌 누는 소리. 은기 조랑=은(銀)요강에 곱게 오줌 누는 소리, 놋기 조랑=놋요강에 곱게 오줌 누는 소리

 

시어머니는 사사건건 왜 그리 며느리가 미웠을까? 특히 자기 딸과 비교하며, “며늘아기 빗질하는 모습은 새벽 도둑놈 빗질하는 상이여 내 딸 빗질하는 모습은 서울선비 글 쓰는 상이여/며늘아기 오줌 누는 소리는 거칠어 듣기도 싫다 나 딸아기 오줌 누는 소리는 은요강, 놋요강에 곱게 오줌 누는 소리라 듣기도 좋다.” 궂이 프로이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 아들 종년’과의 심각한 경쟁관계에서 나온 적개심의 표출이거나 이미 내 아들을 그 ‘종년’에게 뺏긴 패자의 소심한 복수인 듯 보인다.

 

울멍 밥을 손으로 먹으멍 씨어멍 눈에 딜여나(들너나) 보게
아침 조반 먹지도 발앙 요 방에나 찧어나 보게
앞 종에(종아리)도 다 벗어지곡 두 손도 다 붕불엇네(부르텃네)

 

메누리 집의 간 구젱기 먹언 나 ᄄᆞᆯ네 집의 간 물 먹으난
아이고 물 맛도 좋긴 ᄒᆞ다
나 ᄄᆞᆯ네 집의 간 소게(솜) 먹언 메누리 집의 간 물 먹으난
아이고 물 맛도 칼칼 싸다(쓰다)
메누리 집의 간 ᄀᆞ메기(쨈물우렁이) 먹언
ᄄᆞᆯ 집의 간 물 먹으난 아이고 물맛도 좋으난
아이고나 아기 물 잘 질어(길어) 오랏져
메누리 집의 간 물 먹으난 아이고 물맛도 씨난(쓰니)
나 아ᄃᆞᆯ 종년아 물 질어 오는 상아리광(상판대기며)

 

며느리는 시어머니 눈에 들려고, “울면서 밥을 손으로 먹고 아침 조반 먹지도 않은 채 방아 찧으며 앞 종아리 다 벗겨지고 두 손 다 부르텃건만” 여전히 시어머니는 며느리 하는 족족 다 싫다. “며느리 집에 가서 소라 먹고 딸네 집의 가서 물 먹었는데, 그 물맛이 좋다/ 딸네 집의 가서 솜 먹고 며느리 집의 가서 물 먹었는데 그 물맛이 쓰다/ 며느리 집의 가서 쨈물우렁이 먹고 딸네 집에 가서 물 먹었는데 그 물맛이 좋은걸 보니 우리 딸 물 잘 길어 왔져/ 며느리 집에 가 물 먹으니 아이고 물맛이 시다. 내 아들 종년 물 길어 오는 상판대기하며.” 며느리와 시어머닌 태생이 상극(相剋)인가 보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조금씩 힘의 균형이 며느리 쪽으로 기울어져 간다. 분가(分家)한 탓인가, 세월 탓인가, 어차피 시간은 일방적으로 며느리 편이다.

 

<참고문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연구』, 민속원.
양영자(1992), “제주민요 시집살이노래 연구”,『탐라문화』12집,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관련사이트>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992&menuName=구술(음성)>민요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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