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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38)] 성주풀이

 

요번 신구간(新舊間) 때 본가에 가서 집 마당에 있는 목련나무를 가지치기 했다. 집 울타리를 벗어난 가지나 대책 없이 높게 솟은 가지들을 전지톱으로 말끔히 쳐냈다. 간 김에 낡은 가구나 쓸모가 다한 큰 물건들도 예를 갖추고 내다 버렸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신구간에 이사만이 아니라 집 고치기, 마당 흙 파기, 울타리 돌담 고치기, 나무 자르기, 가지치기, 묘소 수축(修築) 등을 한다. 건드려서는 안 될 땅을 파거나 그런 나무를 베어서 담당 지신(地神)이 노하여 받는 재앙인 동티(動土) 때문이다. 아무 때나 이런 일을 하면 동티가 나서 그 벌로 질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게 된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래서 행여 통티 날 일 있으면 신(神)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잠시 하늘로 올라간 사이, 대한(大寒)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 3일전까지 해야 한다. 그게 다 미신이고,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애써 어머니를 설득(?)시키려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하면 일 년이 편안하다.

 

‘성주풀이’는 새로 지은 집에 가신(家神)인 성주신을 모시는 무속의례이다. 제주지역에서 행하는 성주풀이는 집이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적당한 날을 택일하고 심방에게 의뢰해서 행하는 작은 굿으로, 성주신에게 집 안의 무사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 무속의례이다. 제주지역에서 큰굿은 초감제, 초신맞이, 초상계, 추물 공연, 석살림, 보세감상, 관세우, 불도맞이, 일월맞이 등이 있고 작은굿은 귀양풀이, 성주풀이, 거무영청대전상, 영감놀이, 칠성새남 등이 있다(현용준, 1980). 성주신은 집이나 건물을 수호하는 신이다. 청(請)하여 맞아들이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신주단지는 성주단지와 같은 개념이다.

 

지금도 새집으로 이사 가면 가장 먼저 집안 곳곳에 팥을 뿌린다. 아무리 신식건물이라도 신축하면 북어를 실타래로 감아 천정에 걸어놓는다. 새로 차(車)를 사면 차에 막걸리를 뿌리고 본네트 속에 실타래로 감은 북어를 놓아둔다. 이게 다 성주풀이에서 비롯된 나름의 의식이라고 여겨진다. 신에게 혼자 손을 빌며 비는 ‘비손’이나, 무당 한사람이 요령을 흔들며 기원하는 ‘비념’과 소원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덕이 든 나무를 베자)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대들포(대들보)를 비여(베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종포도 비고(베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동저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보리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상모루(상마루)도 비고가저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장지방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마루 귀클(귀틀)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마루널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구들방으로 들어가면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창문도리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창문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구둘문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천하반(처마)귀클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화방낭도 비고가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부엌으로 들어가면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고분포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두세(하늬바람)로나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정젯(부엌)문도리를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정젯문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지방외부로 나가보면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서리(서까래)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추년(추녀)서리도 비여가자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서슬(서까래)도 비여보세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어허어 성주로다 성주로다 요집의 성주가 어데메냐(어드매냐)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에 받은 솔씨(소나무씨)를 소편대편에 던졌더니
그 솔이 점점 자라나 요집의 고분도리가 되었더냐, 텟지붕이 되었더냐
에라 대들보가 분명케 되었구나 에라 만수 대활 열려로 설설이다 내리소서

 

어허어 요집 지어서 삼년만이 아들은 나면 효자 나고 딸은 나면 열녀나고
소는 나면 황소가 난다, 말은 나면 역마로다
뒈야진(돼지) 나면 토신(土神)이요, 고넹인(고양이) 나면 지신(地神)이요
(닭)은 나면 쌍계만 난다 에라만수 대활 열려로 설설이다 내리소서
어허어 낙양산 십리 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열려지 천분 구백년에
소년행락이 편시춘이라 에라 만세 대활 열려로 설설이다 내리소서
앞집이다 이목서(목수)요, 뒷집이다 김목서라
연장 망탱이(망태기) 둘러나 메고 산중 산엽(옆) 올라가서
눈(누은)낭게는 옆 다듬고 새로은 낭게(나무)는 썹(잎)다듬어
하가다모로 지고 지니 동남풍이 불어가난 징경소리만 찡짱 끌끌 절로난다
에라 만세 대활 열려로 설설이 내리소서(구좌읍 덕천리)

 

* 종포=들보 위에 다시 한 번 걸쳐져서 대공을 받치는 보. 편시춘=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단가

 

성주풀이는 집 짓는 과정을 굿판에서 재현한다. 집 짓는 과정을 재현하면서 성주신을 집안에 좌정시킨다. 동시에 집 짓는 과정에서 생긴 동티를 풀어 없앤다. 집짓기와 성주신 앉힘, 동티 풀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성주풀이는 삶과 밀착된 의례이다. 목수를 불러 연장을 준비하고 나무를 베어다가 재목을 마련하고 집을 지어 상량하는 모든 절차를 고대로 되살려 보여준다.

 

실제 집짓기는 힘겨운 노동이지만 굿판의 집짓기는 흥겨운 오락이다. 그러나 성주풀이는 단순한 오락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의 집짓기는 노동이지만 굿판의 집짓기는 의례이다. 따라서 집짓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온갖 부정한 기운을 풀어내려는 주술적 목적이 있다. 이 같은 목적이 실현될 때 집은 비로소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용인된다.

 

성주풀이는 도끼질로 이루어지는 ‘동티풀이’가 전승력(傳承力)을 유지하는 관건이다. 제주도에서는 성주신에 대한 신(神) 인식이 희박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주풀이의 전승력이 유지되는 이유는 강태공수목수 대목 때문이다. 성주풀이를 하고 성주신을 모셔 앉힌 후라야 비로소 집안에 모든 제의(祭儀)를 벌일 수 있어 그렇다. 그보다 사람들은 동티를 푸는 데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성주풀이를 한다. 미처 성주풀이를 못하고 급하게 굿을 하게 될 때는 신축(新築)한 집의 목재 부위를 도끼로 찍어내는 행위로 성주풀이를 대신하기도 한다(강정식, 2013).

 

에라만수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요 집의 성주가 어디메냐
경상도 완도땅에 제비년이 받은 솔씨로다
그 솔씨 한줌을 얻어다가 앞동산에다 던졌구나 뒷동산에다 흩었구나
에라만수 대신이여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그 솔이 점점 자라나서 대들포이 되었구나 소들포이 되었구나
그 솔을 비어다가 집을 짓으니 천자집이 되었구나 와개(와가 瓦家) 집이 되었구나
에라만수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요집지어 삼년 만에 고서(고사) 한 번을 잘 지냈더니
아들은 나면 소자가 되고 딸은 나면 소녀가 낳고 메누리(며느리) 얻으면
열녀 충신 에라만수 에라 하고도 대신이야
울령가자 울령가자 안으로 안칠성 울령가자
고팡 한(많은)집도 울령가자 문전 터신도 울령가자
에라만수 대신이여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에라만수 대신이야
부(부엌)대신도 조왕(竈王) 할머니도 울령가자
장독간도 울령가자 벤소(변소)선생님도 울령가자
에라 만수 대신이야 서리 서리 서리 나리소서
어잇 요집 땅 토신도 네 구석을 울려라 요집의 올 금년 열두덜(열두달)에
재수대통 시겨줍써(주세요) 만수무강도 시겨줍써 부인상봉도 시겨줍써
에라만수 에라 하도고 대신이야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어서 놀고 어서가자 어서 놀고 대문 앞이도 놀고 가자
권잔주잔으로 삐지리 술 한되 네 구석을 뿌리고 올 금년 만수무강 시겨줍서
x날(옛날) x적 말이 이수다(있습니다) 제비 앉는 집은 집터도 보지 말앙(말고) 사(사라고) 헌(한) 법입니다.
에라만수 대신이야 서리 서리 서리 나리소서(남원읍 위미리)

 

성주풀이는 집을 새로 짓고 성주신을 새 집에 모셔 앉히는 의례이다. 그와 함께 의를 ‘풀이’라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집을 지으면서 생긴 ‘통티’를 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주풀이는 신축하거나 이사해서 3년 안에 벌여야 한다. 성주풀이를 해서 성주신을 모셔야만 비로소 집안에서 다른 의례(儀禮)를 벌일 수 있다. 성주풀이를 하지 않으면 조상을 위한 제사나 차례를 지낼 수 없다. 어쩌다 사정이 생겨 다른 굿을 하게 되더라도 성주풀이를 먼저 해야 한다. 성주풀이는 대개 아침에 시작하여 저녁이 되기 전에 끝난다.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영등산에 덕들 남 비자
대들포를 비여보세 종포도 비고가세 도제도 비어보세 보리도 비고가세
상모루(상마루)도 비고(베고)가저 장지방도 비고가세
마레(마루)귀클(귀틀)도 비어보세 마렛널(마루널)도 비어보세
구들방으론 들어가면 창문리(다리)도 비어보세
창문도 비고가세 구들문도 비고가세
천하반(처마)기둥도 비고가세 화방낭도 비고가세
부엌으론 들어가면 고범포도 비어보세
새도나 비어보세 정젯(부엌)문도 비어보세
정젯문도 비어보세 정젯문도 비어보세(한림읍 한림리)

 

성주풀이는 대개 마루(요즘은 거실)에 제상(祭床)을 진설한다. 한쪽 벽에 기대어 병풍을 세우고 그 앞에 탁상, 병풍 뒤에 성주상을 진설한다. 이른바 ‘우알상 차림’이다. 성주상에는 성주꽃 두세 개를 꽂아놓는다. 성주풀이는 일반적으로 ‘삼석울림-초감제-추물공연-강태공수목수-문전본풀이-각도비념-상당숙임ㆍ액막이-도진’으로 짜인다. 다른 의례와 혼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행되는 경우라면 이 같은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의례와 연결해서 연행할 때는 초감제를 생략하거나 각도비념 이하의 재차가 모든 의례의 끝에 행한다. 삼석울림은 어떤 의례나 굿 시작에 앞서 행한다. 하늘에 굿을 하게 됨을 고(告)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강정식, 2013).

 

초감제는 굿하는 연유를 고하고 신역(神域)의 문을 열어 신을 제청으로 모셔 들이는 순서이다. 모든 굿에서 처음에 놓이는 재차이다. 의례 규모에 따라 앉은굿으로 하거나 선굿으로 하며 둘을 절충하기도 한다. 성주풀이에서는 대개 앉은굿과 선굿을 절충한다. 말이 중심이 되는 재차는 앉은굿으로 하고 춤과 행위가 중심이 되는 재차는 선굿으로 하는 셈이다.

 

추물공연은 제청으로 모신 신들에게 준비한 정성과 차려놓은 제물을 권하는 재차이다. 소미가 제상 앞에 앉아 스스로 장구를 치며 사설을 풀어나간다. 그 동안 어떤 정성을 하였는가를 말하고 차려놓은 제물을 하나씩 언급하며 흠향(歆饗)하기를 권한다.

 

어허어 성주로다 성주로다 요집의 성주가 어데메냐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에 받은 솔씨를 소편 대편에 던졌더니
그 솔이 점점 자라나 요 집의 고분도리가 되엇더냐 텟지붕이 되엇더냐
에라 대들보가 분명케 되엇구나 에라만수 대활 열려로 설설이다 내리소서
요 집 지어서 삼년만이 아들은 나면 효자 나고 (딸)은 나면 열녀 나고
쉐(소)는 나면 황소가 난다 ᄆᆞᆯ(말)은 나면 역마로다 뒈야진(돼지) 나면
토신이요, 고넹인(고양이) 나면 지신이요 (닭)은 나면 쌍계만 난다
낙양산 십리 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열려지 천분 구백 년에
소년행락이 편시춘이라 앞 집이다 이 목서요 뒷 집이다 김 목서라
연장 망탱이 둘러나 메고 산중 산옆 올라가서
눈(누은) 낭게는 옆 다듬고 새로운 낭게는 (잎) 다듬어
하가다 모로 지고 지니 동남풍이 불어가난 징경소리만 찡짱 끌끌 절로 난다(구좌읍 덕천리)

 

강태공수목수는 집 짓는 과정을 굿판에서 재현하고 집 지으면서 생긴 동티를 모두 없앰과 동시에 성주신을 맞아들여 좌정시킨다. 이때 강태공수목수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소미가 목수로 분장하여 심방과 함께 의례를 이끌어나간다. 강태공수목수는 성주풀이의 핵심적인 재차라 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태공수목수는 연극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다. 심방과 목수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전개한다. 먼저 목수의 정체를 확인하고 그가 가진 기물(器物)을 확인하는데, 이때 해학(諧謔)적인 대사가 난무한다.

 

연장 가운데 도끼날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무를 베겠다고 한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온갖 나무와 돌을 도끼로 찍어낸다. 그 후 제장으로 돌아가 나무를 베어왔으니 이를 다듬어 재목을 만든다고 하며 댓가지로 집을 짓는 모양을 하고 그럴듯하게 상량(上梁)가지 한다. 또 댓가지 집 밑에 물 사발을 두고 천문을 떨어뜨려 좌향(坐向)이 적절한지 알아본다. 그런 다음 백지조각을 물에 개여 뭉쳐 제장 내 벽 위쪽에 던져 붙인다. 이는 성주신을 앉히는 의미이다. 굿이 끝나고 나도 천정에 붙은 백지조각은 계속 남아있다. 그 다음 모두 한바탕 신명나게 춤추고 노래하면서 마친다(강정식, 2013).

 

한편 고려시대 이전 한라산 삼림은 소유자가 불명확해서 아무나 임산물을 채취할 수 있었다. 고려 말엽에 이르러 일부 세도가(勢道家)들에 의해 삼림이 독점되어 서민(庶民)들이 어렵게 되자 1325년 사점금지령(私占禁止令)을 내렸다. 이 사적 금지령은 조선시대 말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1908년 삼림법(森林法)에 의하여 사유화(私有化)가 인정되었다.

 

문전본풀이는 여러 가신(家神)들이 어떻게 해서 나름이 직능(職能)을 맡아 좌정(坐定)하게 되었는가를 풀이하는 순서이다. 문전(門前)에 문전상에 해당하는 작은 상을 차려놓고 그 앞에 앉아 장구를 치면서 구연한다. 문전본풀이를 구연할 때는 성주상의 제물을 그대로 내려 문전상에 차린다. 성주꽃은 시루떡에 모아 꽂아 놓는다. 본풀이가 끝나면 성주꽃은 바깥으로 내어다가 불태운다. 성주는 집을 지키고 문전은 집안을 지키고 대주는 가정을 지킨다. 이제 비로소 대주는 집안의 대표로써 기제사(忌祭祀)를 지낼 수 있게 된다.

 

성주로구나 성주로다 저 집의 성주는 초가 성주
요 집의 성주는 와가 성주 성주 아바지는 천궁대왕
성주 어머님은 난산국이고 성주 부인 귀하신 대왕
성주님은 해동국 안동 땅을 ᄂᆞ려(내려)사근 제비 연에다 솔씨를 받앙 뿌려두곡 성주님은 스물 일곱에 귀하신 혼사를 맺어
아덜(아들) 오형제 탄생을 ᄒᆞᆫ다 ᄄᆞᆯ(딸) 오형제 탄생을 ᄒᆞ니
성주님은 예순 일곱 나는 해에 해동국 안동땅에 ᄂᆞ려(내려)산다
백몰레(모래) 왓들로(밭으로)가 청기황기 도끼를 무어놓고
대산에 대목을 베곡 소산에가 소목을 베곡
영주산에가 화목을 베어 한반도레 내도리를 여 놓아
성주님은 상성주로 지국ᄒᆞᆫ다 에라만수 에라 대신이야
설설설이 설설이 내리소서(조천읍 신촌리)

 

각도비념은 집안의 각처에 좌정한 신들에게 기원하는 제차이다. ‘각’은 각(各)이고, ‘도’는 신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때 산신(山神) 삼승할망, 부엌신 조왕(竈王), 창고신 칠성(七星) 등에 대하여 각기 해당되는 공간을 찾아 기원한다. 성주풀이에서 하는 각도비념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집안의 모든 제의(祭儀)는 성주풀이를 하고난 뒤 비로소 벌일 수 있다. 성주신을 모셔야만 나머지 신과 조상을 모실 수 있다. 성주풀이의 각도비념은 성주신을 앉힌 뒤 처음으로 벌이는 다른 가신에 대한 의례이다.

 

액막이는 이렇게 정성을 들였으니 다가올 액운을 막아달라고 기원하는 순서이다. 역시 모든 의례의 막바지를 차지하는 재차이다. 심방이 나서서 기주의 정성을 보이고 액운(厄運)을 막아달라고 기원한다. 이때 닭을 대신 죽여 무탈을 기원한다. 대명대충(代命代充)의 의미이다.

 

도진은 모든 신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재차이다. 심방이 나서서 가신을 제외하고 성주를 비롯한 나머지 신들을 하나하나 거명하면서 돌려보낸다. 마지막에 콩을 사방에 뿌리며 나뿐 기운을 i는다. 이로서 모든 의례가 끝난다.

 

영등산에 덕덜 남 미져 영등산에 덕덜 남 메져
이집 지어 삼년 만에 아덜은 나면 효잘 낳고
딸은 나면 열녀로다 말은 길러 역마 되고
소는 길러 황소 되고 앞님 방에는 청사 초롱
뒷님 방엔 흑사 초롱 나무비고 넘구 가자
마레(마루)에로 들어가면 곱은 낭(나무)도 찍구 가저
천장 널판도 찍구 가자 문입쟁이도 비구 가자
마렌널(마루널)두야 찍구 가자 부엌으로는 들어가면
화장 밑에도 찍구 가저 뒷문 입장도 찍구 가져
요 살레(찬장)도 찍구 가자 밖것(밖같)으로 넘어 가면
집 서리도 직구 가져 지도옹도 비구 가저
앞 지방 뒷 지방 비구 가져 이 나무 저 나무 다 비여당
집을 지어 봅시더 이 집 지어 어느 짝인고 짝을 발롸(밝혀) 봅시다
나무 수정(숫자)은 다 비여수다 덕덜나무가 끗(끝)입니다

 

이러한 성주풀이를 일반 집에서 벌이기 어려운 이유는 연물(演物, 장구, 대영(징), 북, 설쇠) 소리 때문이다. 연물 소리가 너무 커서 주위에 민폐 끼칠까 하여 외딴 집이라면 몰라도 아파트나 주택가에서는 점점 굿하기 어렵게 되었다. 때문에 요즘에는 성주풀이를 스님이나 보살을 빌어 약식(略式)으로 벌이는 경우도 있다.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라 요 집에 성주는 어디 메냐
경상도 안동 땅에 제비전에 받은 솔씨로다
그 솔씨 한 주먹을 얻어다가 앞동산에다 던볍립 뒷동산에다 들렷구나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그 솔이 점점 자라나서
대들폭이 뒈엿구나 소들폭이 뒈엿구나 그 솔을 비여다가 집을 지어내니
전집이 뒈엿구나 와개(와가)집이 뒈엿구나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요 집 짓엉(지어) 삼년 만에 고사 한번을 잘 지냈더니
아들 나면은 효자가 나고 딸을 나면 효녀가 나고 며느리 얻으면 열녀 충신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울령 가자 울령 가라
안으로 안칠성 울령 가자 고팡 한집도 울령 가라
문전 토신도 울령 가자 에라 만수 성주야 성주야 성주로다
부엌 대신도 조왕 할마님(할머님) 울령 가자 장독간도 울령 가자
벤소(변소) 선셍님(선생님)도 울령 가자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설 설 서리 설 서리 나리소서 성주로구나 성주로다
저 집에 성주는 초간 성주 요 집에 성주는 바다 성주
성주의 근본이 어디러냐 성주 아바지(아버지)는 청궁대왕
성주 어머니는 옥지도에 성주님은 난신국이고
성주부인은 기아신대왕 성주님은 대동국 안동땅을 내려서든
제비 전에다 솔씨를 받앙 부려두고 성주님은 스물일곱에
귀아씨는 스물아홉에 혼사를 맺엉(맺어) 아덜(아들) 오형제 탄생헌다
딸 오형제 탄생허니 성주님은 예순일곱 나는해에 대동국 안동땅을 내려선다
백몰래(모래)왓듸(밭에)로 가정개 황해도 길을 물어놓고 태산에 올라
대목을 베고 소산에가 소목 베고 영주산에가 화목을 베영
한반도리 네 ᄃᆞ리(다리)를 지어 놓앙 성주님은 상성주로 지극헌다
에라만수 에라대신이야 설 설 서리 설 서리 나리소서(남원읍 위미리)

 

제주도 내에서도 성주풀이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전승되어 왔다. 같은 지역에서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연행(演行)한다. 어쨌거나 성주풀이, 귀양풀이, 동티, 성주신, 삼승할망, 조왕신, 칠성(七星), 문전제 등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이 무속행위들이 오래전부터 여태까지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릴 때 어머니 따라 ‘넋 드리려’ 굿판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때 놋칼(신칼)로 내 몸을 마구 찌르는 건 참았는데, 무당방울(무당부채)로 온 몸, 특히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건 참기 어려웠다. 황당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걸 다 견디고 나니 ‘착한 아이’라며 서리 내린 곶감 몇 개를 주셨다.

 

<참고문헌>

 

강정식(2013), “성주풀이의 의례적 특징”,『제주도 성주풀이』, 국립문화재연구소.
좌혜경 외(2015),『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현용준(1980),『제주도무속자료사전』.
<관련사이트>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8665&menuName=구술(음성)>민요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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