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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포레스트 검프 (2)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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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19  11: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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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의 정신의학적 상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애매하다. 일반지능은 통상적인 경계선인 80에 조금 미달하는 모양이다. 거기에 더해 자폐증 증상도 보이고,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도 보인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대표적 특징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특정한 일이나 주제에만 몰두한다는 점이다.

   
▲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타인의 소망과 슬픔, 분노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오스트리아 소아과의사였던 한스 아스페르거(Hans Asperger)는 일반적인 자폐증상과는 차별화한 특징을 가진 그룹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그 특징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교우관계 형성능력이 없다. 대화는 한곳으로만 쏠리고, 특정한 일이나 주제에만 몰두하고 동작도 어색하다. 

또한 자신이 겪은 흥미로운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특징을 보여 한스 아스페르거는 이들을 ‘작은 교수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교수’라는 직책이 대개 편협한 자기세계에 갇힌 사람들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세상 모든 일에 특별한 관심이 없지만 달리기에는 집중을 잘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를 놀리고 괴롭히는 패거리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연마한 달리기 실력으로 검프는 앨라배마 대학 미식축구부에 스카우트돼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다. 

군대에서는 총기 분해조립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조그만 탁구공에 초절정의 집중력을 발휘해 탁구 국가대표까지 된다. 검프는 ‘작은 교수’답게 제니를 만나러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기가 겪은 일들을 시시콜콜히 이야기한다. 피곤한 간호사는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뜨악하기도 하고, 심심한 노부인은 흥미롭게 들어주기도 한다. 상대가 뜨악하든 경청하든 검프는 ‘작은 교수’답게 자기 이야기에 집중할 뿐이다.

   
▲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검프 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 [사진=더스쿠프 포토]

검프의 ‘공감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검프에게 학교 친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제니가 유일하지만, 제니의 복잡 미묘한 감정에는 눈만 껌뻑거릴 뿐이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두 다리를 잃은 젊은 장교 댄 중위의 절망감에도 공감하지 못한다. 케네디 대통령 형제의 암살, 월레스 주지사의 피격 사건에도 그저 ‘남의 일’처럼 덤덤할 뿐이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집회에서도 그들의 절규는 그저 소음으로만 들릴 뿐 제니만을 쫓는다. 

베트남전에서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들도 그저 ‘남’일 뿐, 검프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버바를 구하러 빗발치는 총탄을 무릅쓰고 정글을 달린다. 덕분에 검프는 명예훈장을 받고 백악관에서 존슨 대통령의 초대도 받는다. 세상에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인 제니가 곁을 떠나자 망연해진 검프는 ‘닥치고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다 더 달릴 곳 없는 바다에 이르면 돌아서서 또 달린다. 그렇게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횡단하고 종단한다. 칼 마르크스처럼 수염을 기른 채 ‘닥치고 달리는’ 검프에게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무엇인가’를 원하며 같이 달린다. 

미식축구 선수와 탁구 선수, 베트남 전쟁 영웅, 새우회사 사장으로 이미 유명해졌던 검프는 또다시 유명인이 된다. 그러나 검프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개의치도 않는다. 어느 날 길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달리기를 멈춘 검프는 간절히 ‘한 말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피곤하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는 일방적인 한 말씀을 남기고 혼자 걸어간다.

영장류학의 권위자인 프란스 드 발(Frans de Wall)은 「공감의 시대(The Age of Empathy)」에서 ‘공감’은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본능이며, 공감하기 때문에 가능한 협동과 이타성, 공정성이 모든 종의 집단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집단 구성원에게 서로의 상황을 공감할 능력이 없다면 사회적인 협동과 이타심, 그리고 공정성 등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사회는 당연히 유지될 수 없고, 그런 종은 멸종할 수밖에 없다.

   
▲ 뜻이 다르면 서로를 물어뜯고 공격한다. 우리 사회에 공감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사진=뉴시스]

검프는 ‘쓸데없이’ 남의 일에 휩쓸리거나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일에만 집중한 덕분인지 혹은 우연인지 꽤 성공한 삶을 산다. 그러나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검프처럼 남들과 공감하지 못하고 오직 자기 일에만 집중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프란스 드 발의 경고한 ‘종’의 종말처럼 국가의 종말을 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세월호 침몰로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의 단식농성장에서 ‘폭식투쟁’을 벌였던 ‘공감능력’ 제로의 단체, ‘N번방’이라는 기묘하고 엽기적인 돈벌이, 해고노동자들의 요구에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 성폭행 피해자의 울분과 항의에 달리는 수많은 악플들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에 건강한 공감 능력이 있는지 갸우뚱해진다. 

타인의 간절한 소망과 슬픔, 분노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 같은 모습들이다. 건강한 공감이 자리잡지 못한 사회에서 과연 이타심과 협동, 그리고 모두가 바라고 또한 시대의 화두이기도 한 공정성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 신경 끊고 오직 자기 일에만 집중하면 혹시 검프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모두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검프들이 모인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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