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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없는 권력의 욕망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아포칼립토 (2)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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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2  13: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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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TV 프로그램, 광고, 인터넷 정보, SNS가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때론 없던 욕망까지 열심히 발굴해낸다. 욕망이 커지는 만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다함께 소비를 무한대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두들 불행해진다.

   
▲ 현대자본주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찬양하고 고무시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아포칼립토’는 마야족 작은 마을 주민들의 사냥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을의 젊은 사냥꾼들이 울창한 숲속에서 멧돼지처럼 생긴 짐승 한마리를 쫓는다. 10여명이 창을 들고 숲속에서 멧돼지와 숨바꼭질하며 몰아 결국 포획에 성공한다. 그 자리에서 자신들의 소중한 양식이 되어줄 멧돼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숨통을 끊는다. 그리고 즉석에서 배분이 이루어진다. 배분의 순서는 사냥에서 세운 공로의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 모두 큰 불만 없이 분배가 완료된다.

나뭇가지에 멧돼지를 매달고 마을로 돌아오는 젊은이들을 마을의 아녀자들이 몰려나와 맞이한다. 갈리아를 정복하고 로마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개선행진을 벌이는 시저의 군대가 부럽지 않다. 마을에서는 멧돼지 한 마리로 밤늦도록 흥겨운 잔치가 벌어진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쪽 팔이 없는 마을의 제사장이 모닥불 앞에 올망졸망한 꼬맹이들을 모아놓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마을잔치를 마감하는 모습이다. 신정(神政) 일치의 고대사회에서 제사장이라면 최고의 권력자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교훈적인 구전동화를 들려주는 셈이다.

제사장 노인이 들려주는 동화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한다. “한 사내가 슬픈 얼굴로 앉아 있었다. 왜 그리 슬프냐고 신이 물었다. 표범처럼 빨리 달릴 수 없어 슬프다는 사내에게 신은 표범처럼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줬다. 얼마 후 그 사내는 또 슬픈 얼굴로 앉아 있었다. 왜 또 슬프냐고 신이 묻자 사내는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 슬프다고 했다. 신은 사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얼마 후 그 사내는 또 슬퍼하고 있었다. 인간의 깊은 눈은 무엇으로도 채워줄 수 없는 깊은 늪이다. 결국 그 사내는 떠나고 말았다.”

   
▲ 마야의 수도 격인 쿠쿨칸의 지배자는 '권위'가 아닌 '권력'을 휘두른다. [사진=더스투프 포토]

짝이는 눈으로 제사장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서인지 마을의 젊은이들 모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분배에 불만을 갖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마을의 최고 지도자인 제사장도 똑같이 먹고, 똑같은 나무집에서 살고 몸에 걸친 아무런 특별한 장식도 없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니즈(needs)’라고 하는 의식주(衣食住)가 평등하다. 지도자는 ‘권위’는 지녔지만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인간의 영원한 꿈인 완전한 평등이 이뤄진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이다.

멜 깁슨 감독은 이 작은 마을이 이룩한 ‘이상향’이 왜 유지되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노예상인들이 부락의 젊은이들을 끌고 간 곳은 마야의 수도 격인 쿠클칸이라는 대도시다. 그곳의 지배자는 ‘권위’가 아닌 ‘권력’을 휘두른다. 부자들은 전신에 장신구를 치렁치렁 매달고 배 터져 죽고 가난뱅이들은 헐벗고 배곯아 죽는다. 가진 자들의 쾌락의 욕구는 통제되지 않는다. 그렇게 마야족들은 죽어가고 마야문명은 종말을 맞는다.

마야족 작은 마을의 존경받는 제사장은 ‘묵시록(Apocalypse)’처럼 인간의 욕망을 경계한다. ‘만족(행복)=소비/욕망’이라는 행복의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똑같은 1을 소비해도 욕망이 1이라면 행복도 1이지만, 소비는 1인데 욕망이 10이라면 행복도는 0.1로 떨어지고 불행해지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똑같은 1을 소비해도 욕망이 0.1이라면 행복도는 10배가 될 수도 있다.

현대자본주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찬양 고무한다. 불필요한 것들까지 욕망하게 만든다. 인간들이 끝없이 욕망하고 과소비해야 자본가들이 더 많이 생산하고 팔아먹고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인간들의 욕망이 사라지는 순간 자본주의는 붕괴한다.

   
▲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한 빈부격차는 같은 인간을 다른 종으로 만든다. [사진=뉴시스]

쏟아지는 TV 프로그램, 광고, 인터넷 정보, SNS가 온갖 욕망을 부추긴다. 없던 욕망까지 열심히 발굴해낸다. 욕망이 커지는 만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다함께 소비를 무한대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두들 불행해진다. 욕망에 휘둘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인신공양의 사육제가 벌어지는 ‘쿠쿨칸’의 장면들은 오늘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인간은 어이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고, 욕망 때문에 생긴 빈부격차는 같은 인간을 다른 ‘종’처럼 만든다.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너의 최소한의 욕망도 거세해야 한다. 너의 생명까지도 나의 부질없는 욕망을 위해 짓밟아야 한다. ‘권위’없는 ‘권력’의 욕망을 유지하고 채우기 위한 온갖 야만이 판을 친다. 욕망을 제어하고 통제하지 않는 가운데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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