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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산타도, 백신도 없는 연말연시

 

세밑에 전국이 멈춰 섰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송년회도, 크리스마스 예배도 취소됐다. 연말연시 대목이 실종됐다. 정부의 방역 지침대로 마스크 쓰고, 손 소독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줄 알았는데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나든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지난 1년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태세다. 그 와중에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증시가 환호했다. 국내에서도 코스피 3000시대가 예고됐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백신 개발 국가는 물론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연내 백신을 접종하는데 방역 모범국이라고 자화자찬하던 한국은 아직 백신을 확보조차 못했다. 야당이 ‘K방역이 실패했다’며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언론도 백신 행정의 혼선을 지적했다. 그러자 청와대와 여당은 ‘백신의 정치화’를 그만두라며 야당 탓, 언론 탓을 했다.

 

왜 백신 확보가 늦어졌는지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지시와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범정부위원회(백신 TF)’ 운영 내용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4월에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7월에는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충분한 물량 공급을 주문했고, 9월엔 다른 해외 백신도 충분히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대통령의 잇따른 독려와 지시에도 정부 대처는 굼떴다. 국무총리는 “7월에 확진자가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를 과신하고 치료제ㆍ백신 자체 개발에만 주력한 나머지 해외 백신 수입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간과한 것이다.

 

해외 백신을 들여왔다가 효과가 약하거나 제때 접종하지 못할 경우 감사 및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머뭇거렸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교통정리해야 할 백신 TF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4월에 구성만 한 뒤 빠지고, 실장급 방역 전문가에게 맡겨졌다. 책임 문제로 주저하던 공무원들은 감사원 유권해석을 받은 11월에야 움직였다. 그사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물량이 소진되며 계약이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백신 행정이 혼선을 빚은 셈이다.

 

이를 두고 야당 탓, 언론 탓으로 돌리는 집권 여당의 처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브리핑도 생뚱맞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백신 확보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백신 예산을 더 확충하고 외교적 경로를 동원해서라도 하루빨리 백신을 들여와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미뤄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국내 승인과 위탁생산 확대도 추진해야 한다. 팬데믹 같은 위기 대응 행정에 대한 면책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할 일이 산적해 있음에도 남 탓과 동문서답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여당의 행태는 코로나에 지친 국민을 더욱 낙담시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2월 넷째 주 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 비율이 59.1%로 취임 이후 최고로 올라섰다. 긍정평가 비율은 4주 연속 30%대에 머물렀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4주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백신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일상의 회복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또한 백신은 과학의 영역으로 정치적 노림수의 대상에 올려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태도를 보이자 ‘백신 확보를 차라리 민간 기업에 맡기라’는 누리꾼 댓글이 등장했다.

 

우리가 백신 확보에 뒤처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방역의 시작과 끝은 국민의 신뢰와 협조다. 청와대가 주도해 방역 컨트롤타워를 재점검하고 똑바로 세우는 작업이 긴요하다.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의료진의 헌신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쌓아올린 K방역을 정부와 정치권이 무너뜨려선 안 된다. 다양한 종류의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와 함께 접종 대상자 선정, 접종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해 집단면역 완성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국민을 코로나 감염에서 벗어나게 하고 일상으로 복귀시켜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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