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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음알음이 아니라 다수 선제검사에 나서야 한다"[진료실 창가에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일기 ... 숨은 감염자 찾는게 급선무
고병수 가정의학과 의사  |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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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7  13: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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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공항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캐리어를 끌고 온 입도객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고 있다.

집에 들어오니 자정이 다가오는 밤 11시 30분. 글을 쓰는 2020년 크리스마스도 거룩하지만 고요하게 지나가고 있다.

내가 제주공항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입도객들 진료 및 검사를 시작한지 벌써 수개월이 지나간다. 공항 주차장 한 편에 만들어진 컨테이너 선별진료소에서 밤 당직을 마치고 헤어지는 요원분들은 3, 4월이 지나면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될 것처럼 생각했다는데 벌써 1년이 다가온다고 지난 몇 개월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갈지 걱정의 말들을 했던 것이 집에 온 지금도 머리를 맴돈다.

제주공항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총선 끝나자마자 대구 의료지원 다녀오고 좀 쉬고 있으려니 제주도의사회에서 연락이 왔었다. 제주공항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사 인력이 부족하니 협조해달라고 해서 진료팀에 결합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지난 2월에 대구에서 신천지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폭발하자 제주도에서는 3월쯤 서둘러 공항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메르스 사태 때처럼 금방 끝날 것으로 보고 천막정도 간단히 치고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활동을 했다. 비가 많이 오면 발이 젖었고,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갈까 조마조마 가슴을 졸였다고 한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자 지난 7월부터 공항 동쪽 주차장 터에 컨테이너를 여러 동 설치하게 되었다.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청사를 들어설 때 입구에서 기본 발열검사를 하고, 의심 승객이나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로 보내진다. 근무요원들은 보통 첫 비행기가 도착하는 아침 7시경부터 국내외 마지막 비행기가 도착하는 밤 11시까지 일한다. 입구 1차 선별팀, 대상자분들을 데려오는 안내팀, 진료소 검사 수행팀, 서류 작성팀으로 나눠져 있다. 검사가 끝나서 방역팀이 검사 장소 소독하고 나면 검사자들을 주거지까지 데려가는 호송팀이 마지막 역할을 하게 된다.

진료소 PCR검사 수행은 간호사들이 맡는데 퇴직하신 분들이 와서 일하고 있다. 의사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있어야 하는데, 제주도의사회에서 모집된 자원봉사 의사들과 공중보건의들이 시간표를 짜고 교대로 일한다. 의사들은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중심으로 간단한 문진과 검사 필요 설명을 하고, 검체 시험의뢰서를 작성한다.

   
▲ 제주국제공항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는 모습.

꽃피는 봄에 시작했는데 어느덧 겨울이...

11월까지만 해도 띄엄띄엄 검사를 하던 것이 12월 들어서면서 부쩍 검사 건수가 늘더니 요즘은 적게는 100여 명에서 200명 넘게 검사를 하게 되었다. 밤늦게 외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도착하게 되면 이곳 선별진료소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들 문진표 작성하랴, 문제는 없는지 살피랴 분주하고, 검사하는 손가락이 뻣뻣해져버릴 정도가 되어버린다.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지만 일 자체가 많이 힘든 건 아니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기 때문에 서로 낯설지 않게 되어 검사가 없는 시간에는 잡담도 하면서 지낸다.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불안할 뿐이다.

제주도는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방심했던 걸까? 지난 칼럼에서도 썼듯이 확진자가 1~2명 나올 때도 절대 제주도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중간 정도였으니 어떻게 청정지역이라는 말들이 나왔을까?

그리고 제주도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지 섬 안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란 생각도 잘못된 거다. 지역감염 시기에는 완전히 봉쇄하지 않는 이상 전국 어디나 위험 지역이라고 봐야 했다. 그래서 숨어있는 감염자를 찾기 위해 검사를 대폭 늘려야 하고, 치료 시설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난 여러 번의 칼럼에서 썼고, 직간접으로 제주도 행정에 알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고 있는데 선제검사는 아직도 안 이루어지고 있어 답답하다.

 
▲ 고병수 가정의학과 의사

이 곳 제주공항 선별진료소를 통해서만도 검사자의 10% 정도 확진이 나오고 있다. 최근 소식을 보면 수도권 무작위 검사에서도 10% 정도 확진자들이 나온다는 걸로 봐서 제주도에서도 방송이든 제주도청 공지로든 공식으로 도민들에게 검사를 권해야 한다.

개인 정보로 알음알음 관계로 검사를 받거나 하는 게 아니라 요양시설부터 해서 적극 검사 태세로 바꿔야 한다. 지금 2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선제 검사를 할 경우에 제주도에서는 하루 50명 이상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준비도 그에 맞춰서 해야 하고...

도민들에게만 가게 문 닫게 하고, 모이지 못 하게 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도 행정에서 빠르고 현명한 판단을 해줘야 할 것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 안심하면서 믿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 난국에 필요한 거라고 본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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