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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24)] 꼴 베는 소리

 

어릴 때 할아버지가 나에게 ᄆᆞᆼ생이 한 마리를 주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난 실망했다. 그러나 그간 할아버지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이제야 할아버지 본심을 알게 되었다. 지금 와 생각하니 할아버지는 정말 말을 키울 여건이 되는 사람에게 그 반려마를 주고 싶었던 거 같다. 지금이야 반려동물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어린 망아지를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 따라 이사 다니던 어린 나에게 맡기기가 몹시 우려되셔서 그러셨던 거라 이해한다. 그게 맞다.

 

지금과는 달리 예전 제주에는 말을 기르거나 소를 기르는 사람이 많았다. 목장에 올려 키우던 말이나 소가 3살 정도 되면 집으로 내려 말과 소를 부릴 사람이나 마을에서 잘 다루는 분에게 의뢰해 마차나 쟁기질을 가르쳤다. 그렇게 해야만 쟁기질이나 마차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철 소를 키우기 위해 많은 ‘ᄎᆞᆯ(꼴)’이 필요했다. 한 마리에서부터 비육(肥肉)을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많게 5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경우 가족이 함께 ᄎᆞᆯ왓에 가 그곳에 머물며 ᄎᆞᆯ을 준비해야 했다.

 

8월 추석이 지나면 겨울 동안 마소에게 먹일 ᄎᆞᆯ을 벤다. 마소 주인은 봄부터 ‘ᄎᆞᆯ왓(꼴밭)’에 ᄎᆞᆯ이 잘 자라도록 관리해 두었다가 온 식구가 모여들어 한쪽 구석부터 꼴을 베어간다. 벤 꼴은 햇볕에 잘 말린 다음 적절한 크기로 묶어둔다. 이렇게 베어온 마른 ᄎᆞᆯ은 마당 한 구석에 눌(낟가리) 눌어 두었다가 겨울철 마소에게 여물로 준다. 마소(馬牛)에게 먹일 수 없거나 여물로 먹이다 남는 마른 ᄎᆞᆯ은 퇴비(堆肥)로 사용하기도 한다.

 

꼴 베는 작업은 겨울철 말과 소 먹이를 가을철에 미리 베어 저장해 두는 일을 말한다. 농부들은 집단으로 꼴 베는 작업을 했다. ‘꼴 베는 소리’는 낫으로 꼴 베며 부르는 노래이다.

 

두럼 ᄒᆞ고 흐어 흥 에헤 야 홍아 방아기로 놀고 간다
더럼마 더럼마 아 방아로 놀고 가라
이 동산 저 동산 개벳길 동산 홍아 방아기로 놀고 간다
두럼하고 더럼아 어허 두더리 더럼하야

 

요 동산 저 동산 개벳길 동산을 어허 끽 두럼하고
흥 에헤 에야 홍아 방아기로 놀고 가라 두럼산이 더러마 어허
아 방아로 놀고 가라 끽 두럼하고 이힛 두럼산이 더러마야
아 방아로 놀고 가라 끽 그 구석 저 구석 다 비어 간다
이 고비 저 고비 상장 고비로고나 방아로 놀고 가라(촐비는 소리 애월읍 장전리)

 

ᄎᆞᆯ을 베는 낫에는 보통 쓰는 낫과 진(긴) 낫 두 가지다. 서부지역은 ᄎᆞᆯ왓이 넓지 않아 날 길이 20cm 내외, 폭은 3cm 내외 짧은 낫을 사용하여 앉은 자세로 ᄎᆞᆯ을 벤다. 동부지역 드넓은 목장밭에는 날 길이가 큰 ‘장 낫’을 휘둘러 ᄎᆞᆯ을 베었다.

 

ᄎᆞᆯ을 벨 때 사용하는 농기구가 다르기 때문에 작은 낫인 호미를 사용하는 지역의 노래와 긴 대 낫을 사용하는 지역의 노래가 다소 다르다. 긴 낫을 사용하는 지역 노래가 보다 남성적이며 길게 소리 내어 부르는 경향이 있다.

 

입추 팔월은 돌아나 오난
하늬(니) ᄇᆞ름(바람) 가을 ᄇᆞ름 건들건들 불어나오난
촐도 비어야 헐 거로구나 삼복 더위 메호미 ᄀᆞ져당(가져다)
ᄆᆞᆯ착(물착) ᄆᆞᆯ착 비어나 눅져(눞여)보자 홍에기로구나

 

ᄇᆞ름아 ᄇᆞ름아 불테면 하늬 ᄇᆞ름으로 건들건들 불어나 오라
오늘 비는 촐은 자골씨(자귀풀)도 감실감실 잘도 ᄆᆞᆯ라(말라)가는구나
추석 ᄇᆞ름은 살랑살랑 건들건들 불어나 오난
집이 청청 늘어진 가지도 허ᄉᆞ(사)가 뒈는구나
이 시절을 당허난(당하니) 백초도 허ᄉᆞ로구나

 

삼심 육년 가마귀 캉갈로 캉갈로 우는건 보난
백로 팔월이 돌아온 거 ᄀᆞᇀ으다(같다)
먹을 것 없어지난 잎은 떨어져 청산이 뒈고(되고)
꼿(꽃)이 피어 화살이 뒈(되)니 앉앗단(던) 생이(새) 가버리는구나(촐비는소리)

 

마소를 여러 마리를 돌봐야 하는 집에서는 ᄎᆞᆯ 장만하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를 위해 제주 고유의 노동 교환 관행인 수눌음이 이루어졌다. 주로 여름작물인 조 파종 때 말을 보내 밭을 밟아주는 일로 갚았다고 한다.

 

산범 ᄀᆞ튼(같은) 호미로 무착무착 비여 나지라(베어지라)
여름 석 덜(달) 비영(어) 가을 석 덜 먹을 ᄎᆞᆯ(꼴)을 살랑살랑 비여나 보자
저 산 아래 안개가 끼면 두 일뢰(일뢔) 열나흘 고문(가뭄)다 허는구나
날씨는 비가 오람직(올거 같아) 해여 가고
갈산절산 허여 노난(해노니) 어떵 허코(어떻할고)

 

한라산에 먹던 ᄆᆞ쉬덜아(마소들) 동지 섣달 설한풍에 무얼 먹고 살리
어리렁 허민(하면) 산도 가곡 떠리렁 허민 물도 가곡
밤낮 어시(없이) 요 일만 허는 구나

 

산도 설고 물도 설은 제주 ᄆᆞᆯ광(말과) 쇠나 키와(키워) 가멍(며)
살아사(야) 밥도 먹곡(고) 헐꺼로구나(할거로구나)
이산 저산 먹던 ᄆᆞ쉬덜(마소들)도 칠팔월 반풀이 되어가민
소곡소곡 ᄂᆞ려(내려) 산다(온다) 연년마다 ᄎᆞ레(차례)가 돌아오는구나
밤낮 주야로 ᄎᆞᆯ을 비여사(야) 헐로구나(하겠구나)

 

쇠 ᄒᆞᆫᄆᆞ리(한마리) 저슬(겨울) 살젱(려) 허민(하면)
ᄎᆞᆯ 서른 바린(바리) 해사(야) 저슬 석덜(달) 산다
이것 저것 다 설러(그만) 두고 낫 들르곡(들고) 손 들르곡 홍애기 소리여
산 위의 ᄇᆞ름(바람)아 설랑 설랑 불어나 도라(다오)
눈물은 ᄂᆞ려(내려) 한강수 되고 한숨은 쉬어 동남풍 되는 구나
ᄇᆞ름이랑 불거들랑 하늬 ᄇᆞ름이나 불어나 도라
칠팔월 하늬 ᄇᆞ름에 요 ᄎᆞᆯ덜(꼴들) 무착무착 비여나 지는구나

 

이이고 지고 좋은 날에 요런 촐 성하게 몰류왕(말려)
우리 쇠들 문짝 솔쪄그네(살쪄서) 서울 사름덜(사람들)
괴(고)기 먹이저(려고) 요 촐 비는구나 비였구나 어서덜(들) 헙(합)시다
이이고 손절허(하)고 기운 없고 늙은 것도 사름(람)이 아니여
젊은 사름덜 늙은이 보앙(아) 웃지 맙서들(마세요)
나초록(처럼) 버쳐그네(버거워서) 어디 이것 흔들어 지쿠광이야(지겠느냐)

 

요래 저래 비어가단 보난(니) 촐은 점점 버침(힘들기)만 허고
기운은 없어지고 누게 고라 해여도랭(해달라고) 헐(할) 사름은 없고
아니 될로고(되겠다) 거기 애기야 울지나 말아도라(말아달라)
청천하늘엔 존(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수심도 얼마니나(얼마나)지는구나
아이고 우리어머니 날 설(임신했을)땐 일만 허랜(하라) 설와(임시)놔신고라
늙도록 늙도록 요 촐만 비랜(베라) 나를 나신가
저래 가는 저 양반 나 일이나 도웨동(도와주고) 갑서(가세요)
술먹을 저른(겨를) 이서도(있어도) 일을 못해여 주쿠과(주겠습니까)
몸이 무정허우다 아니 될로구나 이여구나

 

하모리 지역은 ‘남송이’오름의 평탄지 ᄎᆞᆯ왓을 이용했다고 한다. 조 수확 철이 다가오고 춥기 전에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추석 지나면 한라산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밥 해먹고 잠자면서 가족들이 함께 ‘ᄎᆞᆯ 장만’ 했다. 다른 지역에서 ‘장 낫‘을 이용했지만 이곳에서는 ‘호미‘를 이용했다.

 

비소금 ᄀᆞᇀ은(같은) 내 호미 도라(주라) 내 ᄆᆞᆯ착(몰착) ᄆᆞᆯ착 비어덜 눅져덜(눞혀들) 보라
ᄇᆞ름아 ᄇᆞ름아 불테면 하늬 ᄇᆞ름으로나 불어오라
자골씨(자귀풀)는 감실감실 떨어나지고 물때는 점점 늦어나진다
저 산 앞에 안개가 끼면 장남 두 일레(일뢰) ᄀᆞ문덴헌다(가물다고 한다)

 

요 ᄆᆞ시(머세) 저 ᄆᆞ시 돌아 돌아 돌아 사민(면)
고비나 청청 돌아 나오라 허는(하는)구나
요 놈의 ᄆᆞᆼ셍이덜(망아지들)은 간세(게으름) 말앙(아) 신난 디(곳)만
ᄃᆞ근ᄃᆞ근(도근도근) ᄇᆞᆯ라(밟아) 도라(달라)
바깟디(바깥에) 나강(가) 촐도 먹고 물도 먹자는 구나
일소장에 놀던 ᄆᆞᆯ덜(말들)아 이소장에 나강(가) 놀아보자는 구나(촐비는 소리)

 

* ᄆᆞ시(머세)=머셍이=머체=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이 민요를 흔히 홍애기 소리, 홍아기 소리, 촐 베는 소리라 부른다. 이때 홍애기 소리 등은 후렴구에 '홍아' 따위의 말에서 빌려왔다. 그러나 이 민요를 홍아기 소리라 부르면 여러 가지 혼란을 일으킨다. 왜냐 하면, '홍아', '어야홍아' 라는 후렴구는 꼴 베는 소리 외에도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에 따라 김매는 작업 할 때 부르는 민요를 ‘홍애기 소리’라 하기 때문이다.

 

이 민요의 사설내용은 주로 꼴 베는 작업과 관련되었다. 간혹 가창자의 생활감정을 노래하는 내용도 나온다. 특정 후렴구 말은 나오지 않지만 '스르릉 스르릉' 같이 낫질 하는 여음(餘音) 의성어(擬聲語)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비야 비야 날도 어선(없어) 오늘이냐
달도 어선 오늘이냐 내일 장상(항상) 오늘이냐
아이고 돌아상(서) 비어봐도 그만이(그만큼) 남고 그만이 남고
이놈의 촐을 어느때민(면) 다 빌거니
대싸지 안안 비 오노난 문짝(모두)하게 혼디(함께) 꼴(깔)아져 조을로구나(좋겠구나)

 

요촐 저촐 어야 청촐밭에 놀가는 소리 스르릉 나는구나
실픈(싫은)일랑 그리운 듯이 노래허멍(하며) 비여보자
청태촐을 비는구낭 어야 홍애로구나

 

우리 적군덜 잘도 빈다 없는 힘도 다 내고 비어나 보자
슬근 슬짝 낫도 잘 들어간다 어야디야
한라산 중머리에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오르는구나(꼴베는 소리)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 프레이즈로 된 선율이 변형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이 민요의 형성 구조는 비교적 자유롭다. 반복될 때 신악구 전개 형식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화가 심한 경우도 있다. 자유 리듬 기원적인 민요이며 속도는 대체로 느린 편이다. 선율 구조는 감정 하행 선율을 이루고 있다. 음역(音域)은 넓은 편이나 완만하게 하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리듬이 복잡하기 때문에 자연 선율장식이 많다. 때문에 이 민요는 유창한 맛이 있다.

 

기분이 상쾌ᄒᆞ구나 홍애기로다 때는 보난(니) 어느 때냐
자골 깍지(각지)가 똑똑 캐는 소리 중추절을 재촉하는구나
일출이작 ᄒᆞ고 일입이식 ᄒᆞ니
일 년은 삼백 육십 오일 인데 내가 쉴 날은 밤뿐이로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 모든 역군들아 낙심말고 농촌살이 힘들여 봅시다
해는 보난(니) 저산에 기울어져가고 촐 빌 것은 올똥말똥 하구나(촐비는 홍애기 남원읍 신흥리)

 

ᄎᆞᆯ 베는 작업은 일시에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격렬한 노동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작업하기 때문에 상당히 지루하고 피곤하다. 따라서 여기에는 ᄎᆞᆯ 베는 소리가 수반되었는데 노동의 지루함을 없앨 목적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ᄎᆞᆯ 베는 일은 주로 남성 어른들이 하는 일이지만 간혹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일했다.

 

하늬보름(바람) 졸(똑)바로 아니 불어노난(니) 촐도 안 몰(말)라가는 고나
스르릉 스르릉 낫도 잘도 들어가는 구나
팔월 중에 넘어 신고라(넘었는지) 자굴 튀는 소리가 와다딱와닥딱(와다닥와다닥) 나는 구나
하이구 날도 더워지고 똠(땀)도 좔좔 노리구낭아(내리는 구나)

 

건풍이 건 듯 불어 오는구낭아 촐도 잘도 모라오는(몰아오는)구낭이야
어야디야 요만허며는(이만하면) 빌만도(벨만도) 허구낭아(하구나)
저 해가 지기 전에 요 촐밧(이 꼴밭)을 다 모까 주어사
일 주(主)에게 체면이 될로 구나(서겠구나)

 

어떵해연(어떻하여) 집의 늙은이가
정심(점심)을 아니 앗언오람신고(가져오지 않는고)
정심밥을 먹엉(어) 비어사 허리가 조직조직허게 비어볼걸
일출성산에 해가 떠서 시작하고 해가 다 지도록 비여오는 구나

 

오늘은 일기도 좋고 낫도 스르릉스르릉 장도 든다
요 낫을 가지고 오늘은 여다섯 바리를 비여사 헐로구나
스르릉스르릉 놀연장 소리로구나

 

요 촐들이 무신(무슨) 촐이야 허난 니네(너네)줄 촐이로구나
혼(한)소리에 혼(한)줌반씩 혼소리에 두줌반썩(씩)
칠성고찌(까지) 벌어진 궨당 다몰고찌 모다들라(모여들라)

 

스르릉 스르릉 청촐 비는 소리로구나
이 소리로 날 대자 어서들 빕서들(베세요)
스르릉 스르릉 날칠하는 소리는 듣기도 좋게
아이고 지고 어으어 산이로 구낭아
해는 보난 어으어 서산에 지고 달이 떠오르는구나
헐일(할일)을 보난(니) 어으어 태산이로구나

 

오늘비는 촐은 잘도 모른다(마른다) 두어랑아
보름소리에 자굴씨는 감실감실 잘 몰라간다
비수같은 내 호미 가졍(저) 잡아 눅져그네(눞혀서)
하니보름에 몰리왔당(말렷다가) 저슬틀민(겨울들면) 모쉬(마소)줄 촐이여
선들선들 추석 보름 휘휘청청 늘어진 가지덜(들)
이 시절은 당허난(당하니) 백초도 허사로다
이촐 저촐 휘여쥐곡(쥐고) 청촐 비는 홍애기로구나
건들건들 하니보름 불엄져(불고 있다) 혼저(어서) 삭삭 비어나보자
혼 소리에 두뭇 반 씩 얼른 삭삭 비어나보자(촐베는 홍애기 소리)

 

보통 한 사람이 하루 6~70뭇 베었다. 많이 베어도 최고 100뭇 정도다. 한 마리가 겨우내 먹는 ᄎᆞᆯ의 량은 600뭇 정도다. 목장에 올려 방목하던 말은 입동(立冬) 전후 마을로 내렸다가 다음해 5월 15일 전후해서 다시 산으로 올린다. 이 때 집안마다 고유 문자나 문형으로 ‘낙인(烙印)' 찍는다.

 

허기여 둘이여어 나저 무끼연(무뎌서) 아니 들키여마는(들겠다 마는)
뛰민 떳다가 젊어졌던 낫이로 고나 마는
범 같은 낫으로 비어났지만은 이거 못 비키여 쉐고지 때문에 이거 뒈크라(되겠느냐)
에야 뒤야 어어어에이 열다섯 바리도 못비켜
열다섯 바리까지 우리 거짓말 아니로(고) 비어낫져 마는(베어났었지만)
우리 열다섯 바리 비어났느니(베어났으니)

 

하늬바람은 촐도 잘 마를 것이고
벳(햇빛)만 나시믄(낫으면) 조키여마는(좋겠다 마는)
입추 팔월은 돌아나오난(돌아와버렸으니)
하늬바람 가을바람 건들건들 불어 나오난 촐도 비어야 헐 거로구나

 

삼복더위 메호미 가져당 모창모창 비어나 눅져보자
바람아 바람아 불테면 하늬바람으로 건들건들 불어나오라
오늘 비는 촐은 자골씨도 감실감실 잘도 ᄆᆞᆯ라가는 구가
추석 바람은 살랑살랑 건들건들 불어나 오난
집이 청청 늘어진 가지도 허ᄉᆞ(사)가 뒈(되)는 구나
이 시절을 당허난 백초도 허ᄉᆞ로구나(허사로구나)

 

삼심육년 가마귀 캉갈로 캉갈로 우는 건 보난
백로 팔월이 돌아온 거 ᄀᆞ트다(같다)
먹을 것 없어지난 잎은 떨어져 청산이 뒈고
꽃이 피어 화살이 뒈니 앉었던 나뷔(나비)가버리는 구나

 

 
▲ 진관훈 박사

김동섭박사에 의하면, 제주도는 과거부터 마소를 많이 길렀고, 따라서 그 먹이가 될 풀도 많이 비축해두어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제주도에는 자연 초지가 중산간 지역에 넓게 펼쳐져 있어 겨울철 마소에게 먹일 꼴(촐)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를 베고 나르는 작업을 했다.

 

하영먹젠(많이 먹으려고) 산전에 올란(라)
마의정당 쉐(쇠)정당 줄에 발을 걸련 울엄서라(울고있더라)
천곤은 일월명이요 어허어어 지후는 초목성이라
살랑살랑 하니나 불라 늙으신 부모 배 놓아가게
날도 좋아 오늘이여 ᄃᆞᆯ(달)도 좋아 오늘이로 구나

 

사랑에도 어허어 아니오는 님은 병이 드난(니) 오라냐 ᄒᆞ네(하네)
에헤에 가화는 어허어 만사성 ᄒᆞ니(하니)
소문은 만복래로 구나 무슨 일랑 잘 ᄒᆞᆫ댕 ᄒᆞ멍(하면서)
놈의 요케 날 보내더라 드럼산도 넘어나 가네
하영 먹젠 산전에 올란 머위정당 쉐정당 줄에 발을 걸련 울엄서라(촐비는 홍애기 소리, 구좌읍 종달리)

 

<참고문헌>

 

김동섭(2004),『제주도 전래농기구』, 민속원.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 연구』, 민속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713&menuName=구술(음성)>민요
제주특별자치도(2012),『제주민속사전』, 한국문화원연합회 제주도지회.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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