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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정신을 아십니까?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가을의전설 (4)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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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3  11: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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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을의 전설’의 서사의 시작과 끝은 ‘One Stab(한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디언의 내레이션으로 이뤄진다. 아마도 미군에게 토벌당하기 전에는 인디언 부락에서 ‘한칼’ 했던 인물인 듯하다. 러드로 대령이 세상을 등지고 몬태나 산자락의 황야에 정착하면서 함께 목장을 일군 ‘창업공신’쯤 돼 보인다.

   
▲ 인디언 사회의 정신과 문화는 250년 이상 지속된 전쟁을 거치면서 철저하게 파괴되고 사라지고 말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몬태나의 산자락 목장에 은거한 러드로 대령은 자신이 토벌하던 인디언들과 함께 살아간다. ‘한칼’ 외에도, 러드로 대령의 목장 동료들은 인디언 여자들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러드로 대령은 인디언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한다. 가장 사랑하는 둘째 아들 트리스탄의 교육은 거의 인디언 ‘한칼’에게 일임한다. 덕분에 트리스탄은 인디언처럼 자란다.

러드로 대령의 목장에서 인디언들은 어설픈 백인 복장을 하거나 인디언의 말을 버릴 필요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배우며 살아간다. 인디언들과 전쟁을 치르며 인디언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존경하게 된 것은 영화 속 러드로 대령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인 토머스 제퍼슨이나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디언의 문화와, 가장 자연친화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고도로 발달한 인디언 사회의 운영방식에 감탄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배워 새로운 국가 건립에 접목하려 노력했던 인물들이었다.

예일대학교 법학과 교수였던 펠릭스 코언(Felix Cohen)은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특유의 정치적 이상은 인디언 사회의 ‘가장 자연의 섭리에 충실한’ 전통에서 발생했다. 남성과 대등한 여성의 보통선거권, 연방주의와 그 속에서의 각 주州의 권리, 사회지도층은 사회구성원들의 주인이 아니라 심부름꾼이라는 인식, 공동체는 사람들의 다양성과 그들의 꿈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 이 모든 ‘미국정신’은 사실상 서양인 콜럼버스가 남의 땅을 ‘신대륙’이라 부르며 쳐들어오기 이전에 인디언들이 그들의 땅에서 영위해왔던 삶의 방식이었다.”

   
▲ 영화에서 트리스탄은 독일군 병사의 머리 가죽 대여섯개를 벗긴다. 왜곡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27개 부족으로 구성된 미국 인디언들은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인들이나 그리스 로마시대 이래 유럽인들처럼 서로 ‘짱’ 먹겠다고 부족들끼리 전쟁하지 않고 평화롭게 연대하며 사는 놀라운 지혜를 보여줬다. 오늘날 ‘미국 정신’으로 알려진 소중한 가치들은 사실상 ‘인디언 정신’이었던 셈이다. 이런 사회운영 방식은 사실상 서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스 민주주의라는 것은 노예제에 근거한 불완전하고 난폭한 것이었다.

서구사상의 근원이라고 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사상도 민주주의에 대단히 부정적인 것이었으며, 영국식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지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1215년)도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 가치에는 이르지 못한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펠릭스 코언 교수에 따르면 미국 헌법의 탁월한 연방제를 비롯한 현대 민주주의의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지는 ‘삼권분립三權分立’ 등 여러 획기적인 민주적 원리들은 인디언의 헌법에서 차용한 것이었지, 서구적 전통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이토록 뛰어났던 인디언 사회의 정신과 문화는 250년 이상 지속된 소위 ‘인디언 전쟁’을 거치면서 철저하게 파괴되고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우리에게 떠오르는 ‘인디언’이란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무수한 ‘서부영화’ 속에서 얼굴에 요란스러운 페인트칠을 하고 짐승떼 같은 괴성을 지르며 백인들 머리 가죽이나 벗겨가는 악령 같은 야만인들로만 남아있다. ‘머리 가죽 벗기기’만 해도 상대의 머리 가죽을 벗겨가는 야만적 행태는 남미를 정벌한 스페인이었지 인디언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 미국 정신은 사실 인디언 정신에서 기인했다. [사진=뉴시스]

영화 속에서 독일군에게 사랑하는 동생 새무얼을 잃은 트리스탄이 칼 한자루 들고 야심한 시각 독일군 부대에 숨어 들어가 독일군 병사들 머리 가죽 대여섯 개를 벗겨 가슴에 주렁주렁 달고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부대로 복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디언 후손들이 보았으면 대단히 억울할 장면이다.

‘돈 없는 문화’를 대하는 할리우드는 여전히 난폭하다. 그나마 토머스 제퍼슨이나 벤저민 프랭클린과 같은 뛰어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인디언의 문화와 사회에서 한계에 봉착한 서구사회의 돌파구를 찾은 것은 인정할 만한 대단한 업적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인종분쟁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알아 왔던 ‘미국적 사회 시스템’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18세기에 유럽의 전통과 사회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유럽을 떠나 신대륙에 도착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인디언들에게서 그 돌파구를 찾았듯이, 다시 한번 인디언들의 지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도 이제 문제만 생기면 우선 서구와 미국식에서 해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파괴되고 사장된 우리의 뛰어난 문화와 전통을 돌아보고 오늘의 문제해결의 열쇠를 그곳에서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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