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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인형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가을의전설 (1)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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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5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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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 감독은 남북전쟁을 다룬 ‘Glory’, 일본 개화기의 사무라이를 그린 ‘The Last Samurai’ 등 시대적 서사극을 솜씨있게 빚어내는 감독이다.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1994’ 역시 역사 서사극(Epic Drama)이다.

   
▲ 인간은 역사의 꼭두각시 인형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서사극’은 그 속성상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과 격랑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린다. ‘주체적’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희망사항이고 때론 ‘인간’이 대단히 주체적인 존재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리고 대개의 인간들은 그렇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 

강물이 범람하고 쓰나미가 몰려오면 그 속의 인간들은 그저 흐름에 휩쓸려가고 운명이 결정되는 것처럼, 역사의 흐름이나 대사변의 소용돌이 속에 인간은 무기력하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흐름들이 운명이 되고 만다. 대개는 비극적이기도 하다. ‘가을의 전설’ 속에서 모든 등장인물의 운명을 휘감고 돌아가는 미국의 역사는 ‘인디언 전쟁(1622~1890년)’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금주법 시대(1920~1933년)’다. 영화 속 등장인물 어느 누구도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러드로 대령(앤서니 홉킨스)은 영국에서 이민온 영국인들이 원래 집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을 내쫓는 ‘인디언 전쟁’에 복무한다. 1500년대까지 북미 대륙에 거주한 인디언은 2000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스페인의 남미 정복 이후, 스페인 병사들이 남미 대륙에 뿌려놓은 성병 등 온갖 전염병이 북미 대륙으로 넘어온 탓인지 500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인디언 전쟁’ 막바지에는 30만명대로 또 감소했다. ‘인디언 전쟁’이 아닌 ‘인디언 학살’이었던 셈이다. 

   
▲ 가을의 전설은 세 형제의 운명적 비극을 다룬 영화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특히 영화 속 러드로 대령이 이끈 것으로 묘사되는 1890년의 ‘운디드니(Wouded Knee)’ 전투는 아직까지도 미국 역사의 치부로 남아있는 인디언 학살사건이다. 운디드니에서 어린아이, 아녀자, 노인 300여명이 집단으로 학살당한다. 전투가 아니라 학살극이었다. 자신이 복무하는 미국 정부가 저지른 이 끔찍한 ‘학살극’에 깊은 죄의식과 ‘국가’에 대한 환멸을 느낀 러드로 대령은 군대를 떠나 당시만 해도 미국 정부의 손길이 못 미치던 몬태나주의 외딴곳에 정착한다.

인디언들과 더불어 농장을 일구며 살아가며 세 아들도 낳는다. 큰아들 알프레드는 책임감이 강하고 합리적이다. 막내아들 새무얼은 하버드대에 진학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을 ‘옳은 것’으로 믿는 모범생이다. 당연히 둘 모두 애국심에 충만하다. 둘째 아들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별종이다. 국가와 사회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오직 자연의 섭리만 믿고 인디언처럼 살아간다. 큰아들 알프레드는 그런 그를 ‘농장의 어떤 동물들보다도 무례하다’고 표현한다.

국가와 사회가 가르치는 모든 기만과 허위에 치를 떠는 러드로 대령은 둘째 트리스탄을 심정적으로 가장 아끼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공교육’의 가르침대로 애국심에 충만한 영국계인 알프레드와 약혼자까지 있는 새무얼은 영국을 향한 독일의 선전포고에 비분강개하고 ‘독일놈들 때려잡으러’ 가야 한다며 펄펄 뛴다. 미국은 아직 참전하지 않은 상태여서 참전국인 캐나다군에 입대하는 수고로움과 번거로움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전쟁’의 이름으로 국가가 벌이는 야만적인 ‘살육’에 치를 떨고 세상을 등진 러드로 대령이 보기엔 참으로 딱하고 어이없는 일이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트리스탄은 단지 얼빵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덩달아 입대한다. 이렇게 어이없게 세 아들이 참전해 새무얼은 죽고, 알프레드는 다치고, 트리스탄은 평생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돌아온다. 전쟁통에 어이없이 죽은 새무얼의 약혼녀는 온 집안에 또 다른 태풍을 몰고 온다. 약혼자가 죽고 트리스탄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의 형 알프레드와 결혼했던 이 여인은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 광복 75주년을 맞은 해에도 똑같았다. 사람들은 격랑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1차 세계대전 통에 러드로 대령의 농장은 망하고, 고향에 돌아온 트리스탄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금주법 시대’의 단속을 뚫고 주류 밀매업에 뛰어든다. 주류밀매업자들 간의 갈등 끝에 트리스탄의 아내는 경찰의 총에 맞아 죽는 비극을 맞이한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 트리스탄은 살인자가 되고, 하원의원으로 출세했던 형 알프레드도 트리스탄을 지키기 위해 살인자가 되고 만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이들이 역사 속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니체는 인간의 의지로 운명과 역사, 인간의 불완전성을 모두 극복하는 ‘초인주의(superhumanism)’를 주창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불완전하고, ‘역사의 꼭두각시 인형’이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역사’가 흔드는 인형줄에 매달려 춤을 출 수밖에 없다. 올해는 광복 75주년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대부분 광복 이후 한국전쟁, 경제발전, 민주화, IMF 외환위기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꼭두각시 춤을 추면서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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