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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창가에서] 원희룡 지사의 독감백신 무료접종 주장은 과연 옳은가?

 

독감(인플루엔자)의 계절이 오고 있다. 보통 한국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A형 인플루엔자로, 가을 중반을 지나 쌀쌀해지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기승을 부린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3, 4월 A와 B형이 혼재되어 다시 유행하게 된다. 이제는 독감 걱정에 코로나19라는 신종괴물까지 떠안게 됐으니 암울하다.

 

일부 야당, 지방정부의 독감 무료접종 주장은 옳은가?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청와대의 휴대전화 요금 지원 2만원에 맞서서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주장했다. 정치 공세인지,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지방정부까지 가세하고 있는 듯하다. 설령 국민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잘못된 정책이란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재난지원금이나 무상 마스크의 경우에는 시급성을 다투거나 비용 대비 가치가 높기 때문에 주효했어도 독감백신은 다르다.

 

굳이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감백신은 '약'이기 때문에 선별적 제공을 하는 게 맞다. 아주 극소수이어도 독감백신은 부작용이 있어서 투약할 때에는 사전 진찰을 통해서 하고, 접종 후에도 이상 반응에 대해서 세심한 관찰을 필요로 한다. 무조건 권장해서 많이 맞을수록 좋은 게 아니다.

 

둘째, 백신은 해당 질병에 취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폴리오(소아마비)백신, 홍역백신, 파상풍 등은 영유아기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거나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기본접종으로 지정이 되었고, 국가무료접종 항목에 들어간 거다. 어른들 중에 파상풍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게 공사장에서 일을 하거나 흙을 많이 만져야 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하게 된다. 누구라도 맞으면 좋지만 전국민이 접종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셋째,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독감이 그리 유행할 것 같지 않다. 원래 올해에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3~4월에 인플루엔자(독감) 2차 유행이 있어야 하는데 독감도, 유행성눈병조차도 싹 사라져버렸다. 손 자주 씻고, 마스크 끼고, 집단 모임 주의한 덕택에 감염될 기회가 사라진 탓이다. 그 사례는 우리와 정반대의 계절을 가지는 지구의 남반구에서 가을, 겨울을 겪었는데 독감이 거의 유행 안 했다고 한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 위생 강화 때문이다.

 

 

넷째, 독감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독감백신은 그 구성과 양이 연초에 결정되는데 작년까지는 2300만명분 정도, 올해는 500만명 늘어 2900만 정도 확보 가능하다고 한다.

 

백신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5개월로 추가 생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미 접종 권고 시기가 끝나는 내년 1월에나 가능할 예정이고, 추가 수입 역시 각국의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힘들 거고, 만일 더 구입하는 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값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전국민 접종이라면 일단 2000만명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백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 주장은 자칫 꼭 필요한 사람에게 백신이 못 가게 하는 자원의 잘못된 배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덜컥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공급이 안 됐을 경우, 꼭 필요한 사람들이 못 맞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전 도민 독감 무상접종은 재고해야 한다!

 

제주도는 이달 8일부터 ‘전도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했다. 위에 나열한 이유로 제주도의 무료접종 계획은 잘못된 것이다. 한정된 백신을 제주도가 선점한다고 가져가 버리면 다른 지역은 그만큼 맞을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우리가 개별로 다른 나라에서 계약을 하면 모를까. 기왕 정부 방침대로 생후 6개월에서 18세 미만, 62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한다면 제주도의 경우에 나머지 18세에서 61세까지는 20만 명이 조금 넘을 텐데, 그 중에서 꼭 필요한 도민들에게 제공되도록 선별 제공해야 한다.

 

그 대상은 대부분 독감 취약 계층이나 사람을 많이 대하는 분들이다. 취약 계층은 만성질환자분들이나 면역력 저하 환자들이며 질병자료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병.의원에서 접종을 할 때 인정을 하면 가능하다. 사람을 많이 대하는 곳은 학교나 어린이 시설, 돌봄이나 위탁가정 종사자들이다. 그 외 사람을 많이 대하지만 병.의원, 사설학원, 운전 종사자들, 공항이나 항만 등은 개별로 맞으라고 권유만 하면 된다.

 

중앙정부의 무료 접종 기준을 벗어난 18세에서 61세 도민들 중 선별적으로 필요한 분들(위에 적음) 제외하고 추정해서 20만 명가량이라면 독감 예방접종비를 계산해보면 4가 접종 기준으로 1인당 3만5000원이므로 대략 70억 원이다. 이 예산이면 초기 방역 형태에서 진일보해서 감염병 전문 병원이나 중환자 병실 확보를 위한 준비, 전담병원 지원, 방역 인력 확충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중장기 대책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전도민 독감접종 무료 제공을 재고해 달라고 제주도에 간절히 부탁드린다. 지금 시작 단계이고, 대상자들에 접종 시작이 안 됐으므로 정책 철회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 나은 대책을 도민들에게 제시한다면 정책 철회와 탄탄한 보건의료 계획은 오히려 더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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