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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로랑 허우치멍 뒷발로랑 거두잡아"[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12)] 테우 젓는 소리
진관훈 박사  |  adel@jeju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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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4  10: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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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우.

테우는 연안에서 자리와 갈치를 낚거나 해초 채취할 때 사용했던 통나무배다. 여러 개 통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배로 ‘떼배’, ‘터위’, ‘테’ 등으로 불렸다. 원래 테우는 부력이 뛰어난 구상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주바다 암반지대에서 비교적 이용이 수월하다. 연안 낚시나 해조류 채취뿐 아니라 가까운 바다로 물질 가는 해녀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다.

80~90년 전 한라산 구상나무 많던 시절 해안마을에서 집집마다 테우를 만들어 이를 미역, 듬북 등 해초를 걷어 옮기는데 이용하거나 그물로 자리돔 잡을 때 이용했다. 지금은 ‘테우 축제’ 같이 전통 어로활동 재현이나 관광객 체험용으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호 테우 해변, 쇠소깍 테우 체험.

‘테우 젓는 노래’는 ‘흥셍이 소리’로 선유가(船遊歌)다. 어부들이 자리돔이나 갈치 잡을 때, 해녀 물질 갈 때 노 저으며 부르던 민요다. 테우는 보통 세 사람이 노를 젓는다. 가창 형식은 선후창으로 부르거나 독창으로 부른다. 노랫말에 순풍에 돛 달아 노 젓는 사연 많은 뱃사공 심정이 잘 표출되어 있다.

우리 어멍 날 낳을 적에는 금의환향도 베렷건마는(바랐지만)
해고 청산 불보제기 신세가 웬일인고오
이물(船首)에는 이사공 놀곡 고불(船尾)에는 고사공 놀곡(놀고)
허릿간에 화장허영 물때 점점 늦어나 진다 아

세월에 가기는 흐르는 물이요
사랑에 헤느끼는 흥잇 바람결도 갔구나 엉이야 하
어제 갔던 서낭님아 궤기(고기) 노는 헌 골수로 허잇 뱃머리를 인도나 헙서
칠성같이도 허터진 갈치 다 ᄆᆞᆯ갈치도 허으 모여들랑 흐잇
소원대로 멍정갈치 나까나(낚아) 보게 헤에

오행으로 맺은 연분 오동추에 어흐하 달 밝은데 흐잇
날아가는 저 그려기(기러기) 소식이나 전해다오 호
오늘이나 소식이 올까 내일이나 허으 소식이 올까
불타는 이내 가슴 어느 누가 풀어나 주리

사생동거 우리의 낭군님 혼자건 돌아와서 흐잇
심정 소원 들어가며 사이좋게 살아나 보코(볼까)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연평바당에 에헤 구물코(그물코) 같이 잇
코코마다 맺어진 사랑이로구나 하아

구곡 한 장 썩은 눈물은 구년 짓으멍 대워지고(데워지고) 이잇
이 눈에서 흐르는 물은 한강수가 뒈엇드라(되었더라)
젊아 청춘 벳기지(빼기지) 말고 ᄆᆞ음(마음) 실피(실컷)놀아보소 흐~잇
이 몸이 늙어지면 오던 님도 되돌아가네(선유가)

* 불보제기(불보재기)=어업에 전념하는 남자 어부, 스스로를 자조하는 말. 허릿간=배의 고물 쪽에 있는 칸, 유의어=고물간(間), 선미창(船尾艙)

자리는 작아도 돔이다. 자리돔은 제주도와 다도해, 울릉도 등에 서식하며 일본 중부이남, 동중국해 등에 분포한다. 제주에서는 ‘자리’, ‘제리’, ‘자돔’으로 부르고 통영은 ‘생이리’라 부른다. 보통 바탕이 황갈색이지만 황토색, 암갈색 등으로 변화가 심하며 몸통에 특별한 무늬가 없다. 가슴지느러미에 진한 흑청색 반점이 있다. 꼬리자루 등쪽에 흰색반점 나타나지만 물 밖으로 나와 죽으면 곧 사라진다. 배지느러미 제외한 모든 지느러미는 회흑색이다.

보통 수심 2∼30m 산호초나 암초 많은 얕은 바다에 무리지어 생활한다. 주로 동물 플랑크톤을 먹는다. 산란기는 6∼7월이다.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 암컷을 산란소로 유인하여 산란하며 수컷이 알을 보호하는 습성이 있다. 보통 다 자란 물고기 성체 크기는 14∼18㎝이다.

자리돔은 아열대성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해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일생을 보낸다. 자리돔 이름 유래 역시 평생 한 ‘자리’에 머물며 산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여태까지는 제주 연안에만 볼 수 있어 제주도 특산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울릉도, 독도 해역에도 흔히 나타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 동해안 수온이 자리돔이 정착할 수 있을 정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크루시오 난류).

자리돔은 수평으로 설치한 긴 줄에 낚시 달린 줄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여 한 번에 여러 마리 낚아 올린다. 또는 수심 50m 이하 얕은 곳에 일정기간 그물을 설치하였다가 잡아들인다. 이 외에 옆으로 긴 사각형 그물을 고기떼가 지나가는 길목에 수직으로 펼쳐 고기가 그물코에 꽂히게 하여 잡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테우 타고 나가 그물로 자리 뜨는 방식으로 잡았다. 그래서 자리돔 잡이를 ‘자리 뜬다’고 한다. ‘자리 알 잘 밴 해 보리 풍년 든다’라는 제주속담이 있다. 보리이삭 팰 무렵 그물로 떠올린 자리 알 밴 정도를 보고 그 해 보리 결실이 좋을지 나쁠지 예측했다는 의미이다. 보리와 알 밴 자리 모두 귀한 먹거리였다(보리굴비와 보리자리).

한라산 동령(동쪽 고개)하에 백년 묵은
구상나무 베여다가 떼배를 무어놓고

존날(좋은날) 존택일 받아근에(받아서) 넓은 바당 한가운데
신구선 떼배나 띄워놓고
동해 바당에 요왕님전 이내 소원 들어 줍서
석 달 열흘 백일 정성 들였쑤다

이물에는 이사공아 고물에는 고사공아
허릿간에 화장아야 물 때 점점 늦어나진다

춘풍추우 가는 세월은 어언 삼년이 지나쳤건만
황천가신 우리 아내 언제나 소식오리
호강에 재와서(겨워서) 내 여기 왔나 돈이나 금전이 원수가 되는구나

우리 부모님 날 날적(낳을 적)에는 부귀영화를 누리시라고 했건만는
해구청산 불보재기 신세가 웬말이냐(테우젓는소리)

* 화장아=밥 짓고, 해녀들이 배에 올라와서 추웠을 때 불을 담당하는 심부름꾼

자리돔은 맛이 좋다. 다만 먹이나 해류, 유속 등 바다 환경 차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보목리 사람들은 모슬포 가서 자리 물회 자랑 질 말라.” 다들 자기네 마을 자리돔 맛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 제주속담이다.

남이 인정해주거나 말거나 막무가내 제주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향심 겸 자부심 두 가지. 우리 동네에서 바라본 한라산이 가장 멋있다. 우리 동네 자리가 가장 맛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할 일 없어 아주 심심할 때나 아니면 굳이 순위 따지려고 핏대 세울 필요 없다. 이제는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 애향심 출중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춘궁기, 연안에 몰려든 자리돔은 도민들 허기를 달래주며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 역할을 했다. 다들 공감하다시피 자리돔을 이용한 가장 대표 요리는 자리 물회다.

자리돔 비늘을 벗겨내고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 제거 후 뼈 체 잘게 썰어 넣고 된장(식당에서는 초고추장으로 쓰기도 한다)과 미나리, 부추, 마늘 등을 넣어 먹는다. 이외에 싱싱한 자리를 날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자리 강회나 구이, 무침, 젓갈 등으로 먹는다.

자리젓은 제주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6~12㎝ 정도 크기 자리돔으로 만든 젓갈이다. 5~6월 자리돔 많이 잡힐 때 중간 크기 자리에 소금 넣고 자리젓 담갔다가 가을부터 먹기 시작해 겨울철에 가장 많이 먹는다. 식성에 따라 자리젓 먹을 때 다진 풋고추나 식초 넣고 무쳐 먹기도 한다.

제주지역에 젓갈류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산간마을까지 유통할 수 있고 오래 보존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개는 자리젓의 짠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콩잎과 함께 먹었다. 밥상 차려놓고 우영밭에서 어린 콩잎 따다가 자리젓과 같이 먹으면 된다.

‘자리젓에 콩잎’만 있으면 세상 부럽지 않던 시절 ‘라떼’다. ‘자리회엔 제피, 자리젓엔 콩잎’, 아무리 흘러도 변치 않을 제주사람들의 공식이다. 나이 들수록 삶의 탈출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경험과 추억들이 우리네 삶의 탈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여싸나 이여싸나
우리 배는 촘낭(참나무)으로 지은 배라
촘매(참매)새끼 놀듯이 잘도나 간다
우리 테우에 눈이 ᄆᆞᆰ은(맑은) 서낭님아
앞발로랑 허우치멍 뒷발로랑 거두잡아(거두어 잡아)
구쟁기(소라) 전복 한딜(많은 곳)로 우리 테우 가게 허여나 쭙써
이여싸나 져라 져(해녀 노젓는 소리)


테우는 통나무를 나란히 엮어 놓아 만들었다. 제작 과정이 단순하며 선체가 수면에 밀착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풍파에도 전복되지 않아 안전한 편이다. 아울러 건져낸 해초를 바로 적재하기 편리하며 파선될 우려가 적다. 그러나 테우는 돛을 설치하여 풍력을 이용하였지만 주로 어부들이 노 젓는 힘으로 움직인다. 때문에 갑자기 바다환경이 악화되었을 때 발동선처럼 서둘러 대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본래 테우는 한라산 구상나무로 만들었다. 80~90년 전부터 구상나무가 귀해진 이후 숙대낭(삼나무)으로 만들었다. 테우는 길이 약 5m, 너비 2m 가량이다. 10여 개 나무토막을 평탄하게 놓고 기다란 목전을 가지고 앞 뒤 두 자리에 꿰뚫어 결착하는 구조다.

테우 한 척 만들기 위해 보통 일곱 개에서 열한 개 통나무가 필요하다. 선미 쪽 통나무 직경은 20~40㎝ 정도, 선수 쪽 통나무 직경은 15~20㎝ 정도다. 이 통나무는 장쇠 끼우기, 멍에 세우기, 펑게틀목 설치, 상자리 세우기 과정 거쳐 돛대 구멍 설치하고 부분 부분에 새역 박아 마무리한다. 선미(고물)쪽 폭은 170~240㎝, 선수(이물)쪽 폭은 140~180㎝ 정도, 전체 길이는 대략 400~550㎝ 정도다(네이버 지식백과).

테우를 이용한 어로작업은 보통 3월에서 10월 사이 행해졌다. 사용하지 않는 겨울철은 테우를 해체하여 잘 보관해 두었다가 어로기가 되면 재조립해 사용했다. 어로작업에 활용하기 위해 어음, 불돌, 앞돌, 그물, 버릿줄, 용도, 귀도래기, 버릿줄 윗목, 부표(망둥이), 돛대 등을 설치했다.

어로구로 족바지, 자리족바지, 물안경, 국자사둘, 줄아시, 갈치술, 공젱이, 듬북낫 등이 쓰였다. 테우의 부분 명칭으로 장쇠궁기(이물장쇠, 사각참나무, 고물장쇠), 멍에틀(이물멍에, 고물멍에), 덧방고지, 강다리, 주지, 뇌좃, 상자리, 노, 터윗뇌, 태윗뇌, 둘름뇌 등이 쓰였다(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테우 만드는 노래(테우 만드는 소리)는 한라산에서 나무 베어다가 테우 만들며 부르던 민요이다. 1964년 한라산을 비롯 도내 주요 난대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기 시작했다. 1968년 한라산 대부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 개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다.

오그라진 낭은 쉐질멧(길마) 고슴(감) 에 헤야 에 헤야
조른 낭(짧은 나무)은 옆지와 가멍 좆인(작은) 낭이랑 얽어매라
썩은 석은 얽어매라 샛 보름절에 띠와(띄워) 보게
당케바당에 용왕님아 세자리서 발만 올려줍서
곧은 낭이랑 이물(船首)에 쓰곡 곧은 낭이랑 고물에 쓰곡

엉또코지에 물들어서라 냇 보름절에 발은 걸엉
샛 보름절에 젓엉가라 대천바당에 네젓언 보난
제주 삼읍 물 막은 섬아 옻아진 여에 자리 떠서라
이물에 가면 고물(船尾)이 휘청 삼영망이 네헤로구나
들어마 호건(하거든) 고는(가는)낭(나무)놓고 에허마 호건 진(긴)낭 놓으라

솔 썩은 석(고삐)은 얽어 매영 자리 혼(한)말 령 쏠(쌀)을 사민 
서낭님도 먹엉 갑서 용왕님도 먹엉 갑서 
물 막은 섬아 물 막은 섬아 테우낭 아래 물들어서라 
솔진(살찐)낭이랑 이물에 쓰곡 고는(가는)낭이랑 고물에 쓰멍 
섞은 석은 얽어매라 대천바당 네 젓엉(저어)가민 

   
▲ 진관훈 박사

삼신산이 내헤로구나 제주 삼읍이 내헤로구나(테우만드는소리) 

“춘풍추우 가는 세월은 어언 삼년이 지나쳤건만, 황천 가신 우리 아내 언제나 소식이 오리.” 3년 전 먼저 가신 아내 분 환생소식 올까 노심초사 기다리는 걸까? 무엇보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 걱정은 우리를 힘들게만 할 뿐 어디에도 데려다 주지 못한다. 테우 타고 대천바다로 노를 저어 가면 꿈에 본 삼신산과 그 넓은 제주 삼읍이 모두 다 내 것인데. 무소식이 희소식.

참고문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 연구』, 민속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722&menuName=구술(음성)>민요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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