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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바다에 강갈치야 물고 가라 물고 가라"[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11)] 갈치 나끄는 소리
진관훈 박사  |  adel@jeju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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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8  10: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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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바다에 불 밝힌 갈치잡이 배

어느 순간 갈치가 비싸졌다. 은갈치, 먹갈치, 흑갈치, 산갈치, 갈치회, 통갈치 구이, 갈치조림, 갈치속젓. 그래봐야 갈치다. 개인적으로 각재기국은 어찌 어찌 먹겠는데 갈치국은 도저히 못 먹겠다. 갈치국에 들어간 늙은(?)호박은 더 싫다.

갈치는 굽거나 튀겨 먹어야 제 맛이다. 이보다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갈치 가운데를 횡으로 갈라 넓게 편 다음 말려서 구워 먹는 거다. 이러면 뼈까지 먹을 수 있다. 은어(銀魚)도 그렇다. 천제연과 베릿내 은어를 몇 십년간 독식하셨던 외할아버지 비법이다. 베릿내 포구 축항 이후 그 은어는 모두 사라졌다.

분당에서의 신혼시절 얘기다. 장손 얼굴 보러 제주에서 올라온 어머니는 산후 부기(浮氣)있는 임산부에 좋다며 갈치호박국을 특별식으로 끓이셨다. 어릴 적부터 호박을 안 먹는 내가 은비늘 둥 둥 뜬 갈치호박국을 먹을 리 없다. 그런데 육지 며느리인 아내는 맛있다며 그 호박국을 다 먹었다. 갈치호박국 먹을 줄 알면 그걸로 제주 ‘사름’ 다 된 거다. 더하여 자리젓도 주저하지 않고 대가리부터 먹는다면 필시 전생에 제주바다에서 나고 자란 섬놈이다. 그게 초심을 반복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명품갈치 아니어도 갈치 한 상자에 몇 십만원이 넘고 국내산 갈치가 모자라면 파키스탄, 세네갈, 인도, 중국 등 외국갈치를 수입하지만, 갈치는 원래 서민 반찬이다. 식구 많은 집 갈치 한 마리 구우면 한 토막씩 나눠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는 살점 많은 가운데 토막 드셨고 어머니는 먹어 볼 거 없는 대가리나 바싹 마른 꼬리를 먹곤 했다. 그나마 갈치 살 돈 조차 없던 어머니는 사지는 못하고 주물럭거리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갈치 비린내 듬뿍 담긴 손 씻은 물로 국 끊여 저녁상 올리셨다. 소설 속 얘기다.

예전에는 다른 생선 사면 덤으로 갈치 얹어 주었다. 1960년대 이전 제주 해안마을에서는 멸치, 고등어, 각재기와 함께 갈치를 어비(魚肥)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갈치 나끄는 소리(갈치 낚는 노래)는 테우 타고 바다에 나가 갈치 낚으며 부르던 노래다.

강남 바당에 노올던 갈치야 가다나 집의끗 오다나 제인 걸어 나가지라
나 낚신 두 나 에잇 멩게낭(청미래덩굴)순이 뒈여 가지고
나 술은 두나 에잇 썩은 칙(칡)줄이로구나 헝이야
어딜 갓든 서낭님은 으읏 갈치 싹 노는 곳으로 뱃머리를 돌려나 줍서
팔만 갈비잇 성산 부틀동(붙을 듯) 말똥(말 듯) 허민
이 가는 게 에잇 갈치바당 정통으로 뒈어진다
동서들아 메 올리고 닷줄을 서비 뽕돌(봉돌) 디리쳐서(두리워서) 수심이나 재어보게
서른 닷(다섯)발 ᄀᆞ리(즈음)에서 서비 뽕돌(봉돌) 허리밑창에 닿는 구나
한 발 올력 두 발도 올력 갈치 싹 노는 ᄀᆞ리나 찾아들보자
열닷 발 ᄀᆞ리에서 읏 찡긋하고 혹 물어 뗑기는구나(당기는 구나)
배쌈에 으지직 으지직 멍정갈치 쌍끌이가 틀림이 없구나 이양
한 밤에 꿈을 볼 적 동해 용궁 웨ᄄᆞᆯ(외동딸)애기 공주가 나타나서
큰상 옥상 양손에 들렀으니 얼굴좋고 처지좋고 맵시고운 공주로구나

옛 늘근이(늙은이) 하시는 말씀이잇 야밤중에 공주꿈을 꾸게 뒈면
이 사흘 안에 연화대 올라앚아읏 만민의 덕을 얻어 호걸이 뒌다더니
오늘 멍정갈치 쌍끌이 꿈이 틀림없이도 들어 맞암구나 이양
강남 바당에 노올던 강 갈치야 하아 가다나 집의 끗 오다나
집의 걸으멍 서끗 나가지라
들볼 타서 동 밖으로 베질을 ᄒᆞᆫ 적 소섬(우도) 서머리바당에 들어가졋구나
물속 깊이 놀던 갈치 잇달려 들라 다 살생 헤보자
멍정갈치 배쌈 ᄀᆞ득(가득) 채웟으니 이만허민 만선이라도 불릴만허구나

한라산 중턱을 바라본즉 고둥 하늬ᄇᆞᄅᆞᆷ(바람) 첫이 둥둥 떠올랏구나
동서들아 저걸 보라 이제저제 고동 허민 큰 ᄇᆞ름(바람)이 터질로구나
서들부라(서둘러라) 서들부라이잇 서비 뽕돌 뽓 밧줄도 빠올리자
허기 여차 소리치믄 젖먹은 기운 애끼지(아끼지) 말앙(말고) 젓어 나가자
강남 바당에잇 노올던 갈치야 가다나 집이끗 오다나 제인끗 걸어나지라

* 서비 뽕돌=낚시를 물속에 드리우기 위해서 납으로 만든 작은 추. 멍정갈치=아주 크기가 크고 씨알이 굵은 갈치. 연화대=부처님이 앉는 자리

갈치는 농어목 갈치과 바닷물고기로 깊은 바다에 산다. 길쭉하고 번쩍거리는 외모 때문에 칼(刀)과 관련된 이름, 갈치 혹은 칼치, 조선시대 도어(刀魚)로 불렀다. 제주에서는 은갈치가 유명하다. 목포는 먹갈치다.

은갈치와 먹갈치는 서로 다른 종이 아니라 어획 방식 차이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은갈치는 낚시 바늘 또는 연승으로 낚기 때문에 갈치 은빛비늘이 그대로 유지된 갈치다. 반면 먹갈치는 안강망 같은 저인망 그물 깔아 잡기 때문에 육지로 가져 오면 거무튀튀해 먹갈치로 불린다.

갈치는 장어처럼 꾸물거리며 헤엄치는 게 아니라 물구나무 선 상태에서 지느러미 움직여 헤엄친다. 갈치는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죽기 때문에 살아있는 갈치를 보기 어렵다. 그래도 제주지역 어시장에서 은비늘 창창한 갈치를 쉽게 볼 수 있다. 화는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 은갈치는 이를 살면서 실천하고 있어 보인다.

갈치 낚는 일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진다. 요새도 밤바다를 보면 집어등 환하게 밝히고 갈치나 한치 잡으러 나간 배들을 볼 수 있다. 여전히 볼만한 야경이다. 영주십경(瀛州十景) 산포조어(山浦釣魚). 갈치 낚싯줄 들어 올릴 때는 한꺼번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노래는 낚시 드리우는 시간에 이루어진다. 갈치 잡으러 가서 어로작업 고충을 노래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담담한 심정을 풀어헤친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체를 이용하여 갈치 잡히길 바라는 마음을 표출했다.

“자네는 몇 발 주어 나끄는가
난 열 닷 발 주어 나끈다.
난 열 닷 발을 주어도 영 삭시(싹수)가 없는데...”

강남 바다에 강갈치야 물고 가라 물고 가라
산전(山田)밭에 씨 부려 두난 씨가 드무난(듬성듬성)
고고리(이삭)도 훍는다(훍는다)더라
“아 이거 봐 톡톡 채갔다”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이 바다에는 갈치도 많구나
들물에 안무는 고기 썰물에도 물어가 간다마는
너도 바짝 나두 바짝 물엉(물고)가라 에헤 물엉가라

“아이쿠 난 물었다. 당겨 물어당겨. 몇 발에 물어시니? 열 두발에 물었다.
당겨라 당겨 나도 물었다.” 물었구나 올라온다. “에이 거 크다 이거. 대가리
그 칼치 먼저 머리를 딱 씹어서 머리부터 머리 씹어야 거 죽음네다 죽어.”

동해바다 다 낚아먹고 서해바다로 낚으러 가자
“당겨라 당겨 당겨 더 당겨라...
지금 막 물어 올라왐저. 한참 물때여 지금도 에 이 톡톡 허멍.” ​

음력 3월부터 5월 사이 낚는 갈치를 ‘봄 갈치’, 음력 7월부터 10월 상강 사이 낚는 갈치를 ‘ᄀᆞ실 갈치’라 한다. 봄 갈치는 아침 일찍 먼 바다로 나가 해 질 때까지 낚고 가을에 낚는 ᄀᆞ실 갈치는 주로 밤에 낚는다.

‘갈치술’은 갈치를 낚는 줄낚시 어구(漁具)다. 제주 전통 손줄 낚시에 사용되었다. 갈치낚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배 고정시켜 길이 200m 정도 되는 ‘묻음 갈치술’ 펼쳐 놓고 갈치 낚는 방법, 낚싯줄 감아두는 얼레인 ‘차세’에 길이 8m 정도 ‘흘림 갈치술’ 매달고 어스름 저녁 무렵이나 달밤에 돛포 펼쳐놓고 배 흘려가며 갈치 낚는 방법(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홀치기는 우도에서 전승되는 갈치낚시다. ‘끄슬퀴’라고도 한다. 줄에 자잘한 봉돌 대신 ‘고지돌’이라는 긴 봉돌이 쏠려 있다. 어기(漁期)는 8월 추석 전후부터 상강까지나 때를 가린다. 일출, 일몰 전후 약 2시간 반 동안 달 밝은 날 밤에 낚는다. 전자를 ‘해차구’(또는 ‘해거름’), 후자를 ‘차구’(또는 ‘지기’)라 한다. 물때를 가리지 않는 갈치 끌낚기는 물살방향보다 그 반대 또는 조류방향 가로지르며 지그재그로 항진(航進)한다. 항진속도는 보통 2노트 내외다. 낚싯줄이 15도 각도로 비스듬히 들어가도록 유지하며 속도 조절한다(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강남의 강갈치야 나 술(낚시줄)은 썩은 삼(麻)술이여
ᄒᆞᆫ 번 물어 찡긋이 땡겨나 보라
초거리로 열 닷발 거리요 중거리로 스무 닷발 장거리로 마흔 닷발

짚이(깊이)가면 짚도뱅이 얕이가면 얕도뱅이
던덜문이나 대동치여 앞장 놀레기라도 오라
과작한(곧곧한) 주제가 오랑 이술 저술에 물엉가라
그만 허난 죽어지는 요 년의 멜치

아실아실 ᄇᆞ라네 너 ᄀᆞ작 나도 ᄀᆞ작 얼마나 기분좋노
어쳐냑(어제 저녁)은 꿈을 ᄇᆞ되 홍낙시에도 걸려베고 은단 칼도 맞아베고
백ᄆᆞᆯ래도 ᄀᆞᆱ아베고 은단불도 쪼아베고
큰상 우이(위)도 올라베고 절 삼배도 맡아베고
후삼배도 맡아보고 잘도 잘도 물엉가라 요런 기회가 올거여

*발=두 팔을 활짝 벌린 길이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 갈치 습성 때문에 요즘에야 제주에서 갈치를 회로 먹는다. 부산이나 여수 등 남해안에서도 회 쳐 먹는다고 한다. 맛이나 질감이 오징어와 비슷하다. 사람에 따라 고등어회나 갈치회 먹고 탈 난 경우가 간혹 있어 보통은 구워 먹거나 조림으로 요리한다.

앞에 소개했지만 제주에서는 예전부터 국 끓여 먹었다. 갈치호박국은 ᄀᆞ슬갈치(가을철 나는 갈치)에 ᄀᆞ실호박(가을철 늙은 호박)을 최고로 친다. 갈치를 중간 크기로 잘라 넣고 잘 익은 늙은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는다. 금방 끓여야 제 맛이 난다. 호박 대신 어린 배추를 넣기도 한다. 간은 국간장으로 하고 풋고추 넣어 미각을 돋운다. 비린내가 나지만 신선한 갈치는 풍부한 단백질과 적당량의 지방, 소량의 당질이 들어있어 단맛을 낸다. 때문에 철이 되면 호박갈치국으로 유명한 향토식당을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이와 함께 제주를 좀 더 속내깊이 아는 사람들은 갈치속젓을 좋아한다. 아직 멜젓이나 자리젓보다 갈치속젓이 덜 알려지긴 했지만 요즘 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육안으로 보면 멜젓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갈치속젓은 갈치 내장을 따로 모아 담근다. 식성에 따라 김 가루나 참깨 뿌리고 얇게 채 썬 상추를 넣기도 한다. 요즘 도내 흑돼지식당에 가면 갈치속젓을 볼 수 있다. 친절하게 쌈장 대신 고기와 함께 먹으라는 설명도 더 붙여 준다. 나이 들수록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차분히 설명 잘 듣고 맛있게 먹으면 될 일이다.

   
▲ 진관훈 박사

세월에 가기는 흐르는 물이요
사랑에헤 느끼는 흥잇 바람결도 갔구나 엉이야
오늘이나 소식이 올까 내일이나 허으 소식이 올까
불타는 이내 가슴 어느 누가 풀어나 주리
이 몸이 늙어지면 오던 님도 되돌아 가네
젊아 청춘 벳기지(빼기지) 말고 ᄆᆞ음(마음) 실피(실컷)놀아보소

“오늘이나 소식 올까 내일이나 소식 올까. 불타는 이내 가슴 어느 누가 풀어나 주리. 이 몸이 늙어지면 오던 님도 되돌아가네. 젊어 청춘 빼기지 말고 마음 편히 놀아보소.” 늙은 나무엔 늘 오던 새도 이젠 오지 않는다. 나이 탓만은 아니다. 달 밝은 밤, 바다에 낚시 줄 드리우면 갈치는 안 잡히고 서러운 생각만 든다(부정편향).

참고문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 연구』, 민속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
cid=210402&mid=RC00004461&menuName=구술(음성)>민요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
cid=210402&mid=RC00007668&menuName=구술(음성)>민요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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