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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한진그룹, 노태우의 5·8경제조치로 철퇴조중연의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13) 초강력 부동산 투기 억제책
조중연 작가  |  kalit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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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4  11: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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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1월 대한항공 자체 조종사 양성기관인 기초비행훈련원 개원. [사진=한진칼 홈페이지]

노태우의 5·8경제조치

이후 한진그룹은 승승장구했다. 꼼꼼히 뒤를 봐주고 챙겨주었던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서울의 봄’이 오고, 6·29선언이 나올 때까지 제주도에서 영향력 1위의 재벌 자리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신제주가 개발되면서 그룹 소유의 부동산 가치 역시 동반 상승하게 된다.

1989년 한진그룹은 제동목장 내 기초비행훈련원 비행장 확장사업을 강행한다. 1년 전 정부로부터 훈련비행장 시설 확장 허가를 받고 추진하다 인근 주민과 축산 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포기했던 사업이었다. 제동목장 주변 15개 마을과 인근 목장에 사육되고 있는 3000마리 소에게 심각한 소음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1982년 개설된 활주로 900m×25m 외에 2000m×45m의 대형 활주로 1본을 추가하기로 하고, 격납고와 훈련원 기숙사의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인근 마을의 격렬한 반대가 제주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을 무렵, 이 계획은 노태우 정부의 느닷없는 5·8경제조치로 철퇴를 맞는다. 1990년 노태우는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자 ‘부동산 투기 억제와 물가안정을 위한 특별보완대책(5·8경제조치)’을 발표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추긴 주범이 재벌 대기업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초강력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었다. 이를테면 ‘범죄와의 전쟁’처럼 부동산 투기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재벌그룹들은 1980년대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이라는 3저 현상으로 벌어들인 돈을 땅 사는 데 흥청망청 썼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10조원 이상을 부동산 구입에 쏟아부었으니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이 기간 대기업이 사들인 땅은 전국 기업이 산 땅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 투기 과다 열풍이 불었고, 매년 20~30%의 땅값이 상승했다. 노태우는 이를 부추긴 당사자가 재벌 대기업이라고 지목했다.

노태우는 대기업의 비사업용 부동산 실태를 조사하고, 비사업용 부동산들을 매각하도록 강제했다. 응하지 않으면 은행 대출을 회수하고, 불로소득으로 간주하여 재산세를 중과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삼성·현대·대우 등 10대 재벌이 시장에 내놓은 토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1570만평에 달했다.

한진그룹의 제동목장도 비사업용으로 규정되었다. 토지 규모는 461만평이었다. 목장부지를 팔지 않으면 그대로 앉아 세금폭탄을 맞을 판이었다. 박흥식에게 18억원에 산 땅이 20년만에 240억원으로 열 배 이상 뛰었으니 부동산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한진그룹은 제동목장 내 기초비행훈련원은 비사업용이 아니라면서 재심을 청구하고 버텼지만, 나머지 땅은 제주대(70만평)와 서울대(60만평), 그리고 일우재단에 기부해야만 했다.

하지만 거기에 한진그룹의 꼼수가 깔려 있었다. 한진그룹은 일우재단에 제동목장 땅 260만 평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교묘히 피해갔다.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재산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우재단의 실질적 소유주는 조중훈이었다.

   
▲ 조중연 소설가

그로부터 4년 후, 1994년 7월 한진그룹은 다시 한번 기초비행훈련원의 활주로 확장공사를 시도한다. 그야말로 ‘집념의 기초비행훈련원’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인근 마을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가시리와 교래리 사이에 의견이 갈라졌다.

조중훈의 최종 목표는 기초비행훈련원에 2000m×45m짜리 활주로를 하나 더 건설하는 것이었다. 대형기종인 점보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였다. 가시리는 정석항공관을 녹산로에 유치하는 조건으로 마을총회에서 찬성을 결의했으나, 교래리는 활주로 확장계획에 반대한다는 진정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중연= 충청남도 부여 태생으로 20여년 전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탐라의 사생활』, 『사월꽃비』가 있다. 제주도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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