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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10)] ᄃᆞᆺ거름 ᄇᆞᆯ리는 노래

 

ᄃᆞᆺ거름을 ‘ᄃᆞᆺ걸름’으로 발음하는 분들이라면 안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옛날 말 하는 거 보니 나도 늙긴 늙었구나. 어쩌다 거울보고 ‘큼착’ 했다. 거기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날 쳐다보고 계셨다. ᄃᆞᆺ거름은 예전 제주에서 ‘통시’나 ‘ᄃᆞᆺ통’에서 만들었던 퇴비(堆肥)다. 통시는 변소 겸 돼지우리로 몽고와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ᄃᆞᆺ통은 ᄃᆞᆺ, 뒷간 돼지 통, 돼지우리(豚舍)다. 우리는 통시보다 ᄃᆞᆺ통이 더 친숙하다. ᄃᆞᆺ통에 반드시 긴 막대기가 놓여 있었던 걸 기억하는 분들은 더욱 그러실 거다. 통시에서 ᄃᆞᆺ거름을 꺼내 마당에 쌓으면 밑에서 새어 나오던 황토색 물과 그 냄새. ‘난 촌에 안살아 봔 그런 거 몰라게’ 하는 분은 당연 모르겠지만. 어림잡아 50~60년 전 생활사다.

 

ᄃᆞᆺ거름 ᄇᆞᆯ리는 노래는 통시에서 꺼낸 ᄃᆞᆺ거름을 씨앗과 함께 밭에 뿌린 다음 밟으며 부르는 농업 노동요다. 보리씨앗을 ᄃᆞᆺ거름에 섞고 밭에 뿌린 뒤 날아가지 말고 잘 발아하도록 소나 말 이용하여 밟고 뒤집기를 반복한다.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 제주 전통농업에서 사용했던 비료로 ᄃᆞᆺ거름, 쇠거름, 녹비(綠肥), 인뇨(人尿), 재(灰), 어비(魚肥)(멜, 각재기, 고등어, 갈치 등) 해조류(둠북, 감태, 몰망 등), 모래(객토용), 우마분(牛馬糞) 등이 있다. ᄃᆞᆺ거름은 보리농사 같은 밭농사에 주로 사용했다.

 

저 구석에 히뜩히뜩(희뜩) 보리씨가 보아 졈구나
ᄒᆞᆫ저(어서)덜 들어상 ᄌᆞ근(자근) ᄌᆞ근 ᄀᆞᆯ로로 ᄇᆞᆯ르라
씨난디(데) ᄀᆞᆯ로로(골고루) ᄇᆞᆯ라지게
ᄌᆞ근 ᄌᆞ근 어염(옆) 읏이(없이) 돌아상(서서) 잘덜(들)ᄇᆞᆯ르라

 

입동 시월절이 지나고 소설 시월중이 들어서난에
보리 갈 때가 뒈엇구나
큰 통시에 거름이랑 내여당 벨진밧디 가져가고
족은 통시 거름이랑 씨묻엉 돌진 밧데레(밭으로) 실어갈 걸로 ᄒᆞ라
보리농사도 절기 앙 제시기에 갈아사
보리 섬수도 하영(많이)난뎅 ᄒᆞ는구나(ᄃᆞᆺ거름 ᄇᆞᆯ리는 소리)

 

* 벨진밧=‘별이 떨어진 밭’이란 뜻으로 넓고 기름진 밭

 

통시에서 꺼낸 ᄃᆞᆺ거름은 마당에 쌓아놓고 보리 씨앗 뿌린 후 소나 말로 잘 밟아 한군데 모아 둔다. 이 ᄃᆞᆺ거름을 밭에 옮겨 골고루 뿌린 후 소나 말로 ‘잠대질’해 씨를 묻었다.

 

요 ᄆᆞᆯ(말)들아 제기(빨리) 걸으라 ᄒᆞᆫ져 ᄇᆞᆯ려뒁 쉬여살 거 아니냐
에헤∼에~ 일락서산 해 저물어 가는구나
ᄒᆞᆫ저 오늘 ᄇᆞᆯ려사 내일은 거름 밧디 싣거(실어) 가살 거 아니냐
큰 년아 저 보리씨 이레(이쪽)앗으라
이거 초ᄇᆞᆯ(초불) ᄇᆞᆯ려져 시난 씨 이레 뿌려 사켜
씨 뿌려놔그네 ᄒᆞᆫ저 ᄇᆞᆯ령 또 뒈쌍(뒤집어) 또 씨 뿌리고 해살거 아냐
씨 ᄒᆞᆫ(한) 닷(다섯)말만 이레(이리로) 아져(가져)오라
이거 초ᄇᆞᆯ(초벌) ᄇᆞᆯ려 졋저 이 쉐들 저 ᄆᆞᆯ이영
저레(저리로) 앗당으네(끌고가서) 메라(묶어라)
메엿당으네 ᄒᆞᆫ저 씨 뿌려낭(뿌려놓고)
또 ᄇᆞᆯ령 또 뒈쓰고(뒤집고) 뒈쌍 또 씨뿌리곡 헤살거 아니냐
우리 농사를 지어놓건 대랑 나건 구렁대로
고고리랑 막개만씩 내와 주소서
대랑 나건 구리대요 고고리는 마깨(망치)만썩(만큼)
눌 나건 와가(瓦家)레 눌로 눌게 내와 줍소서 에헤∼
일고(일곱) 여덜(여덟)식구가 먹고 살젱(살려면) ᄒᆞ민
많이 내와 주어사 먹고 살 거 아니우꽈(거름 ᄇᆞᆯ리는 소리)

 

조 씨앗 파종 때 재와 오줌에 버물린 좁씨를 수제비만큼 뜯어 밭에 뿌렸다. 보리농사는 ᄃᆞᆺ거름을 사용했지만 조 농사는 재거름만 사용했다. ‘조 농사는 거저 짓는다.’ 보리에 비해 조 농사가 쉽다는 의미이다. 조 농사는 거름을 따로 하지 않고 보리파종 때 뿌린 거름으로 그냥 간다. 하지만 조 검질 메다 질식사할 뻔했다고 한다. 제초만 보면 조 농사가 보리농사에 비해 훨씬 힘들었다 할 수 있다.

 

저 구석에 히뜩히뜩 보리씨덜 봐졈구나(보이는 구나)
ᄒᆞᆫ저들 ᄒᆞᆫ저들 들어상(들어서서) ᄌᆞ근 ᄌᆞ근 볼라보라
씨나 ᄀᆞᆯ로로(골고루) 잘 ᄇᆞᆯ라지게
ᄌᆞ근 ᄌᆞ근 어염(옆)읏이(없이) 다 돌아가멍 잘 ᄇᆞᆯ라사
씨도 ᄀᆞᆯ로로 잘 섞어지고 거름도 잘 ᄇᆞᆯ라지는 구나

 

입동 시월절이 지나고 소설 시월 중이 들어시난
보리 갈 때가 뒈엿구나(되었구나)
큰 통시에 거름이랑 내여근에(내어서) 별진밧디 싣거(실어)가고
족은 통시에 거름이랑 내여근에
보리씨 묻어(뭍어)근에 빌진밧디 싣거갈 거로구나

 

ᄃᆞᆺ거름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일에 비해 ᄃᆞᆺ거름 내는 작업 일당이 세다. 그뿐인가 담배, 술, 간식 제공 등 소홀함이 없었다. ᄃᆞᆺ거름은 잡초, 감태, 농작물 부산물인 짚을 마당에 깔고 어느 정도 썩힌 후 통시에 담아 돼지오줌과 변, 사람오줌과 변을 섞어 만든다. 재거름은 뜬 밭과 같은 산성 토양에 필수적이라 정지(부엌)나 굴묵(구들에 불을 지피기 위해 만든 구멍)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일부러 산에 가서 고사리를 태워 불치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쇠거름, 거름, 멜 등은 보리농사에 많이 쓰였고 재는 메밀 농사에 적합했다. 특히 유채씨(혹은 메밀) 파종 때 씨앗을 재(오줌 서너 바가지 뿌리면 일이 수월하다)에 버물려 수제비 뜨듯 손으로 떠서 파종했다.

 

요 쉐(소)야 저 쉐야 이레 저레 히여뜩허게(어질어질하게) 가지 말앙
ᄀᆞᆯ로로(골고루) 잘 ᄇᆞᆯ라사(밟아야) 보리씨도 ᄀᆞᆯ로로 잘 묻어지는 구나
요 놈으 쉐덜아 ᄌᆞ근 ᄌᆞ근 ᄀᆞᆯ로로 잘 ᄇᆞᆯ르라

 

요 쉐야 저 쉐야 뒤터레(뒤로) 물러사지 말앙
앞더레(앞으로) 나사멍(나서며) ᄀᆞᆯ르로 ᄇᆞᆯ라사 보리씨도 잘 묻어지는 구나
ᄉᆞ소장(사소장)에서 놀던 쉐야 오소장에서 놀던 쉐야
ᄃᆞᆯ근(잘근) ᄃᆞᆯ근 ᄇᆞᆯ라사 요 보리 호민 저실(겨울) 들엉 바싹 언 때
보리체(겨) 죽이라도 얻어먹을 거 아니가

 

사소장은 제주시 한천에서 외도천 사이, 오소장은 외도천에서 금성천 사이 지경이다(15세기 말 제주 중산간 목장은 10개 소장으로 나누어졌다).

 

 

요 놈의 쉐야 해는 서산더레 가는디 자게자게(빨리빨리) 걸어근에
ᄌᆞ근(자근) ᄌᆞ근 ᄒᆞᆫ저 ᄇᆞᆯ라 보라
요 놈으 쉐덜아 부지런히 걸으라
하늘엔 먹구름이 번득번득 노려(내려) 왐저
ᄇᆞᆯ랑 ᄇᆞᆯ랑 걸어보라
쉐로 사름(사람)으로 모다(모여)들언 ᄇᆞᆯ르단 보난
보리씨도 ᄀᆞᆯ로로 잘 묻어지고 거름도 문딱(모두)허게 ᄇᆞᆯ라졋구나
거름착덜 준비허영 거름싣거 갈 준비덜 허여보라
아어어허허허 아허 어량 하아량 거름덜 잘ᄇᆞᆯ라 졋저
밧더레(밭으로) 시꺼(실어)글라(가라)
요 놈이 쉐야 혼저(어서)글라(가자)
죽으나사나 너 등땡이(등)허고 나 등땡이로 이 거름을 밧더레 다 싣거사 ᄒᆞ는구나(거름 ᄇᆞᆲ는 소리)

 

* 거름착=걸름착=거름을 담아 나르는 멱둥구미

 

전통 제주 농사는 거름 ‘쓰고, 안 쓰고’ 따라 수확량이 30~40% 차이난다. 때문에 거름될 만한 각종재료(심지어 고린 된장, ᄑᆞᆼ낭잎 등)를 구하려 애썼다. 밭 빌려줄 때도 거름할지, 안할지에 따라 빌려주거나 안 빌려 줬다 한다. 그렇다고 승자독식 사회 냉혹함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녹비인 대두(大豆)는 우등전(優等田)인 질왓(진밭)에 사용했다. 5월이나 6월초 파종하여 8월에 베어서 깔아두었다가 9월에 밭 갈고 흙 덮어 부식시킨다. 잡초는 휴한 시 1~3회 밭갈이 통해 지력회복, 잡초구제, 시비효과를 노린다. 어비(魚肥)는 주로 멜이다. 이외 복어, 고등어, 각재기, 갈치 등을 둠북이나 ᄆᆞᆯ망, 감태같은 해조류와 함께 눌로 쌓아두었다 사용했다.

 

요 ᄆᆞᆯ더라 저 ᄆᆞᆯ더라 구석구석마다 씨난디 어시(없이)
고비창창 돌돌돌 돌아지멍 맨짝허게(평평하게) ᄇᆞᆯ라도라 ᄒᆞ는구나

 

수산봉에 뜬구름은 비가 올 먹구름이 아니더냐
산꼬지(꼭대기)에 두른 해는 마가 가두와(거두어) 가는 근본이더라
재석 할머님아 요 조랑 ᄇᆞᆯ리건 남뎅이(대)랑 두자 두치
고고리(이삭)랑 낳건 덩드렁 마께(방망이) 만씩(만큼) 나게 헙써
저 산아래 안개가 끼면 장남 두 일뢰(7일) 열나흘 논다 ᄒᆞ는구나
사라봉 꼭대기에 벳(햇빛)이 나면 중의 머리가 벗어진다 ᄒᆞ는구나
물미오름 뜬 구름은 날씨가 좋아가는 구름이 아니더냐

 

큰년아 족은년아 박달곰베(곰방메) 메어들엉
큰벙에(벙댕이)영 족은 벙에영 복삭복삭 뽀스(부수며)멍 나글라
요 ᄆᆞᆯ더라 저 ᄆᆞᆯ더라 물장오리에서 놀던 ᄆᆞᆯ덜아
암무리(아무리) 해여도 니가 허고야 말 일
높은디(곳) 얕은(낮은)디 씨난디 어시 고비창창 ᄃᆞᆯᄃᆞᆯᄃᆞᆯ ᄃᆞᆯ아지멍
맨짝허게(평평하게) 볼랑 밧 베끼띠(밖으로) 나가는 게 너의 구실이다
일수장(일소장)에서 놀든 ᄆᆞᆯ덜아
이수장(이소장)으로 나강 물도 먹고 촐(꼴)도 먹엉 놀자 ᄒᆞ는구나

 

* 1소장 구좌읍, 2소장 조천읍

 

멸치 많이 나는 월정리, 하도리, 행원리 등은 음력 5월부터 어획한 멸치 말린 후 대맥(大麥) 파종 때 시비한다. 그 시비효과가 탁월해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30~40% 정도 수확량이 많았다. 장마로 어획 멸치가 마르지 않으면, 재(灰) 속에 묻어두었다가 함께 시비했다. 해안마을에서 사용되고 남은 어비는 중산간 마을로 거래되었다.

 

멸치와 함께 유용한 거름으로 둠북이 있다. 둠북은 해안지역에 파도에 밀려 올라오는 해초다. 이를 건져내 눌(노젓가리)을 눌었다가 대맥 파종할 때 고랑에 시비한다. 듬북은 특정 개체를 지칭하는 명칭이기보다 바닷바람에 밀려 갯가로 나오는 풍조(風操) 전체를 이른다. 듬북은 ‘ᄆᆞᆷ’ 비슷하며 주로 거름으로 사용했다. 구좌에서 채취하는 듬북은 주로 ‘나베기듬북(알송이모자반)’이다. 모자라는 거름을 보충하기 위해 제주에서는 오래 전부터 듬북을 이용해왔다(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세시풍속사전)

 

ᄆᆞᆯ망은 먹는 ᄆᆞᆯ망(ᄆᆞᆷ, 모자반)과 거름으로 이용되는 ᄆᆞᆯ망이 있다. 크게 파도가 치고 나면 해안으로 ᄆᆞᆯ망이 많이 떠내려 온다. 해녀들이 바다로 들어가 긴 낫으로 줄기를 자르면 배 위에 있던 남자들이 그걸 끌어올려 해안가로 가져왔다. 장만된 ᄆᆞᆯ망은 선착순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장만해 두었다가 입찰을 통해 판매하였다. 감태(甘苔) 역시 비슷했다.

 

제주 해안마을은 비교적 거름이 다양하고 풍부했다. 반면 산간마을일수록 거름 구하기 힘들었다. 산간지역은 산듸 짚을 대나무에 깔아 시비한다. 혹은 휴한하는 작지왓(자갈밭)과 마ᄆᆞ른밭(큰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 밭)에 우마를 방목하고 그 분뇨로 시비효과를 얻으려 했다. 이외 고린장(醬)이나 부패한 멜젓을 거름 대용으로 사용했다.

 

참고문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 연구』, 민속원.
남석진(1987), “제주도 전통사회의 농업경영에 관한 연구”,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송성대․강만익(2001), “조선시대 제주도 관영목장의 범위와 경관”,『문화역사지리』제13권 제2호(통권15호).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916&menuName=구술(음성)>민요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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