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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전쟁특수'로 일어선 한진상사조중연의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12) 제동목장.대한항공.칼호텔 싹쓸이
조중연 작가  |  kalit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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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7  14: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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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상사 설립. [사진=한진그룹 홈페이지]

기업형 목장의 선두주자 제동목장

정부의 축산진흥정책이 가열화되자 제주도에서 기업형 목장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선 사람은 한진그룹 조중훈이었다. 조중훈은 제주 동부지역의 녹산장(鹿山場) 터를 사들여 제동목장을 건설했다. 다른 기업들도 이에 뒤질세라 대단위 목장 매입에 나섰다. 대원목장, 남영목장, 건영목장 등이 그것이었다.

조중훈은 1960년대 중반 베트남전이 확전하자 전장에 ‘전쟁특수’가 따른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했다. 전쟁을 수행하려면 전략물자 하역과 수송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조중훈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하역능력과 운송 서비스에 신용과 자신을 얻게 되자 미 국방부로부터 더 많은 용역을 받게 된다.

   
▲ 한진상사, 주한 미8군과 군수물자 수송계약 체결. [사진=한진그룹 홈페이지]

한진상사는 120인승 비행기를 구입하고, 외화벌이로 나선 근로자들을 수송하기 위해 서울과 베트남을 운항했다. 공기업인 대한항공공사의 항공기가 홍콩까진 운항했으나 결항이 너무 잦아 인력 교대와 수급을 제때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공사(大韓航空公社)는 1946년 3월 1일 설립된 대한민국 교통부 산하 최초의 국영항공사였다. 그러나 항공공사의 적자 누적이 심각해지자 1969년 정부는 10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14억5300만원에 한진그룹에 정식으로 불하했다.

당시 한진상사는 월남특수로 정부의 외환 보유고보다 10배나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박정희의 권유로 적자투성이 대한항공공사를 떠안은 조중훈은 1972년 제동목장까지 손아귀에 넣는다. 흥한화섬 부도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박흥식이 급매물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던 땅이었다. 박흥식이 1971년에 면양목장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해외 기술진까지 동원했지만 실패하고 황무지로 방치되어 있던 땅이었다. 부지는 총 451만평, 매입가는 18억원이었다.

조중훈의 동생 조중건이 송당목장 인근의 건영목장을 구입한 시기도 이 때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박흥식이 소유했던 녹산장 땅과 송당목장 인근 부지가 조중훈 형제에게 한꺼번에 팔린 것으로 보인다.

   
▲ 한국항공 설립하고 비행기 대절사업 시작. [사진=한진그룹 홈페이지]

제동목장과 칼호텔

1973년 2월 15일 한진은 녹산장 터에 서구식 목장을 조성한다. 조중훈은 미국 목축회사인 프레미어 커피레이선과 기술 제휴를 하고 서구식 목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중훈은 3월 1일 착공하여 900ha를 초지로 조성하고 축사 16동과 창고부속사 21동을 지어 영국산 배버딘앙거스 소 1000두를 도입했다. 제동목장은 제주도 내 최대 규모의 목장이었다.

이즈음 5․16도로 교래입구삼거리에서 제동목장까지 너비 12m 6.8km의 도로가 개설되었다. 제주도가 중산간지대 목야지 개발과 오지 교통 해소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재벌의 사설 목장을 위해 공공예산을 쓰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군다나 농림부로부터 배정받은 목야지 개량용 중장비를 공사에 투입하고, 자조근로양곡 127톤과 연 4만5000명을 취역시켜 말썽을 빚기도 했다.

   
▲ 조중연 소설가

조중훈은 이에 멈추지 않고 1974년 삼성혈 북쪽 제주여자고등학교 부지에 칼호텔을 건설했다. 1960년대 파라다이스호텔이 건립된 후 칼호텔까지 생김으로써 제주도는 명실상부 신혼여행의 메카로 발돋움했다.

일부 지역 언론과 학자들은 한진그룹이 제주 관광객을 싹쓸이할 뿐만 아니라, 제주 전체를 지배할 거라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진그룹이 신혼여행 붐을 탄 제주행 황금노선의 운항권을 독점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310실의 대규모 객실을 거느린 칼호텔이 주변 상권을 블랙홀처럼 흡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한진그룹은 1970년 11월 3일 총연장 182km의 제주일주순환도로가 포장 완료된 후 불기 시작한 제주도 관광개발붐 제1의 수혜자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중연= 충청남도 부여 태생으로 20여년 전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탐라의 사생활』, 『사월꽃비』가 있다. 제주도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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