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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했던 30분 ... 물에 잠긴 이길리 마을 수해 현장[진료실 창가에서] 전남 구례, 경남 하동 등 피해 많은 지역 먼저 모니터링해야
고병수 가정의학과 의사  |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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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3  13: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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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수 원장이 수재민 진료를 보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수해 현장 의료지원을 다녀와서

"원장님이 강원도 철원으로 먼저 떠나야겠습니다."

열린의사회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재난의료 팀장으로 있기때문에 국내외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긴급하게 소통을 하곤 했다. 이번에도 전국 수해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상황을 지켜보다가 몇 지역을 선택해서 의료팀이 필요한지 알아보던 중 연락이 온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을 모으느라고 시간이 걸릴테니 약품을 들고 먼저 가서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락을 받은 다음날 8월 11일 병원에서 간단하게 진료 가방을 싸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거쳐 강원도 철원으로 향했다.

   
▲ 고병수 원장이 수재민 진료를 보고 있다.

갑자기 밀어닥친 물난리, 급박했던 상황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68가구 주민 141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데 거의 중장년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이 근처가 군사분계선에 바로 맞닿아있는 지역이고 제2땅굴 발견지라고 한다. 휴전선과 붙어있는 마을...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덕초등학교 체육관 내에 수재민들을 위해 적십자사에서 제공한 간이 텐트들이 펼쳐져 있다.

안내를 받고 간 곳은 인근 오덕초등학교 체육관이다. 이곳에서 며칠 전부터 수재민들은 적십자사에서 제공한 간이 텐트로 지내면서 낮에는 마을로 들어가 물에 부서진 가재도구를 정리하거나 논밭을 돌보다가 오후 늦게 체육관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진료하면서 모든 분들이 하는 얘기는 집에 가봤자, 집안 물건들이 떠내려갔거나 있어도 온전한 게 하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지뢰까지 떠내려와 위험천만한 상황...

지난 8월 5일 계속되는 비에 한탄강 물이 늘더니 마을과 사이에 있던 둑이 터지고 급기야 마을을 덮쳐버렸다고 한다. 넘치는 물은 마치 쓰나미처럼 논밭과 마을을 점령하고 말았다.

발바닥에 못이 찔려서 오신 중년 분은 사람들 비명 소리에 집에서 아이들 사진 앨범도 못챙기고 빠져나왔다고 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물이 넘치는가 싶더니 마을이 잠기기까지 30분밖에 안 걸렸다고 하니 상당히 급박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 한탄강 물이 늘더니 마을과 사이에 있던 둑이 터지고 급기야 마을을 덮쳐버렸다.

우리의 손길이 옆에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는 주민들

진료는 마을 사람들이 집에 갔다가 하나둘씩 체육관으로 돌아와서 봉사단체에서 만들어놓은 저녁밥을 먹은 후부터 시작이 된다. 전형적인 수해 관련 질환들이 많았다. 피부염으로 간지러운 분들, 소화불량이나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분, 못에 찔리거나 상처가 난 분들...

   
▲ 고병수 가정의학과 의사

빨리 빠져나오느라 집에서 혈압강하제(혈압약)를 챙기지 못한 할머니에게는 임시로 약을 드려야 했고,상처가 난 분들 상처치료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물론 읍내에는 병원들이 있지만 여의치 않고, 보건소는 저녁에 문을 닫으니 우리처럼 옆에 지키면서 진료를 하니 주민들이 좋아 하신다.

저녁 9시 넘어서 필요한 진료는 종료가 된 듯하다. 내일은 다른 대피소를 돌아보면서 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없는지 살피기로 하였다. 그리고 후발대가 오면 2~3일 이 지역을 더 돌보게 되니 나는 먼저 돌아가도 될 것이다. 열린의사회에서 전남 구례나 경남 하동 등 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들을 먼저 모니터링해야 할 것 같다.

전국이 수십 년 만의 물난리라고 한다. 내 기억으로도 육지에서 이처럼 큰 홍수는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니... 다들 심리적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빨리 복구되서 편안한 가정을 되찾기를 바라며 제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 고병수 가정의학과 의사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현재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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