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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노라보카'? ... 시원한 물줄기 뿜는다[인사이드제주] 5인조 어쿠스틱 밴드 '노라보카'..."관객과 하나돼 호흡하겠다"
이주영 기자  |  anewel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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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07  14: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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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인디밴드 '노라보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무대만 있다면 힘껏 놀아 보겠다. 뛸 무대가 없다면 그래도 좋다. 거리로 나가 직접 부딪치면 된다. 연주하다 지쳐 쓰러져도 좋다. 가더라도 무대 위에서 가겠다. 안 되는 건 없다. 나이도, 직함도 잊자. 무대 위 순간만큼은 국경도 세대도 뛰어넘는다.

5인조 어쿠스틱 밴드 ‘노라보카’. 

시작은 일탈이었다. ‘노라보카’는 제주통기타 동호회에서 출발했다. 소소한 흥미부터 사뭇 진지한 전문가까지. 일상으로부터 살짝 빠져나오고 싶은, 색다른 한 가지 일에 흠뻑 빠져들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20년간 기타를 잡아온 멤버도 있다. 이 곳에 와서 처음 기타줄을 퉁겨본 멤버도 있다. 공통된 마음은 기타와 음악에 대한 애정, 그리고 관객과 함께 숨쉬고 싶은 소망이다. 

   
▲ 노라보카 멤버. 왼쪽부터 정일건씨, 박성근씨, 김민경씨, 신우양씨, 채우삼씨

리더 채우삼(44.일렉기타)씨, 멤버 신우양(48.통기타)씨, 박성근(42.베이스)씨, 정일건(40.카혼)씨, 김민경(39.보컬.통기타)씨는 삶의 무대인 이 곳 제주에서 사람이 숨쉬는 또다른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나면 누구든 놀고 싶죠. 바로 그런 때 신나게 같이 노는 밴드가 ‘노라보카’예요” 

리더인 채우삼씨는 노라보카 밴드의 색깔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밴드명 ‘노라보카’는 다름 아닌 ‘놀아볼까’의 제주어다.

노라보카는 말하자면 ‘직장인 밴드’로 알려져 있다. 아마추어 동호회에서 시작했다 보니 직업군도 다양하다. IT, 건설장비, 건축설비 등 각종 업계에서 모였다. 관광도시 제주에서 20년 이상 여행 가이드를 한 멤버도 있다. 

   
▲ 2019년 삼다공원 야간콘서트에서 노라보카 멤버 신우양씨, 박성근씨, 채우삼씨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KCTV제주방송 다시보기 캡쳐]

하루종일 시달리다 퇴근 후 폭발하듯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 에너지란 얼마나 장대할까. 노라보카는 통기타를 중심으로 일렉기타와 베이스가 더해진 어쿠스틱 밴드지만 강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그룹으로도 유명하다.

처음부터 본격적인 ‘팀’을 만들고자 한 건 아니었다. 하나쯤 악기를 만져보고 싶어서, 오랫동안 손 놓은 기타를 다시 연주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마음 맞는 사람끼리 동호회에서 운명처럼 만났다. 동호회에서 연말마다 여는 정기공연 무대에 음악을 올려보기로 했다. 그게 바로 ‘장미 밴드’요, 노라보카의 시초다.

2015년 남성 4인조로 시작한 ‘장미 밴드’는 대외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공연의 ‘맛’을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합주가 잘 맞을 때면 음악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유대감 또한 끊을 수 없는 중독이었다. 이 느낌을 바깥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2016년 지금의 메인보컬인 김민경씨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개인단체에 등록하고 자체 콘서트를 열기 시작했다. 

   
▲ 2018년 9월2일 서귀포 관광극장 첫 단독 콘서트 ‘첫 번째 외출’ 포스터.

그때만 해도 ‘노라보카’가 아니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만드는 무대’라는 의미를 담아 ‘이중생활’이라고 명명했다. 2018년 9월2일 서귀포 관광극장에서 열었던 첫 단독 콘서트 ‘첫 번째 외출’도 ‘이중생활’로서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다소 불순한 어감이라는 의견이 있어 다른 이름을 검토했다. ‘노라보까’도 고려 목록에 있었다. 하지만 정일건씨 아내의 적극 추천에 힘입어 ‘노라보카’가 탄생했다. ‘노라보카’로서의 첫 대외공연은 2018년 11월 서귀포 감귤박람회였다.

2018년 12월 미예랑 소극장에서 가졌던 공연이 극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관객들이 꽤 길게 줄 섰던 공연으로 기억한다. “보컬이 노래를 잘 한다” “정말 잘 즐긴다” “소풍 온 것처럼 재밌다” 등 칭찬에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우왕좌왕한다” “리액션이 너무 크다” “흥이 넘쳐서 오버한다”... 혹시 관객과 호흡을 잊고, 우리끼리만 즐겼던 게 아닐까? 동호회 안에서만 즐겼던 무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취미로만 남을 것인가, 인디밴드로 발전할 것인가. 관객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중대한 갈림길에서 찬찬히 고뇌했다. 

   
▲ 2019년 삼다공원 야간콘서트 노라보카의 무대.

관객과 함께 즐기고 호흡하는 밴드. 그게 노라보카의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음악성은? 직장인들의 취미 밴드가 아닌 공식적인 인디밴드로 나아가자고 결정하자 또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관객과의 소통도, 음악적 완성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작게 충돌했다. 무대에서 악보를 보는 문제였다. 악보를 보면 확실히 완벽에 가깝게 연주할 수 있다. 하지만 무대 아래를 살피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관객과의 호흡이 끊긴다.

예술인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굽히지 않는다. 취미로서 음악을 시작하긴 했지만 노라보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고, 만들고 싶은 음악이 있다. 

하지만 멤버 모두가 한 몸처럼 바라보는 바람이 있었다. 우울한 사람도 집에 갈 때 쯤이면 입이 귀에 걸릴 법한 공연을 올리고 싶다고. 다 함께 신나게 놀자던 초심을 잊지 말자고. ‘노라보카’라는 이름의 의미를 잊지 말자고. 합치된 바람은 미세하게 금갔던 마른 흙에 단비를 뿌려줬다.

노라보카는 그렇게 지친 누군가를 위한, 외로운 누군가를 위한, 모든 사람을 위한 밴드로 거듭났다.

   
▲ 노라보카 첫 앨범 '나홀로'. 2020년 5월 발매.

“연주자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연주합니다. 그 음악을 들어주는 것도 사람이에요. 음악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완성됩니다. ‘내’가 아닌 ‘우리’예요” 카혼과 화음을 맡은 정일건 씨는 노라보카만의 끈끈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세컨보컬을 맡고 있는 신우양씨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음악은 음악 자체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하는가도 중요해요. 따라서 음악은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리더인 채우삼씨는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흥이 저절로 솟구칩니다. 관객과 멤버가 같이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그날 처음 만나는 사람도 같은 노래를 부르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스를 맡은 박성근씨 또한 “연주할 때는 꼭 나만의 쉼터에 온 것 같아요.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마음껏 쉬다 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메인보컬인 김민경씨는 “음악을 할 때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관객이 몇 명이든 우리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직장인 밴드’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고 오로지 ‘노라보카’로만 우뚝 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제주 인디밴드 '노라보카'.

이들의 삶의 터전인 제주는 국내외 1500만 여행객이 매해 오고간다. 제주사람은 좋든 싫든 세계무대에 서는 셈이다. 노라보카는 제주의 이름이 널리 퍼진 것처럼 더 넓은 세계로 가보고 싶다. 제주를 대표하는 밴드가 된다면 어쩌면 여수에도, 어쩌면 홍대에도, 어쩌면 캘리포니아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귀포 관광극장에서 치렀던 첫 단독 콘서트에서 희망을 봤다. 도민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도 함께 노래하는 희열을 맛봤다. 여행객들의 ‘제주’ 사진첩에는 노라보카도 함께 기억될 것이다. 사실 음악하기에는 제주만큼 좋은 도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무대. 그 누가 와도 신나게 뛰며 함께 호흡하는 무대. ‘제주’하면 바로 떠오르는 무대. 그게 바로 노라보카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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