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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관찰해 사람에 맞춰 사리를 분별해야 한다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18)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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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4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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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齊)환공(桓公, ?~BC643)은 아침 조회 때 위(衛)나라를 공략할 계책을 관중(管仲)과 상의하였다. 퇴청해 궁으로 돌아가자 위나라에서 바친 비(妃)가 그를 보고는 곁으로 다가와 절을 몇 번 하고 제환공에게 위나라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조용히 물었다. 제환공은 놀랍고도 이상해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물었다.

비가 답했다. “제가 대왕께서 궁으로 돌아오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왕께서는 발을 높이 쳐들고 보무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얼굴에는 횡포한 기색이 역역했습니다. 그것은 어떤 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는 조짐입니다. 대왕께서는 또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으셨는데 저를 보자마자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분명히 위나라를 치려고 하는 까닭에 그렇게 되신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조회 때 제환공은 관중을 보자 읍(揖)하고 그에게 들어오라고 하였다. 관중이 물었다. “대왕께서는 위나라를 공격하려는 생각을 버리셨습니까?”

제환공은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요 며칠 자신에게 무슨 마가 끼었는가? 어찌 보는 사람마다 자신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를 안다는 말인가? 관중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찌 알았는가?”

관중이 답했다. “대왕께서 조회에 나오실 때 저에게 읍했습니다. 겸허하고 공손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말씀하시는 음색도 온화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저를 보시자마자 부끄러워하는 안색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왕께서 어제 조회 때 저와 상의하신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제환공과 관중이 거(莒)나라를 치려는 계획을 상의하였다. 상의를 거듭했으나 결론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일이 백성에게 알려진 것이 아닌가. 어찌 알려지게 된 것인가? 제환공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술에 취하여 말을 내뱉게 됐기에 그렇게 된 것인가를 관중에게 물었다. 관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국내에 분명 성인(聖人)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제환공은 탄식하며 말했다. “생각나는구려. 오늘 내가 성벽을 순시하다가 성벽 밑에서 일을 하는 백성을 만났소. 대를 오르다가 나를 주시하더니만, 그 자가 분명하오.”

제환공은 그 사람에게 계속 복역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 바꾸지 못하게 한 후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을 시켜 데려오게 하였다. 동곽아(東郭牙, 직간했던 명신, 제환공 시기 오걸 중 한 명, 생졸 미상)였다. 관중이 신중하게 물었다. “당신이 왕께서 거나라를 치러한다고 말하였소?”

그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관중이 또 물었다. “우리는 거나라를 치러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말하였소?”

동곽아가 답했다. “큰 인물은 계획과 결단에 뛰어나고 소인은 추측에 뛰어납니다. 그것은 내가 암중에 추측해낸 것입니다.”

관중이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추측하였소?”

동곽아가 말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모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유자적하고 연회를 베풀어 즐길 때,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 걱정하고 슬퍼 조용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상복을 입은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 안색이 변하여 분발하고 득의양양할 때 전쟁하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군주께서는 입은 움직이나 소리는 내지 않았으면서도 말하는 것은 ‘거’의 입모양이었습니다. 군주께서 팔뚝을 들어 가리키는 방향은 당신이 가리키는 것과 같은 거나라였습니다. 내가 사사로이 추측해 보건데 우리 주변에서 복종하지 않은 제후국은 거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관자(管子)·소문(小問)』)

관중은 탄복해 제환공에게 동곽아를 정보 부서를 담당하는 관리로 쓰도록 천거하였다.

   
▲ [동곽아(東郭牙)]

옛사람들은 ‘얼굴을 살피는[찰색(察色)]’ 법을 자주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그렇게 명랑하고 안정돼있다. 실로 너그럽고 어진 사람은 사람에게 존중받을만한 얼굴빛이 감돈다.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분명 자부심과 분발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죽일 수는 있어도 욕되게는 못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소박한 얼굴빛은 호연지기가 있고 위엄이 있으며 굳세고 진중하다. 거짓된 얼굴빛은 우물쭈물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여 타인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개인을 관찰하면 보인다. 뒤섞여 있는 사람 무리 속에서도 사람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숨겨진 감정들을 알아낼 수 있다. 사람에게 편하게 행동하게 하고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고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느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 지를 간파해낼 수 있다. 창졸지간에 어떤 것을 결정하도록 만들면 그 사람이 긴장하는지 잘못을 저지르는지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만큼 ‘관찰’은 중요하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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