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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주로 여자가 일하고 민요를 부른다"[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2)] 민요의 나라
진관훈 박사  |  adel@jeju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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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9  13: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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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주로 여자가 일하고 여자에 의해 민요가 불리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들이 언제 어떤 일을 할 때 노래를 부르느냐면 그것은 주로 집안의 일, 즉 멧돌, 절구를 찧는다던가 말총으로 망건(網巾), 탕건(宕巾) 등을 짜는 이른바 힘이 든다든가 그렇잖으면 심심해서 일할 때 하는 노래이다. 이 밖에 야외에 나가 농업을 한다든지 바다에서 전복을 딸 때도 물론 부르지만 농가(農歌)란 것은 육지부와 마찬가지로 별로 그 수가 많지 않고 해녀의 노래로 바다 속에서 작업하면서 부를 수도 없으므로, 있어도 난바다에 나갈 때까지 배를 저으면서 노래하는 정도의 것이다”(조윤제 趙潤濟, 1942.).

다리송당(松堂) 큰 아기덜은 되방이 짓기로 다 나간다
함덕(咸德)근방 큰 아기덜은 신짝부비기로 다 나간다
조천(朝天)근방 큰 아기덜은 망건(網巾)틀기로 다 나간다
신촌(新村)근방 큰 아기덜은 양태(凉太)틀기로 다 나간다
별도(別刀)근방 큰 아기덜은 탕건(宕巾)틀기로 다 나간다
도두(道頭)근방 큰 아기덜은 모자(帽子)틀기로 다 나간다
고내(高內), 애월(涯月) 큰 아기덜은 기름장사로 다 나간다
대정(大靜)근방 큰 아기덜은 자리짜기로 다 나간다
김녕(金寧), 갈막 큰 아기덜은 태악장사로 다 나간다
어등, 무주 큰 아기덜은 푸나무장사로 다 나간다
종달(終達)근방 큰 아기덜은 소곰장사로 다 나간다
정의산(旌義山)압 큰 아기덜은 질삼틀기로 다 나간다

어부가(선가, 船歌)다. 송당 되방이짓기, 함덕 신짝부비기, 조천 망건틀기, 신촌 양태틀기, 별도 탕건틀기, 도두 모자틀기, 고내, 애월 기름장사, 대정 자리짜기, 김녕, 갈막 태악장사, 어등(행원)과 무주(월정) 푸나무장사, 종달 소금장사, 정의 질삼틀기 등 마을마다 지역 특성에 맡는 가내 수공업이나 부업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렸다.

구한말까지 제주 지역에서 가장 특징 있는 민속공예는 말총으로 만드는 관모공예이다. 갓공예도 성행했다. 조선 시대 병사의 군모인 털벙것(털벌립), 패랭이(대패랭이), 정동벌립(정당벌립)이 군수용 진상품으로 납품되었다. 그러나 단발령 이후 제주지역 관물(官物), 관모(冠帽)공예는 급격히 쇠퇴했다(망건노래, 양태노래, 탕건노래 등은 별도 연재물에서 소개할 예정임).

제주민요는 노동요만 있는 게 아니다. 의식에서 부르는 소리(儀式謠), 부녀요(婦女謠)와 동요(童謠), 통속화된 잡요(雜謠) 등도 있다. 노동요의 중간 중간, 즉 단조로운 노동 중에 사랑과 원한, 시집살이, 집안, 인간관계 등 인생살이에 대한 내용도 많다. 제주 노동요를 통해 제주 여성들은 신세를 한탄하거나 삶의 고달픔을 소리로 표현했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또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말 못할 속 서러운 사정을 하소연하는 인정(人情)의 노래도 있으며 또 밤이며 낮으로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사상(思想)의 연가(戀歌)도 가지가지가 있다.”(조선일보, 1936.06.08.)

저 산골로 흘르는 물은 낭긔섭새 다 썩은 물이여
세월에서 흘르는 물은 고운정 미운정 다 썩은 물이여
하늘에서 내리는 물은 궁녜 신녜 발 씻인 물이여
집집의서 흘르는 물은 개도새기 발 씻인 물이여
정녜에서 흘르는 물은 오장 간장 다 썩은 물이여

살젱하여도 살지 못하는 몸 혼저 죽엉 혼으로 가져
살젱하여도 어느 누게 살려나 주리
혼저 죽엉 저 싀상 가도 어느 누게 구덕해 눅졍
저 쉬상 문을 두드려 주라

독은 울믄 날이나 샌다 정녜 울멍 어느 날 새리
설룬 어멍 날 날 적의 놈은 울어도 정녜도 울랴

어린 신부(新婦)는 시집살이 고달픔을 소리했다. 비단옷 입으며 은가락지 끼고 가죽신 신던 귀한 집 처녀가 낮선 곳에 시집와 비단 대신 삼베옷 입고 초신 신으며 시집 식구들의 구박에 서러운 신세를 한탄한다.

“산도 설고 강도 선 이곳에 누굴 믿고 왔나. 남편 아니면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 청 기와집 열다섯 칸 구경하러 왔나. 비단치마 입던 허리에 삼베치마 입던 몸에 미녕저고리가 웬 말이냐. 은가락지 끼던 손에 골갱이(호미)가 웬 말이며 가죽 신발 신던 발에 초(草)신이 웬 말이냐. 서방님은 물꾸럭(뭉게, 문어)의 넋이 들렸는지 나를 보면 껴안으려고만 한다.”

산도 설고 강도 선 곳듸 누게 모레 이곳듸 와시니
느네 오라방 엇이믄 나든 무사 이곳듸 오리
청지에집 열다섯 칸을 구경허레 난 와시냐
비단치매 입단 허리에 삼베치매 입단 몸에 미녕저고리 웬 말이냐
은가락지 찌단 손에 골갱이가 무신말고
가죽신 신단 발에 초신이 무신말고
가심썩은 물이나 뒈영 솟아나근 눈물이 됀다
정네눈물은 여의주러라 떨어진 곳듸 복생기라

시어멍은 전복넋이 나를 보믄 언주젱 혼다
시아방은 소라의 넋이 나를 보믄 세돌각 혼다
시누이는 송사리의 넋이 나를 보면 도망을 간다
서방님은 물꾸럭 넋이 나를 보민 안구정혼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부르는 사무친 노래도 있다.

“새야! 저 세상 새야! 저 세상에게 가서 만(萬)의 하나 우리 부모 만나보면, 우리 딸 어디 앉아 울고 있더냐 우리 부모 묻거든, 길거리에 앉아 엄마 부르며 울고 있더라고 말해다오.”

이 세상 그 어느 딸이, 돌아가신 친정 엄마 무덤 옆에 당배추가 아무리 ‘어랑 어랑’ 해도 복 바치고 눈물겨워 조금이나 캘 수 있을까.

저 생이야 저 싀상(세상) 생이야 저 생이야 저 싀상 생이야
만에 호나 나 부모 보겅 어디 앚앙 울어니 호겅
삼도소도 거리에 앚앙 어멍 불르멍 울엄잰 호라
설룬 어멍 무덤 욮의 당배치는 어랑 어랑
호미어졍 캐젠해도 눈물제완 못 캐여라

이렇듯 고달픈 삶 속에서도 남녀의 연분을 표현한 노래가 있다. 임에 대한 가슴 먹먹한 그리움을 은유와 비유를 통해 조심스레 소리하고 있다.

“소나무와 밤나무는 평판 좋으면 살길이 있다. 원님의 은덕도 싫다 판관님의 우세도 싫다. 함박눈이 퍼붓는 날에 나무지게에 부림패 걸어 섭나무 지고 오는 임 보고 싶다. 밤에 가고 밤에 가는 손님 어느 곳에 누구인지 알까. 마을 밖 청버드나무에 이름이나 써두고 가시지. 임이 오려나 내가 가려나. 좁은 길목에 고운님 만나 되돌아서도 남 못살아. 길주명천 곤룡포 장수 닭이 운다고 길 나서지 말라. 한밤중의 우는 닭은 닭 아닌 사람닭 소리니 밤에 떠나지랴 달과 같이 밝은 임아 누룩처럼 속 썩이지 마셔요.”

소나이광 밤나무 가진 펭관 좋으믄 살질 웃나
원님의 은덕도 싫다 판관님의 우세도 싫다
함박눈이 퍼붓는 말에 낭지게에 부림패 걸엉 섭낭지양 오는님 봅다

밤의 가곡 밤의 간 손님 어느 곳듸 누겐 중 알리
무바깟듸 청버드낭에 이름 셍명 써뒁 가라
임이 오려고 설심이든가 내가 가려고 설심이든가
좁은 질목에 고운님 만낭 뒈돌아사도 남 못살앙

질주멩천 곤룡포 장시 독이 운댕 질행을 말라
한밤중의 우는 독은 독이 아닌 인독의 소리 밤이 새경 떠나나지라
돌과 같이 밝은 님아 누룩과 같이 쎄기지나 맙서

   
▲ 진관훈 박사

예전 제주에는 축첩(蓄妾)제도가 있었다. 지금의 법적, 도덕적 잣대로 당시 상황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특히 제주의 축첩제와 논농사지역 지주 혹은 양반들의 축첩제와 동일시하는 오류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본처(本妻)는 본처대로 아픔이 있고, 첩(妾)은 첩대로 구구절절 사연이 끝없다. 본처는 첩과 ‘한집에서 살기 싫고 같은 길을 가기도 싫다’고 하소연 한다. 후처로 들어온 첩(妾) 역시 서러움이 짙다.

“겉보리 껍질만 먹는다 해도 시앗이랑 한집에 살랴. 물이 없어 나쁜 물 먹는다 해도 시앗이랑 같은 길 가기 싫다. 길 다시 뺄 거면 시앗이 다닐 길은 따로 빼라. 갓 스물 나이에 여든 난 남편을 맞이하니 두 번 세 번 물 덜은 밥을 씹어 달라고 엄살이더라. 호강하려고 남의 첩 들었는데 어디 간들 놀 수 있을까.”

것보리를 거죽차 먹은뎔 시왓이사 혼집의 살랴
물이 엇엉 궂인 물 먹은덜 시왕광 고든질로 가랴
질도 다시 새로나 빼믄 시왓질은 또로나 빼라
전처 소박 시첩혼 놈아 소나이광 돌진 밤새라 대천바당 돌진 밤새라

신 엇임도 하도나 설롼 갓 쓰물에 여든님 드난
두 번 싀번(세번) 물 덜은 밥을 씹어 도랜 앙업이더라
호강 호젠 놈의 첩 드난 어디 간간 놀아 졈시니
지네 어멍광 오름엣 돌은 둥글어 댕기당도 살을매 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자료>

김영돈(2002), 「제주도 민요연구」, 민속원.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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