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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의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2) 전략적 요충지 제주도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조중연 작가의 소설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 입니다. 일찌감치 제주의 역사성과 자연의 가치, 문화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던 조 작가의 소설은 제주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은 역사적 자료와 학술논문.서적을 두루 살펴 논픽션이 가미된 제주사를 다시 픽션의 영역으로 풀어냅니다. 반듯한 사실이 주류지만 때론 작가의 상상과 추리.추정이 가미돼 등장인물과 사실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취지는 개발과 파괴로 도륙의 길을 걷고 있는 제주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소설은 계간 『제주작가』 2020년 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저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도의 전략적 위치

 

제주도는 동북아시아의 중앙부에 위치함으로써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동북아시아 지도의 위아래를 바꿔보면, 중국, 일본, 한반도 사이에 제주도가 알박기하듯 들어앉아 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13세기 몽골족이 세운 원(元)은 제주도를 100년 가까이 지배하면서 일본과 남송(南宋) 정벌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고려가 원나라에 복속된 뒤 최초로 받은 압력은 일본 정벌에 군대를 동원한 일이었다.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은 남송과 무역관계를 유지하던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사신을 파견했다. 일본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조공 대신 사신의 머리를 잘라 돌려보낸다.

 

이에 격노한 쿠빌라이 칸은 1274년과 1281년 두 번에 걸쳐 일본 정벌을 시도한다. 여몽 연합군으로 고려는 군량을 공급하고 함선을 건조하고 군사를 동원했다. 그러나 두 번의 강력한 태풍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여몽 연합군은 일본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수장(水葬)되었다. 일본인에게 마침맞게 불어온 태풍이 특별한 신풍(神風)으로 인식된 순간이었다. 이후 가미카제는 일본을 수호해주는 호국의 바람으로 추앙받았다.

 

제주도가 다시 전략적 위치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37년 8월 중순부터다. 1937년 7월 7일 루거우차오(盧溝橋)사건으로 시작된 중일전쟁은 그해 8월 중국 본토 중부까지 전장을 확대한다. 전면전에 들어간 일제는 육군 2개 사단을 상하이에 증파하고, 해군은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수도 난징을 폭격하기로 결정한다.

 

1930년대만 해도 비행기를 바다 건너 보내는 도양폭격(渡洋爆擊)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 해군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한 신형 제96식 육상공격기에 기대를 걸었다. 단 한 번의 급유로 4400km를 시속 375km로 날 수 있는 최첨단 중형 폭격기였다.

 

나가사키현 오오무라(大村) 항공기지에서 출격한 폭격기는 제주도 알뜨르비행장으로 귀환했다. 나가사키에서 난징까지의 거리는 대략 1000km, 난징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는 약 700㎞이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을 탑재했다 해도 왕복 2000km가 넘는 거리를 폭탄 800kg을 싣고 비행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본 해군은 오오무라에서 이륙하여 난징을 폭격한 후 제주도의 알뜨르비행장에 착륙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중국 본토의 해양폭격 거점은 제주도로 옮겨졌다. 제주도가 중일전쟁에서 지상전을 지원하는 폭격기지로 급부상한 것이다.

 

해방 이후, 1946년 10월 미국의 AP통신은 제주도를 지중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로터에 비유했고, 1947년 이승만은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하겠다는 발언을 했고, 1949년 대만 총통 장제스는 제주도에 공군기지 설치를 제안했다.

 

마루타 제주도

 

김수남이 생각하기에 제주도는 정치나 외교 무대에서 거래 용품쯤으로 다루어졌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물리적인 경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제주도 하나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인식, 위기 상황에서는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떼어줄 수도 있고,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이 성사되면 덤으로 붙여줄 수도 있는 별책부록 같은 땅덩어리로 인식되었다.

 

이승만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도 놈들은 모조리 죽이시오”라고 말했고, 조병옥은 “대한민국을 위해 한라산에 휘발유를 부어 30만 도민을 모조리 죽이고 모든 것을 태워 버려라”, 신성모는 “제주도민이 모두 없어져도 대한민국의 존립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물리적 경계 인식은 7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하지 않아 기어이 서귀포의 한적한 마을 강정에 해군기지를 완공했고, 다음 수순을 은밀하고도 재빠르게 밟아가고 있다. 장제스의 제안대로 공군기지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남은 최근 온평리 제2공항 부지 내에 ‘남부수색구조대’라는 애매한 이름의 공군부대가 창설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업 추진 과정 역시 창의력 없긴 매한가지였다. 정부는 먼저 강정해군기지가 ‘민군복합관광미항’이자 순수한 한국군 기지라고 제주도민을 안심시켰다. 완성된 이후에는 미국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이지스함을 비롯해 호주와 캐나다 군함까지 드나드는 국제적 전략기지가 되어 제주도민은 눈 뜨고 코 베인 꼴이 됐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김수남은 ‘남부탐색구조대’ 역시 미군의 공군기지를 포장한 것뿐이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제주도가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조중연= 충청남도 부여 태생으로 20여년 전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탐라의 사생활』, 『사월꽃비』가 있다. 제주도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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